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 도쿄 핫(TOKYO-HOT)-12- >
***
안도 미키는 어렸을 때부터 발육이 남달랐다.
본래 한국보다 한 치수는 더 크다고 알려진 일본인 중에서도 우월한 가슴 사이즈를 자랑했다.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 월경을 시작할 만큼 조숙했던 그녀는,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남자 선생님들이 민망해 눈을 못 마주칠 만큼 압도적인 몸매를 갖추게 되었다.
모두의 딸 감. 그녀의 공식 별명.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술 먹다 엉겁결에 처녀를 내준 동네 오빠도 아니고, 그녀의 이름을 팔에 문신으로 새겼던 폭주족 양아치도 아니었다.
바로 우연히 만나게 된 외국인 남자친구였다.
당시 갸루 화장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 미키 또한 진하게 화장을 하고 시내로 놀러 갔다. 그러잖아도 성숙한 몸매에 진한 화장으로 얼굴까지 감춰지자 누구도 그녀를 17살의 고등학생으로 보지 않았다.
"Hello, pretty girl?"
인파에 떠밀려 친구들과 떨어진 그녀에게 다가온 건 비니를 눌러쓴 거대한 흑인이었다. 외국인에 대해 다소 공포심을 갖고 있던 그녀였지만, 흑인의 상냥한 태도와 유머러스한 말솜씨에 그녀는 순식간에 빠져들어 버렸다.
‘왠지 좋은 사람 같아.’
그녀는 나이를 속인 체 그와 데이트를 했고, 처음 본 그날 밤 바로 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 뒤 미키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존슨은 정말이지 짐승 같은 남자였지. 아침 일찍부터 데이트를 하는 날에는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어린 나에게 욕정을 풀어댔으니까.’
주일미군이라 밝힌 사내는 존슨이라고 했다. 이름처럼 그곳 역시 대단했다. 보통 흑형이라면 대부분 사이즈가 크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존슨은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컸다.
십년 넘게 현역 포르노 배우로 활동했던 그녀조차, 존슨보다 더 큰 사람은 두 번 다시 보지 못했을 정도로.
‘그리고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야, 이도훈.’
미키가 도훈의 훌륭한 물건을 눈 앞에서 목도하고도 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존슨과의 추억때문이었다.
도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존슨을 능가하진 못한다.
그에 비하면 도훈은 한낱 애송이일 뿐.
평정심을 되찾은 미키는 도훈의 껄떡대는 물건을 보면서도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훈군. AV 배우가 쉬워 보이나요?"
도훈은 미키의 절제력에 감탄하며 대답했다.
"쉽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사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섹스를 한다는 것이···."
그때 도훈이 미키의 말 허리를 끊고 들어왔다.
"···그렇다고 딱히 어렵다고도 생각하적도 없고요."
도훈의 당찬 대답에 미키가 살짝 눈을 치켜떴다.
"흠?"
테이블에 걸터앉은 그녀가 아슬아슬한 자세로 다리를 꼬았다. 들춰 진 치마 사이로 거뭇거뭇한 음부가 보일락 말락 비추었다.
"이유는요?"
"그래 봐야 섹스니까요."
"섹스가 쉽나요?"
도훈이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T2000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일어설 때만큼 의연한 자세였다.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하나씩은 있죠. 어떤 이는 달리기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평형감각이 뛰어나죠. 저는 운 좋게 섹스에 대한 재능 타고 났습니다. 섹스가 쉽냐고요? 네. 한 번도 어려웠던 적이 없습니다. 대답은 충분한가요?"
"후후!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그 발딱 선 잦이 만큼이나."
‘하여간 어린 것들이란···.’
미키는 실소가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타고난 물건과 젊은 혈기에 힘입어 섹스를 우습게 보는 것 뿐이다.
미키가 다시 물었다.
"취미로 즐겁던 일도 막상 직업이 되면 곤혹스러운 법이죠. AV 배우가 그래요. 늘 기쁨과 쾌락만 있을 것 같지만, 그 속엔 남들 모르는 속앓이와 고단함이 감춰져 있죠."
"그건 대표님 본인 이야긴가요?"
"···네?"
"대표님도 한때는 배우셨으니까요. 섹스가 괴로우셨나요?"
역으로 물어오는 도훈의 질문에 이번엔 미키가 당황했다.
‘뭐, 뭐지? 이 당돌함은? 내가 우습게 보이나?’
"전혀요. 난 정말로 이 일을 즐겼어요. 나에겐 천직이나 마찬가지였죠."
"대표님이 그러했듯이 저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죠."
여전히 도훈의 목소리엔 패기가 넘쳤다.
미키의 평정심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 꼬맹이가···. 확 그냥 본 때를 보여줘?’
그녀는 도훈을 5분컷 시킬 자신이 있었다.
아니 5분 컷도 모자라, 뺀데 또 빼서 일주일 넘도록 현자타임을 겪게 만들 수도 있었다.
아무리 은퇴했다지만, 미키는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스타. 도훈이 비록 빛나는 원석과 같은 존재라지만, 자신에 견주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그 자신감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요. 일단 제 테스트는 합격이에요."
"네?"
"이제 옷 입어도 좋다구요."
미키의 대답에 이번엔 도훈이 낭패감을 느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속마음은 저토록 나를 원하면서··· 어떻게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 거야?’
[제가 그래서 호락호락 보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여잡니다. 주인님의 의중을 꿰뚫어 보았다면, 절대 먼저 덤벼들 스타일은 아닙니다.]
‘쳇. 꼴에 사장이라 이거냐?’
[그보단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겠죠.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하니까.]
‘흥.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오늘 밤 기필코 넘기고 말겠어.’
도훈은 오기가 북받쳤다.
잦이를 세워 놓고 이토록 초라한 기분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잠시만요."
"또 뭐죠?"
"아까 분명 제가 먼저 벗으면 대표님도 보여주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도훈은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가 얼마나 흥분해 있는지, 그 적나라한 속내를 까발리고 싶었다.
도훈의 속셈을 짐작한 미키가 한쪽 다리를 구부려 테이블 위에 걸쳤다. 기생년 곰방대 물 듯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미키가 과감하게 찢어진 치마폭을 옆으로 젖혔다.
펄럭-
"우옷!"
미키의 구멍을 목도한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세상에! 걸레 같은 모습을 상상했는데 어쩜 저렇게 예쁠 수가!’
깔끔하게 제모 된 미키의 그곳은 10대 소녀처럼 풋풋했다.
대음순이 늘어진 부분도 없고, 까맣게 착색된 곳도 없이 팽팽하면서도 구멍 안에선 싱그러운 향기가 퍼져나오는 착각을 일으켰다. 미키는 도훈의 표정을 보더니 보란 듯이 가랑이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제 됐나요?"
"아···."
도훈은 끝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축축하게 젖어있을 거라 예상했던 미키의 그곳은 사막처럼 메말라 있던 것이다.
마치 니까짓 풋내기로는 날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처럼.
도훈이 꼬무룩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있는데, 치마를 다시 정리한 미키가 그런 도훈을 향해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군요. 오늘은 이쯤 마무리하고 정식 계약에 대해선 내일 오전 다시 얘기하도록 해요. 참, 생각 바뀌면 언제든 오카모토에게 말해도 좋아요. 도훈 군이 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난 괜찮으니까."
"······."
"그럼. 곰방와."
미키는 찢어진 치마를 펄럭이며 집무실을 먼저 나섰다.
잠시 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카모토가 다시 돌아왔을 때 도훈은 처참한 기분을 느끼며 바지를 추슬러 올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오카모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훈 상, 다이조부? 안색이 안 좋습니다."
"아···, 예. 좀 피곤해서."
"방금 대표님껜께 들었습니다. 계약 여부에 대해선 내일 오전에 매듭짓기로 했다고. 오늘은 일단 숙소 가서 쉬시죠. 주변 호텔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네."
도훈이 축 처진 어깨를 끌며 오카모토를 뒤따랐다.
전혀 젖어있지 않았던 미키의 그곳.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쉬이 떠나질 않았다.
***
"하아, 어린 것이 당돌한 맛이 있네···."
고급 스포츠카에 오른 미키는 그제야 겨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음처럼 차갑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락으로 들떠 있었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체 손을 내려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잠깐 밑을 만지고 빼는데도 손바닥 전체에 진득한 애액이 묻어나왔다.
그녀가 젖은 손가락을 혀로 핧으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있었어도 줄줄 싸버릴 뻔 했잖아?"
실은 미키가 무덤덤했던 것은 뛰어난 컨트롤 능력 덕분이었다. 그녀는 맘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도 충분히 젖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훈에게도 얕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했다.
그리하여, 몸은 미친 듯이 원하면서도 부동심을 발휘해 가까스로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긴장이 홀로 차에 오르는 순간 눈 녹듯 풀리며 밑에는 홍수가 터져 버렸다.
"하아···. 이대로 집에 가기엔 힘들겠어."
도훈의 우람한 대물을 떠올리며 미키가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스포츠카는 수동식 변속 시스템이었는데, 가운데 달린 기어가 유난히 도톰하게 솟아 있었다.
보조석과 운전석 사이에 등 돌려 쪼그려 앉은 미키는 수동 기거의 두꺼운 손잡이 부분을 향해 구멍을 끼워 맞추더니 단숨에 주저 앉았다.
"하악!"
기어봉 자위를 시작한 미키는 8기통 엔진이 무색할 정도로 커다란 신음을 쏟아냈다.
"아아, 도훈군의 친코(잦이) 스바라시!"
기어봉을 도훈의 대물에 대입한 미키가 미친듯한 요분질로 아쉬움을 달랬다. 진한 썬팅 탓에 안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스포츠가는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한편 홀로 숙소에 들어온 도훈은 쓰러지듯 침대로 몸을 던졌다.
"씨발."
입에선 자연스럽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엎드려 누운 그는 분한지 주먹을 쥐고 침대를 쾅쾅 내리쳤다.
"씨발, 씨발! 일본 까지 와서 쪽이란 쪽은 다 팔리고!"
침대의 파동이 그의 몸을 흔들며 안 그래도 심란한 마음을 더욱 흔들어 댔다. 도훈이 엎드려 누운 체 애꿎은 침대를 두들기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오카모톱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벌써 주무시나요?"
"아, 아닙니다. 화장실에 좀."
도훈은 황급히 일어서서 오카모토를 향해 문을 열어 주었다.
오카모토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도훈에게 봉지를 하나 내밀었다.
"출출 하실까 봐 맥주랑 야식 좀 사 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룸서비스도 안될 것 같아서요."
"아···. 감사합니다. 들어오시죠."
"아닙니다. 저도 집에 들어가야 해서요. 오랜만에 갔는데, 집사람에게 취한 모습을 보일 순 없죠."
"네. 그렇겠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모쪼록 좋은 결정 내리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카모토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앞에는 야시시한 여자 사진과 핸드폰 번호가, 뒷면엔 큰 거리를 중심으로 약도가 그려진 명함이었다.
"평이 괜찮은 소프랜드입니다. 일본에선 공식적으론 성매매가 되지 않습니다만, 이곳은 말만 잘하면··· 흐흐. 혹여나 적적하면 한 번 가보십시오. 그래도 외국에 나왔는데 재미도 보고 그래야죠."
도훈은 민망하게 명함을 받아 들였다.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오카모토가 나간 뒤 도훈은 기분 나쁘다는 듯 명함을 날려버렸다. 표창처럼 날아간 명함이 재수 좋게 화장대에 걸린 드라이기 틈 사이에 박혔다.
"어우 씨발, 진짜 찐따 취급이네."
[왜 그러십니까?]
‘나보고 성매매나 하라는 거잖아. 일본까지 와서. 한국에 있을 때도 돈 주고 해본 적 없는 나한테.’
[에이, 호의로 그런 거겠죠.]
‘아니야. 오카모토도 분명 눈치 챈 거야. 내가 대표한테 까인 걸.’
도훈이 계속 씩씩 거리자 로시가 그를 위로했다.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실 것은 없습니다. 막말로 처음 본 여자랑 바로 자는 일이 정상은 아니니까요.]
‘상대는 포르노 배우 출신이었어!’
[포르노 배우라고 창녀는 아니죠.]
‘어쨌든 나한테 호감을 갖고 있었잖아. 정보창에선 분명 나를 원하고 있었다고!’
[호감을 드러낸 모든 여자가 주인님 앞에서 자빠지는 것은 아니죠. 솔직히 말해 보십시오.]
‘뭐?’
[미키가 흥분하지 않은 것이 자존심 상하셨던 거죠?]
‘······.’
정곡을 찔린 도훈은 뭐라 할 말이 없어 오카모토가 건넨 비닐봉지를 뒤적거렸다.
"맥주나 마시고 실컷 잠이나 자야겠다. 역시 맥주는 일본 맥주지."
[지금 대답을 회피하시는 건가요?]
‘그래. 자존심 존나게 상했다. 됐냐?’
도훈은 목이 타는지 캔 뚜껑을 까더니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꺼번에 차가운 술이 들어가자 뒷골이 찌르르 울리며 이마가 지끈거렸다.
"으으! 대가리 깨질 것 같네."
[너무 자책 마십시오. 미키양도 분명 동요했을 겁니다.]
‘근데 거기가 그래? 내 대물을 보고 미동도 없는 여자는 처음이라고!’
[미키양 정도 되는 고수라면 그 정도는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르죠. 솔직히 말해 그렇다할 접촉이나 애무도 없지 않았습니까?]
‘음?’
로시의 말을 들은 도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직접적으로 터치한 건 없었군. 그래도 내걸 바로 앞에서 만졌잖아. 냄새까지 맡고."
[에이, 그녀가 어디 보통 사람입니까? 배우로만 10년 넘게 활동한 베테랑입니다. 남자 물건 한번 만졌다고 흥분하기엔, 그간 쌓인 내공이 만만치 않겠죠.]
‘으음···. 듣고 보니 그럴싸한데···.’
[조급하게 마음먹지 마십시오. 이제 겨우 첫날입니다. 위업을 위해 먼 길을 시간 내서 왔는데 소소한 것에 연연하는 모습은 주인님답지 않습니다.]
‘하긴. 맞어. 내가 좀 조급한 것 같군.’
[계약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해야지. 위업도 해결하고 용돈 벌이도 할 겸 말이야. 그리고 마짐가에 어떻게든 미키에게 태극기를 꽂고 말 거야.’
[역시 그래야 우리 주인님 이시죠.]
‘근데 왜 이렇게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지?’
도훈은 그제야 자신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홧김에 원샷으로 들이킨 사실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그간 시험공부로 쌓였던 피로가 밀어닥쳤다.
"아으··· 나의 일본 첫날밤이··· 이러면 안되는데···."
도훈이 사력을 다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썼지만, 유독 술에 약한 그는 끝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 428. 도쿄 핫(TOKYO-HOT)-1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