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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44화 (417/2,000)

< 426. 도쿄 핫(TOKYO-HOT)-10- >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주차장으로 나가자 선글라스를 쓴 남성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띄는 화려한 꽃남방을 입은 사내였다.

"저희 프로덕션 소속, 가네다 군입니다."

"하지메 마시떼! 와따시와 가네다 데스."

가네다라 불린 사내는 불량스러운 인상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예의가 바른 사내 같았다. 한참 나이 어린 도훈을 대하는 데도 깍듯한 태도가 돋보였다.

가네다는 오랜만에 만난 요시모토가 반가웠는지 자기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어를 모르는 도훈으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귀국이군요. 오카모토상, 저 사람이 대표님이 한눈에 꽂혔다는 그 한국인 맞죠?"

"그렇다네."

"생각보다 훤칠하군요. 우리 쪽 비쥬얼 치고는 너무 화려한 게 아닌가 싶은데···."

통상적으로 AV남자 배우들은 평균은 추남에 가깝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남자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외모보다 섹스 능력이 월등하게 중요하다는 점과, 대리만족을 주어야 하는 주 고객들에게 얼굴이 반반한 사내는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얼굴 잘생긴 남자가 여자를 꼬셔 섹스하는 것은 너무 진부하고 뻔하다. 오히려 못생긴 남자가 예쁘고 어린 여자를 공략하는 것이 다양한 연령 층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저렇게 빻은 녀석도 미인이랑 하는데 나도 충분히···.

이런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여성 고객에게도 못생긴 남자는 먹히는 편이었다.

배덕감과 굴욕감을 좋아하며, 강간 판타지가 있는 여성들에겐 못생기고 무식해 보이는 남성일수록 리얼리티가 살아난 다는 것이었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AV업계에 종사하는 남자배우들의 평균 외모는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차라리 몸매만 좋은 경우는 허용해도, 아이돌처럼 훈훈하고 잘생긴 외모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차량에 오른 오카모토의 도훈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나도 가면 벗을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조금 걱정을 했다네. 하지만 본인이 얼굴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니 문제 되진 않을 거야."

"아, 그렇군요."

두 사람이 계속 일본어로 얘기를 나누자 도훈도 문득 대화내용이 궁금해졌다.

‘대체 둘이 뭔 얘길 하는 거야? 분명 내 얘기를 나누는 거 같은데 당최 뭐라는 줄 알아들을 수가 없네.’

[아쉽게 됐군요. 백마타고 흑마타고 업적을 완료하셨다면, 외국어 회화가 가능했을 텐데요···.]

‘젠장. 그 업적은 솔직히 너무해.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 백마, 흑마를 타보라니···.’

[왜요?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진 않습니까? 당장 사라양의 경우도 있고.]

‘그렇긴 한데, 막상 흑마 보기가 생각보다 어려우니···. 혹시 통역 관련된 아이템은 없어?’

[아이템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통역도 해준다는 데 굳이 포인트를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두 사람이 일본말로 얘기하는 걸 들으니까 아무래도 일본말을 알아들을 순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러면 나중에 대표랑 협상을 벌일 때도 유리할 것 아니야. 특히 내가 일본말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방심할 테고.’

[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목록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디스플레이에 추천 아이템이 떠올랐다.

[외국어 번역기]어플, 3000p

-현존하는 모든 외국어를 모국어로 번역,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띄워줍니다.

-일부 비속어나 전문 용어의 경우 번역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구 소장

‘3,000포인트? 너무 비싼데?’

[효과는 이게 제일 좋습니다. 번역도 동시통역 급인데다, 현존하는 모든 언어를 자동으로 변환해 주니까요.]

‘안 돼. 아무리 그래도 위업만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데···.’

[‘백마타고 흑마타고’의 외국어 습득 능력은 해당 언어 사용자와 성적인 교류를 통해야만 을 수 있습니다. 이건 그 과정이 생략되고요.]

‘어쨌든 피같은 3,000포인트나 주고 살 순 없다고. 다른 걸알아봐. 소모성이어도 괜찮으니까.’

[넵, 알겠습니다.]

로시가 마켓창을 뒤지더니 다른 아이템을 띄웠다.

[야, 너두 들을 수 있어]귀걸이, 500p

-지정된 언어를 자동을 번역해 주는 장비입니다.

-한번에 한 언어만 번역 가능하며, 말하기 기능은 자매품인 ‘야, 너두 말할 수 있어, 마스크’ 착용 시 가능합니다.

-5시간 사용 후 종료.

[이 아이템은 어떻습니까?]

‘오오, 가격 착하네. 어차피 일본어만 들을 수 있으면 되고. 근데 자매품은 가격이 어떻게 돼?’

[똑같이 500포인트입니다. 세트 구매시 10% 할인이 가능합니다.]

‘천상계 마켓 상술도 엄청 나구나. 저번에도 무슨 쿠폰까지 주더니만···.’

[다만 마스크는 지금 같은 계절엔 너무 눈에 띌 수 있습니다.]

‘마스크는 됐어. 어차피 일본어도 못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말문이 트이는 것도 우습잖아. 거짓말 쟁이 같고. 듣기만 할게.’

[저걸로 구매해 드릴까요?]

‘그래. 근데 귀걸이가 너무 요란해도 곤란한데···.’

[물론 원하시는 디자인 샘플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도훈은 여러 샘플을 확인한 후 가장 작은 형태의 귀걸이를 선택했다. 잠시 후 도착한 귀걸이를 왼쪽 귓불에 장착하자 신기하자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며 선택가능한 언어 목록이 떠올랐다.

[초기 설정입니다. 원하는 언어를 선택해 주십시오.]

‘일본어.’

[일본어로 번역하겠습니다. 사용시간은 최대 5시간이며, 귀걸이를 탈착하면 남은 시간이 보존됩니다.]

‘아하, 그러니까 필요할 때만 장착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거군?’

[물론입니다.]

‘좋았어. 그럼 시험 테스트를 해볼까?’

도훈이 귀걸이를 부착하고 귀를 기울이자 놀랍게도 가네다와 오카모토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대표님도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네요. 한국 남자에게 일본 여자가 범해지는 것을 과연 용납할 수 있을지···."

"그런 네토물은 예전에도 자주 있었어. 피지컬 좋은 백인이나 흑인들이 여자들을 강간하듯 덮치는 장르 말이야."

"하지만 이건 경우가 좀 다르죠. 그런 장르는 사실 외국인에 대한 환상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거잖아요. 일본 남자에겐 없는 거대한 물건이 궁금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한국인은···."

대화를 듣던 도훈은 이것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임을 곧바로 깨달았다.

‘흐음. 하여간 쪽바리들이란. 못 알아듣는다고 실컷 내 흉을 보고 있었구나.’

도훈은 대화 내용을 전혀 모르는 척 창가를 응시하며 도쿄의 발전된 도심을 구경했다. 일본어로 된 간판만 아니었다면 서울 시내 어딘가를 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위화감이 없는 풍경이었다.

보조석에 탄 오카모토는 슬쩍 뒤를 돌아 그런 도훈에게 한국어로 말했다.

"저희끼리만 얘기해서 심심하시지요? 오랜만에 만난 회사 직원하고 할 얘기가 많아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말씀들 나누세요. 저는 시내 구경 중입니다."

"네. 도쿄도 서울하곤 비슷합니다. 차가 반대로 다니는 것만 빼면요."

"하긴 그렇군요."

도훈이 다시 신기한 듯 밖을 쳐다보자 오카모토가 가네다에게 말했다.

"어쨌든 대표님 촉을 한 번 믿어 보자고. 우리 미키 프로덕션을 이 정도로 키워내신 분이니까."

"글쎄요. 대표님의 현역시절이 대단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슬슬 지는 별일지도 모르죠."

"뭐라고?"

"아니 우리끼리 얘기지만 솔직히 요새 업계 사정이 예전만 못하잖아요. 외국에선 벌써 VR이다 뭐다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개인사업자 수준인 스트리머들이 점점 시장을 잠식해 오니까···."

"그러니 더 믿어봐야지. 저 친군 한국 인터넷 방송에서도 엄청난 유명인이었다고."

오카모토의 얘기를 듣던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뻔 했다.

‘내가 유명인이라고?’

[왜요? 주인님이 누군진 몰라도 대물배트맨은 한참 핫 했잖습니까?]

‘아, 그 말인가? 아무튼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나를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나 보구나. 대표가 추진하는 데도 밑에 직원들이 이정도로 반발했던 걸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도훈은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자신을 불신하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쪽바리 새끼들한테 한국 고추 매운맛 좀 보여줘봐?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도 모르나 보네.’

[음? 그건 좀 어폐가 있지 않나요? 주인님은 절대 작은 고추가 아니신데···.]

‘모르겠냐? 작은 고추도 매운데, 큰 고춘 오죽 하겠냐고. 더 맵지.’

[아!]

도훈은 대강의 분위기를 파악했을 때 차가 커다란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AV제작사라 그런지 지하2층, 지상 5층에 이르는 사옥은 딱 봐도 엄청난 규묘였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네."

도훈은 상상외로 큰 미키 프로덕션의 규모에 살짝 놀랐지만, 이정도로 기가 죽을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두 사람의 안내에 따라 당당한 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저는 그럼 이만."

운전을 맡은 가네다가 인사를 마치고 물러가자 오카모토가 단독으로 도훈을 에스코트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의 집무실이 위치한 5층에 올랐다.

"건물이 무척 크네요. 한국에 있는 아이돌 기획사 같아요."

"아, 그렇습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 미키 프로덕션은 일본 내 업계 서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삽니다. 한해에 출시하는 레이블만 500여종이 넘구요."

"500편이아요? 야동을 무슨 그렇게나···."

"하하.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이지요."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루가 멀다하고 야동이 쏟아지는 판이니···. 그래도 하루 한 편 이상 찍어내는 것도 정상은 아니네.’

띠링-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자 오카모토가 긴 복도를 지나 안쪽으로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대표님께서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늦은 시간인데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도훈 군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오카모토는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긴장한 표정으로 반들거리는 머리를 쓱 쓸어 올렸다. 도훈은 그 사이 재빨리 번역 귀걸이를 착용했다.

똑똑-

"오카모토데스."

"들어와요."

***

"들어와요."

번역 귀걸이의 성능은 엄청났다. 해당 언어를 동시통역해서 변화시키는데, 마치 한국말로 말하는 것처럼 위화감이 없었다. 아마도 백마흑마 위업을 완성한 뒤 외국어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오카모토의 안내를 따라 들어가자 고급 양탄자가 깔린 대표의 집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덧 10시가 넘어선 시간이었기 때문에 통유리창 밖으론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까지 내려오는 긴 드레스를 걸친 여인이 뒤 돌아선 체 창밖

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여자가 미키 대표겠지?’

[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 근데 좀 예의가 없군요. 손님이 들어왔는데 환영도 않다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싸가지가 없는건지, 의도된 연출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

[연출이라뇨?]

‘일부러 저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거지.’

[오호.]

‘생각해봐. 처음부터 엄청난 몸값을 불렀어. 비행기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끊어주고, 도착한 뒤 공항엔 기사까지 대기시켰지. 그리곤 거대한 사옥 집무실에선 도도한 자세로 상대를 무시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거겠어?’

[흐음, 글쎄요?]

‘그만큼 내가 탐나는 다는 뜻이겠지.’

[주인님이요?]

‘그래. 한 번 지켜보자고.’

"저기, 대표님?"

한참을 기다려도 미키가 반응하지 않자 민망해진 오카모토가 다시 한번 대표를 불렀다. 미키는 그제야 새삼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야경이 너무 예뻐서요.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바토만 센세."

미키의 일본어는 곧바로 통역이 되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오카모토가 다시 통역했다. 이미 들은 내용이라 나는 오카모토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미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상당한 미인이군.’

[그렇군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외몹니다.]

‘그러게. 어떻게 보면 농염한 30대 중반 같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40대 초반 같기도 하고···. 으음. 확실한 건 색기 넘치는 여자라는 거야.’

나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미키가 고혹스러운 몸짓으로 소파쪽으로 걸어갔다. 옆트임이 있는 차이나 드레스가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슬쩍쓸쩍 드러냈는데, 어찌나 깊숙이 패였는지 허벅지 안쪽이 다 내비칠 정도였다.

상의 역시 차이나 풍 칼라로 목 위까지 올라가 있었는데, 몸에 찰싹 붙는 소재 덕분인지 풍만한 가슴이 불룩 튀어나와 시선을 주지 민망한 정도였다.

‘키야. 쓰리스카우터 안경으로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네. 무슨 아줌마 몸매가···.’

[유부녀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긴. 저 나이에 이정도 업체를 운영할 정도면···. 아직 미혼일지도.’

"앉아요."

"네."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은 미키의 맞은편에 내가 앉았다. 오카모토는 내 왼편에 앉아 그녀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다리를 꼰 자세 때문인지 훤히 드러난 허벅지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저것 역시 의도된 전략일까?

"미남이군요. 생각보다."

"잘생기셨답니다."

"별말씀을. 대표님도 굉장히 미인이시네요."

"감사하답니다. 그리고 대표님도 예쁘십니다."

"호호."

"호호."

"아니 웃는 건 저도 아는데요."

"아, 쓰미마셍."

같은 말을 두 번씩 들으니 짜증이 났지만 일본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티낼 순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어를 못하는 이상 오카모토의 존재를 필수적이었다.

몇 차례 의례적인 덕담이 오간 뒤, 미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영상은 인상깊게 봤어요. 혹시 실물로도 가능할까요?"

< 426. 도쿄 핫(TOKYO-HOT)-1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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