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 도쿄 핫(TOKYO-HOT)-24- >
‘좆만 큰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
대표에 대한 질투심에 눈이 먼 가토는 당장 핸드폰을 들었다.
"어, 마에다. 난데···. 그래그래. 오후에 촬영 하나 있지? 그 배역 다른 신인한테 양보 좀 해. 자네도 다음 작품 주연으로 한 번 가야지. ···물론이지! 내가 감독들이랑 호형호제하는 사인 거 알잖아? 자네 경력에 언제까지 다른 놈 뒤치다꺼리나 하려고 그래? ···
그렇지. 잘 생각했어. 역시 마에다 군은 인성이 훌륭하단 말이야."
마에다의 배역을 빼앗은 가토는 이번엔 촬영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치하 감독. 어, 나야 가토. 저녁에 촬영 잡힌 거 있다며? ···응 아니 사사키 녀석에게 우연히 들었어. 근데 그 스토리 말인데, 내가 살짝 손을 보면 괜찮게 하나 뽑힐 거 같은데 어때? 시간 있으면 잠깐 얘기 좀 할까? 캐스팅도 손볼 겸···."
모든 통화를 마친 가토는 자신의 계략대로 흘러가는 전개에 비열하게 웃음을 지었다.
‘흐흐. 건방진 조센징 같으니. 어디 한 번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 바닥이 호락호락한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
선세이션한 데뷔를 마친 도훈은, 미키 대표와 감독의 극찬에 겸양을 표하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AV배우는 나름 고강도 스트레스를 가진 직업이기 때문에 막 촬영이 끝난 직후 배우들을 터치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으! 끝났다!"
샤워를 마치고 배우 대기실에 홀로 남겨진 도훈은 새로운 업적을 완료한 기쁨을 만끽했다. 실로 오랜만에 업적 달성이라 그런지 보상을 기다리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감축드립니다, ‘포르노 스타와 한 판’업적을 달성하셨군요! 보상으로 ‘커져라 여의봉’ 스킬이 제공됩니다. 상세 설명은 디스플레이에 띄워드리겠습니다.]
*커져라 여의봉(3Lv)
-최대 두 시간 동안 물건의 최대발기가 130%까지 확대됩니다.
-현재 최대발기 = 23.4cm
-재사용 대기 24시간.
-다음 스킬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400포인트 필요합니다.
-다음 스킬레벨에 도달하면 확대 시 소모되는 정력이 감소합니다.
-다음 스킬레벨에 도달하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10% 감소합니다.
‘오오! 드디어 마의 18Cm 구간을 돌파하게 되었구나!’
[이젠 흑형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진정한 대물남이 되었군요.]
‘맞아. 사실 한국에서나 가정파괴용이지, 서양 포르노 스타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거든···. 그나저나 이제 23Cm 대구경으로 바꿔 장착하면 되는 거야?’
[스킬을 발휘하면 최대 2시간까지 대물의 확장이 가능합니다. 단, 이 스킬은 정력을 급속도로 소모시키기 때문에 조절을 잘 하셔야 합니다.]
‘정력을 소모 시켜?’
[네. 10% 확장 시마다 정력 소모량이 평소의 배로 증가합니다. 맥시멈인 30%까지 모두 확장하시면 평소보다 8배 빠르게 정력이 감소한다는 의미죠.]
‘가만, 8배라면···.’
빠가가 된 도훈은 양 손가락을 일일이 접어가며 비례식을 완성했다.
"10%에 2배니까 보통 한 시간 걸릴 것이 30분이 되고, 20%면 15분, 30%면···."
[한 시간 기준으로 130% 풀발기 시 7:30초 컷입니다.]
‘헉! 뭐야? 뭐 이런 단백질 도둑같은 스킬이 다 있어?’
[위와 같은 신체 변형 스킬은 급속도로 정력을 소모시킵니다. 그러니 필요시에만 적절하게 운용하셔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도훈은 생각보다 짧은 스킬 시간이 아쉬웠지만, 풀 발기 23.4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 어차피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 대물을 받아줄 구멍을 찾기도 어려울 테니 뭐. 그나저나 중수까진 업적이 몇 개 남은 거지?’
[금번 ‘포르노스타와 한 판’ 업적을 달성함에 따라 이제 중수까지 5개의 업적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 괜찮은 게 있어?’
[육덕녀와 육떡치기를···.]
‘우욱-!’
도훈은 아까 전 빅걸의 알몸이 떠올라 불쑥 구역질이 올라왔다.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앞에서 딸딸이만 치는 것도 맨정신으로 불가능일 만큼 버거운 상대였다.
‘으윽, 그건 도저히 못 하겠어. 중수달성까지 딱 하나만 남겨 두었으면 모를까. 어차피 그거 달성한다고 바로 중수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것보다 이벤트 보상이 더 땡기는 데 다음 도전 과제가 언제 나오려나?’
도훈이 그런 생각을 하며 쉬고 있는데, 양반은 못 되는 지 대기실 문이 열리며 가토가 들어왔다.
"오, 축하하네! 그래, 머릴 올린 소감은 어떠신가?"
가토는 오카모토를 대동한 체였는데, 뭔가 전할 말이 있어 통역으로 끌고 온 듯했다. 도훈은 통역 아이템을 꺼둔 상태였기 때문에 오카모토의 통역에 기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럭저럭할만하네요."
"후후. 젊어서 그런지 정력이 넘치는고만! 아주 훌륭한 자세야. 참, 그나저나 이후 스케쥴은 없지?"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갑자기 대역이 좀 필요하게 돼서 말이야. 글쎄, 배우 하나가 촬영장으로 오다가 사고나 났다지 뭔가? 아아, 걱정은 말라고. 그냥 가벼운 추돌사고인 것 같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병원은 가봐야 하는 거니까."
"네."
도훈은 가토의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혓바닥 길게 늘어뜨리는 꼴이 또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가토는 어째서 주인님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걸까요?]
‘쪽바리잖아.’
[네?]
‘너 예전에 사명대사가 일본 왔을 때 쪽국 놈들이 괴롭힌 거 알지? 지금 모습이 딱 그 꼴하고 똑같거든.’
그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가토와, 사명대사를 골탕 먹이려던 일본인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결국엔 사명대사가 신통한 도력으로 일본놈들을 크게 혼내줬지. 제깟 놈이 감히 날 시험한다 이거지? 아주, 박살을 내줘야지 원숭이 자식.’
"대역이요?"
그때 통역을 맡은 오카모토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도훈 군. 수락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대역을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도훈 군이 직접 하실 필요가···."
"이봐! 제대로 통역하는 거 맞아? 낙지대가리 자넨 그저 내 말만 전하면 되는 거라고!"
"아, 네, 네 죄송합니다."
도훈은 오카모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가토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확신했다.
‘아오, 저 새끼 진짜. 나중에 좆방망이로 볼따구를 쌔려버릴까 보다.’
"어때? 괜찮겠어? 신인일 땐 이런 사소한 기회도 놓쳐선 안 되는 법이거든."
"네. 할게요."
도훈의 수락에 가토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하핫! 역시 한국 사람들은 빼는 법이 없단 말이지. 마음에 들어. 아주 쏙 마음에 든다고! 그럼 준비되는 대로 5번 스튜디오 대기실로 넘어오라고."
"네."
가토가 실실 쪼개며 물러나는 데 오카모토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면목 없습니다."
"아저씨가 왜요?"
"가토 상이 너무 도훈 군을 성가시게 구는 것 같아서···."
"아니에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죠. 저는 딱히 불만 없어요."
"그래도, 막 촬영을 마치셨는데···."
"어차피 대역이라면서요.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려고요."
어른스러운 도훈의 대답에 오카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약에는 없지만, 이번 건도 보수는 확실히 챙겨드리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그것밖엔 없군요."
"오카모토 씨에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별 말씀을."
오카모토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자, 도훈이 그의 벗겨진 대머리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렇게 친절한 일본인도 많은데 말이지."
[어디 인성이 국적의 문제겠습니까? 가토의 심보가 고약한 거죠.]
‘그나저나 이번엔 어떤 음모를 꾸몄는지 한 번 가 볼까나?’
충분한 휴식을 마친 도훈은 가토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이해했죠? 이번 작품의 포인트는 분수 배틀입니다."
감독의 말을 요약하면 이랬다. 조교 당하는 여인을 상대로 두 사람이 번갈아 시오후키를 선보인다는 것이었다.
"어때? 자신 있지? 듣자 하니 손장난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하던데···."
가토가 넉살 좋게 치고 들어오며 도훈을 도발했다.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이벤트의 두 번째 과제를 알려왔다.
1. 신고식을 수행하라. (달성!)
2. 시오후키 대결을 승리하라.
3. ???
‘오호라, 이것이었군.’
[가토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저 사람을 내세운 모양이군요.]
도훈의 통역을 수행하는 작가 옆에는 양아치처럼 생긴 젊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사사키.
"근데 전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조건인데···."
"어어, 괜찮아. 어차피 조교 컨셉이라 출연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올 거거든."
"네."
"여배우도 최대한 잘 싸는 여자로 섭외해 놨어. 별명이 ‘폭포수의 마이’라고, 분수쇼 하나는 기가 막힌 배우지."
"그렇군요."
가토가 계속 열을 올리며 설명하는데 또 다른 남자 배역인 요시다라는 배우가 살짝 억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 근데 원래 이 작품은 제 조교 쪽에 중점이···."
"어이, 요시다. 너 많이 컸다?"
"네, 네?"
"선배가 얘기하는데 어디서 시건방지게 껴들어, 껴들기는?"
"죄, 죄송합니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수정한 거 아냐? 요새 누가 단순 조교로 흥분하느냔 말이야. 너는 그냥 초반에 분위기만 잡아주고 분수 베틀로 가는 쪽이 훨씬 내용이 좋다고."
"네···."
"하여간 젊은 놈들이 이렇게 감이 없어서야. 쯧쯧."
요시다를 일축한 가토는 다시 도훈과 사사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 둘 중 누가 먼저 할래?"
사사키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다.
"신인한테 먼저 기회를 주시죠."
"에이, 그래도 베틀인데 공평하게 해야지. 동전으로 정하자."
가토는 주머니 속에서 100엔짜리 동전을 꺼내더니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아무래도 뒤에 하는 사람이 불리하니까 순번은 공평히 정해야겠지? 앞면이 나오면 사사키가, 뒷면이 나오면 도훈이 먼저 하는걸로 하지. 어때?"
"네."
"그래요, 그럼."
가토가 동전을 튕겨 손바닥으로 잡은 뒤 펼쳤다.
드러난 면은 앞면.
사사키의 선공이었다.
가토는 누가 볼새랴 잽싸게 동전을 주머니에 밀어 넣으면 말했다.
"그럼 결과에 따라 사사키가 먼저 하는 것으로."
"이것 참···. 어쩔 수 없군. 먼저 다 빼버렸다고 원망하지 말라고 한국 친구."
"네···, 뭐."
[왠지 가토가 속임수를 쓴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처음부터 한쪽만 나오도록 만든 마술 동전 같아. 치사한 놈이군.’
[아주 주인님을 엿 먹이려고 작정을 했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도훈이 차근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은 나오는 법이니까. 보아하니 사사키라는 놈이 손장난 놈 제법 치는 가 본데, 나에겐 듀얼쇼크가 있거든.’
도훈은 각오를 다지며 촬영을 기다렸다.
***
"뭐라구요? 왜 말리지 않았어요?"
"저 그게··· 가토씨가 너무 완강하셔서···."
"이건 분명 사람들 앞에서 도훈군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려는 거라고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도훈 군도 나름 자신있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상대는요?"
"손가락 장인, 사사킵니다."
"흠···."
집무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던 미키는 오카모토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일찍 일을 마치고 도훈과 시부야의 야경을 구경하며 사적인 데이트를 즐기려 했건만, 난데없는 가토의 훼방으로 모든 일이 어그러져 버린 것이다.
‘사사키면···. 그 초밥집 그만두고 상경했다는···.’
소속 배우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이름을 기억 못할 정도였지만, 미키는 사사키라는 청년을 똑똑히 기억했다. 가업을 그만두고 AV배우를 택할 만큼 열정이 있는 청년이었지만, 외모는 너무 비호감에 물건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몇 년째 부카케 맨을 전전하며 비중없는 대역을 떠돌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그룹섹스 컨셉의 촬영에서 보기드문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바로 그의 전매특허 스킬, 사사후키의 첫 등장이었다.
그는 시오후키 장인이라 불렸던 유명한 포르노 배우의 기술을 응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창안해 냈다. 초밥집에서 생선결을 구분하던 초인적인 손가락 감각을 바탕으로 지스팟을 정확히 집어내는 것은 물론, 초고속으로 흔들어대는 팔떨림으로 엄청
난 분수를 뿜게 만든 것이었다.
그 이후 AV매니아들 사이에서 사사키는 ‘손가락 장인’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가 수행하는 초고속 시오후키를 그의 이름을 빌려 ‘사사후키’라고 지칭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대표인 미키도 그의 기술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는데, 하필 자신이 아끼는 도훈이 그와의 대결에 끌려나갔다고 생각하니 근심이 들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가토를 이대로 둬선 안되겠어. 오늘은 작심하고 꼭 결단을 내려야지.’
미키는 불안한 표정으로 오카모토를 따라 도훈이 대역으로 투입되다는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 440. 도쿄 핫(TOKYO-HOT)-24-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