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 도쿄 핫(TOKYO-HOT)-18- >
좆이 바짝 오그라든다.
안으로 말려 들어가다 못해 속까지 파고들 지경이다.
유부녀와 바람피우던 중 흥분한 남편이 칼을 들고 덤볐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성욕은 순식간에 떡락하고 말았다.
"후후, 생각보다 AV배우 되기가 녹록지 않지?"
가토가 비열하게 지껄였다.
이것이다.
놈은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빅 걸을 내세우지 않은 것은 2연사를 통해 기운을 빼기 위한 밑밥이었다. 감이 다소 무뎌질 때쯤 엄청난 강적을 등장시킴으로써 항거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릴 속셈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들어 버렸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와 달리, 가토는 희희낙락거리며 촬영 감독에게 다가갔다.
"여어, 토가시. 오늘도 열심히 군."
"하앗, 가토 센세! 오셨군요."
감독은 가토에게 유난히 굽신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실세에 아부하는 아첨꾼처럼 느껴졌다. 가토가 가운을 입고 선 나를 감독에게 소개했다.
"이쪽이야. 아까 내가 말한 신입. 어때? 쓸만하지?"
"아, 하지메 마시떼."
"워워, 일본말은 못알아 듣는다고. 한국인이거든."
"소데스까? 그나저나 대단한 패기의 신인이군요. 빅 걸 앞에서 부카케라니···."
"하핫, 타국에 돈 벌러 온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어이구, 마츠리는 오늘도 힘이 넘치는군. 항상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참으로 성욕만큼 식욕도 넘치는 후배란 말이야?"
가토는 기승위에서 남자를 찍어 누르고 있는 여자 배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츠리’라 불리는 여성은 문자 그대로 남자 배우를 압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사랑과 교감을 나누는 섹스라기보다, 본능을 이기지 못한 짐승의 교미에 가까웠다.
불쑥 구토감이 밀려온다.
‘우욱-!’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토할 거 같아.’
[참으셔야 합니다.]
‘씨발, 저게 사람이야, 돼지야? 무슨 스모선수도 아니고···.’
빅 걸.
문자 그대로 100kg에 육박하는 여성들을 총칭해서 이르는 말.
빅 걸은 정말 모든 것이 컸다.
얼굴도, 가슴도, 출렁거리는 뱃살마저도.
"하읏, 하읏!"
욕정에 못 이겨 남자를 짓누르는 마츠리의 모습을 보자, 입맛이 뚝 떨어졌다.
처음으로 가토의 의견에 동의했다.
AV배우가 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로시, 이벤트 포기하면 안 되냐? 내가 메갈까진 어떻게 먹겠는데 빅걸은 진짜 아닌 거 같아.’
꼴에 여자랍시고 덕지덕지 쳐 바른 루즈.
출렁거리는 수박덩어리 가슴은, 아름답긴커녕 징그러울 정도다.
그 와중에 성욕은 어찌나 강한지, 밑에 깔린 남자가 전력으로 비명을 지르는 데도 도무지 요분질을 멈추지 않았다.
저건 섹스가 아니다.
차라리 학살이다.
[주인님. 정녕 포기하시는 겁니까? 언제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단위라더니···.]
‘내가 언제 그랬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빅 걸과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단지 앞에서 자위하는 것뿐인 걸요.]
‘하기 싫어서가 아니야.’
[그럼?]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거라고.’
그랬다.
나의 좆은 죽어버렸다.
아아, 갔습니다.
7연사도 끄떡없던 나의 좆은 그렇게 갔습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안되는 걸 어떻게 해?’
[옛말에 이르기를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고, 섹신은 봇을 가리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개수작 부리지 마! 방금 지어낸 말이잖아!’
[티, 티 났습니까?]
‘이 새끼가 누굴 호구로 보나.’
[아무튼, 어찌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단 말입니까? 주인님이 그렇게 의지가 나약한 분이셨습니까?]
‘말은 똑바로 해. 의지의 문제가 아냐. 자지의 문제라고!’
[세울 수 있습니다, 주인님!]
‘포기해. 이미 석이 죽었어. 꿈쩍도 안 해.’
[하지만 주인님에겐 아이템이 있지 않습니까?]
‘강제 발정제라도 먹으란 소리야? 그래. 먹어서 세울 순 있겠지. 하지만 저 얼굴···. 저 몸매를 보고선 절대로 쌀 수 없을 거야.’
장담한다. 물건을 세운다손 치더라도 저 백돼지 앞에선 다시 죽어 버릴 거라고.
그리고 깨달았다.
70대 비구니와 한판 벌이는 육보시 업적이나, 숨겨왔던 나의···.같은 게이 업적보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불가능한 업적은 육덕녀와 육떡치기였다는 걸.
이건 절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시시각각 심각해지는 나의 얼굴을 보며 가토가 빈정거렸다.
"어라? 신입. 표정이 왜 그래? 설마 좆이 쪼그라들어 버린 건 아니겠지?"
통역을 맡은 메이크업 스텝이 최대한 순화시켜 번역해 주었지만, 이미 열패감에 휩싸인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가토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허어-. 이거 참. AV배우 되려고 타국에서 넘어온 청년이 이렇게 약해 빠져서야 원···."
노골적인 빈정거림에 통역을 맡은 스텝이 망설이는데도 가토의 비아냥은 그칠 줄 몰랐다.
"미키 대표도 동태 눈깔 다 됐구만? 이렇게 멘탈 약한 놈을 비싼 돈까지 주고 데리고 왔다니···. 쯧쯧."
"저기, 가토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저 신입 보라고. 마츠리 보더니 바짝 얼어붙은 거."
"앗···. 이런! 마츠리에게 오늘 엔딩 씬에 부카케 있다고 하니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아쉽게 됐군요. 왜 사람들은 빅걸의 섹시함을 모르는 걸까요?"
[이런 모욕을 듣고 화도 안 나십니까?]
‘화나지. 그냥 확 죽빵 날려 버릴까?’
[주, 주인님! 폭력이 해결책은 아니잖습니까!]
‘알어. 진짜 나도 이러면 안 되는 아는데, 저 면상만 봐도 토 쏠리는 걸 대체 어쩌란 말이야?’
그때 어디선가 미키가 다가왔다.
"여기들 있었군요."
"앗, 대표님."
"누님 오셨수?"
미키는 빅 걸이 날뛰는 촬영장과 경직된 표정의 나, 그리고 실소를 흘리는 가토를 훑더니 대번에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그녀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따졌다.
"가토,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어?"
"왜요? 누님이 어렵사리 뽑아 온 신입한테 정식으로 신고식 절차 밟는 중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미키가 나를 감싸자 가토가 눈을 부릅뜨며 대들었다.
"누님도 업계 출신이니까 아시잖수? 이 바닥에도 룰이 있는 거. 돌림빵을 해도 위아래가 있는 겁니다. 선배가 후배 교육 좀 시키겠다는 데 그렇게 싸고 도는 건 아니죠."
"뭐, 뭐라고?"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무리 본인 취향이라고 어디 근본도 없는 애를 뽑아다가 주연꽂아 버리면 밑바닥부터 올라온 애들은 뭐가 됩니까? 보라고요. 벌써부터 여자 가리는 거. 이게 신입의 태돕니까? 나도 무명시절엔 대본 주는 데로 다 했어요. 남자 걸 빨라면 빨았고, 후장 대라면 군말 없이 벌렸다고요. 그렇게 아등바등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사정없이 쏟아내는 가토의 말에 미키가 분한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나를 발탁해 준 미키가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자, 내가 모욕당할 때보다 더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그래.
이대로 병신처럼 주저앉을 순 없다.
저 재수 없는 쪽바리 새끼 생각대로 놀아나고 싶지 않다.
‘로시!’
[네, 넵!]
‘다른 건 다 참아도, 나 때문에 미키가 쪽 당하는 건 못 참겠다.’
[오오! 주인님!]
‘어떻게든 빅 걸 앞에서 자위하게 만들어줘. 이건 명령이야.’
[네, 넵!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준비 됐습니다."
"네?"
"통역 좀 해주세요. 준비 끝났다고."
"아, 아. 네넵."
나는 일본어로 이루어진 대화를 전혀 못 들은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통역의 말을 전해 들은 미키과 가토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굳이 무리할 필욘 없어요."
"정말? 그 상태로 해보겠다고?"
가토가 가운에 덮혀 차분히 가라앉은 대물을 가리켰다.
[주인님, 일단 ‘죽지 않아’ 알약으로 강제발정부터 유도하십시오.]
죽지 않아, 알약.
메갈리안 현미를 먹을 때 발기를 유도해낸 아이템이다.
비아그라의 5배 효과이며, 사정 전까지 발기를 유지 시키는 최강의 정력제.
설마 이 아이템을 다시 쓸 줄 몰랐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세우는 게 중요했다.
‘오케이. 가운 주머니로 보내.’
잠시 후 알약이 도착하자, 나는 돌아서서 가운을 벗는 척하며 알약을 들이켰다.
우오옷!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알약을 입속에 털어 넣는 순간 쪼그라들었던 대물이 기운을 되찾았다. 옷을 벗고 돌아선 나는 대물을 꽃꽂이 세운 체 말했다.
"제 상태가 어때서요? 저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습니다."
통역의 말을 전해 들은 두 사람이 희비가 엇갈렸다.
미키 대표는 다시 선 대물에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었고, 방금전까지 석이 죽었다고 믿고 있던 가토는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흥! 아직까진 팔팔한 가 보군. 토가시, 이 친구 준비 끝났다는 데 언제 투입시킬까?"
"지금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신입,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여 주라고."
가토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아마도 힘겹게 대물을 세웠더라도 빅 걸 마츠리를 두고선 결코 싸지 못할 거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네 놈 뜻대로 놀아나지 않겠어. 로시.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을 어서!’
[최선을 다해 찾는 중입니다. 잠시만···.]
본편은 이미 끝나 있었다.
넉다운 된 남자는 마츠리의 거구에 짓눌려 혼절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대물을 달랑거리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소파와 한 몸처럼 보이는 백돼지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윽. 저 씹돼지 표정 보소. 아주 잡아 먹겠는데?’
[걱정마십시오. 약효로 인해 발기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겁니다.]
‘발기가 문제가 아냐. 성욕이 1도 안 일어나는 게 문제지. 저게 대체 사람이냐, 살덩이냐?’
"캄 온."
마츠리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건 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다.
‘로시, 빨리!’
[찾았습니다!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아이템을!]
‘화면에 띄워!’
로시가 디스플레이로 아이템을 전송하자 나는 빠르게 내용을 확인했다.
[내게 너무 가벼운 당신]안약, 500P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마법의 안약입니다.
-물체를 홀쭉해 보이게 만듭니다.
-투약 후 30분 동안 효과 지속.
‘오! 이런 아이템이!’
[워낙에 오래 전에 만들어져 검색이 쉽지 않았습니다. 입사각의 굴절률을 보정해 현상을 왜곡시키는 아이템입니다. 이 상황에선 딱 적절하군요.]
‘젠장. 그나저나 가운도 이미 벗었는데 어디로 안약을 전송받지?’
[급한 데로 다시 돌아가십시오.]
‘오케이.’
마츠리에게 다가서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섰다.
"어어, 이미 큐 사인 들어갔는데?"
감독은 당황했고, 가토는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나의 실패는 곧 미키의 실패였고, 그가 노리는 것 또한 미키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이라는 게 확실해 졌다.
"뭐야? 혹시 포기하려는 건가? 신입?"
미키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안되는 걸 억지로 할 필욘 없으니까."
"아뇨. 눈에 뭐가 좀 들어가서요. 잠시만···."
나는 바닥에 떨군 가운을 뒤적여 1회용 안약을 꺼내 눈에 뿌렸다. 안약을 넣고 눈을 깜빡이자 갑자기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으어엇! 뭐, 뭐야 이건!’
세상이 압축되었다.
가녀린 미키의 몸매가 젓가락처럼 홀쭉해지고, 대물 또한 평소의 절반 크기로 가늘어졌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왜곡되는 세상은 어설픈 폴리곤으로 떡칠한 가상의 세상 같았다.
[약효가 발휘되며 사물이 왜곡되어 보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대로이니 당황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죄송했습니다. 다시 시작할게요."
나는 또 다시 마츠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반쪽 뿐인 세상에서 유일한 정상인을.
‘오오! 이럴 수 가! 아까 그 백돼지는 어디가고 저런 미인이!’
압축된 마츠리의 몸매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니, 비율로 따지면 늘씬한 글래머에 가까웠다.
허리는 가늘고 가슴은 빵빵하다.
볼륨 넘치는 여인을 보자 바짝 선 좆 끝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얼마든지 뿌려주마.’
나는 끝내주는 마츠리의 몸매를 보며 힘차게 자위를 시작했다.
***
‘이, 이럴 수가! 저런 미친!’
가토는 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한국산 고추는 정말이지 미친놈이었다.
서던 좆도 쪼그라들게 만드는, 소속사 최대의 빅 걸 마츠리를 두고 당당하게 이연사를 뿜어대고 있었다.
‘왜, 왜곡된 성욕!’
수많은 여자를 섭렵한 가토 역시 추녀를 담당한 적은 많았다. 그중에는 마츠리 같은 뚱녀도 있었다.
하지만 날고 긴다는 가토 역시 그것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촬영 날짜가 잡히면, 거의 보름간 금 딸을 견디며 성욕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오죽하면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만 봐도 꽂아 넣고 싶을 정도였다.
수천번의 경험을 가진 자신마저도 안에 정액이 가득 차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상태를 만들고서야 겨우 관계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대물은 방금 전 두발을 싸고 와서 마츠리 앞에서 연거푸 두 번을 뿜어대는 것이다.
이것은 빅 걸 취향이 아니고선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모니터링 화면을 보던 감독 역시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요. 저 신입! 주저없이 쏟아내고 있어요! 표정봐요.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구요!"
감독의 칭찬에 미키가 어깨를 으쓱했고, 가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도훈의 이상 성욕을 저주했다.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놈이 하필 빅 걸도 마다않는 잡식성일 줄 누가 알았겠어? 젠장할!’
드디어 마지막 한 발!
도훈은 힘차게 대물을 흔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츠리의 가슴골 사이에 뿜어냈다.
짝짝짝!
토가시 감독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박수를 보냈다.
"브레이보! 대단한 퍼포먼스였어! 효과도 없이 3연속 부카케라니! 정말 탐나는 인재로군! 가토 센세, 이거 긴장하셔야 겠는데요? 이런 걸출한 후배가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도훈을 바라보는 미키의 시선 또한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 434. 도쿄 핫(TOKYO-HOT)-1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