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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34화 (407/2,000)

< 416.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23- >

민주는 좆물을 한껏 들이키고는 그대로 방바닥으로 나자빠졌다. 지나친 체위 변화에 체력을 소진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성애 기술과 관련된 스킬북 목록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럼 다른 것도 있어?’

[물론이죠. 스킬북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곳을 대도서관이라고 칭하기도 할 정도로요.]

‘대도서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근데 그 정도로 스킬북이 많다고?’

[한 번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구경? 디스플레이 창에 띄우는 거 아니었어?’

[스킬 북 마켓은 별도의 AR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AR? VR 비슷한 건가?’

[네. 증강현실을 응용해 현실계에 가상의 공간을 직접 투영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당장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때 바닥에 늘어져 있던 민주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주, 주인님 잠시 씻고 와도 될까요?"

자꾸 손으로 똥구멍을 매만지는 것을 보니, 혹시라도 똥실금을 했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그래."

"감사해요."

민주는 똥구멍이 쓰라린 모양인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욕실로 향했다. 대물을 받아냈으니 한동안 어기적거리며 걸어야겠지.

민주가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는 사이, 나는 스킬북 마켓을 열었다. 그러자 눈앞이 환해지면서 민주의 거실안에 거대한 도서관이 펼쳐졌다.

"우, 우앗!"

문자 그대로 그것은 펼쳐졌다.

천장 위에서 거대한 책장들이 쿵- 하면서 떨어지더니, 병풍처럼 내 주위를 에워쌌다. 지나침 현실감에 움찔 놀라며 물러서는데 로시가 말했다.

[쫄지마십시오. 실제처럼 보이지만, 증강현실일 뿐입니다.]

‘뭐, 뭐가 이렇게 리얼해?’

[천상계의 하이 테크놀러지를 인간의 조잡한 기술과 비교할 수 없죠. 책장을 한 번 둘러 보시겠습니까?]

책장 귀퉁이에는 음각으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집트 쐐기문자처럼 생겼는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써진 거야?’

[본 카테고리는 ‘체술’ 항목입니다.]

‘체술?’

책장으로 들어가 책을 뽑으려 했지만 허무하게 허공을 짚을 뿐이었다.

"얼레? 진짜 허상이네?"

[스킬북 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은 ‘고수’ 랭크 부터입니다. 주인님은 그저 표지만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흐음, 지금은 그림의 떡이란 소린가?’

나는 책장에 놓인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책들을 눈으로 쭉 훍었다. 두꺼운 하드 커버에 색바랜 속지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죄도 오래된 책들 뿐이군?’

[실상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구매 후 습득하면 스킬을 흡수하는 식이니까요.]

‘근데 왜 저렇게 요란하게 만들어 놓은 건데?’

[글쎄요. 파는 사람 취향이 아니겠습니까? 엔틱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걸지도.]

‘거참, 취향 하고는···.’

나는 체술 항목의 목록을 훑다 ‘박투술’이라는 제목에 멈추었다.

‘박투? 맨손 싸움 말인가?’

[네. 싸움에 대한 기술이 적힌 스킬 책입니다. 현대의 종합격투기에 준하는 스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호라, 이런 식이구나.’

그 뒤로도 여러 책들을 눈으로 훑었다.

호신술, 유술, 난투 등 다양한 종류의 스킬들이 빼곡이 담겨 있었다.

"와, 이걸 다 익히면 정말 무지막지하게 강해지겠는데?"

[체술은 전투 기술의 일부일 뿐입니다. 마법이나 검술 항목은 이보다 훨씬 종류가 많습니다.]

‘정말? 그런 스킬도 익힐 수 있다고?’

[물론입니다. 대마법사까지 올랐던 멀린이나, 인중 최강이라 불리던 여포,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업적을 남긴 충무공 등··· 지금껏 존재했던 수많은 플레이어에게 이곳은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오! 그러니까 방금 말한 사람들도 다 여기서 스킬 북을 구매했다는 소리지?’

[아무래도 랜덤으로 받는 스킬만 가지고는 고수 이후로 발전이 힘들거든요. 그때부턴 포인트를 모아 특정한 스킬트리를 구성하셔야 합니다.]

‘알겠어. 그나저나 내가 말한 스킬북들은 어딨지?’

[넵,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신기한 곳이었다.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책장이 테트리스처럼 스스로 이동했다. 거대한 책장 밑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앞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더니 조그만 책장 하나가 내 앞으로 당도했다.

[여기 주인님이 찾는 스킬 종류가 있을 것입니다.]

‘고작 한 칸이네?’

다른 책장과 달리 상당히 작은 책장이었다.

꽂혀 있는 책의 종류도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별로 인기가 없는 항목이다 보니···.]

‘쯧쯧. 옛말에 영웅호색이라 했거늘 전대 플레이어들이 뭘 몰라도 한 참 모르는구만? 허구헌날 전쟁만 하고 발명만 하니까 밤일이 시원찮지.’

[주인님이 유달히 호색한이긴 하죠. 영웅인지 모르겠지만요.]

‘닥쳐.’

[넵.]

책장을 눈으로 훑자 여러 제목들이 보였다.

‘현자타임, 이쁜이 시술, 포, 폭주 피스톤?’

이름부터가 요란한 제목을 보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카마수트라’라고 적힌 스킬북이었다.

‘아아! 이게 그···.’

[네. 108가지 체위가 내장된 스킬북입니다.]

‘잠깐 볼 수 있을까?’

책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여전히 야속하게 허상을 관통할 뿐이었다.

[말했듯이 고수 이하의 레벨에선 열람이 안 됩니다. 익히는 것조차 불가능하고요.]

‘젠장. 서러워서 얼른 레벨업을 하던가 해야지. 가격은 얼마나 하는데?’

[스킬북의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스킬 등급에 따라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니까요.]

‘아니 그니까 카마수트라 스킬북이 얼마냐고.’

[흐음, 25,000 포인트 군요.]

‘흐엑! 2500이 아니라?’

[네. 25,000입니다.]

‘장난 아니네? 은둔자의 밤이슬? 저건 얼만데?’

[정력을 축적 시킬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이군요. 1만 포인트입니다.]

‘만능 물약? 저건?’

[정액에 특수한 효과를 장착시키는 스킬입니다. 15,000포인트입니다.]

‘세상에 만 단위가 아닌 게 없네···. 이걸 사라는 건지 말라는 거지···.’

천포인트 짜리 아이템 하나 사는데도 손이 벌벌 떨리던 나다. 포인트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스킬 하나에 최소 만 포인트라니···.

막상 고수가 된다고 해도 스킬북 하나 사려면 몇 날 몇 일 심사숙고 해야 할 지경이다. 아니 그때까지 만 포인트를 모을 수나 있는 것일까?

[현재 기준으로 포인트를 생각하실 필욘 없습니다. 중수 이후부터 신들의 후원이 시작되고, 미션 역시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보상 또한 하수 때 하곤 비교할 수 없이 커지니까요.]

‘아, 그런 거야?’

[네. 각각의 랭크에서 가장 큰 차이는 뭐니 뭐니해도 포인트 인플레이션입니다. 지금은 백 단위도 크게 느껴지시겠지만, 랭커에 오른 플레이어들에겐 만 단위 포인트는 하룻밤에도 쓸 수 있는 정도거든요.]

‘아하.’

하긴 최근에 주어진 텐프로 미션에서도 포인트 보상이 상당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보상 역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방대한 대도서관을 관람하고 나자 하루빨리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얼른 고수가 돼서 여기 있는 스킬들을 몽땅 사버리고 말겠어.’

[꿈이 크시니 보긴 좋군요. 우선 중수부터 되셔야죠.]

‘두고 봐. 중간고사만 끝나면··· 다시 위업 시작이니까.’

나는 증강현실을 종료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민주가 나의 몸을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며 말했다.

"주인님, 오늘따라 엄청 열 내시던데···. 피곤하면 한숨 주무시고 가실래요?"

"아니야. 공부하다 나왔어. 집에 가서 마무리 해야 돼."

"아, 중간고사. ···어쩌면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주가 위험한 거래를 제안했다.

그녀는 체육교육과의 조교다.

어쩌면 전공 교수들이 낸 시험문제를 미리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유혹에 흔들렸지만 나는 확고한 표정으로 답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성적은 내 실력만큼 받고 싶어."

"아···. 죄, 죄송해요. 제가 주제 넘었네요."

"내가 민주 너랑 왜 만나는지 알아?"

"아니요."

"절대로 네가 조교라서가 아니야. 난 그런 식으로 편의 제공받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거든."

"그럼요?"

"그냥 말 잘 듣는 네가 좋으니까."

"아···, 주, 주인님··· 민주는 정말이지···."

민주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자신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에게 감동한 눈빛이었다.

"알았지?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먼저 부탁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절대 편법을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학교 생활에 약간의 도움을 받고 싶을 뿐이지."

"네, 주인님."

"그나저나 똥꼬 좀 아프겠다."

"괜찮아요. 주인님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정도 쯤이야."

"그래. 시간 늦었으니까 이만 가볼게."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

"아니. 택시 타고 가면 돼."

"그럼 택시비라도···."

"괜찮아."

나는 연거푸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등골 빼먹는 기둥서방을 하려고 민주를 만나는 게 아니니까.

"주인님께 별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서 섭섭해요."

민주가 오피스텔 앞까지 나를 배웅하며 말했다.

그러잖아도 나밖에 모르는 여자가, 정액 중독 패시브까지 발휘되면서 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지나치게 커진 것 같았다. 그녀를 조금 자제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주야."

"네."

"그런 생각 전혀 안 해도 돼."

"네···."

"넌 언제나 내 좆집이니까."

"아, 아···."

"그냥 내가 대라면 대주고, 박고 싶을 땐 박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하앙, 주, 주인님···."

"그러니까 나한테 뭘 해주려고 애쓸 필요 없어. 알았지?"

"네, 주인님. 주인님을 언제나 성심성의껏 모실게요."

"그래. 시험 끝날 때까진 정신없을 것 같으니 당분간 연락 하지 마."

"네, 민주 꾹 참고 기다릴게요."

"그럼 간다."

택시를 타고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민주가 손을 흔들었다.

정음이나 서윤이처럼 어쩌면 민주도 굉장히 오래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

다음날 도훈은 안영의 전화를 받았다.

편집자를 꼭 한 번만 만나 달라는 간곡한 청이었지만, 도훈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편집자님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근데 학업에 집중해야 해서 하려고 해도 당분간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혹시 다음에라도 생각 바뀌면 먼저 연락드릴게요.

통화를 마친 도훈은 흐름이 끊겨 잠시 도서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태웠다.

[정말 소설 쪽으론 전혀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돈 벌자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잖아. 그게 무슨 위업이나 미션에 대한 것도 아닌데.’

[그렇긴 하죠. 하지만 주인님도 용돈이 필요하다지 않으셨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결국 알바를 전전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렇게 되면 시간 뺏기는 것은 매한가지구요.]

‘그러게. 부모님에게 용돈이라도 올려달라 해야 하나?’

도훈은 매월 규칙적으로 입금되는 아버지의 용돈을 떠올렸다.

아들의 자립심을 위해 철저하게 용돈을 제한하는 아버지를 떠올리자, 도훈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다. 자식하고도 금전 관계는 철저한 분이니 절대 들어주지 않겠지. 나중에 정 돈이 급하면 단기 알바라도 뛰어 봐야지.’

도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범대 도서관 계단 밑으로 익숙해 보이는 여학생들이 보였다.

"도훈 오빠가 여기서 공부한다는 말이지?"

"그렇다니까? 중간고사 대비 엄청 열심히 하나 보더라. 우리도 여기서 같이 하자."

"흐흐. 도훈 오빠가 우리랑 있으면 제대로 공부 못 할 텐데?"

‘으음? 쟤들은···.’

깔깔거리는 두 여학생은 1학년인 연두와 나연 콤비였다.

늘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이 도훈을 찾아 책을 싸매고 도서관을 기습한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밖에서 담배를 태우던 도훈이 그들을 먼저 목격하게 되었다.

‘쳇. 하필 시험이 내일 모렌데···.’

그들은 불청객이었다.

대충 대화 내용만 들어도, 공부를 같이 하려기 보다는 자신을 꼬셔 놀 생각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쟤들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니면 어떤 여자들은 시험 기간에 더 땡긴다고 하던데 딱 그런 타입인가?’

도훈은 모처럼 열심히 준비하는 중간시험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몰래 도서관으로 올라가 짐을 싸 들고 도망쳤다. 자신의 위치가 발각된 이상 나연이나 연두 외에도 다른 여자들의 방해(?)공작이 우려되었다. 그에게 푹 빠진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의 물을 빼기 위해 안달낼 것이다.

‘어휴, 이틀이라도 빡시게 독서실이라도 끊어야 하나?’

대학 도서관은 자리 잡기도 힘들고 점심이라도 먹고 오면 애써 잡은 자리를 뺏기기 일수라 아예 학교 주변에서 돈 내고 독서실을 끊은 학생들도 많았다. 도훈은 결심 끝에 남은 기간 일 권을 끊어 다니기로 했다.

"민주에게 큰 소리 친 것도 있고, 내 자존심도 걸린 일이야. 이번 시험은 무조건 수석하고 말겠어."

도훈은 일부러 사범대에서 최대한 떨어진 쪽으로 독서실을 구했다. 후문 쪽에 자리한 독서실은 근처에 있는 이공계 전공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었다. 사범대는 정 반대편이기 때문에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긴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행이군.’

도훈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앞사람이 자꾸 발을 떨며 책상을 흔들었다.

‘아씨···. 대체 누구야?’

도훈이 슬쩍 고개를 내려 밑을 보니 양말도 없는 맨발의 다리가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

< 416.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2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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