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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90화 (463/2,000)

< 472. 교생 실습-16- >

"하, 하앜"

정곡을 찔린 혜진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주춤 물러났다. 그녀가 물러나는 만큼 다가서며 거리를 좁혔다.

"대답해봐. 방금 내 말 듣고 젖었잖아."

"아, 아닌데요···."

"아닌데 왜 도망쳐. 거기 막다른 곳인걸?"

구석 자리까지 밀려난 혜진은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 청소도구함에 등을 기댔다. 핀치에 몰린 복서처럼 그녀의 눈빛이 불안해졌다.

"오, 오빠가 자꾸 다가오니까···."

"떳떳하면 뒤로 뺄 필요도 없지. 젖은 거 맞지?"

계속 그녀를 몰아붙인다.

"모, 몰라요."

"하긴 둔감하면 모를 수도 있겠네. 확인해 볼까?"

"어, 어딜요?"

대꾸 없이 물끄러미 그녀의 치마 사이를 쳐다본다. 혜진은 적당한 길이의 단정한 H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하필 오늘 치마를 입고 온 걸 원망하고 있을까?

"오, 오빠 이, 이건 좀···."

그녀의 문제점을 확실히 알았다.

싫은 걸 싫다고 하지 못하는 지나친 배려심.

상대방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유약함.

모두 자존감이 낮아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차라리 그녀가 화를 내고 뺨이라도 올려붙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저항은 겨우 이 한마디였다.

"대,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건데요···."

‘어휴, 이 답답이.’

[진짜 심각할 정도군요.]

‘화를 내야 할 땐 화를 내야지! 정말 눈 뜨고 못 봐주겠군.’

[설마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붙이신 겁니까?]

‘그래.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근데 이건 해도 너무하네. 이러니 맨날 당하고 살지.’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른 법이니까요.]

나는 김빠진 표정으로 다시 물러났다.

"흠, 뭐 싫다면야···."

내가 군소리 없이 물러서자 오히려 혜진이 무안해 했다.

"오, 오빠. 시, 싫은 게 아니라···."

[저런! 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줄 때 필요 이상으로 큰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착한아이 콤플렉스의 전형이지. 저러니 맨날 호구 잡혀 사는 거고.’

"그냥 좀··· 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민망해하는 혜진을 보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결국 그녀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혜진의 호구 끼가 유래없이 심각하다는 점.

둘째, 이대로 두면 언젠가 또 나쁜 남자들에게 실컷 이용당할 거라는 것이었다.

나는 좋은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겁박해 강제로 추행할 정도로 악한은 아니다. 그러나 때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어쩔 수 없겠어. 선따후변으로 간다.’

[선따후변요?]

‘먼저 따먹고 뒤에 성격을 고친다고.’

[아니 그게 무슨 개같···.]

‘때론 극약처방도 필요한 법이야. 두고 봐. 내가 보란 듯이 쌔끈한 여성으로 만들어 줄 테니.’

"부끄럽다고?"

"···네."

"아까 나한테 자위행위 알려달라지 않았어?"

"아··· 그, 그건."

물론 알려달라고 먼저 요청하진 않았다.

등 떠밀어 강요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혜진은 어느새 그것마저도 자신이 요구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긴 하, 하지만···."

"그래. 지금이 딱 좋은 기회네. 담임 선생님은 아직 오려면 멀었고, 교실엔 우리 둘뿐이잖아. 게다가 넌 이미 젖어있고."

"아, 안 젖었다니까요?"

"확인해 보지 않고선 모를 일이지."

"자꾸 어떻게 확인하라는 건데요?"

"만져보면 되지."

"오, 오빠가요?!"

혜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어떻게 남의 몸을 함부로 만지겠어. 확인은 네가 하는 거지."

"여기서요?"

"등 돌리고 있을게."

나는 곧바로 등을 보였다. 혜진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오, 오빠···."

"안 보고 있을 테니까 니가 직접 확인해."

"아···."

잠시 후 슥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혜진이 말했다.

"확인했어요."

"어떤데?"

"아, 안 젖었어요."

등 뒤로 손을 감추는 혜진을 보며 득달같이 손목을 낚아챘다.

"시작부터 밑장 빼기냐!"

"아, 앗!"

"이거 봐. 손가락 끝에 이 물기는 뭔데?"

"아, 아니 그건 따, 땀이···."

"그래? 거기에 땀이 많은 편인가 보다? 덥지도 않은데 질질 흘리는 걸 보면?"

"모, 몰라요."

"땀이면 짜겠네. 맛보면 알겠지."

"아, 아앗!"

나는 그녀의 손을 강제로 끌어 애액이 묻은 손을 쪽 핥았다.

"음-. 짜지 않아. 땀은 절대 아닌데?"

"아, 아앗 오빠 더, 더럽게."

"왜 젖었으면서 거짓말을 했지?"

혜진이 결국 고개를 떨궜다. 어느새 두 볼은 수치와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모, 모르겠어요··· 왜 젖어 버린 건지···."

"말했잖아. 넌 야한 여자라고. 이상한 상상하니까 그랬겠지."

"아, 안 했어요."

"그럼 평소에 시도 때도 없이 젖는다는 소리야?"

"아, 아니 그 말이 아니고···."

"그냥 솔직히 인정해. 넌 야한 여자고, 욕구 불만이야. 그러니 이렇게 금세 흥분하지."

"······."

거의 세뇌에 가까운 화법이었다.

넌 야한 사람이다.를 계속 주입하며 그녀의 생각을 바꾸려고 했다.

"그치?"

"그, 그런가 봐요···."

나는 뒤로 한 걸음 더 물러서며 혜진에게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계속해 볼까?"

"···네."

***

사후협의를 위해 모둠으로 뭉친 책상을 두고 도훈과 혜진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교무실에 다녀온다던 담임 정현아는 여전히 깜깜 무소식.

복도에선 드문드문 사람들이 지나다녔지만,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도훈이 말했다.

"이렇게 금방 젖어 버리는 걸 보면 확실히 야한 여자야."

"그, 그런가요?"

"솔직히 말 몇 마디 나눴다고 그 정도로 젖어 버리는 게 정상은 아니지."

"마, 많이는 아닌데···."

"직접 확인해줘?"

"아앗!"

혜진은 깜짝 놀라며 무릎을 바짝 붙였다.

"아니요! 괘, 괜찮아요!"

"농담이야 농담. 아까도 말했지만 난 허락 없이 남의 몸을 만지는 사람이 아니야. 그건 치한이나 하는 거지."

"아···."

"근데 왜 젖은 거야?"

"모, 모르겠어요."

"젖은지도 모르고 그렇게 젖어 있었다고?"

"···네."

"내가 섹스 얘기 꺼내서?"

"아, 아마도요."

"그럼 계속 섹스 얘기하면 계속 물 나오겠네?"

"아, 아니 그게···."

"섹스."

"오, 오빠."

"섹스."

"왜, 왜 그러세요···."

"섹스 온 더 비치."

"···예?"

"노래 부른 건데? 팝송."

"아, 아···."

"근데 넌 클럽에서 이 노래 들으면 줄줄 새겠다?"

"음···."

"자위 알려줄까?"

"······."

도훈은 음란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내뱉으며 혜진을 흥분시켰다.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혜진도 슬슬 도훈의 페이스에 말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네."

‘후후. 역시 흥분하니 이성을 잃어버리는구만.’

[이렇게 만든 건 주인님이 잖습니까.]

‘난 그냥 노래 부른 건데?’

[아 쫌!]

도훈이 왼손 엄지와 검지를 둥그렇게 말아 고리를 만들었다.

"이게 봊이야."

"흡!"

그리고 오른손 검지를 수직으로 세워 말했다.

"이건 잦이고."

"아···."

"섹스는 이렇게 하는 거잖아."

도훈은 고리 사이에 손가락을 찔러 넣으며 탁탁 소리나게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혜진은 숨이 턱턱 막혔다.

‘오, 오빠는 무슨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오빠가 이상한 걸까 내가 너무 순진한 걸까? 내가 너무 남자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걸까?’

지금껏 남자를 여럿 만났다곤 하지만 제대로 사귄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그녀를 만났던 남자친구들 대부분은, 첨 관계를 할 때만 흥미를 보이다가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 혜진이 남자와 진지(?)한 음담패설을 나누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녀는 그것이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위도 마찬가지야. 남자것 대신에 네 손가락을 여기에 꼽는 거지."

푹-

도훈이 한 번 더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고리를 통과한 손가락을 안에서 잔망스럽게 꿈틀거렸다.

"이렇게 휘저어 주면서."

"아, 앗··· 아프지 않을까요?"

"이게?"

"그, 그래도 뭐가 들어가니까···."

"손가락 정도로?"

"아···."

"실제 물건은 이것보다 훨씬 큰데?"

"음···."

"괜찮아. 손가락 하나는. 두 개도 상관없지."

도훈은 이번엔 손가락 두 개를 포개 고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의 그곳으로 손가락이 밀려 들어온 것 같은 망상에 빠졌다.

‘아··· 기분이 이상해져. 왜 보고만 있어도 몸이 짜릿한 것 같지?’

"대충 알겠지?"

"···네."

"물론 시작부터 곧장 삽입을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어."

"그런가요?"

"그래서 처음에는 구멍 위에 여기."

도훈은 고리를 만든 손가락 사이를 문질렀다.

"여기에 콩알 같은 게 있잖아."

"그, 그래요?"

"있어. 평소엔 안보이지만 흥분하면 나오는."

"자,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거기를 살살 문질러 줘야 해. 이렇게."

도훈은 실제로 클리토리스를 애무하는 것처럼 천천히 손마디 사이를 문질렀다. 음탕하고 외설스러운 동작에 혜진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아아···. 왜 이렇게 흥분되지? 이, 이런 적은 처음인데···.’

그녀와 잤던 남자들은 제대로 된 애무도 없이 다짜고짜 삽입부터 했다. 다행히 혜진이 빨리 젖는 편이라 삽입이 안 된다거나 상처가 나진 않았지만, 전희도 없이 이루어진 섹스가 즐거울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녀를 흥분시킨 도훈의 계속된 음담패설로 혜진은 유래없이 밑이 젖어있었다.

‘아··· 패, 팬티가 축축해. 다, 닦고 와야 겠어.’

"저 오빠 저 화장실 좀···."

"왜 실습해보게?"

"···예?"

"배운 거 해보려는 거냐고."

"아니에요. 그냥 소, 소변을···."

"흐음. 내 앞에서 영 솔직하지 못하네."

"······."

"좀 솔직했음 좋겠어 나는."

"···그게."

"응. 말해봐."

"조, 좀 많이 나와서···. 다, 닦아야 될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말을 하지. 불편하겠네. 다녀와."

"죄, 죄송해요."

혜진이 벌떡 일어났다. 문 쪽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혜진을 향해 도훈이 말했다.

"궁금하면 한 번 해보고 와도 돼."

"아, 앗!"

혜진은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

"휴- 진짜 민망해 죽는 줄 알았네."

여자 화장실로 달려온 온 혜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화장실 칸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팬티를 내리자 아까보다 훨씬 많은 애액이 묻어 나와 있었다. 팬티뿐만 아니라 사타구니 전체가 흠뻑 젖었다.

혜진은 화장지를 풀어 젖은 팬티를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아휴."

팬티를 다리 사이에 걸치고 변기에 주저앉은 혜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난 도훈 오빠 말대로 야한 여자인 걸까?’

사실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 없었다.

스스로 벗을 몸을 볼 때면 발육이 덜 된 중학생처럼 비쩍 말라 있었다. 섹시와는 거리가 먼 몸매였다.

-에이,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얼굴이 이뻐야 여자지.

도훈의 말이 떠올랐다. 가슴은 중요치 않다고 했다.

‘그냥 위로해 주려고 하는 말 일 거야. 예전 남자친구들은 다 실망했는걸···.’

그녀가 빈유 콤플렉스를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처음으로 섹스를 했던 남자 때문이었다. 그녀의 유아틱한 몸을 본 그는 드러내놓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와, 넌 나보다 작네?

그것이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

따라서 이어지는 도훈의 말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건 살덩이에 불과하거든.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지.

배꼽 밑으로 한 뼘아래.

혜진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다리 사이를 응시했다.

고개만 숙여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성기.

가끔 거울로 비춰볼 때면 자신의 몸인데도 뭔가 징그럽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도훈 오빠는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문득 도훈의 외설적인 손동작이 떠올랐다.

고리 사이에 굵직한 손가락을 꾹꾹 밀어 넣는 장면을 떠올리자 혜진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과 같은 한숨을 터뜨렸다.

"하아···."

그녀의 손이 슬슬 사타구니 밑으로 향하며 쩍 벌어진 도끼자국 사이를 어루만졌다.

미끌미끌.

‘아아, 너무 젖었어. 어떻게 이렇게까지···.’

물이 계속 나왔다. 닦는다고 닦아냈지만, 여전히 축축했다.

그곳은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이게 다 도훈 오빠 때문이야. 괜히 야한 얘기를 꺼내서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해줄 것도 아니면서···. 앗!’

순간 혜진은 도훈이 자신을 애무하는 모습을 상상해버리고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쳤어, 미쳤어! 내가 무슨 생각을···.’

그때 여자 화장실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3반 남자 교생 엄청 훈남이지 않니?"

"그 체육과 오빠?"

"응. 진짜 꼬시고 싶더라."

"아서라. 너 남친 있잖아?"

"있음 뭐 어때? 내 골키펀 있으나 마나라고. 아 그냥 패널티킥 먹고 싶다."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아예 그냥 대주지 그러니?"

"야야. 저, 저기···."

두 사람은 구석 자리에 잠겨있는 화장실 칸을 발견하고는 급격히 목소리를 줄였다. 혹시 누군가 자신들의 대화를 들었을까 걱정되었는지 후다닥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화장실칸에 쪼그려 앉아 있던 혜진은 두 여자교생의 이야기에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도훈 오빤 인기도 많구나. 하긴 그런 훈남이 나한테 무슨···.’

뒷정리를 마친 혜진이 교실에 도착했을 땐 도훈과 담임 정현아가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호호! 어머 혜진이 어디 갔다 왔니?"

"화, 화장실엘 좀···."

혜진은 불쑥 도훈 옆에 바짝 붙은 담임에게 질투가 일었다.

< 472. 교생 실습-1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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