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48화 (421/2,000)

< 430. 도쿄 핫(TOKYO-HOT)-14- >

가토 히로유키.

미키 프로덕션의 간판스타이자, 어지간한 여자배우들보다 유명한 남자 성인 배우. 야동 매니아들 사이에선 ‘섹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존재지만, 대표인 미키에게는 그야말로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였다.

미키 프로덕션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였지만, 대표인 미키는 가토에게 탐탁잖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거물이 되어 버렸어. 별 볼 일 없던 촌놈이 말이야.’

유명세와 함께 회사 내 입지가 올라간 그는, 일개 배우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전횡을 휘둘렀다. 배우 섭외에서부터, 감독 교체요구까지. 거의 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그였지만, 회사의 간판이라는 독보적인 위치 때문에 미키도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

항간에는 그가 배우 출신에서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미키의 뒤를 이를 거라는 소문이 팽배했다. 평소 그를 따르는 후배들을 데리고 회사를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때문에 미키 역시 가토를 살살 달래며, 그의 월권행위를 애써 눈감아 주는 형편이었다.

이 문제가 단순히 영향력 있는 배우와 자존심 강한 프로듀서 사이에 기 싸움에 그치지 않고, 자칫 회사의 존망을 좌우할지 모르는 권력투쟁으로 번질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만큼 미키는 가토의 존재를 껄끄러워했고, 가토는 이를 자극하듯 멋대로 미키의 심기를 건드렸다. 마치 시빗거리를 일부러 만들어내려는 사람처럼.

"호호, 가토. 촬영도 없는데 여긴 무슨 일로?"

미키가 웃는 낯으로 가토를 반겼지만, 가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누님, 섭섭하네. 우리가 이런 사이였어?"

"내가 무슨?"

"이런 걸출한 신인을 영입하면서 나한테는 일언반구도 없고 말이야. 우연히 놀러와서 들었잖아."

"아, 그랬어? 난 연락이 간 줄 알았는데···. 미안, 직원이 깜빡했나 보네."

일본어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도훈은 뭔가 어색한 기운을 감지했다.

‘뭐지, 저 사람? 갑자기 집무실에 쳐들어 와서는···. 그리고 미키는 명색이 이 회사 대표인데 왜 저렇게 쩔쩔매는 거야?’

[확실히 이상하군요. 대체 누굴까요? 신고식 운운하는 걸 보니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데.]

가토는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도훈을 향해 다가갔다.

"네 물건이 그렇게 크다며?"

도훈은 통역기를 통해 내용을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다. 그때 오카모토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토상, 도훈 군은 일본어를 할 줄 모릅니다."

"아, 그래? 돈 벌러 타국에 왔으면 언어부터 배워야지, 이거 영 기본이 안 된 놈이고만?"

"가, 가토상···."

"왜? 어차피 이 조센징 놈은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도훈은 자신을 무시하는 가토의 말에 살짝 얼굴을 굳혔다.

‘저 쪽바리 새끼가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 맞지?’

[네.]

‘아오, 한주먹거리도 안되게 생긴 놈이 어디서 확 그냥.’

도훈이 나서기 전, 미키가 가토를 먼저 나무랐다.

"가토! 도훈 군도 이제 우리 회사 소속이야. 아무리 일본어를 모른다지만 같은 식구끼리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가토는 미키가 도훈을 편드는 모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랍쇼? 지금 미키가 저 신입을 편드는 거야? 회사 간판을 앞에 두고?’

그러잖아도 조만간 독립을 생각하던 가토는 대표의 지적이 아니꼽게 느껴졌다. 미키 프로덕션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는데, 8할 정돈 자신의 몫이라고 여기는 그였기에 미키의 태도가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군. 반반하고 힘도 좋게 생긴 것이 딱 자기 취향인 게로군? 하여간 왕년에 포르노 배우 아니랄까봐 나이 먹고 어린놈이나 밝히기는···.’

가토가 처음부터 미키와 사이가 불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레젼드로 남은 그의 작품들은, 미키가 직접 프로듀싱을 도맡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하지만 미키와 사적인 관계를 이루고 싶었던 가토의 욕망이 거절당한 뒤로, 가토는 그녀와 담을 쌓게 되었다. 특히 미키 대표가 지금의 자신만큼 유명한 포르도 스타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 좌절감은 더했다.

‘하여간 썅 년. 딴 놈한테 다 대주고 나한테만 안주는 나쁜 년. 지 까짓 게 이제와 무슨 지킬 정조가 있다고, 나를 개 무시해?’

독립을 꿈꾸게 된 것도 끊임없는 유혹에도 꿈쩍 않는 미키가 얄미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과거가 있는데, 당장 도훈을 편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의 눈이 질투심으로 불타올랐다.

‘나보다 어린 이 새끼가 더 좋다 이거지? 그래, 잘 됐다. 어차피 나가려던 회사, 아주 깽판 한 번 제대로 쳐주지.’

질투로 얼룩진 가토는 애써 감정을 삭인 뒤 도훈을 향해 친절하게 태도를 바꾸었다.

"여어, 내가 미안하게 됐군. 선배답지 못했어. 이봐, 낙지 대가리. 통역해."

가토는 정수리가 까진 오카모토를 ‘낙지 대가리’라고 불렀다.

오카모토는 빈정이 상했지만, 그에게 차마 대들 생각은 못하고 가토의 말을 전달했다.

"아, 그리고. 정식으로 환영하는 의미에서 우리 회사 전통의 신고식을 해줄까 하는데···. 괜찮죠, 누님?"

가토의 꿍꿍이를 짐작한 미키가 제안을 거절했다.

"도훈 군은 없는 시간을 겨우 짜내 여기까지 온 거야. 굳이 신고식 같은 것은···."

"왜요? 이제부터 우리 식구라면서요? 여어, 낙지 대가리. 얼른 번역하라고. 신고식 치를 준비하라고."

오카모토는 점점 꼬여가는 분위기에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버젓이 대표가 반대를 표하는데도, 강짜로 밀어붙이는 가토의 말을 거역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저, 저기 일단 그것은 대표님과···."

"가토. 그만 하라니까?"

"야! 내 말 얼른 안 전해?"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질 때였다.

갑자기 도훈의 머릿속으로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왔다.

-띠링-

[주, 주인님! 이벤틉니다!]

‘뭐? 밑도 끝도 없이?’

[아마 가토라는 사내의 행동이 특정 이벤트의 조건을 충족시킨 것 같습니다. 내용을 열람해 보시겠습니까?]

‘그래. 디스플레이 띄워.’

★EVENT★

-질투의 화신-

"당신을 시기하는 대적자와 조우하였습니다. 그가 내는 도전과제 3가지를 격파하여, 그를 침몰시키십시오."

‘대적자? 도전과제? 이게 다 뭐야?’

[아아, 드디어 만났군요.]

‘누굴?’

[해당 이벤트는 주인님과 비견될 정도의 능력을 지닌 상대가, 주인님을 질투할 시 생성되는 이벤트입니다.]

‘가만. 저 동네 한량처럼 생긴 아저씨가 내 대적자라고?’

[이벤트 조건에 부합된 걸 보면, 아마도요.]

도훈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가토의 위아래를 훑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범한 30대 후반의 남성일 뿐.

‘거참, 이해가 안 되네. 도전과제라는 건 또 뭐야?’

[대적자로 지정된 상대는 모두 3번 주인님을 시험에 빠뜨릴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이 이번 이벤트의 달성 조건입니다.]

‘헐, 별의별 이벤트가 다 있구나.’

[화면을 터치하시면 도전과제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도훈이 화면을 터치하자 새로운 내용이 떠올랐다.

[대적자의 도전과제]

1. 신고식을 수행하라.

2. ???

3. ???

‘도전과제가 3가지 라더니 하나 밖에 안 보이는데?’

[아마도 앞의 과제가 완성될 때마다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종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놈이 자꾸 지껄이는 그 신고식을 성공하면 1번 과제가 달성된다는 거야? 그 다음 과제가 열리고?’

[네, 그렇습니다. 이벤트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우선 보상부터 듣고.’

[스킬과 특전 아이템입니다.]

‘띄워봐.’

-이벤트 보상

마법의 정액(패시브)-당신의 정액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정액에 미용효과가 추가되어, 정액을 바르거나 섭취한 상대의 피부가 고와지고 군살이 제거됩니다.

-정액에 면역효과가 추가되어 가벼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력이 생성됩니다.

-정액중독 패시브 효과가 더욱 강화되어 상대의 호감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며, 호감도가 낮은 상대의 경우 대폭 증가합니다.

[오빠 믿지?]립밤, 이벤트 보상 아이템

-상대에게 말하기 전 립밤을 입술에 바르고 말하면, 강한 신뢰감을 주는 아이템.

-호감도 80이상의 상대는 무슨 말이든 곧이곧대로 수긍하게 됨.

-호감도 80미만 상대에겐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게 됨.

-총 사용횟수 20회.

이벤트 보상을 확인한 도훈의 눈이 반짝였다.

‘오오! 둘 다 엄청 쓸모 있어 보이는데?’

[당연하죠. 이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스킬이나 아이템들은 최소가 희귀 등급입니다. 구매로 얻기 힘들뿐더러, 포인트가 있더라도 살 수 없는 종류까지 제공되거든요.]

‘좋았어. 놈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지금은 주인님이 도전자의 입장인데요?]

‘그런가? 근데 가토란 녀석이 대체 뭐라고 내 대적자로 설정되는 거야? 정보창 한 번 볼까?’

[남성의 경우 여성과 다른 정보창이 제공됩니다. 그래도 보시겠습니까?]

‘적에 대해 뭐라도 알아야지. 일단 띄워.’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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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가토 히로유키(加藤弘之) (비총각, 14세 7개월)

나이 : 38 #섹스의 신#최강 정력#AV스타

호감도 : 43/100

성취향 : 숫처녀, 애널매니아, 극강 사디스트.

변태성 : 매우 높음

*성감 포인트 : 처녀들을 공략하여 굴복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성편력 : 광적

공략팁

*그는 당신의 존재를 못마땅해 합니다.

*그는 미키를 두고 당신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다음 멘트를 추천합니다.

-추천멘트 : "스고이! 역시 선배님은 섹스의 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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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정보창을 확인한 도훈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

‘어엇, 이게 다 뭐야? 섹스의 신이라고? 저 비리비리해 보이는 녀석이?’

[해쉬테크는 특징을 압축해놓은 단어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별칭일 수도,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투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AV로 이름깨나 날리는 사람인 건 확실하단 말이네?’

[아마도요.]

‘아항, 그래서 나의 대적자로 설정된 것이구나. 감히 나를 두고 섹신 타이틀을 넘보다니 가소롭기 짝이없군.’

[대적자를 결코 우습게 보아선 안 됩니다. 시스템에서 주인님과 동급으로 판단했다는 증거니까요.]

어쩐지 대표인 미키가 유독 쩔쩔맨다 싶더라···.

놈은 이곳 프로덕션에서 가장 잘나가는 탑 스타인 모양. 정보창에 드러난 성취향과 여성 편력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때 가토의 성화를 견디다 못한 오카모토가 쭈뼛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저, 저기···. 가토 상께서 혹시 신고식이 가능하시겠냐고."

나는 이미 대화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되물었다.

"신고식요?"

"그게··· 미키 프로덕션의 오랜 전통입니다. 남자 신입이 들어오면 다른 작품의 부카케 맨으로 특별 출연을 하는···."

"부카케 맨?"

"아, 그러니까 그게···."

오카모토는 내가 단어의 뜻을 모르는 줄 알고 부연했다.

"부카케 맨은 AV에 등장하는 남자 엑스트라입니다. 그 왜, 마지막에 여자 배역의 얼굴이나 몸에 정액을 분사하는···."

"아, 뭔지 알겠어요. 제가 그걸 해야 한다고요?"

그때 미키가 화난 표정으로 오카모토에게 경고했다.

"오카모토! 굳이 가토의 말을 전할 필욘 없어요! 도훈 군에게 그런 일은···."

"잠시만요."

나는 중간에 미키의 말허리를 잘랐다.

미키가 무슨 이유로 가토와 대립각을 세우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건 가토의 제안은 이제 이벤트 보상이 걸려있었다.

"가토 선생님께 전해주세요. 그 신고식이라는 거 해보고 싶다고."

"네?! 저, 정말입니까?"

"네. 전통의 신고식이라면서요. 전 상관없어요."

"뭐래? 하겠데?"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가토가 나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예···. 괘, 괜찮다는 군요."

"이야, 한국 동생. 정말 화통하구만? 딱 내 맘에 들었어."

"가토!"

미키 가토에게 빽 소리쳤다. 가토는 대표의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뺀질거리는 태도로 말했다.

"왜요, 누님. 본인이 하겠다잖아요? 솔직히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여자배우들 데뷔작 머리 올리는 것만큼이나 남자 배우들한테 이 신고식이 의미있는 행사라구요. 어쨌든 정식으로 한 식구가 되는 의식이니까."

"도훈 군은 사정상 얼굴을 드러낼 수 없게 되어 있어. 계약도 그렇게 진행했고."

"그래요? ···뭐 상관없어요. 부카케 맨은 거기만 나와줘도 되는 거니까. 암튼 카메라 감독에겐 얼굴은 절대 찍지 말라고 할게요. 단."

가토는 내가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것으로 알고 있음에도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식 신고식인 만큼 5연사는 무조건 채울 겁니다."

"그건 절대 안 돼. 도훈 군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오늘 당장 촬영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그럼 부카케 끝나고 슛 들어가면 되죠. 그게 뭐가 걱정이에요? 설마 그만한 정력도 없는 애를 누님 취향 따라 섭외한 건 아니죠?"

가토는 집요하리 만큼 미키의 주장을 일축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 신고식이라는 게 부카케 맨으로 5연사를 성공시켜야 하는 건가보군?’

5연사라는 주장하는 가토 앞에, 미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오카모토의 얼굴 또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둘 다 가토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는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후후. 하지만 너희들이 아직 모르는 게 있지.

바로 내가 지구 유일의 대물 플레이어란 사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가토를 쳐다보았다.

‘똑똑히 봐두라고 건방진 AV스타 씨. 한국산 고추의 위대함을 이제부터 증명해 보일 테니까.’

< 430. 도쿄 핫(TOKYO-HOT)-1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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