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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70화 (443/2,000)

< 452. 도쿄 핫(TOKYO-HOT)-36- >

P2P 방식으로 파일이 전송되는 토렌트는 시드를 보유한 사람이 많을수록 전송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대물남 시리즈는 오늘 갓 나온 신작임에도 순식간에 다운로드가 끝날 정도로 이미 상당한 배포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대박! 풀린 지 하루 만에 이 정도 반응이라니!’

태양의 좆 끝에 슬슬 힘이 들어갔다.

한 손으로 감싸 쥐고 나면 머리만 겨우 나오는 평범한 크기.

‘···왼손으로 치나, 오른손으로 치나 어차피 딸은 딸이요, 아들은 아들일 뿐. 크기는 숫자에 불과해, 암 그렇고 말고.’

대물로 태어나지 못한 자신을 애써 자위하며, 자위를 준비하는 태영에게 곧 영상이 공개되었다.

탁탁탁!

탁탁탁탁탁!!

탁타라닥탁, 탁탁탁!

그의 손은 도박사들이 패돌리기를 할 때처럼 빨라졌다.

딸딸이 하나만큼은 입신의 경지라는 프로 딸잡이의 현란한 스킬이 발휘되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옷!! 씨바아아아아!’

찌익 찌익-!

태영은 영상이 모두 끝날 때까지 도합 3번의 딸을 쳤다.

씬을 건너뛰는 야동은 10분 못 가 휴지통에 던져버리기 일쑤였지만, 대물남 시리즈 1부는 1시간 30분이라는 런닝 타임을 온통 집중해 볼 만큼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건, 역대급이다!"

감상을 마친 태영이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휴지를 치우며 중얼거렸다. 1일 3딸쯤이야, 프로 딸잡이인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한 편을 풀로 보며 3번이나 딸을 잡은 것은 정말이지 잦이털 나고 처음이었다.

"완전 대꼴. 역시 대물 배트맨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구나. 일본 진출이라니! 으으으!"

그는 한때 BJ 가영의 게스트로 출연했던 베트맨을 같은과 선배인 도훈으로 의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도훈이 기지를 발휘해 알리바이를 확보하면서 의문을 불식시켰다.

일전에 의문이 해소된 것도 있었지만, 이번 영상에서 만큼은 털끝만큼도 도훈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가면을 썼다고 한들 대물남의 연기가 평범한 일반인의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연극동아리를 다니는 그는, 연기를 썩 잘하진 못했지만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볼 때 대물남은 프로가 확실했다. 분명 어디 연극영화과 출신이거나, 사정이 있어 얼굴을 가리고 몸을 파는 현역 배우라고 예상했다.

이러나저러나 도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뒷정리를 마친 태영은 프로답게 후기를 남기기로 했다.

물건을 현지에서 공수해오는 최전방 척후병은 못될지언정, 선발대로서 임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 프로 딸잡이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했다.

한번만대조영 ? 캬, 스킵 없이 풀타임으로 보면서 3발 뽑았습니다. 대물 배트맨은 레알 한국인의 자랑인 듯!

그가 댓글을 달자마자 대댓글이 곧바로 올라왔다.

연휴 기간이었으므로 늦은 시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원할머니보고쌈 ? 님, 저 사람 절대 대물 배트맨 아님. 눈썰미 하고는, 쯧쯧.

태영은 곧바로 달린 댓글이 공격적인 어조였기 때문에, 발끈하며 다시 반박했다.

┗한번만대조영 ? 님아, 눈 삐꾸임? 난 구멍만 보고도 여배우 이름까지 맞추는 나름 좆문가임. 대물 배트맨은 귀두만 봐도 알아볼 수 있음.

하지만, 상대방 역시 곧바로 응수했다.

┗원할머니보고쌈 ? 뭔 개소리임? 나도 처음엔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완전 다름. 대사칠 때 잘 들어 보셈. 휴지끝 짧은 티 내지 마시고.

프로 딸잡이 자청하는 태영에게 휴지끈 짧다는 말 만큼 모욕적인 언사는 없었다. 상대의 공격적인 어조에 흥분한 태영은 재반박을 하려다 키보드에서 손을 땠다.

키보드 워리어의 기본은 팩트체크다.

무작정 내지르는 주장보다 근거를 들어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

물론 그래 봐야 하잘 것 없는 불판에 뛰어든 다 같은 병신이지만, 태영은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이기는 병신쪽을 택하는 편이었다.

‘참나. 휴지끈 경력이 몇 년 찬데 사람도 못 알아 볼 줄 알고···.’

물론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태영도 속으론 약간 미심쩍인 부분이 있었다. 영상에 몰입하느라 간과했는데,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얼핏 다른 것도 같기도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긴 하단 말이지···.’

태영은 즉시 야동으로 가득 채워진 D드라이브를 열었다.

로딩에만 한참 걸리는 저장용 하드엔 무려 8테라의 야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유일한 자랑이자, 기나긴 휴지끈의 증거였다.

‘그나저나 검색어가 뭐였더라.’

품번으로 정리되는 일본 야동과 달리, 한국산은 구분법이 애매했다. 태영은 기억을 추슬러 국내 BJ라는 폴더에서 ‘가영’ 항목을 찾았다.

‘그렇지, BJ가영의 게스트였으니 가영의 영상 중에 하나겠구나.’

그는 날짜와 제목을 통해 영상을 구분했으므로 ‘대물 배트맨 편’이라고 적힌 파일을 금세 검색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펙트 체크 들어가시고요, 똑같은 사람이기만 해봐, 아주 끝장을 내버릴 테니.’

태영은 반박을 위해 다시 한번 집중해 영상을 감상했다.

그러나 영상을 다 본 태영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지, 진짜잖아? 어째서 목소리가 전혀 다른 사람 같지?’

처음엔 연기를 위해 목소리 톤을 깔았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리 들어도 생판 다른 목소리였다.

연극동아리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발성이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다. 오히려 가수의 모창은 3분 정도만 바꾸면 되기에 특징만 잘 찾으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1시간 반이 넘는 분량에서 계속 대사를 치면서 목

소리 톤을 바꾸는 것은 프로 연기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봐도 같은 사람인데?’

태영은 아예 두 개의 영상을 정지화면으로 멈춰놓고 상호 비교했다.

둘 다 거대한 대물이 우뚝 세운 모습이었는데, 발기각이나 두께, 심지어 거북이 머리처럼 유선형으로 쫙 빠진 좆대가리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쌍둥이도 아니고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

태영은 다시 일본 원정 시리즈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분석했다. 그러던 중 팔에 쫙 소름이 돋아났다.

마치 범인을 발견한 김전일 같은 표정이었다.

‘···이,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듣던?’

심장이 터질것처럼 두근거렸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이미 키보드 파이팅은 뒷전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소름 끼치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래. 연휴 기간 느닷없이 일본 간다고 잠수탄 게 수상하긴 했어. 듣자 하니 친구들이랑 간 것도 아니고, 혼자서 일본으로 떠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고작 스무 살인 태영은 외국여행이라곤 학창시절 부모님을 따라 싸이판에 다녀온 게 전부.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인 그의 입장에서 대학생 혼자 외국을 나가는 광경이 다소 생소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은 도훈의 일본행에 대해선 1학년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이 나왔다. 설마 진짜로 혼자 갔겠느냐, 분명 몰래 여자친구랑 간 것이다 부터, 이런 황금연휴 성수기에 어떻게 티켓팅을 성공했을까 등등 특히 여자 동기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였다.

이런저런 배경들이 겹치면서 점점 퍼즐이 맞춰졌다.

‘만약 내 생각대로 대물 배트맨이 도훈이 형이라면···.’

그는 뭔가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두눈을 부릅 떴다.

아직까진 말도 안 되는 억측이지만, 충분한 개연성은 있었다.

BJ가영 당시에도 곧바로 그를 떠올릴 만큼 잘빠진 근육이나, 우람한 물건은 MT때 목욕탕에서 본 도훈의 나신과 상당 부분 닮아있었다.

태영은 현실을 부정하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야. 착한 도훈이 형을 근거도 없이 의심할 순 없어. 저번에 나한테 미술과 소개팅까지 시켜줬잖아. 비록 망하긴 했지만···. 어쩌면 목소리만 비슷한 사람일지도 몰라. 왜, 가끔 명절 때 보면 얼굴 닮은 사람 목소리 닮은 사람도 흔하잖아. 5천만 넘는 인구 중

에서 비슷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는 절대 장담할 수 없지. 다음에 만나서 직접 물어보던가, 아님 벗은 몸을 제대로 관찰해 봐야겠어.’

태영은 대물 배트맨의 신체적인 특징을 찾기 위해 유심히 정지화면을 살폈다.

마치 그의 가면을 벗겨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진지한 눈빛이었다.

***

쓰러져 지친 마이를 씻겨 보내고 혼자 호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간만에 뻑적지근한 섹스를 마치고 나니 진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으어, 일반인도 아니고 AV배우들과 하루 네탕이라···. 진짜 지치는 구만.’

[아직 잠들면 안 됩니다 주인님. 에로마늄 팔찌를 해제하셔야죠.]

‘응?’

그러고 보니 아까 장착한 뒤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팬티를 들춰 물건을 보니 해바라기처럼 돋아있던 부분도 흔적이 없이 사라졌다.

‘얼레? 이거 자동으로 풀린 거 아니야?’

[기화가 이루어지면 모드 발동 시를 제외하곤 외관상 티가 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아까 끼운 체 펠라를 받을 때도 마이양이 눈치 못 챈 거지요.]

‘오호라. 그러니까 이제 필요시에만 튀어나온다 이거지? 그럼 굳이 해제할 필욘 없는 거 잖아?’

[아닙니다. 에로마늄 팔찌를 상시 부착할 경우 정력의 회복이 더뎌집니다. 쉽게 말해 대기 전력을 소모한다고 할까요?]

‘정력을 계속 갉아먹는 다는 소리야?’

[그렇죠.]

‘그럼 필요할 때만 채우는 걸로. 다시 어떻게 풀지?’

[물건을 잡고 해제 명령을 내리시면 됩니다.]

축 늘어진 대물을 잡고 해제를 외치자 아무것도 없던 표피에서 금속성 팔찌가 툭 떨어져 나왔다. 터미네이터의 액체인간이 된 기분이다. 팔찌를 다시 왼팔에 차려는 데 찝찝한 마음이 들어 물로 한 번 행군 뒤 장착했다.

‘그나저나 마이도 정말 엄청난 여자였어. 내 대물을 그렇게 온전히 받아낼 줄이야. 게다가 분수는 또 어떻고. 민주와 서현을 합친 느낌이랄까.’

[경험은 결코 무시 못 하는 법이죠. 많이 할수록 잘하게 되는 게 인간이니까요.]

‘하긴 그럴지도. 내가 최근 들어 수십 명을 따먹고 다니긴 했지만, AV배우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을 테니까.’

[그래봐야 주인님껜 어림없죠.]

‘자기 전에 시나리오나 확인해 볼까? 미키 대표가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다니.’

나는 구석에 놓아둔 갈색 봉투를 열어 내일 찍을 마지막 촬영분을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그제야 배역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헉! 이게 뭐야? 캐스팅이 바뀐 것 같은데?’

[그렇군요. 안도 미키라는 배우가 두 명은 아닐 테니··· 그녀가 엄마 역으로 나오게 되는군요.]

대물남 시리즈의 마지막은 배덕감이 절정으로 치 닿는다.

강간범인 주인공이 육노예가 된 두 딸을 중년 부부 앞에서 직접 범하는 게 주된 골자. 그중에서도 남편 앞에서 부인까지 덮치는 게 하이라이트였다.

‘사적인 관계는 거부한다던 미키 대표가 이런 꼼수를 쓸 줄이야. 이렇게 되면 관계를 안 할 수가 없잖아?’

[것보다 아버지 역에 가토가 들어간 게 놀랍군요. 그는 도대체 무슨 용도일까요?]

그때 호텔 방 전화가 울렸다.

프런트에서 직접 걸려온 전화였다.

"응? 웬 전화가···."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화를 할 만큼 이른 시간도 아니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모시 모시?"

-나에요. 미키.

"아, 대표님."

-아직 안 자고 있었죠?

"네."

-바뀐 대본은 확인했어요?

"네, 방금 읽어봤는데 배역이 좀···."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어요. 괜찮으면 1층 로비에 커피숍으로 내려올래요? 불편하면 내가 직접 방으로 올라가도 좋고.

나는 급히 방안을 확인했다.

마이가 떠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므로 방안은 난장판이었다.

특히 폭포수의 마이답게 침대 시트 이리저리 싸질러 놓은 분수로 사방이 젖어있었다. 누가 봐도 한판 치뤘구나 하고 알 수 있는 부분.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굳이 올라오실 필요는···. 제가 내려갈게요."

-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부리나케 움직였다.

빠르게 바지에 발을 쑤셔 넣고,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로비로 향했다.

고급 호텔답게 1층 로비는 대리석이 깔린 커피숍이 있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이용객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는 손님들을 두리번거리다 창가 구석에 야구 캡을 눌러 쓰고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뒤태는 도저히 40대로 보이는 않는 모습이었다.

‘설마 저 사람이 미키 대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로 미키였다.

평소의 오피스룩이나 야시시한 드레스가 아닌, 너무도 젊어 보이는 복장이라 얼굴마저 어려 보였다. 끽해야 30대 초반 정도? 왜 가끔 야구캡 쓰고 장보는 예쁜 미시들 있잖는가.

"대, 대표님?"

"앉아요. 커피는 블랙으로 주문했어요."

"네, 네."

아무리 스포티하게 입고 있다고 해도 저렇게 다른 분위기일 줄이야. 그녀의 동안은 정말로 축복받은 것 같았다.

"내일이에요."

미키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네?"

"가토를 쫓아보내는 날이 내일이라고요."

"그게 무슨···."

"시나리온 확인했어요?"

"양이 많아서 배역 바뀐 부분만···."

"저런. 그걸 봐야 이해가 빠를 텐데."

미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도훈군은 가토와 겨루게 될 거에요."

< 452. 도쿄 핫(TOKYO-HOT)-3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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