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2.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9- >
동시에 짜증도 일었다.
신의 대리자인 플레이어.
그리고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PK단.
만약 신께서 전능하다면, 최소한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어들이 PK단의 피습으로 죽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땅의 정의가 죽었구나. 그런 살인마 새끼들이 멋대로 활개치고 다니다니···.’
[물론 플레이어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수준에 이른 플레이어들은 반대로 PK단을 사냥하기도 하니까요.]
‘그래? 그 부분 좀 자세히 설명해 볼래?’
[사실 플레이어와 PK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하듯, 플레이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PK단도 존재합니다.]
로시가 설명을 이어갔다.
PK단은 고대로부터 유래되었다.
최초에 바빌론의 탑을 세우고 신에게 도전했던 자들이 말살당한 후, 살아남은 후예들은 생존을 위해 끈끈히 뭉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밀 결사를 조직했으며, 현재까지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드러난 프리메이슨이라든지 일루미나티도 따지고 보면 PK단의 하부조직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뭐야? 진짜로 그런 조직이 실존하는 거였어? 난 이제껏 사람들이 재미삼아 지어낸 단첸 줄 알았는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대외로 알려진 단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점조직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놈들이 대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헤게모니 싸움입니다.]
‘헤게모니?’
주도권 싸움.
플레이어들은 신의 권능을 빌어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까지 오른다. 그들은 문명을 일구어내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며, 때론 수천년을 살아남는 걸작을 탄생시킨다.
[PK단의 입장에서 플레이어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없다면 현 시스템을 자신들이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가만, 그러니까 그냥 이건 지구라는 시스템을 누가 장악하냐의 싸움이라는 소리야? 프리메이슨이고, 일루미나티처럼?’
[네. 위의 단체들도 처음에는 PK단의 하부조직이었다가, 의견을 달리하면서 분화된 것으로 압니다. 여러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들의 제국을 이 땅에 이룩하는 거죠. 신의 대리자라는 플레이어만 없다면, 누구도 자신들을 능가할 수
없을 테니까요.]
‘생각할수록 웃긴 새끼들 일세? 근데 이해가 잘 안 가. 최초의 배신자들 역시 플레이어였다며? 신은 왜 그들의 힘을 없애지 않은 거지? 플레이어가 가진 힘은, 마음먹으면 언제든 뺏어갈 수 있다면서?’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아 신이 되었습니다. 물론 하급 신에 불과하지만요. 다만 격이 달라진 상태에선 아무리 신이라도 힘의 회수가 불가능했지요.]
‘뒤통수 제대로 맞은 셈이군. 창조주에게 도전하는 피조물이라···.’
도훈은 언젠간 보았던 로봇 영화가 떠올랐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인공지능이, 도리어 인류를 말살하는 살인 머신이 되는.
배은망덕은 꼭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PK단이 가진 힘은 최초의 배신자라는 신에게서 나온 것인가?’
[네. 그들 스스로는 족쇄에서 풀려났다고들 말합니다.]
‘족쇄라니?’
[플레이어는 힘을 발휘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신께선 힘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시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리메이슨 같은 경우는 수많은 암살건에 연루되어 있죠.]
‘하-. 난 그걸 사람들이 심심해서 지어낸 가십으로만 치부했는데···.’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교조주의적인 단체들은 그들 사이에서도 배척되거나 아예 독립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들의 목적은 이 시스템을 차지하는 것. 그들에게 플레이어란 자신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훼방꾼이겠죠.]
‘거참, 귀찮은 새끼들이군. 난 그저 실컷 여자만 따먹고 싶었을 뿐인데···.’
[그건 주인님의 사명이 남달라서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됐고. 어쨌든 중수부턴 날파리 같은 놈들이 들러붙을 것은 확실하겠군.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일단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잡스처럼 호신용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마켓에는 수많은 아이템이 존재하며, 그것들 중 일부는 PK단에게서 주인님의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맞서 싸우는 방법은? 놈들을 사냥하기도 한다며?’
[주인님의 스킬셋이 전투에 적합한 형태는 아니므로 추천 드리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다해도 고수는 되어야 할 수 있구요.]
도훈은 ‘아직 한 발 남았다’ 같은 스킬을 떠올렸다.
하필 총알이 아니라, 정액이라는 점에서 그는 약간의 자괴감을 느꼈다.
‘젠장, 죽이려고 달려드는 놈들 앞에서 딸딸이 한 번 더칠 수도 없는 일이고···.’
[예?]
‘아냐. 그냥 혼잣말이야.’
[참, 그리고 PK단이라고 해서 꼭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단순히 힘을 봉인시키거나, 격리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는 거죠. 아니면 잡스의 경우처럼 제 수명을 채 못 누리게 하든지요. 그가 제 수명을 누렸다면 80은 너끈했을 겁니다.]
‘내 힘을 봉인한다고? 누구 맘대로?’
도훈이 발끈했다.
단순히 대물만 가지고선 절대 지금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거다. 나이트에서 힘을 봉인해보며 느꼈지만, 그가 가진 플레이어라는 특권은 어마어마한 권능이다.
이 세상 어떤 여자든 눕힐 수 있는 능력.
이를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솟았다.
‘개새끼들···. 난 그냥 여자나 실컷 따먹고 싶은 소박한 꿈을 꾸었을 뿐인데.’
[주, 주인님···.]
‘이건 나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야. 힘을 빼앗기는 건 고자가 되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당연히 그럴 일은 없도록 해야죠. 다행히 아직 준비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중수 등급에 이르지 않는 이상 그들은 플레이어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듣던 중 다행이군.’
[그렇더라도 늘 대비는 하셔야 합니다. 적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흐음. 아무튼 스킬부터 강화해야겠어. 놈들에게 당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어.’
[훌륭한 생각입니다. 남은 강화 포인트를 어떤 스킬에 투자하시겠습니까?]
도훈은 스킬 트리를 꼼꼼히 훑었다.
현재로서 가장 사용빈도가 높고, PK단의 대비에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정보창과 재능 모방자.
도훈은 이중에서 정보창을 먼저 강화하기로 했다.
‘세부 스킬 설명 띄워봐.’
[넵.]
*정보창(4Lv)
-상대의 스텟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강화된 옵션
▲처녀감별사(2단계)
▲애무 포인트(1단계)
▲정보 열람을 위한 최소 호감도 요구치(60부터)
▲다음 강화를 위해 185포인트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
1. 애무 포인트(2단계) : 미개발된 성감대 위치를 찾아줍니다. 본인도 모르고 있던 은밀한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2. 정보 열람을 위한 최소 호감도 요구치 하향: 이제 호감도 50부터 모든 정보가 공개됩니다.
3. 공략 팁 강화 : 단순 멘트나 행동 추천을 넘어 스토리 텔링 기법이 추가된 디테일한 공략 팁이 제공됩니다.
‘강화할 수 있는 옵션은 항상 고정인가?’
[아닙니다. 강화를 마치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변동됩니다.]
‘오케이. 일단 3번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강화 포인트에서 185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오케이.’
강화를 마친 후 다시 세부 스킬창을 켜자 다음과 같이 달라져 있었다.
*정보창(4Lv)
-상대의 스텟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강화된 옵션
▲처녀감별사(2단계)
▲애무 포인트(1단계)
▲공략 팁 강화(1단계)
▲정보 열람을 위한 최소 호감도 요구치(60부터)
▲다음 강화를 위해 420포인트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
1. 애무 포인트(2단계) : 미개발된 성감대 위치를 찾아줍니다. 본인도 모르고 있던 은밀한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2. 정보 열람을 위한 최소 호감도 요구치 하향: 이제 호감도 50부터 모든 정보가 공개됩니다.
3. 해시테그 생성 : 대상의 성향을 단적으로 요약해주는 기능입니다. 비슷한 성향을 검색하기 용이합니다.
‘흐음. 선택한 옵션 대신 해시테그가 들어왔군. 강화 포인트는 두배 이상 늘었고.’
[넵. 강화가 진행될수록 소모되는 포인트가 증가합니다. 따라서 옵션의 선택도 신중하셔야 합니다.]
‘저번에 보니 해시태그 기능이 쓸 만하던데···. 저걸로 가자.’
[현재 보유하신 강화 포인트에서 42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래. 진행해.’
[정보창 옵션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번엔 재능 모방자 열어봐.’
[디스플레이에 세부 정보를 띄웠습니다.]
*재능 모방자(3Lv)
-상대의 운동 재능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강화된 옵션
▲동종 계열의 운동을 익힌 상대방에게 호감도+5의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다음 강화를 위해 140포인트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
1. 심화 과정 : 재능모방자로 습득한 운동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이제 습득한 운동의 원리와 배경지식이 함께 제공됩니다.
2. 시너지 효과(1단계) : 재능모방자로 익힌 운동의 상호 협응력이 증대됩니다. 당신의 습득률이 더욱 상승합니다.
3. 매의 눈(1단계) : 이제 상대의 운동 재능을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스킬은 24시간 단위로 쿨타임이 갱신됩니다.
도훈은 고민 끝에 심화 과정과 시너지 효과 두 개를 모두 강화시켰다. 두 스킬을 2단 강화하는데 쓴 강화 포인트는 무려 1100포인트.
그동안 수많은 섹스를 통해 알뜰히 모은 포인트가 단 몇 분 사이에 사라지자 약간의 허무감마저 들었다.
‘햐, 정말 줄기차게 박아댄 것 같은데 고작 스킬 두 개 강화하고 끝이네.’
[본래 그렇죠. 모으긴 어렵고, 쓰기는 쉽고.]
‘강화 포인트 말고, 마켓에서 사용하는 포인트는 얼마나 있지?’
[꽤 많습니다. 나이트 원정에서 제법 벌어서 현재 6,000포인트 넘게 있습니다. 아까 서현양 때문에 700포인트를 헛되게 날린 게 무척 아쉽군요.]
‘으으! 그 미친년 진짜. 붉은 실 쿨 타임 돌아오기만 해봐. 아주 싹뚝 끊어버려야지.’
[넵. 쿨 타임 시기가 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PK단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호신용으로 쓸 만한 아이템 좀 마켓에서 검색해줘.’
[흐음. 현재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아이템은 구매하기 힘듭니다.]
‘뭐라고? 6,000포인트가 넘는데도?’
[네. PK단에 대적하기 위한 아이템은 흔히 ‘보구’라 불리는 등급입니다. 평균 일만 포인트가 넘어가지요.]
‘진짜 헐이네.’
[그래도 중수부터는 미션 달성 시 주어지는 포인트가 상당하니 금방 또 모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쓸 만한 물건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현재 가용한 아이템은 3가지 정도입니다.]
[주인공이 힘을 숨김]모자, 5000p
-착용 시 플레이어가 발산하는 AU게이지를 감춥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 모자의 은,엄폐를 알아챌 수 없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경우 은엄폐가 해제됩니다.
[비장의 한수]알약, 6000p
-복용 시 플레이어의 신체 능력을 극도로 끌어 올립니다.
-근력 및 근지구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효과는 복용 후 10분동안만 적용됩니다.
[킬러들의 수다]보조배터리, 5500p
-PK가 발산하는 특유의 파장을 감지하는 레이더 장치입니다.
-PK의 접근을 경고하며,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평소엔 보조 베터리로 활용됩니다.
[현재 보고 계신 제품이 예산 내에서 구입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더 가격이 싼 종류도 있지만 대부분 일회용이고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구입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위의 3가지를 추천했습니다.]
‘저 모자 아이템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름인데···. 마지막 보조 베터리는 무슨 영화 제목이고.’
[제작자들이 참조해서 만들었을 겁니다. 작명센스가 워낙에 형편없어서 말이죠.]
‘근데 두 번째 아이템은 맞서 싸우는 용도인가? 초인적인 힘이 생기면 덤벼볼만 하겠는데? 재능모방자로 격투 스킬도 많이 늘었으니까.’
[아닙니다. 도망치는 용입니다.]
‘엥? 저걸 먹고 겨우 한 다는 게 줄행랑이라고?’
[주인님. PK단을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됩니다. 플레이어의 약점은 랭커가 되기 전까지 혼자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들은 조직으로 뭉쳐 있습니다. 힘을 기르기 전까진 맞서 싸우기보다 회피하는 쪽이 현명합니다.]
‘흐음. 기분 나쁘지만 어쩔 수 없군. 좆 들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 보조베터리가 낫겠어.’
[킬러들의 수다 말인가요?]
‘응. 모자는 어차피 스킬을 사용하면 은엄폐가 풀리는 거라며. 차라리 상시 레이더를 켜놓는 편이 낫지.’
[참고로 말씀드리면 레이더의 도달거리보다 먼저 플레이어를 찾아내는 PK단도 있습니다. 그쪽도 랭커는 존재하니까요.]
‘랭커라니?’
[사실상 PK단은 저희의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마켓을 쓰듯, 그쪽은 블랙마켓을 쓰고, 우리가 위업을 통해 성장하듯 그쪽 또한 자체적인 임무를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주인님이 PK단을 해치우셔도 상대의 포인트 흡수가 가능합니다. 왜 지난번의 템플스테이 기억하시죠?]
도훈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 402.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9-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