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14화 (387/2,000)

< 396.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3- >

[하이고 됐습니다. 은근슬쩍 욕구배출에 내기라는 허울을 씌우시는 군요.]

‘들켰냐?’

[무분별한 관계는 지양하십시오. 주인님의 성장에 하등 도움될 게 없습니다.]

‘아니지. 적어도 여자들 따먹고 다니면 강화 포인트는 쌓이잖아. 스킬 강화엔 도움 될 거야.’

[물론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랑 잘 어울리네. 데이트 잘해라."

"오빠, 많이 바쁘세요?"

"응. 학과 사무실 좀 들르기로 해서."

"아···."

오랜만에 본 희주는 금방 헤어지는 게 아쉬운 기색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봉구의 표정은 점점 썩어 문드러졌다. 눈치를 보니 물러설 타이밍이군.

"그럼 다음에 보자."

"네, 꼭이요."

"그래."

희주를 두고 돌아서는 데 등 뒤로 남자친구 봉구의 볼 멘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아는 선배냐, 왜 그렇게 친한 척이냐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둘이 한참 옥신각신 하겠구만.

‘어쨌든 희주는 날 거절 못해. 다만 남자친구도 생긴 마당에 괜히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군.’

[잘 생각 하셨습니다. 분란을 조장해 주인님께 유리할 건 없으니까요. 어떻게든 무사히 졸업하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졸업이야 하겠지. 임용이 바로 되는지가 문제일 뿐. 죽은 도훈이 소원이었다며? 선생님 되는 거.’

[네. 주인님께선 다른 플레이어와 조금 다른 상황이란 걸 유념 하셔야 합니다. 유일무이한 전생자 플레이어로서 일종의 제약이 걸려 있는 셈이니까요.]

‘그놈의 제약! 제천대성의 머리에 씌운 긴고아도 아니고!’

[후후. 주인님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손바닥 안 이라는 소리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그럼 신께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 능력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거네?’

[당연하지요. 신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굳이 시험에 들진 마십시오.]

‘왠지 허무해지는데? 내가 랭커가 되어도 그렇단 말이지?’

[물론입니다.]

‘내가 앞으로 수백 명을 따먹고 백여개의 위업을 달성해도 여전히 나는 신님 손바닥 안이란 소리지?’

[네.]

로시의 대답은 너무도 간결했다.

하지만 이것은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인 삶이다.

나를 죽이고 살리는 것도 신의 마음이며, 심지어 나를 어항 속 물고기처럼 구경하고 후원하는 하급 신도 있다.

왠지 주체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흐음- 과거의 플레이어들이 왜 신에게 도전했는지 알 것 같기도···.’

[지금 그들의 입장을 동조하시는 겁니까?]

로시의 목소리가 날이 섰다.

한마디만 더 하면 전기 충격이라도 줄 기세다. 가만. 이건 긴고아로 원숭이 머리를 죄는 것이나 다를 바 없잖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PK단을 항상 경계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때론 플레이어를 회유하기도 하니까요. 온갖 감언이설로 주인님을 꼬드길 겁니다.]

‘꼬드기다니?’

[어쨌든 그런 게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신만이 유일한 진리며 빛이라는 사실을요.]

‘뉘에뉘에~’

찌릿-

"아오 씨!!! 로시 진짜!"

"혼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이런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

"혼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학과실로 향하는 건물 앞에서 만난 사람은 서현이었다.

도훈의 감시자이자, 영원한 스토커.

"어, 서현이 오랜만. 못 보던 사이 예뻐졌는데?"

"말 돌리지 마시구요. 방금 혼자 막 중얼거리셨잖아요. 로시는 또 누구죠?"

서현이 의심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언제?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설마 이젠 서양녀 까지 노리는 건가요?"

"얘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여전히 비밀이 많군요."

서현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도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잊지 마요. 제가 늘 오빨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은 수업이 있어 먼저 가겠어요."

서현은 대학교재를 가슴으로 끌어안고는 휙 돌아섰다. 멀어지는 서현을 보며 도훈이 생각했다.

‘아오, 저 미친 스토커. 확 따먹어 버릴 까 보다. MT 주지육림 할 때 하필 빠져가지고는.’

[그건 오히려 서현양이 바라는 것 아닐까요?]

‘아, 그런가? 그럼 절대 안 따줘야지.’

[그럼 계속 성가시게 굴겠죠.]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맞다! 인연의 붉은 실 가위. 확 쳐내버려야겠어.’

[해당 아이템의 쿨타임은 일주일입니다. 며칠 전 우현미양에게 사용 하셨구요.]

‘흐음. 일단 어쩔 수 없겠군.’

[너무 매몰차게 대하진 마십시오. 어쩌면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 한지연 양의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서현은 실제 동기들이 도훈을 의심할 때 그를 변호한 전력이 있었다. 물론 도훈은 이에 대해 알 길이 없지만.

‘몰라, 귀찮아. 날파리 같은 년. 나중에 실컷 따먹고 버리든가 해야지 원.’

도훈이 씩씩대며 학과실로 오르는 데 마침 조교 강민주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녀는 치마에 힐을 신을 체 뛰느라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도훈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는 마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조교 선생님?"

"엇! 도, 도훈군!"

민주는 자신의 조급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급히 멈춰 섰다. 그러나 숨이 가빠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숨길 수가 없었다. 살짝 땀이 난 이마로 그녀의 앞머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민주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옷매무세를 다듬는 모습에, 도훈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게 뭐라고 뛰어 오셨어요. 천천히 오시지."

"아, 아니. 그 쪽 일도 마무리가 안되서···."

"아항, 바쁘시구나. 그럼 열쇠만 주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도훈이 장난으로 튕기자 민주가 주변을 살피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가요 주인님?"

"풉-. 왜 갑자기 불쌍한 표정이야?"

"주, 주인님이 안 반기시는 거 같아서···."

"아니야. 들어가자."

도훈과 민주가 빈 학과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민주는 문 밖의 부재중 알림판을 바꾸지 않고 곧바로 문을 잠갔다.

"문은 또 왜 잠가?"

"아···, 여, 열까요?"

"아니야. 됐어. 나도 방해 받고 싶진 않으니까."

도훈이 가방을 꺼내 노트를 꺼내자 민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컴퓨터는 왜···."

"응. 국춘문예 작품 낼 게 있어서. 그거 옮기려고."

"우아···. 주인님 그런 것도 하세요?"

"왜? 난 뭐 그럼 맨날 운동만 하나."

"아, 아니에요. 멋있어요."

도훈이 민주를 빤히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까딱했다.

"가까이 와봐."

민주가 다가오자 도훈이 자신의 소매로 민주의 이마에 땀을 훔쳤다.

"다치면 어쩌려고 힐 신고 뛰어 다니니.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도훈의 자상한 행동에 민주가 감격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주, 주인님···."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네!"

민주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그에게 완전히 조련당한 민주는,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기세였다.

[별일이군요. 주인님이 민주양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구시다니···.]

‘진성 메조라고 맨날 강압적으로 대할 필욘 없으니까. 아주 가끔 호의를 베풀어 줘야, 민주가 나에게 더 매달릴 거란 말이지.’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하시는 군요.]

‘나름 길들이는 방법이랄까?’

이마를 닦던 도훈의 손은 어느새 새하얀 목덜미에 이르렀다.

"어이구, 여기도 이렇게 땀이···."

점점 내려오는 도훈의 손길에 민주가 바짝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그의 손길에 자극을 느끼는지 몸을 가녀리게 떨기까지 했다.

"브래지어안에도 땀 찼겠다."

"아···."

도훈은 순식간에 블라우스의 단추를 끌렀다. 한 개, 두 개.

상의가 벌어질수록 민주의 호흡이 가빠졌다.

"아아, 주, 주인님."

"가만 있어봐. 내가 닦아줄게."

도훈은 브래지어 위로 손을 넣어 손바닥으로 쓸어 내렸다. 그의 손에 축축한 땀과 함께 곤두선 젖꼭지가 걸렸다.

"응? 이건 왜 이래?"

민주가 얼굴이 빨개져 대답했다.

"주, 주인님만 보면 저도 모르게···."

"나보면 젖꼭지가 발딱 선다고?"

민주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브래지어에 손을 넣은 도훈은 부드럽게 민주의 가슴을 매만지다 어느순간 손을 쑥 뺐다.

"참, 내 정신 좀 봐. 나 얼른 쓰고 제출해야 돼. 마감이 얼마 안남아서."

한참 민주를 약 올린 도훈은 갑자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민망해진 민주가 주섬주섬 단추를 채우며 아쉬운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님 제가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아니야. 너도 볼일 봐. 나 얼른 이것부터 해야겠어."

도훈이 노트를 펼치며 모니터에 집중하자 민주가 소형 냉장고에서 마실 음료를 꺼내왔다.

"이것 좀 드세요."

"어, 고마워."

도훈은 일부러 민주는 쳐다도 안 본체 워드 프로세스를 켰다.

[호오, 이게 그 밀당인가요?]

‘크크, 그렇지. 기대감만 잔뜩 올리고 안달 나게 하는 거지.’

과연 도훈의 의도대로 민주는 한참 도훈의 곁에 서성이며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도훈은 그녀의 내심을 읽으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뭐해? 일 볼 거 있다지 않았어? 난 나대로 바빠서 말이야."

"아, 아니에요. 사실 바쁜 일 없어요."

"그럼 거짓말하고 온 거야?"

"네···."

"흐음, 괜히 폐를 끼쳤네."

"폐라뇨. 주인님을 위한 일인데요."

‘그나저나 타자만 옮기려니 심심하니까 슬슬 민주나 데리고 놀아볼까.’

"참, 민주야."

"네."

"의자 밑에 기어들어가서 내 좆이나 빨아 줄래?"

"아···."

"아침에 샤워를 못하고 와서 찝찝해서 말이야. 니가 입으로 좀 씻겨줘."

도훈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도 민주는 뭔가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치마정장을 걸친 민주가 도훈이 타자를 치고 있던 컴퓨터 책상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은 너무도 굴욕적이었으나, 민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나 타자 치는데 방해되지 않게 해."

"네."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간 민주가 다리를 벌린 도훈의 지퍼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정말로 샤워를 못한 도훈의 그곳에선 찌르르한 냄새가 훅 퍼져나왔다.

도훈이 밑을 쳐다보며 물었다.

"냄새 많이 나지?"

"아니에요. 저에겐 주인님 냄새가 모두 향기에요."

"그래? 그렇담 다행이고."

도훈은 다시 무신경한 표정으로 타자를 옮기는 데 집중했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타자 음 사이로 잠시 후 기이한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민주가 도훈의 물건을 끄집어 내 입으로 빨아대는 소리였다.

쭙쭙-

‘으으, 냄새 날텐데 맛있게도 빠네.’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왜 샤워를 안 하셨나요?]

‘새벽에 그 간호학과 생 따먹고 씻었잖아. 아침에 또 씻으려니까 귀찮더라고.’

[허어.]

도훈은 슬슬 자극이 올라와 타자 치던 손을 멈추고 민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빠네."

도훈의 칭찬에 민주가 배시시 웃었다.

도훈은 내친김에 벨트를 풀더니 바지와 팬티를 발목까지 끌어 내렸다. 지퍼의 요철 부분이 마찰되면서 따가웠기 때문이었다.

"밑에도 싹싹 씻겨줘."

"네."

아래가 완전히 노출되자 민주는 꿀단지를 본 곰 마냥 도훈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았다. 불알을 핥으며 똥꼬 주변까지 빨아대는 헌신에 도훈은 점점 집중이 힘들어졌다.

‘으으, 괜히 시켰나? 점점 못 참겠네···.’

도훈은 당장이라도 민주를 벗겨놓고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인내를 발휘해 소설을 써내려갔다. 학과실 안에는 타닥거리는 타자 소리와 민주의 좆빠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

한편 사범대 강의동 앞으로 걸어 나가던 서현은 도훈이 건물로 돌아가자마자 훽- 뒤돌았다.

‘가만. 뭔가 수상한데? 도훈 오빠 수업이 저기가 아니잖아?’

그녀는 스토커답게 도훈의 일주일 시간표를 모두 꿰고 있었다. 한동안 레포트와 조모임 때문에 감시에 소흘 하느라, 그의 동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대체 뭐지?’

그때 헐레벌떡 강의동의 뛰어가는 오피스룩의 젊은 여자가 보였다. 검은 치마에 흰 블라우스, 빨간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체육교육과의 조교인 강민주였다.

‘조교샘?’

우연히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서현의 의심이 증폭되었다.

‘이것들 봐라? 설마 둘이서···.’

그녀의 머릿속이 순간 망측한 상상으로 가득차 버렸다. 자신은 못 먹어도 남 주긴 아까운 도훈이, 다른 여자랑 백주 대낮부터 물고 빠는 장면을 떠오르며 속에 열불이 치솟았다.

‘이 발정 난 새끼!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는데 그 새를 못 참고!’

서현은 급히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머리가 심하게 아파 약국에 다녀 올 테니, 교수님에게 늦는다고 대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학년 과탑을 달리는 그녀로선 수업을 지각하는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당장 눈앞에서 도훈과 조교를 보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 오늘 딱 걸렸어. 현장 적발해서 아주 창피를 줘버려야지.’

서현은 한편으로는 고약한 계획을 떠올렸다.

‘아니지. 아예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남겨서 협박해 버릴까? 나랑 안 사귀면 확 꼰질러 버릴 거라고. 어쩌면 이건 두 번 다시없을 기회일지도 몰라.’

항상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갔던 도훈이 얄미워진 그녀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서현이 조심스럽게 사범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핸드폰 카메라를 켠 체 학과사무실로 향했다.

< 396. 글 잘쓰는 잘생긴 오빠-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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