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49화 (422/2,000)

< 431. 도쿄 핫(TOKYO-HOT)-15- >

가토는 스튜디오 일정을 알아보겠다며 희희낙락 사라졌다. 가토가 물러난 후 미키는 가슴이 답답한지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면서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둘만 남게 된 오카모토가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어째서 제안을 받아 들이 셨습니까? 도훈 군이 우리와 계약을 했다곤 해도 굳이 무리해서 가토 씨의 요구를 들어줄 필욘 없었는데요."

"괜찮아요. 남자배우라면 다 해야하는 신고식이라면서요?"

오카모토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막 업계에 뛰어든 초짜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휴-. 그러니까···."

오카모토가 긴 한숨을 쉬더니 업계 사정을 설명했다.

남자 AV배우는 여자들과 실컷 섹스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데뷔를 치르는 여배우들과 달리, 남자배우의 경우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다지고 올라가는 인고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

"그 첫 번째 역할이 바로 부카케 맨이죠."

"흐음."

유명 여자 AV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엔 부카케 신청자만 대기열을 두 바퀴 돌 정도로 줄을 선다고 한다. 일당으로 치면 한국 돈으로 10만원(1만엔) 정도지만, 아예 무상으로 자청하는 경우도 흔할 정도였다.

"이쪽 업계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은 유명 레이블에 등장하는 예쁜 여배우들과 언제든 관계를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죠. 남자배우가 제대로 된 영상 한 편 찍으려면, 밑바닥에서 몇 년은 굴러야 하거든요."

부카케 맨을 하다 운 좋게 감독의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물건은 당연히 실해야 하고 낯선 촬영 환경에도 주눅 들지 않아야 한다.

"영상 속엔 남녀 두 명만 등장하지만, 실제 촬영장엔 10명이 넘는 스텝들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카메라부터 오디오 조명, 분장팀에 특수효과까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섹스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라고 하더군요."

오카모토의 말을 듣고 있으니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일반인들의 섹스 경험은 대부분 1:1 상황이다.

간혹 운 좋게(?) 쓰리썸을 겪기도 하지만, 십 수명의 인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대로 된 관계를 것은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데뷔한다 해도, 첫 상대는 대부분 아마추어입니다. 흔히 C급이라 불리는 여자들요."

여자 AV배우라고 모두 전업인 것은 아니다.

급전이 필요해 잠깐 알바를 하는 예도 있고, 호기심에 발을 들여보는 얼뜨기들도 허다하다. 그리고 대게 그런 배우들의 와꾸는, 볼품없는 몸매에 얼굴도 그닥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인 사람들에게만 겨우 정식 레이블의 데뷔 기회가 주어집니다. 통상 이 과정에 짧은면 3년, 길게는 7년도 걸리고요."

"그렇군요."

"그러나 도훈군은 대표님이 직접 발탁한 특별 케이스기 때문에 굳이 부카케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가토 씨는 도훈군을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라는 거죠."

"가토 씨가 저한테 왜요?"

"그게 좀 말하기 복잡한 사정인지라···."

"아무튼, 오카모토씨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나는 잠시 호흡을 멈춘 뒤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토씨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돼요. AV배우 되는 길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그 사람들에게 저는 낙하산처럼 보일 테니까요."

"낙하···산이라뇨?"

"능력 없는 사람이 인맥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부당한 상황을 나타내는 한국식 표현이에요."

"아! 근데 능력이 없다니요? 도훈 군이야 말로 검증된···."

"아뇨. 그건 대표님 생각이죠. 적어도 다른 남자배우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

"흠···."

"차라리 잘됐어요. 신고식이건 뭐건, 제대로 해치우고 나면 저를 인정해 주지 않겠어요? 오카모토 상. 저는 한국 사람이에요. 여기선 용병이나 마찬가지죠. 누군가는 이유 없이 미워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그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건 일본에 왔으니 일

본법을 따라야죠."

오카모토의 나의 결의에 살짝 감동한 눈치였다.

"도훈 군은 나이에비해 굉장히 조숙하시군요. 그에 비해 카토씨는 참···."

오카모토는 안하무인인 가토를 굉장히 못 마땅해하는 듯했다.

업계의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대게 두 부류다.

자신의 성공이 주변의 도움과 잇따른 행운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 겸손한 타입도 있지만, 스스로 잘나 모든 것을 쟁취했다고 믿는 건방진 사람들도 허다하다.

애석하게도 가토는 후자인 듯했다.

그리고 대게 그렇듯 자수성가한 사람의 지나친 자부심은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으로 비치기 일수다. 그 말로가 비참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라뇨. 기껏 초대해 놓고 곤경에 빠뜨린 것 같아 저희가 너무 죄송합니다. 가토씨는 대표님도 잘 컨트롤이 안되는 분인지라···."

오카모토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저기, 말씀 중 죄송합니다. 가토 센세께서 3번 스튜디오로 모시고 오라며···."

"3번 스튜디오? 알겠어."

"저 친구 따라가면 되는 건가요?"

대표의 집무실을 나서려는데 오카모토가 내 손을 잡으며 당부했다.

"도훈군."

"네?"

"굳이 5연사에 애쓸 필욘 없습니다. 괜히 몸이라도 상하면 다음 촬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나는 씩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생각보다 강하니까요."

***

미키 프로덕션의 사옥은 무척이나 큰 편이었다.

일본 최대 AV프로덕션인 ‘SOD’ 본사가 지상 7층 빌딩이라는 걸 고려해도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

도훈은 스텝을 따라 스튜디오가 자리한 건물 3층으로 이동했다. 각각의 스튜디오는 컨셉에 충실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가정집 거실이나 일본식 다다미방 그리고 주방이나 안마의자 같은 배경도 찾아볼 수 있었다.

"와, 이게 다 세트였구나? 난 진짠 줄 알았는데."

"나니?(なに)"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스텝이 도훈의 혼잣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 말도 아니라는 듯 얼버무렸다.

3번 스튜디오에 가까워지자 한창 촬영 중인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사방에 자리한 카메라와 조명 판을 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긴 장대에 매달린 붐마이크까지.

실제 촬영 현장이 처음인 도훈은 생각보다 정신없는 분위기에 살짝 긴장했다.

‘예상은 했는데 장난이 아니구나. 영화 찍는 현장도 아니고···.’

그때 누군가 도훈을 향해 말했다.

"여어, 왔군. 이쪽. 아참, 일본어 못 알아듣는댔지? 헤이, 캄 히어!"

촬영장 귀퉁이엔 집무실을 한바탕 휘젓고 나갔던 가토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카메라 감독과 함께였는데, 현장 최고 지휘관 앞에서도 전혀 거리낌 없는 태도였다.

‘저 싸가지 없는 새끼. 건방지게 손가락 까딱거리긴.’

도훈은 속으로 씨부렁대며 그에게 다가갔다.

"나 원참, 일본말을 모른다니 불편하기 짝이 없구만. 저기 보이지?"

가토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촬영이 진행되는 침대 반대편에 헐벗은 남성들 서너명이 서 있었는데, 민망하게도 자신의 물건을 부여잡고 흔들어 대고 있었다.

‘아, 저 사람들이 부카케 맨이구나.’

"너도 옷 벗어. 테잌 오프. 테잌 오프."

가토가 짧은 영어로 도훈에게 명령했다.

도훈도 발음이 썩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가토의 재팽글리쉬는 귀가 썩을 수준이었다.

그는 도훈에게 탈의를 명령한 뒤 옆에 있던 카메라 감독에게 일본말로 속삭였다.

"여봐, 이 친구 잘 봐두라고. 무려 대표님이 직접 발탁했다는 한국산 대물이니까."

"아, 이 친구야? 소문만 들었는데···."

촬영에 집중하던 카메라 감독은 도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잘생겼는네. 키도 훤칠하고. 바로 데뷔작 찍어도 되겠어."

"어림없지. 우리 신고식 까먹었어?"

"뭐야?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5연사인가 뭔가? 그거 성공한 애들 몇 있지도 않잖아. 이봐, 한국 친구. 힘들면 그냥 연유 써도 돼."

"연유 같은 소릴! 대 선배가 지켜보는데 진액으로 가득 뽑아내야지. 그리고 참고로 얘 일본말 못 알아들어."

"아···."

도훈은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멀뚱멀뚱 눈만 껌뻑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가토가 얄밉기 짝이 없었다.

‘저 쪽바리 새낀 이벤트가 아니라도 한 방 먹이고 싶구나. 하여간 나중에 두고 보자.’

"뭐해? 얼른 시작해야지. 곧 촬영 마무리된다고."

가토가 주춤거리는 도훈을 부카케 맨이 모인 곳으로 등떠 밀었다. 세트장 안으로 들어선 도훈은 생각보다 밝은 조명 빛에 눈을 찌푸렸다.

‘윽, 조명판 때문에 장난 아니네. 뭔 야동하나 찍는데 저렇게나···.’

도훈이 옷을 입은 채 다가가자 대기 중이던 부카케 알바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금 오신 거예요?"

"얼른 옷부터 벗어요."

도훈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탈의를 시작했다. 그의 정체가 촬영장 곳곳에 알려졌는지 스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도훈을 힐끔거렸다.

-쟤가 그 한국 배우 맞지?

-근데 여긴 무슨 일이지?

-아까 못 들었어? 가토 씨가 신고식 한답시고 부카케 하랬대잖아.

-이야, 재밌겠는데?

도훈은 귓가로 들려오는 스텝들의 말을 무시한 채 상의를 훌렁 벗어 재꼈다.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다른 부카케 맨들의 몸과 확연히 비교되는 근육질의 상체가 드러나자, 촬영장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몸하나는 죽이네.

-이거 주연보다 너무 눈에 뛰는 거 아닌가 몰라?

-어차피 카메라 감독님이 밑에만 잡을 거랬어.

우람한 상체에 이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

도훈은 시선을 즐기며 천천히 바지를 끌어 내렸다.

[남들 다 쳐다보는데 훌렁훌렁 잘도 벗으시는군요.]

‘왜? 내가 꿀릴 게 어딨다고?’

도훈은 자신감이 넘쳤다.

공중목욕탕에 가서도 다리 벌리고 앉던 그다.

하물며 AV촬영장이라면 그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흥, 5연사로 나를 기죽이려고 했겠다? 턱도 없는 소리.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도훈이 아래까지 훌렁 벗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져 갔다.

-우아!

-대, 대물이다.

-듣던 것 이상인데?

도훈의 물건을 확인한 가토의 눈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물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 본 그의 물건은 어지간한 대물 배우 싸다구를 후려칠 정도였던 것이다.

‘크흑. 어린놈의 자식이 뭘 먹고 저렇게···.’

가토의 시선을 의식한 도훈은 피식 웃으며 왼손으로 대물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한창 정사 중인 두 배우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들을 프로였다.

도훈의 등장으로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속에도 서로의 배역에 몰입하며 떡 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곧 그들이 마무리에 들어가려는 듯 뒤치기 자세에 돌입하자, 부카케 맨들의 손동작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남의 것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이끄, 이끄!"

여배우는 1류 급은 아니었는지, 신음 소리에 어색한 톤이 묻어나왔다. 절정으로 치달아 가야하는데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았는지 지켜보던 감독이 "컷" 사인을 냈다.

"야! 동작이랑 소리가 싱크가 하나도 안 맞잖아!"

일본어로 호통을 치고 있지만 통역기를 착용한 도훈은 내용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감독의 면박에 남자배우가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였고, 여배우는 쓰미마생을 연발하며 거듭 머리르 조아렸다.

도훈의 옆에서 딸딸이를 치던 부카케 알바들이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감정선 잡기 힘들 텐데···."

"감정선도 그렇지만 저렇게 꾸중 들어가면서 섹스하면 다시 세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나카타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지?"

"응. 근데 저렇게 어설퍼서는 다음 작품은 물건너 갈지도 모르겠는데."

"누가 누굴 걱정이야. 우린 데뷔도 못하고 옆에서 딸딸이나 치고 있는데···."

다시 촬영이 재개되자 두 배우가 다시 분발하며 뒤치기를 이어갔다. 땀을 뻘뻘 흘려대는 남자배우와 요란한 신음을 내뱉는 여배우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에 점점 촬영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때 스텝이 스탠바이 신호를 보냈다.

"부카케 팀 준비하세요."

"드디어 우리 차롄가?"

"아, 나 아직 준비 안 됐는데···."

"무조건 싸야 돼. 시간 오래 끌었다간 일당도 못 건진다고."

도훈은 다른 부카케 맨을 뒤따르며 천천히 사정을 준비했다. 그의 손이 빠르게 흔들리며 대물에 바짝 힘이 가해졌다.

‘딸딸이도 간만인데 남들 앞에서 하려니 죽겠구만.’

[힘내십시오, 주인님. 이벤트 보상이 걸려있습니다.]

도훈은 마법의 정액과 오빠 믿지 립밤을 떠올렸다.

스킬과 아이템 모두 탐이 났다.

‘이런 것도 못 해내서야, 섹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지. 보여주마. 진정한 고수는 언제든 쌀 준비가 되어 있단 사실을.’

도훈이 바짝 힘을 가하자 대물이 풀로 팽창하며 최대 크기가 커져 나갔다. 부카케 맨들의 하체를 클로즈업하던 감독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우옷! 이 친구 진짜 물건인데? 카메라빨 제대로 받잖아?"

감독의 칭찬에 옆에서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던 가토의 볼이 씰룩대기 시작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도훈의 물건은 크기부터 모양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조, 조센징 따위가···.’

< 431. 도쿄 핫(TOKYO-HOT)-1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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