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7. 도쿄 핫(TOKYO-HOT)-21- >
나에게 젖을 먹이던 스즈카가 배시시 웃으며 농을 건넸다.
"그렇게 빨아도 젖 안 나와요."
"아···."
"이제 얼추 다 커졌나요?"
스즈카가 팽팽해진 바지춤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대물을 툭툭 건드렸다.
"오, 딱딱해요."
"모두 스즈카씨 덕분입니다."
"꺼내도 되죠?"
"원하시는 데로."
스즈카가 조심스럽게 지퍼를 내렸다. 오늘 하루만 벌써 5번의 사정으로 혹사당한 대물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팽팽하게 부푼 채 껄떡이고 있었다.
"와, 진짜 크다. 스고이!"
스즈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알뜰한 주부가 시장에서 생선 고르듯 대물을 좌우로 젖혀가며 꼼꼼히 상태를 확인했다. 나는 드러누운 자세로 스스로 팔베개를 만들어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음, 별다른 수술 자국은 없는 것 같고···."
"수술요?"
"아뇨, 영상 볼 때 혹시 확대 시술받은 게 아닌가 의심했거든요. 너무 두꺼워서."
"거긴 포경할 때 말곤 칼 댄 적 없습니다."
"맞아요, 그래 보이네요."
나는 자부심 있는 생선가게 주인처럼 자랑했다.
‘우리 가게 물건은 100% 자연산입니다.’ 하는 목소리로.
한참 입맛을 다시던 스즈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곧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봤어요, 도훈 사마. 무리한 부탁인데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는 벗어둔 속옷을 걸치더니 도로 티를 껴입는 게 아닌가? 기껏 물건을 꺼내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는 스즈카의 행동에 당황해, 나는 말을 더듬고 말았다.
"끄, 끝인가요?"
"네. 다 봤어요."
‘으헉, 이게 뭐야? 대물에 전혀 현혹되지 않는다고?’
나는 뻘쭘한 표정으로 도로 대물을 집어넣었다. 민망함과 당혹감에 발기된 물건을 욱여넣는 손마저 버벅거릴 정도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즈카가 물었다.
"혹시 다른 걸 기대하신 건 아니죠?"
솔직히 대답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존심을 지켜야 하나?
실리와 자존심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스즈카가 해명하듯 말했다.
"본 촬영도 남아있는데 괜히 헛심 쓸 순 없잖아요."
"아···."
"저는 프로예요. 촬영 전에는 하고 싶어도 꾹 참아요. 모든 걸 쏟아내려면 기운을 비축해야 하니까요."
"아예, ···그래야죠."
"아직 고기도 많이 남았는데 더 먹고 가요. 이 집 회는 정말 신선하거든요."
다소 김빠지는 탐색전.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녀의 절제력에 감탄하며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속마음으로 봐선 분명 참기 힘들었을 텐데···. 본인의 욕심을 채우는 것보다 촬영을 더 생각하다니.’
[확실히 프로는 다르군요. 맺고 끊는데 절도가 있네요.]
‘약간 의도된 행동 같기도 하고···.’
[의도라뇨?]
‘일부러 간만 보는 거란 말이지. 자빠지면 벌리는 여자보단, 줄 듯 말 듯 밀당하는 쪽이 더 탐나는 법이거든. 남자의 심리를 잘 아는 여자야.’
[정말 그런 거라면 보기보다 영악한데요?]
‘네 말마따나 프로니까. 일반인들 상대하는 수준으로 생각했다간 큰코다치기에 십상이겠어.’
일전의 미키 대표도 그렇고, 이번 스즈카까지.
그들은 충분히 혹할만한 섹슈얼 상황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자제력을 보여주었다.
하긴, 남성의 성기를 자주 접하는 직업 특성상, 물건만으로 그들을 흥분시키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하고많은 날 여자 구멍만 들여다보는데도 꼴리지 않는 것처럼.
‘어차피 촬영이 잡혀있으니 업적이야 무난히 달성하겠지만, 닳고 닳은 프로들을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어.’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주인님이 어디 보통 사람입니까?]
‘그래. 해내야지. 해내고말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맛있게 스시를 들고 있는 스즈카를 보며 각오를 되새겼다.
***
스즈카와 도훈이 사옥으로 돌아오자 촬영 감독과 조감독이 그들을 반겼다. 옆에는 익숙한 얼굴도 한 명 있었다.
"오카모토 씨!"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통역을 돕기 위해 나왔습니다."
"네."
곧 회의실에 자리한 다섯 사람은 오후에 있는 실내 촬영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내 씬은 모두 두 곳입니다. 4번 스튜디오에서 현관에서 거실. 그리고 8번 스튜디오에서 욕실 촬영이 있습니다."
"조명이랑 마이크 셋팅은?"
"오전에 점검 끝냈습니다."
촬영 감독은 조감독에게 이런저런 준비상태를 점검한 뒤 배역을 맡은 두 사람에 말했다.
"타임 테이블이 빠듯합니다. 아무래도 남자 배우분이 처음이라고 하시니 중간에 컷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경험 많은 스즈카양이 잘 리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럴게요."
"그리고 도훈 상이라고 하셨나요?"
"네."
"시나리오를 각색해 대사는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만, 약간의 연기가 필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어색하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대화는 주로 감독이 주도했다. 생각보다 촬영 감독의 입지가 세다는 걸 체감한 도훈은 본격적인 촬영에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다.
‘허참, 무슨 영화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복잡하담?’
침대 하나 갖다 놓고 헐벗은 남녀 둘이면 끝날 줄 알았던 야동 촬영은, 기획 단계부터 세밀한 준비를 요했다. 본격 촬영이 처음이었던 도훈은, 한편의 야동이 나오기까지 상상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감독과 조감독이 잠시 소품 부분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혼란스러워하는 도훈을 향해 스즈카가 물었다.
"정신없으시죠?"
"아, 예··· 뭐."
"네러티브가 있는 시리즈물이라 그래요."
"네?"
"보통 AV하면 다짜고짜 씬부터 들어가는 게 많잖아요."
"네, 뭐···."
도훈은 어린 시절 뻔질나게 봤던 빨간 비디오의 내용을 떠올렸다. 온통 살색 뿐이던 야동에, 과연 스토리가 있긴 했는지 가물가물했다. 혹여 있었더라도 결국 남는 것은 남녀의 정사장면 뿐.
"후후.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어차피 연기는 상황조성이나 캐릭터 잡는 부분까지고, 80% 이상은 씬이니까요."
"네."
도훈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자, 스즈카가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혹시 학원물 본 적 있으세요?"
"학원물요?"
"보통 여교사와 남고등학생이 나오는···."
"아! 네네!"
도훈은 학교 배경의 익숙한 야동장르를 떠올렸다.
"그걸 떠올려 보세요. 씬이 들어가기 전에 여교사가 짧은 치마를 입고 수업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남자 주인공과 단둘이 남겨지기 전까지 스토리가 짧게 이어지구요."
"그랬던 것 같네요. 오후에 개인 강습을 한다던가···."
"맞아요. 딱 그거에요. AV 시청자들은 그 정도 수준이면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배경설정도 전혀 없이 다짜고짜··· 시작하며 감흥이 덜하잖아요. 학원물이 가지는 특징은 어린 학생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여선생님을 농락하는 게 포인트니까요. 학창시절 남
몰래 상상만 하던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거요."
"아아···. 완전히 이해했어요."
도훈은 감탄했다. 부카케 촬영 때도 느꼈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딸을 잡기 위해 보는 영상이지만, 거기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세심한 준비과정에 숨어 있었다.
"자, 그럼 분장 전에 각자 대본 숙지하시구요. 1시간 뒤에 슛 들어가겠습니다."
"네."
도훈은 한국어로 프린트된 대본을 보며 내용을 파악했다. 대강의 줄거리는 점심시간 미키 대표에게서 듣긴 했지만, 막상 줄글로 나온 시나리오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으아, 빌어먹을! 이거 동선이랑 대사까지 싹 다 암기해야 하는 건가?’
[큰일이군요. 주인님이 암기력은 평범 이하인데 말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사야 어떻게든 외운다 쳐도, 연기는 또 어떡하지? 머리 털 나고 연극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는데···.’
몸으로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자신 있던 도훈이었지만, 막상 해본 적 없는 연기를 하려니 굉장한 부담감에 짓눌렸다. 언젠가 보았던 국산 애로영화 연기자들의 발연기가 떠오르며, 자신도 그 꼴을 면치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크흑, 젠장 그냥 물고 빨고 박는 건 자신 있는 데 무슨 AV배우가 연기까지 해야되는 건데? 로시,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결국 전가의 보도처럼 로시를 찾는 도훈의 모습에, 로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있습니다.]
‘응? 있어?’
[천상계의 기술력엔 불가능은 없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하시는 거죠?]
‘그렇지.’
[주인님은 잘 모르겠지만, 배우나 가수 중에도 플레이어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을 위해 마련된 각종 아이템 또한 마켓에서 판매 중이고요]
‘오오! 맞다, 그렇지?’
도훈은 ‘오늘은 내가 가수다’ 목캔디를 떠올렸다. 3분간 가수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템도 있는 마당에, 연기 분야라고 없을 것도 없었다.
[지금 검색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로시가 디스플레이 창에 몇몇 아이템을 띄워주었다.
[연기의 신]신발, 6,000p
-스니커즈 형태의 운동화
-이것만 착용하면 당신의 발 연기도 끝.
-더 이상 카메라를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숨 쉬고 내뱉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처리됩니다.
*장르에 따라 별도의 경험치가 누적됩니다.
*추가 포인트(+300)를 통해 신발의 외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 적용.
[메소드 마스터]담배, 1000p
-궐련형 담배(20개비)
-담배를 태운 직후 연기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대본에 나온 인물과 완벽한 싱크를 이루게 됩니다.
-전율이 오는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효과의 종료는 담배를 태운 뒤 10분.
[천상의 목소리]목캔디, 500P
-목캔디 섭취 후 당신의 목소리에 특별한 힘이 깃듭니다.
-20년 경력의 성우처럼 완벽한 발성과 호흡으로 대사를 말할 수 있게 합니다.
*섭취 후 30분.
[내 머릿속에 저장]안경, 1500P
-평범한 안경처럼 보이지만, 대본을 흡수하여 머릿속에 프롬프트처럼 띄워주는 장치입니다.
-연극이나 영화의 시나리오 형태의 문서에만 반응합니다.
-한 번에 한 편의 시나리오만 담아둘 수 있습니다.
*착용 후 대본을 리딩할 경우 모든 시나리오가 저장. 이후 탈착 가능.
‘우앗, 종류가 엄청 많잖아?’
[더 있지만 급한 데로 4가지만 뽑아 보았습니다.]
도훈은 스크롤을 내리며 일일이 설명을 확인했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연기의 신’ 아이템이었다.
‘연기의 신이 실제로 신발이었어?’
[자매품으로 음악의 신과 댄스의 신도 절찬리에 판매 중입니다.]
‘끄응. 하여간 센스하고는. 근데 너무 비싸. 애초에 예산이 안맞을 것 같으니 패스.’
[메소드 마스터는 어떻습니까?]
‘고작 10분짜리? 게다가 사용 방법도 너무 눈에 띄잖아. 촬영하다 중간에 필수도 없는 노릇인데.’
[물론 소모적으로 사용한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모든 장면에 연기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아, 그렇군!’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라면 10분밖에 안 되는 시간 가지곤 감당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도훈이 도전하는 것은 배경설정을 위한 극히 짧은 시간. 나머진 어차피 연기가 필요 없는 도훈의 주특기다.
‘오케이. 저거면 되겠다. ‘천상의 목소리’나 ‘내 머릿속의 저장’도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굳이 전문 연기자가 될 것도 아닌데 살 필욘 없을 것 같고.’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대사도 몇 줄 없으니 까짓거 외워 버리십시오.]
‘알았어. 일단 저 담배 좀 바지 주머니로 전송해줘.’
[넵. 1,000포인트 결재하겠습니다.]
잠시 후 비어 있던 도훈의 바지 주머니가 사각 형태로 볼록 튀어나왔다. 빽빽이 찬 담배 개비 수 만큼이나 불안하던 도훈의 자신감도 다시 빵빵해졌다.
‘좋아. 연기는 걱정 없으니 이제 대본만 죽어라 파면 되겠군.’
도훈은 시험공부 하듯 열심히 대본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스텝이 차례로 그에게 다가와 옷을 대보고 화장을 시켰다. 도훈은 여자 코디가 얼굴에 분을 바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본 외우기에 전념했다.
빠가가 된 머리로는 보통 사람의 배 이상 노력해야 동일한 분량을 담을 수 있었다.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촬영시간이 임박했다.
촬영에 적합한 복장으로 환복 후 화장까지 마친 스즈카는 대기실에서 열심히 대본을 외우고 있는 도훈을 찾았다.
"도훈 사마. 준비하세요. 곧 시작한데요."
"네. 금방 갈게요."
마지막까지 대본을 머릿속에 집어 넣은 도훈은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꼭 ‘내 머릿속에 저장’ 아이템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으으, 이런 빠가야로. 두 장 밖에 안되는 분량인데 1시간 내내 외웠네. 어쨌든 대충 준비는 됐으니, 이제 매소드 연기를 흡입해 볼까?’
대기실에 홀로 남은 도훈은 새롭게 도착한 담배를 입에 물었다.
***
"대표님. 곧 도훈군의 촬영인데 안 가보시나요?"
오카모토가 집무실을 방문해 소식을 알리자, 회계 서류를 검토 중이던 미키가 벌떡 일어섰다.
"벌써 그렇게 됐어요? 중요한 자료 확인한다고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어디죠?"
"4번 스튜디오부터 촬영입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도훈군은 잘 하고 있던가요?"
"혼자 대기실에 틀어박혀 계속 시나리오만 읽고 있더군요. 그렇게 열심히 대본 리딩하는 배우는 처음 봤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긴장 되겠죠. 해본 적도 없을 테고···. 감독이 많이 혼내지나 않을지 걱정이네요. 혹시 몰라서 촬영시간도 넉넉히 잡아놨는데."
"연기야 좀 못할 수도 있죠. 처음부터 그걸 기대하고 뽑은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요. 아, 막 촬영 들어갔나 보네요."
두 사람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도훈과 시즈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너무 조용한데? 뭔가 잘못됐나?'
미키는 고요한 촬영장 분위기에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 437. 도쿄 핫(TOKYO-HOT)-2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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