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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79화 (452/2,000)

< 461. 교생 실습-5- >

예상 대로다.

나름 짬밥이 차고나니 시스템의 구동원리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새로운 미션이 뜨는 경우는 대체로 2가지 경우다.

첫째, 새로운 여자가 등장할 때.

둘째, 색다른 장소에 들어설 때.

가장 확실한 건 새로운 여자와 색다른 장소로 움직이는 경우다. 바로 혜진과 체육관 기구실로 들어서는 지금처럼.

‘내 이럴 줄 알았지. 디스플레이에 미션 띄워.’

[넵!]

-순종녀를 굴복시켜라.

*자존감이 낮은 여성을 성노예로 길들이는 미션입니다.

*성공 보상으로 2,500포인트와 [소환의 호루라기] 아이템이 제공됩니다.

*[소환의 호루라기, 보구급 아이템]

-전대의 플레이어의 능력을 잠시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등급에 따라 소환할 수 있는 전대 플레이어가 제한됩니다.

*제한 조건으로 장소가 고정됩니다. 순서에 상관없이 3곳의 장소에서 미션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장소는 학교 안으로 한정되며 체육관 기구실, 교사용 화장실, 학교 옥상입니다.

*정신 조작이나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미션이 자동종료됩니다.

*제시된 시간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미션이 소거됩니다.

*남은 시간 : 14Day

유난히 긴 미션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미션이 복잡해지고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쯤 되면 108개 위업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우아! 이, 이게 미션이라고?’

[네. 보상도 커진 만큼 조건도 까다로워졌군요.]

‘이 정도면 위업이랑 다를 바 없는 거 아니냐? 차리라 위업을 하나 끝내는 편이 낫겠는데?’

[주인님. 한가지 팁을 드리면 어떤 플레이어들은 일부러 위업달성을 늦추고 미션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어째서지?’

[플레이어 등급을 높이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레벨 업이 좋지 않단 말이야?’

[권한이 커지는 만큼 그에 비례해 책임도 증가하니까요.]

‘아! 그렇구나.’

로시가 한 말뜻을 이해했다.

플레이어 등급이 올라갈수록 보상으로 받은 스킬이 늘어난다.

마켓 창도 확대되며, 랭커까지 오르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할 수도 있다. 제한이 걸린 고급 정보를 열람할 권한도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일단 중수 이상부턴 PK단이라는 적대 세력에 노출될 수 있다. 신들의 주목을 못 받는 플레이어의 경우 후원시스템 역시 별 볼 일 없게 된다. 또 미션의 난이도가 상승해, 포인트를 얻거나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무작정 등급만 높이는 것보다 착실하게 내실을 다진 후 레벨업을 하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때문에 어떤 플레이어는 고수 달성 위업 하나만 남겨 놓고 몇 년 쨰 미션만 반복하기도 하지요.]

‘위업만 주구장창 깨다 보면 가진 능력에 비해 레벨만 올라가 버려서 미션 난이도만 급상승 해 버린다는 소리지?’

[정확합니다. 중수 문턱에 이른 지금만 해도 이렇게 미션이 까다로워 지는 데 중수 등급에 도달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이치지요.]

‘오케이. 완벽히 이해했어.’

플레이어 시스템은 무척이나 복잡하다.

플레이어의 자격을 획득한다 한들,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결코 랭커에 도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말이지 대단한 신님이랄까.’

[네?]

‘아냐, 아무것도. 이 세상이 진짜로 게임이라면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아서.’

[후후. 인생은 본래 가까이서는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들 하니까요.]

오늘따라 로시의 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노예검투사에게 피가 튀고 살이 찧기는 전투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면, 콜로세움에서 내려 보는 로마시민들에겐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인 것처럼.

어쩌면 플레이어라는 존재도 무료해진 신들의 재미삼아 펼쳐 놓은 한 낱 유희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과대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게임 시스템.

플레이어.

PK단.

그리고 신.

모든 증거들이 굉장히 불유쾌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지금의 나로선 묵묵히 게임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 룰을 깨는 것은 룰을 만드는 위치에 올라야만 가능한 것이므로.

[혹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로시의 목소리가 왠지 신을 대신해 내 생각을 검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과연 충실한 조언자일까, 아니면 신이 심어놓은 하수인일까? 불순한 생각을 떨쳐버리듯 고개를 흔들며 내가 말했다.

‘응, 이번 미션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순종녀라는 것은 눈앞의 혜진이라는 여자애겠지?’

[아마도요.]

‘일단 장소가 3군데 라는 것은 그렇다 쳐도, 호감도 올리는 스킬이나 정신 조작을 제한한 것이 문제로군.’

[미션 난이도 조정을 위한 핸디캡입니다. 참, 주인님 결정을 서두르십시오. 미션 수락까지 1:21초 남았습니다.]

‘고민할 게 뭐 있어? 일단 받아.’

[미션이 수락되었습니다.]

나는 기구실 도구를 두리번거리는 혜진을 보며 정보창을 실행시켰다. 호감도 향상을 위한 아이템 제한 때문에 클래식한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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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혜진 (비처녀, 17살 1개월)

나이 : 21 #빈유 #낮은 자존감 #착한 아이 컴플렉스

호감도 : 64/100

개방성 : C

성감대 : 겨드랑이 속살, 젖꼭지, 클리토리스

*애무 포인트 : 거칠게 다뤄주는 것에 흥분합니다.

성욕지수 : 중간

공략팁

*그녀는 당신에게 약간의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 대상를 공략하면 ‘순종녀를 굴복시켜라’미션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그녀는, 남자의 요청을 거절 못하고 쉽게 휘둘리는 스타일입니다.

-첫 성관계 역시 남자친구의 요구를 마지못해 들어주면서 경험했으며, 이제껏 제대로 된 오르가즘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옆에서 하자는 데로 끌려가는 스타일입니다. 친구들은 그녀를 호구로 보고 있으며, 그녀와 만났던 남자들은 그녀를 하룻밤 농락 대상으로 먹고 버리기 일 수입니다.

?추천행동 : 진심어린 칭찬과 배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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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소극적인 성격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개선된 정보창이 보여주는 설명은 몹시도 충격이었다.

[저런···. 왠지 안타까운 스타일이군요.]

‘그러게. 너무 착해빠져서 호구처럼 당하고 사는 여자애 잖아? 이런 애를 성노예로 삼으라고?’

[너무 나쁘게 생각하실 필욘 없습니다. 주인님을 통해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추천행동에 칭찬을 많이 하라고 한 건가?’

[네. 호감도도 높이고 자존감도 채워주니 일석이조지요.]

‘뭐, 어쨌든 알겠어. 미션은 미션일 뿐, 내 나름 최선을 다하면 되는 일이지.’

혜진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자, 내 시선을 의식한 혜진이 어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혹시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죄, 죄송해요, 급히 오느라 화장을 못하고 와서···. 보기 흉하죠?"

‘하- 참. 죄송할 것도 많네. 어쩜 사람이 저렇게 자신감이 없담? 가슴이 좀 작을 뿐 충분히 예쁜 얼굴인데.’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부정했다.

"아뇨. 저 뜀틀보고 있었는데요?"

"아··· 아···. 제, 제가 또 멋대로 착각했나봐요. 제가 늘 이렇다니 까요?"

"근데 정말 화장 안 하신 거 맞아요?"

나는 한 걸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까지 접근한 뒤 부끄러워하는 혜진을 향해 말했다.

"피부 엄청 좋으시네요. 중학교 애들한테 인기 많겠어요. 하하."

"···네? 제가요?"

"네. 아무래도 남중이잖아요. 남자애들은 여자 교생선생님을 훨씬 좋아하거든요."

"아···."

혜진은 갑작스런 칭찬에 어쩔줄 몰라하며 손으로 두 볼을 감쌌다. 유독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흠. 빈유지만 그래도 매력은 있네.’

[주인님은 여자면 다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단, 빅 걸은 거른다.’

얼굴을 붉히던 혜진이 민망한 듯 화제를 돌렸다.

"도, 도훈 오빠도 여중에 가셨음 인기 많으셨을 거에요."

"그런가요? 왜요?"

"네··· 자, 잘생기셨잖아요."

"아이고, 엎드려 절받기네요."

덕담을 주고 받자 어색하던 분위기도 조금은 나긋나긋해졌다.

나는 먼지 쌓인 뜀틀 위를 손으로 쓸어 담으며 말했다.

"근데 기분이 조금 이상해요."

"네?"

"실은 어렸을 때 부터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거든요. 비록 교생 신분이긴 하지만 다시 학교에 돌아왔다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달까요?"

"아···. 그러시겠어요. 잘 어울리세요. 체육 선생님."

"정말요?"

"네. 운동도 엄청 잘하실 것 같고."

"그냥 평범해요. 혜진씬···. 혜진씨라고 하니까 좀 쑥스럽네. 말 편하게 놔도 되나요?"

"네. 얼마든지요."

혜진이 나를 보는 시선은 부드러워져 있었다.

분명 방금의 칭찬으로 호감도가 올라간 것이 틀림없다.

‘후후. 스킬 안쓰고 오랜만에 클래식하게 공략하니 옛날 느낌 나는 구만.’

"혜진이 넌 그럼 부전공 뭐하는 거야?"

"전 국어에요."

"국어? 어쩐지 문학소녀 같더라니."

"옛?! 아,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국영수가 임용이 잘 된다길레···."

혜진은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지나치게 낮은 자존감이 그녀가 가진 매력마저 떨어뜨리는 것 같다.

‘정보창에 보니 친구들은 호구 취급하고, 남친들은 먹고 버렸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구나. 사람이 너무 건방져도 별로지만 자신감이 너무 없어도 매력없는데.’

[주인님이 그녀를 갱생시켜 주시면 되겠네요.]

‘무슨 수로?’

[왜 이번 얻은 마법의 정액 스킬이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마법의 정액.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고와지고, 가슴에 바르면 사이즈가 업되며, 질내 사정을 하면 질입구를 조이는 그야말로 매직 성수.

‘그렇구나. 나중에 따먹을 때마다 가슴에 듬뿍듬뿍 발라줘야 겠다. 그럼 좀 커지려나?’

남자의 존심은 돈, 명예, 권력에서 나온다.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성능력까지.

하지만 여자는 아주 단순한다.

여자는 예쁘면 된다.

몸매 좋고 얼굴 예쁘면 장땡이다.

연예인 삘 나는 편의점 캐셔가, 짜리몽땅 못생긴 여자 변호사보다 시집은 더 잘갈 거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혜진을 정상적인, 아니 매력적인 여성으로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나로선 미션을 완수해서 포인트와 아이템을 받고, 혜진은 나를 통해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이거야말로 누이좋고 매부도 좋다는 거지.

"거··· 누구? 아, 교생들이었구만. 난 또 누구라고."

고개를 돌리니 아까 소개했던 2학년 체육선생이었다.

얼굴이 새까만 체육 선생은 나와 혜진을 보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이거 곤란한데. 이런 으슥한 곳에서 둘이서만···."

"아, 앗 그런게 아니고."

"교구 좀 구경하려고 왔어요."

"교구?"

"네. 나중에 체육수업할 때 필요한 장비가 있는 지 확인해 보려구요."

"아, 그렇지. 자네 체육과랬지?"

체육 선생은 사적인 자리라 그런지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말을 놓았다.

"열정이 있구만 역시. 흐흐. 나도 신규때는 매일 다음날 수업 준비하곤 했지. 아무튼 필요한 거 있음 언제든 말하라고."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그냥 사적으로 있을 땐 형이라고 불러."

"네, 형님."

"하하! 그래. 아무튼 이제 문 단속 해야되니 얼른 퇴근 준비하라고. 열정적인 교생 후배님들."

체육 선생의 말에 나와 혜진은 교구실을 나왔다.

"회의 끝났나봐. 인사드리러 가자."

"네, 오빠."

"근데 우리 오해 받는 거 아니겠지?"

"네?"

"아니 교구실에 단 둘이 있었다고···."

일부러 체육 선생의 말을 들먹이자 혜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얼굴이 빨게졌다.

"서, 설마요. 다른곳도 아니고 학교에서."

"음? 다른 곳이면 괜찮은 거야?"

"···예, 예?"

"당황하긴. 농담한 거야."

"아···."

나는 뻘쭘해 하는 혜진을 두고 먼저 걸어갔다.

흐흐.

순종녀 길들이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아직 안가고 기다렸던거 거야?"

정현아가 교실로 되돌아온 교생들을 보고 되물었다.

"네. 인사드리고 가려고요."

"아···. 그냥 가도 되는데 미안하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아는 도훈과 혜진이 기특하기 짝이 없었다.

‘흐흐. 우리반 교생은 기본이 됐구나. 예쁜 것들.’

"아무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선생님."

"아,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섭섭하게."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그리고 난 국성대 출신이잖아. 내 후배들은 내가 챙겨야지. 뭐 마실래?"

"아, 서, 선생님 제가 사올게요."

혜진이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현아가 피식 웃었다.

"사와? 어디서? 매점에서?"

"네, 네."

"매점이 어딘 줄 알고? 그리고 매점은 지금 문 닫았어. 연구실에 음료수가 좀 있는데 그거 들고 올게. 도훈이는 커피?"

"네. 저야 주는 데로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그리고 혜진이는···."

"저, 저도 커피로."

"그래? 잠시만 기다려."

"서, 선생님 제가 가져올게요."

"아유 얘가 왜이래 촌스럽게. 오늘만 대접해주는 거니까 그냥 앉아 있어."

현아는 민망해하는 혜진을 주저 앉히더니 교실밖으로 나갔다.

‘음, 여전히 자존감이 너무 부족하군. 호의를 받아 들이는 방법이 너무 서투른 것 같아.’

[그러게요. 착한아이 콤플렉스라는 건가요?]

‘그렇지. 폐끼치면 안된다, 라는 의식이 너무 과잉되면 저렇게 친절에 쩔쩔매는 성격이 되어 버린다고.’

도훈이 어떻게 하면 혜진의 성격을 개조시킬지 고민하는데, 한 손위에 쟁반을 든 현아가 교실로 들어왔다.

< 461. 교생 실습-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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