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7- >
[근데 정말 남자친구가 있든 말든 정조관념 따위는 없는 걸까요?]
‘희주? 얘가 좀 유별나긴 하지. 하지만 요즘 애들은 연애와 결혼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연애와 섹스도 따로 치는 거 같아.’
[그럴 거면 대체 왜 사귀나요?]
‘그게 뭐, 쿨 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확실히 시대가 달라졌다.
한때는 연애와 결혼을 달리하기만 해도 손가락질받았다.
연애는 잘생긴 남자랑 실컷 하다가, 정작 결혼할 때는 돈 많은 남자에게 정착하는 여자를 ‘속물’이라고 비난하던 때도 있었다.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 되어버린 천박한 시대에 이르자 속물이란 말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연애는 연애고, 결혼은 현실이지.’
요즘 애들은 떳떳하게 욕망을 표출한다.
‘남자친구한테 구속받을 필욘 없어.’
‘연애랑 섹스는 별개지.’
‘걔랑 끝까지 갈 거야? 아니잖아?’
여성의 자유분방한 삶을 찬양하던 유명한 미드 탓인지, 아니면 성적으로 개방되어가는 사회 풍조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엔 희주 같은 애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당장 어제 나이트만 봐도 남친이 있든 말든 바람피우러 오는 애들이 부지기수. SNS같은 사적 공간을 이용해 마음껏 흘리는 여자들이 넘쳐다는 세상이다.
섹스천국, 순결지옥.
이건 뭐 짐승의 왕국이군.
팍팍!
"아흣!"
"어때? 좀 차이가 느껴져?"
"화, 확실히 오빠께 맛있어요."
"뭐라고?"
"봉구 잦이보다 오빠 잦이가 더 맛있다고요!"
봉구에겐 미안하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숫컷으로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이 순간, 어쩌면 남의 여자를 건드리는 재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봐라.
니 여자가 지금 내 밑에 깔려 헐떡거리고 있단다.
나랑 하는 게 더 좋다면서.
나는 희주의 무릎 뒤에 손을 집어넣고 번쩍 들었다. 그녀의 다리가 소파위에 걸쳐지며 위가 눌린 M자 모양으로 벌어졌다.
"하, 하앗! 뭐, 뭐하시려고요."
"써비스."
나는 희주의 클리토리스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검지와 약지를 집게처럼 벌리고, 중지를 이용해 부푼 공알을 비벼댄다. 마우스 휠을 돌리듯 스무스하게.
"흐, 흐아아아아아!"
푹찍푹찍!
좆대가리가 질 안을 깊숙이 때리는 동시에, 손가락으론 클리토리스를 비빈다. 골반의 반복적인 튕김과 섬세한 손동작이 완벽한 협응을 이루며 희주에게 멀티 자극을 선사한다.
"하응, 조, 좋아!"
"좀 차이가 나니?"
"나요. 완전 많이 나. 클라스가 달라, 봉구 그 새끼랑은."
당연한 결론이다.
물건 크기가 예선이면, 섹스킬은 본선이다.
피지컬이 같다한들, 사용자가 다르다.
퍽!
"하악!"
퍽퍽!
"하아앙!"
퍼버벅!
"흐앙!!!"
이게 진짜 대물과 좆만 큰 진따의 차이다.
부르르-!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은 희주의 폰이 진동을 시작했다.
아아, 하필 이 타이밍에 전화라니. 너도 참 불쌍하구나 조봉구.
"남친인가 보다. 받아봐."
"하읏. 신음 못 참으면 어떡하죠?"
"그거야 내가 알바는 아니지."
나는 짓궂게 통화를 종용했다.
"여보세요?"
조용한 실내라 그런지 통화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다.
-희주야. 어디야? 아직도 커피숍?
"아니. 친구 만나고 있어."
-누구?
"내가 말하면 누군 줄은 아니?"
희주의 쌀쌀맞은 반응에 조봉구가 곧바로 발끈했다.
-너 혹시 남자 만나는 건 아니지?
‘만나는 정도가 아니라, 헐떡거리며 박히고 있단다.’
"아니야."
퍽-!
-진짜로 아니야?
퍽퍽!
"아···, 아니라고."
-너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내가 뭘."
-어디 아픈 거야?
"읏 아, 아니라니까?"
-어제부터 몸이 으슬으슬 하다며. 약국에서 약 사갈까?
아아, 불쌍한 봉구야.
니 여친 지금 신나게 따먹히고 있는데, 너는 여친걱정이나 하고 있구나.
"맘대로 해. 흑."
-희주···야?
"암튼 나 친구랑 놀고 있으니까 이만 끊어."
-나 방금 수업 끝났는데···.
"그래서 뭐? 넌 나 아니면 만날 친구도 없니? 너랑 사귈 땐 친구도 만나지 말까?"
희주의 씨니컬한 반응에 봉구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니야. 미안. 재밌게 놀아.
"그래. 끊는다."
-자, 잠깐.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야?
"봐서."
-으, 응. 연락 줘.
뚝-
희주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악, 오, 오빠! 들킬 뻔 했잖아요."
"왜? 남자친구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면서."
"그래도 조심해야죠. 안 그래도 과에서 소문 안 좋은데."
나는 뒤로 박던 희주를 그대로 노래방 테이블 위에 엎드리게 했다. 그녀의 몸이 폴더처럼 접히며 엉덩이가 높게 솟아올랐다. A 모양으로 벌어진 다리 사이에선 벌렁대는 구멍이 뚝뚝 물을 흘리고 있었다.
‘역시 희주는 뒤치기가 제맛이지.’
퍽-!
나는 힘차게 펌프질을 시작하며 물었다.
"소문이 안 좋다니. 너가?"
"헉, 헉. 네. 저번에 한 번, 헉! 남자들이랑 술 먹는 모습을 들켜 가지고요."
"누구한테?"
"모르겠어요. 경흰지, 아니면 효민인지···. 여자 동기가 봤는데 소문을 이상하게 냈더라고요."
"어떻게 났는데?"
"제가, 하악. 남자들한테 쉽게 대 준다나?"
"뭐,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니네."
"힝, 오빠까지!"
희주는 쉬운 여자다.
왜, 술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기만 하면 주는 여자들 있잖는가?
희주는 딱 그런 여자다.
섹스를 남녀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며, 어쩌다 삘 받으면 그 자리서 떡도 칠 수 있다고 믿는 프리섹스주의자.
그 특유의 싼티와 천박함이 매력이다.
멋대로 따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뒷말 없는 쿨함이 남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모두의 육변기.
그리고 그걸 즐기는 여자.
생각해보면 창녀보다 더한 멘탈갑이 아닐 수 없다.
걔들은 돈이라도 받지.
"하윽, 그, 그래요. 이 느낌! 이 쇠몽둥이같은 느낌이 부족해요."
"봉구가?"
"네. 오빠 껀 이렇게나 단단한데···."
페시브 스킬인 뒤치기의 제왕 덕에, 뒤로 할 때마다 여자들은 껌뻑 죽었다. 안 그래도 단단한 대물에 25%의 강직도가 더해지면 진짜 바늘로 찔러도 안 들어갈 것처럼 딱딱해진다.
"훗-. 남친 보고 하체운동 좀 하라 그래."
"하체 운동요?"
"그래. 허벅지가 튼실해야, 허리도 힘이 받는 거야. 심폐가 좋아야 발기도 끝까지 유지하는 거고."
"아아, 네."
나는 이론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설득력을 높였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나에겐 별 상관없는 말이다.
‘이거 다 스킬 빨이거든. 크크.’
[적당히 마무리 하시죠. 다음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됐나? 그래. 일단 싸고 보자.’
나는 속도를 끌어 올리며 스퍼트를 시작했다.
***
서현을 쫓아낸 민주는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하마터면 들킬 뻔 했네. 그나저나 주인님은 괜찮으신 거겠지?’
창밖을 내려다보았을 때 도훈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어떤 방법으로 밑으로 내려갔는지 모르지만, 별다른 연락이 없다는 데 안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나중에 잠잠해 지면 연락해 봐야겠다.’
대학원 세미나 준비를 위해 학과실에서 나가려던 민주는 컴퓨터에 옮겨놓은 도훈의 소설이 떠올랐다.
‘참, 주인님 저거 공모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는데?’
민주가 대충 훑어보니 옮겨 적은 부분이 마지막 장에 가까웠다. 그녀는 잠시 갈등하다 기왕 돕기로 한 거 끝까지 마무리해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를 옮겼다.
아까는 도훈과 물고 빨고 하느라 정신없어 몰랐는데, 막상 소설을 읽으면서 내려가자 의외로 내용에 흡입력이 있었다. 오타나 비문을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문장력에 민주는 세삼 감탄했다.
‘오, 주인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키 크고 운동 잘하는 훈남이란 건 알았지만, 그가 글도 잘 쓰는 줄은 처음 알았다. 도훈의 군 입대 전 학점을 알고 있던 민주로서는 의외의 재능에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이렇게나 글을 잘 썼다고? 맞다. 아버지가 유명한 소설가랬지?’
조교인 그녀는 소속과 학생들의 가족 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실 사적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이지만, 도훈을 흠모하는 그녀는 도훈에 대한 호구조사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흐음.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봐야 겠는걸.’
그녀는 도훈의 육필 원고를 완성한 뒤 클라우드에 올렸다. 그리곤 핸드폰에 담아 그대로 세미나장으로 출발했다.
세미나 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황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준비상태를 점검하면서 도훈의 소설을 핸드폰으로 불러들였다.
도훈의 소설은 선정적이긴 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만 들여다보자, 같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기 임안영이 물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는 보고 있는 거야?"
"으응. 소설."
"웹소설?"
"아니 뭐··· 그건 아닌데."
"재밌어? 어느 싸이트에서 연재하는 거야? 나도 알려줘 봐."
"아니 연재하는 건 아니고···. 누가 좀 봐달라고 해서."
"그래? 나도 좀 볼 수 있을까?"
석사 동기인 안영은 민주와 같은 학번이었다. 학부 시절엔 전혀 무관한 전공이었는데, 교직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서 진로를 전향한 케이스.
술자리에서 우연히 듣기론 불어불문과 출신이라고 했다.
‘그래. 나는 주인님을 좋아하니까 무조건 좋게 보는 걸지도 몰라. 한번 객관적인 평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불문과긴 하지만, 그래도 안영인 문학을 배운 사람이니까.’
민주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
"이거 공모에 내는 작품이라니까 어디다 퍼뜨리면 안 돼."
"당연하지."
안영은 자리에 앉아 도훈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어차피 세미나가 시작되려면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도훈의 소설을 보던 동기는 얼마 읽어보지도 않고 놀라서 물었다.
"이거 누가 쓴 거야?"
"응? 우리과 학부생인데···."
"이야, 이거 절대 초보 솜씨가 아닌데? 혹시 글 쓰는 걸 배운 사람이야?"
"글쎄?"
"나 예전에 로맨스 소설 출판한 적 있었거든."
"정말?"
"응. 지금은 공부하느라 그만뒀는데, 어렸을 때부터 소설 엄청 많이 읽었어."
"그랬니?"
"이건 기성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겠다. 문장호응부터 조사까지 흠 잡을 데가 없어."
"그 정도라고?"
"읽으면서 못 느꼈어?"
"아니 잘 썼다곤 생각했지만···."
한참 더 소설을 읽어 내려가던 안영이 민주에게 말했다.
"풉- 근데. 개그가 약간 아재감성이네. 혹시 나이 좀 있는 사람이니?"
도훈은 고작 23살이다.
민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 아니.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리고 주제가 너무 선정적이야. 여자들이 좋아할 소재는 아니네."
"아무래도 그렇지?"
"근데 왠지 경험담처럼 썼네. 디테일이 살아 넘쳐. 완전 인싸 같은데?"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을 아웃사이더라고 한다면, 그에 반대되는 말이 인사이더, 즉 인싸였다.
"진짜로 여자 많이 만나 본 사람 같아. 작가 남자 맞지?"
"응."
"이햐. 난 로맨스 말곤 거의 안 읽는데도, 재밌네. 얘 진짜 글 잘 쓴다."
"그치?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지?"
"응, 근데 이걸 어디다 공모한다는 거야? 혹시 성인 소설 싸이트?"
"아, 아니 국춘 문예···."
민주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잘 쓰긴 했지만, 문예지에 낼만한 내용이 아니다.
문학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모전에 흥미 본위로 쓰인 글은 어울리지 않는다.
불문과 출신 동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빵- 터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뭐? 푸하하! 야야, 그건 아니지."
"그, 그치?"
"그래. 민주 너 문학 쪽 잘 모르지?"
"나야 뭐 체육만 전공했으니까."
"내가 불문학을 배우기도 했고 로맨스 소설도 출판해봐서 이 쪽 잘 아는데, 문예 쪽은 완전 꼰대밖에 없다고 보면 돼. 이 작품이 잘 썼던 말 건 그냥 집어 던져 버릴 걸?"
"그래?"
"응. 내가 이정도 재능이 있으면 그냥 웹소설 쪽으로 알아보겠다."
"웹소설?"
"응. 요새 웹소설 엄청 잘나가잖아. 너 모르는 구나."
동기는 자기가 아는 분야에 신이 났는지 민주에게 한참 떠들었다.
시장이 바뀌면서 요샌 억대를 버는 작가들도 많다는 둥, 대학생 나이에 성공한 작가들도 있다는 둥, 이 정도 필력이면 대뷔 작에서 터진 다는 둥 해당 분야를 모르면 알 수 없는 세세정보까지 속속들이 알려주었다.
"와···. 웹소설 작가가 그렇게 유망한 줄 몰랐어."
"나도 후회중이야. 그냥 계속 로맨스나 쓸 걸. 난 첫 작품 망하고 차기작 준비하다가 엎어졌거든. 그때 이게 뭔 짓인가 싶어서 여기 온 거잖아. 교직이수는 못해도 대학원 졸업하면 교사 자격증은 나오니까."
"으응."
"얘 너네 학부생이랬지?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음, 근데 당사자가 밝히기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아, 아쉽네. 내가 비록 작가의 꿈을 접긴 했지만, 거기 편집장님이랑은 밥도 자주 먹고 디게 친했거든. 얘가 원하면 소개시켜 줄 수도 있는데. 이 소설 보면 바로 컨택하고 싶어 할 걸?"
"넌 로맨스 쪽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 출판사가 디게 커. 로맨스 라인 말고도 무협이나 판타지 그리고 성인물도 다뤘거든."
"아하."
"나중에 혹시 물어봐 줘. 웹소설 쪽 생각 있냐고. 내 생각인데 얘 이쪽으로 나가면 교사 안 해도 먹고 살만큼 충분한 재능충이야. 아, 샘난다. 내가 이정도 실력이었음 빌어먹을 세미나 안 들어도 되는데···."
동기가 들려준 얘기에 민주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이가 정말 특출난 아이였구나···. 아아, 주인님, 민주 더 뜨거워져버려요···.’
< 400.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