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8. 도쿄 핫(TOKYO-HOT)-32- >
***
미키 대표와 딜을 마친 가토는 측근인 히가시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됐어! 히가시. 드디어 미키 대표가 백기투항을 했다고."
"네? 투항이라뇨?"
"내가 오늘 작심하고 말했거든. 좆같아서 회사 나가야겠다고, 완전히 쏟아부어 버렸단 말이지."
"정말요?"
"그러니까 미키 대표도 쫄았는지 협상을 제안하더라고."
"내용이 뭔데요?"
"나와 그 한국산 대물하고 담판을 짓는 거야. 미키의 안목대로, 내가 놈보다 못하면 군소리 없이 물러나는 거로."
"아앗, 가토 선세. 그건 너무 도박 아닙니까? 담판 내용이 뭔지는 몰라도 어떻게 그거 하나로 모든 걸 거는 것은···."
"후후, 이봐 히가시. 내 모가지를 걸었으면 상대 또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지 않겠어?"
"네?"
"미키가 진다면 회사를 통째로 넘기기로 했어. 경영에서 물러나고 그냥 내 좆집이 되는 것으로."
"아아···. 미키 대표도 작심을 한 것 같군요."
"그렇지. 어차피 회사가 반으로 쪼개지느냐 마느냐 하는 순간이야. 태연한 척 했지만 자기도 속으론 똥줄이 타고 있었던 거지."
협상 내용을 꼼꼼히 분석한 히가시는 이번 거래가 결코 손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키가 무리수를 던진 부분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근데 조건이 너무 좋은데요? 혹시 함정 아닐까요?"
"함정이라니?"
"미키 대표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런 제안을 했을리 없다는 거죠. 승산이 있다고 본 건 아닐까요?"
"승산?"
가토의 광대가 씰룩대기 시작했다.
허세 넘치는 그가 가오를 잡을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었다.
"크큿. 승산 같은 소리. 담판이 뭔지는 아는 거야?"
"글쎄요. AV배우끼리의 담판이라니··· 솔직히 어떤 내용일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미키 대표가 나한테 뭐라고 했냐면···."
-증명해 내면 돼.
-증명?
-가토 네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젊은 배우 못지않게 지금도 충분히 현역이라고.
-어떻게?
-이번 시리즈에 출연해줘.
-시리즈라면··· 그 한국산 대물이 나오는 강간물?
-그래. 거기서 서로 대결을 펼치는 거야. 누가 진정한 섹스의 신인지, 실력으로 증명해 보라고.
-당최 이해가 안 가는군. 까짓거 출연은 할 수 있다 쳐. 근데 뭘 어떻게 증명해야 한단 소리야?
-뭐긴 뭐겠어. 당신이 그토록 자랑하는 정력대결이지. 둘이 똑같이 승부해서 먼저 싸는 쪽이 지는 것으로 해.
-에이, 그건 좀 불공평한데? 놈은 이미 두 배우하고 합을 맞췄잖아? 이미 한 번 먹은 여자들이라면 감이 둔해질 수밖에···.
-둘 다 처음인 새로운 사람이면 괜찮겠어?
-누구?
-나.
-누님이 직접?
-그래. 나를 상대로 대결해. 어때? 나랑 한 번 자보고 싶다지 않았어?
"···예예? 미키 대표가 직접 출연한다고요?"
"크크큿! 그렇다니까? 다급해지니까 천하의 미키가 직접 나서더라고."
"와···.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대결이군요."
"미키는 늘 나를 무시했어. 지난 세월 밤낮없이 작품을 찍어가며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줬는데도, 내 성의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지. 이젠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온 거야."
신중한 히가시가 또 한 번 의문을 제기했다.
"미키 대표도 뭔가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무슨 소리야?"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선다는 게 찝찝합니다. 동시 대결을 펼치는 데 가토 선생님만 집중적으로 공략을 한다든지···. 게다가 미키 대표가 이 일을 떠난 지 오래긴 해도, 내공은 무시 못 하지 않습니까? 남자를 싸게 만드는 스킬 정도는 수도 없이 가지고 있을 텐데요?"
히가시는 미키의 공정성을 따졌다. 편파적인 방식으로 가토를 몰아붙이면, 아무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결을 펼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냐는 지적이었다.
그 말에 가토가 다시 한번 시니컬하게 웃었다.
"야레야레, 히가시 자네도 나를 얕잡아 보는 군?"
"에엣?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가토 센세를···."
"설사 미키가 일방적으로 나를 공격한다 한들, 내가 쿠퍼액 한 방울이라도 찔끔할 것 같아? 이봐. 나 가토야. 섹스의 신 가토라고."
"네, 네 알고 있습니다. 알다마다요."
가토는 뭔가를 보여주려는 심산으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벨트를 풀어 젖혔다. 남자 앞에서 바지를 훅훅 벗어 재끼는 동작엔 일절 망설임이 없었다.
히가시가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며 그를 외면했다.
"아앗, 센세··· 굳이 제 앞에서."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히가시는 고개를 돌려 천천히 가토의 물건을 응시했다.
거무튀튀하고 축 늘어진 그의 심볼은 일견해선 여느 중년의 물건과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중국의 무공 중에 철사장이라는 무공이 있지."
바지를 훌렁 깐 가토가 뜬금없이 철사장 얘기를 꺼냈다.
"뜨겁게 달군 가마솥에 쇠구슬과 모래를 집어넣고 그 속에 손바닥을 펴 바닥에 닿을 때까지 깊숙이 찌르는 수련을 해. 처음엔 손끝에 피가 철철 나고 손톱이 뒤집어 깨지지 일수야.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담금질하다 보면 나중에는 맨손으로 쇠를 뚫고 바위를 쪼갤 정도로 단단해지는 거야."
"아, 예···."
영문을 모르는 히가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남자인지라 다른 남자의 물건을 빤히 보고 있는 것이 곤욕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토가 다시 바지를 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젊어서 나는 보잘 것 없는 무명의 배우였어.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하루에도 수탕을 뛰면서 촬영을 이어가야 했지. 하지만 자꾸 싸다보니 정력이 부족해서 도저히 버티질 못하겠더라고."
"그, 그렇겠네요."
가토가 테이블 밑으로 허리를 숙이더니 묵직해 보이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장바구니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소쿠리였는데, 안에는 비비탄 크기의 조그만 쇠구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날고 긴다는 여배우들의 쪼임을 이겨내고 정력을 지킬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마, 마사카!"
"맞아. 그래서 나는 앞서 말한 중국의 무공에서 착안해 나만의 단련법을 만들어 냈지."
가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심볼을 주무르더니 이내 꼿꼿하게 발기를 시켰다. 굳은살이 박힌 것처럼 오돌토돌한 생김은 보기만 해도 흉측하고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해 보였다.
"바로 철사좆이야!"
푸욱-!
소쿠리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붙잡은 가토가 발기된 물건을 힘껏 찔렀다. 보기만 해도 불알이 쪼그라는 드는 무시무시한 수련법에 히가시가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가, 가토 센세!"
푸욱- 푸욱-!
"보여? 내가 어떻게 수련했는지? 평생을 매일 수천번 씩 담금질했어. 놈이 아무리 커 봐야 물렁한 살덩이일 뿐. 하지만 나는 아니지. 전혀 아니야. 어떤 명기를 가져다 대봐. 내 쇠몽둥이 같은 좃을 싸게 할 수 있을지."
"아···아아···!"
가토가 수련을 마치더니 나직히 말했다.
"나를 싸게 하는 건, 오로지 내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야. 알겠어? 내 사정은 이제껏 작품을 끝내기 위해서 였다고."
"이건 정말이지···. 시작부터 무조건 이긴 게임이군요. 가토 센세, 아니 가토 대표님! 미리 취임을 축하드리겠습니다!"
아부꾼 히가시가 느닷없이 도자개를 하며 가토를 찬양했다. 이마를 꿍 소리나게 찧는 과격한 동작에, 물건을 꼿꼿이 세운 가토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좆만 큰 애송이 새끼. 얼마든지 덤벼 보라 그래. 크하하하! 대 일본 제국의 위대함을 보여주겠어."
***
"대표님. 도훈군에게 잘 전달하고 왔습니다."
"쓰웁-. 하아, 후웁-."
"대, 대표님?"
대표의 집무실을 방문한 오카모토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미키 대표를 보고 난감해 하는 중이었다. 요가복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깊은 명상에 빠져 자신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복장이 너무 야하다는 게 문제였는데, 위에는 허리가 훤히 드러난 탱크 탑을, 밑에는 몸에 밀착된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크흡, 설마 속옷도 안 입으신 건가?’
탱크 탑은 꼭지 부분이 볼록 튀어 나왔고, 핫팬츠는 도끼자국이 확연했다.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풍기문란죄를 구속을 당할 것 같은 차림새.
오카모토는 부하직원으로서 상사의 몸매를 훔쳐본다는 죄책감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으나, 그도 남자인지라 자꾸 시선이 향하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그, 그나저나 굉장하구나. 맨날 오피스 룩만 입은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야한 트레이닝 복이라니···. 40대 후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몸매야.’
오카모토의 미키의 군살 없는 몸매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20대의 여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몸매. 현역 활동은 진작 접었지만, 타고난 체형에 꾸준한 자기 관리로 믿기 힘들 만큼 완벽한 라인을 뽐내고 있었다.
"쓰읍- 후-."
마지막 호흡을 토해낸 미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집무실 한 가운데 엉거주춤 서 있는 오카모토를 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미안해요. 오랜만에 몸을 푸느라."
"예?"
"내일 촬영이잖아요. 간만에 운동좀 했어요."
"아, 명상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후훗-. 명상처럼 보였나요?"
미키 대표는 그대로 돌아서더니 훌렁 핫팬츠를 벗어 내렸다. 오카모토는 꺼리낌없이 맨살을 드러내는 대표의 행동에 당황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민망해 했다.
‘윽, 아무리 나를 남자로 안봐도 그렇지. 내 앞에서 훌렁 벗어 버릴 줄이야.’
그때, 미키 대표의 가랑이 사이에서 뭔가 툭- 하고 굴러 떨어졌다. 그것은 완전히 찌그러진 탁구공이었다.
"응?"
자기 발 앞까지 데굴데굴 굴러온 탁구공을 집어 들던 오카모토는 그것의 너무 젖어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마, 마사카!"
"아, 이런 이런. 민망한 모습을 보였군요. 오랜만에 케겔운동을 하다 보니 마땅히 연습할 게 없어 가지고."
케겔 운동.
1948년 아놀드 케겔 박사가 처음으로 소개했으며, 비수술적 치료로 생식기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
항문에 힘을 9~10초간 준 뒤 서서히 힘을 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인데, 쉽게 말해 소변을 참을 때, 혹은 소변을 중간에 끊을 때를 연상하며 근육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옷을 모두 갈아입은 미키는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는 오카모토에게서 탁구공을 뺏어 들었다. 그녀는 찌그러진 탁구공을 보며 혀를 찼다.
"확실히···. 오래간만이라 잘 안 되네요. 전성기 때는 굴러가지 못할 정도로 찌그러뜨려 버렸는데."
"대, 대표님 혹시 이게···."
"맞아요. 허공에 조이기엔 허전해서 안에 넣고 연습 좀 해봤어요."
"아···."
오카모토는 뒷골이 띵 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잊고 있었어. 미키 대표의 실체를···. 지금은 비록 프로덕션을 이끌어가는 대표로 조용히 있지만, 한때는 남자 배우들을 작살 내고 다니던 희대의 요부였다는 걸.’
업계 밥을 먹은 지 오래인 오카모토는 과거 전설처럼 회자되던 한 사건을 떠올렸다. 어느 날 미키가 남자 배우와 촬영을 하는데, 그 배우가 중간에 고통을 호소하며 엠뷸런스에 실려갔다는 내용이었다.
원인은 성기골절.
물론 성기엔 뼈가 없으니, 정확히는 백막 파열이다. 인간의 음경에는 뼈 대신 백막이 있는데 과도한 관계로 음경 해면체를 전체적으로 덮고 있는 견고한 백막이 파열된 것이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성기로 치골을 때리거나 삽입한 체 과도하게 각도가 뒤틀리며 일어나는 증상인데 당시 골절을 당한 배우는 그저 삽입만 했는데 잦이가 부러졌다며, 그 귀책을 미키에게 돌렸다고 했다.
즉, 쪼임만으로 남자의 고추를 골절시켜 버린 것이다.
‘···자, 잦이 브레이커, 미키.’
오카모토는 찌그러진 탁구공을 훔쳐보다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키 대표가 완전히 작심을 했구나. 내일 모든 걸 쏟아부을 각오인 거야.’
"근데 뭐라고 하셨죠?"
"아, 네. 도, 도훈 군에게 수정된 대본을 전달했다는···."
"수고하셨어요. 내용 숙지 잘하라는 말도 했죠?"
"네. 숙소로 돌아가서 꼼꼼히 살펴본다 했습니다. 이제껏 1,2편을 찍은 결과 도훈군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더군요. 대사가 좀 늘긴 했지만, 잘 해낼 겁니다."
"그래요. 저도 도훈 군을 믿고 있어요. 잘 해낼 거에요."
미키는 두근거렸다.
근 10년간 남자를 끊었던 자신의 명기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물건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떨리기 까지했다.
'잘버텨야해 도훈군, 나도 이성을 잃으면 피아식별을 못 하고 쪼아버릴지 모르니까.'
***
왜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누가 내 얘기 하나?
나신에 가터벨트만 걸친 마이가 눈앞에 서있는 것도 잊고, 나는 귀를 후비적거렸다.
그 모습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지 마이가 발끈해 소리쳤다.
"뭐에요. 이정도론 꼴리지도 않는 거에요?"
"아뇨. 충분히 꼴립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제가 오늘도 3탕이나 뛰고 와서, 제대로 세우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마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서비스 타임이 필요하단 말씀이군요. 보여드리죠. 못 버티고 싸지나 마요."
< 448. 도쿄 핫(TOKYO-HOT)-3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