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2. 조각모음-30- >
"남자친구가··· 있다고?"
"네."
혜미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것이 취기 덕분인지, 본래부터 숨김없는 성격인지는 모르지만 모텔까지 따라와 놓고 담담히 남자친구의 존재를 밝히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저런, 임자 있는 여자였다니!]
‘아오! 순진하게 생겨가지고 겁나 발랑 까졌네.]
[씁쓸하시겠네요. 스킬 없이 공략하셨다고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
배신감이 크다.
결국, 바람피울 목적으로 나이트에 놀러온 쉬운 여자였을 뿐이었다. 모처럼 이룩한 나의 성취감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어이가 없어 물었다.
"남자친구 있는데 나이트는 왜 온 건데?"
"왜요? 그럼 안 돼요?"
당당한 대답에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하기야, 나이트에 애인 없는 사람만 오라는 법은 없지.
샤대생만 해도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나이트를 왔다. 그뿐인가? 애 딸린 유부녀도,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도 몰래 나이트에 온다.
다만, 내가 짜증나는 건 관계 직전 굳이 그런 사실을 밝힌 저의가 무엇이냔 말이다. 굳이 몰라도 되는 사실을.
"오빤 그럼 애인 없어요?"
"없어."
단호박 같은 대답.
나에게 공식적은 애인 따윈 없다.
"거짓말. 그 얼굴에 여자가 없다고요?"
"없어 진짜.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애인 있는 여자 꼬시자고?"
마지막 말은 솔직히 사족이다.
일부러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혹시 기분 상했어요?"
"좋을 리야 없지."
퉁명스런 대답에 혜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기분 나빠 마요. 전 있는 건 맞지만, 사실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게 무슨 뜻이야?"
"남자 친구 군대 갔어요."
"아···."
"벌써 1년 넘었네요. 지난달엔 상병 단다고 연락 왔던데···."
혜미는 군대 간 남자친구를 원망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가 철없게 느껴졌다.
"군대 간 게 남자 친구 잘못은 아니지."
"누가 잘못이래요? 전 그저···."
혜미가 가슴이 답답한지, 셔츠 윗 단추를 끌렀다. 풍만한 젖가슴이 깊은 골짜기를 내비친다. 다분히 고의적인 동작이다.
"솔직히 말해서 서너 달에 한 번 얼굴 볼까 말깐데, 그 때 마다 약만 잔뜩 올리고 간단 말이에요. 얄밉게 서리."
"약을 올리다니?"
혜미가 말을 이었다.
"저도 솔직히 반년 까진 잘 기다렸거든요? 다른 애들이 남자친구랑 데이트 한다고 자랑할 때도 외로운 티 한 번 안내고 꾹 참았다고요."
"근데?"
"근데 그 자식은 자기 휴가 나올 때도 가족들하고 식사한다, 친구들하고 약속 있다 그러면서 나랑은 잘 만나주지도 않고···."
"혹시 남자친구가 잘 못 하는 편이니?"
"아니요? 잘해서 더 싫은 건데요?"
"잘하는데 싫다고?"
어딘가 모순된 대답이다.
잘한다고 싫어하는 여잔 처음 본다.
"그게 더 짜증난다니까요? 휴가 때만 감질 맛나게 하구선, 다시 복귀해 버리면 나만 아쉬워 지니까. 차라리 처음부터 몰랐으면 모를까, 기껏 입맛만 버리잖아요."
혜미는 남자친구를 좋아하면서도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저 바람기 다분한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녀의 입장을 들어보니 심정적으론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긴···. 어리고 성욕도 많은 여자가 휴가 나올 남친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건 차마 못할 짓이긴 하겠군. 물론 그렇다 해도 비겁한 변명일 뿐이지만.’
나는 인생 선배로서 그녀에게 조언했다.
"그럴거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지 않아? 요새 군대 갔다고 기다리는 여자가 얼마나 된다고. 남자도 충분히 이해할 거야."
"그건 싫어요. 난 여전히 걔 좋아하니까."
"좋은데 나이트 와서 다른 남자 만나고?"
"그거랑 그거랑 별개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답.
이게 요즘 여자들의 사고방식일까? 그녀의 섹스관은 자유분방한 후배 양희주나 동기 오수정을 닮아 있었다.
-친구 사이에 섹스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섹파나 할래? 쿨 하게.
두 사람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오버랩 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들에겐 공식적인 애인은 없었다.
이건 좀 다른 케이스다.
[어쩌시겠습니까? 임자 있는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또 다시 발목을 잡겠군요.]
‘흠. 그게 말이지···.’
나는 생각했다.
스킬 없이 순전히 내 노력으로 여자를 꼬셨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무능했던 이정우의 과거를 청산하는 전리품 같은 존재였다.
보라.
나도 이만큼 성장했다.
더 이상 여자에게 빌빌대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스킬 없어도 본연의 매력만으로 충분히 여자에게 먹힐 수 있다면서.
그랬기에 어떤 위업도, 미션도 걸리지 않았음에도 혜미를 꼬시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
비록 군대 간 남친이라곤 하도, 어쨌든 빤히 애인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여자를 꼬시는 건 지금껏 나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는 슬그머니 혜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뭐, 너만 괜찮다면···."
[아, 아니 주인님. 설마?]
애자매, 아니 정확히는 그녀들의 어머니 정선희를 만난 이후로 나는 나의 원칙을 새롭게 수정했다. 절차만 정당하다면 헌법도 고치는 마당에 나의 소신 따위야 얼마든 바꿀 수 있다.
어깨를 두른 팔을 내려 혜미의 커다란 젖가슴을 옷 위로 주물렀다. 탱탱하고 찰진 참젖. 이런 젖을 눈뜨고 지켜만 보는 것은 좆 달린 사내로서 할 짓이 아니다.
"···나도 상관은 없어."
"아앙♡"
가는 여자를 잡지 않듯이 오는 여자도 막지 않는다.
그것이 설혹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든, 남친 몰래 바람피우는 경우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모두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
행위의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 성인이라면, 그 또한 상대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이제 나의 원칙은 새롭게 개정되었다.
‘임자 있는 여자는 먼저 건드리지 않아. 하지만 그쪽에서 나를 건드린다면 얼마든지 응해주지. 내가 조선시대 씹선비도 아닌데 왜 준다는 걸 마다해?’
[아아, 주인님 드디어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셨군요!]
‘더는 머뭇거리지 않으려고. 상대방이 애인이 있건 말건, 먼저 원하면 다 받아 주겠단 말이야. 나는 관대하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게 진정한 난봉꾼이죠! 이게 진정한 카사노바의 후예죠!]
‘로시, 굳이 카사노바 들 먹일 필요 없어. 나에게도 이름이 있거든. 내가 바로 대물 이도훈이야.’
나는 마침내, 나를 가로막던 금제에서 온전히 해방되었다.
어쩌면 레벨업보다 값진 것을 얻은 기분이다.
***
도훈이 가슴을 만지던 손을 셔츠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살결이 손에 잡히자 저절로 물건이 불끈 일어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미가 바지 위로 물건을 어루만졌다.
"와···. 딱딱해."
"못된 손이네?"
"히잉. 봐주세요. 나 진짜루 오랜만이란 말이에요."
"네가 굶기는 엄청 굶었나 보구나."
"당연하죠. 거의 두 달 만인가? 근데 오빠 꺼 엄청 큰 것 같아."
"크니? 남자친구보다 더?"
남자친구란 단어에 혜미가 주춤했다.
"···걔 이야긴 이제 그만해요. 괜히 미안해지니까."
"왜? 먼저 꺼낸 건 너잖아?"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도훈은 거침이 없었다.
[짓궂으시군요. 그녀에게 죄책감을 주려고 그러시나요?]
‘아니. 그것보단 이런 대화에 더 흥분되는 거 같길래.’
[네?]
‘봐. 남자친구 얘기 꺼내자마자 젖꼭지 빳빳해 지는 거.’
사실이었다. 도훈의 애무에 조금씩 달아오르던 혜미는, 남자친구를 언급하는 순간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 괜히 말했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은근히 즐기고 있어. 바람피우는 것을 합리화 하는 정도를 넘어, 배덕감에 흥분하는 거랄까?’
[혹시 이것도 변태적 성향의 일종인가요?]
‘그렇다고 봐야지. 애인은 놓치기 싫지만, 애인 몰래 바람피우는 행위 또한 참지 못하잖아. 마음과 몸이 따로 놀면서 일어나는 괴리감이 흥분으로 전이되는 거랄까? 바람기 많은 여자들의 전형적인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지.’
[캬!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하군요. 어째서 그런 모순을 즐기는 걸까요?]
‘백인백색이라란 말도 있잖아. 백 명이 있으면, 백가지 섹스가 존재하는 법.’
도훈은 가슴을 연신 주물러 대며 혜미에게 물었다.
"꺼내서 비교해봐. 남자 친구 것이 큰지, 내 것이 큰지."
도훈이 대물을 바지 위로 껄떡이자 혜미가 궁금함을 못 참고 지퍼를 내렸다. 도훈의 팬티가 지퍼 밖으로 삐져나오면 버섯을 닮은 외관을 드러냈다.
꿀꺽-
혜미는 침을 삼키며 팬티 밖으로 대물을 움켜쥐었다. 엄지와 검지가 맞닿지도 않을 만큼 굉장한 두께에,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 우아···. 말도 안 돼···."
"뭐가?"
"남친 것도 제법 크다고 생각했는데···."
"했는데?"
"이건 뭐랄까 너무."
"너무?"
"너무 두꺼워요."
"겁나니?"
"쪼금?"
도훈이 피식 웃으며 혜미의 뒤통수를 지그시 내리 눌렀다. 자연스럽게 혜미의 얼굴이 대물에 가까워 졌다.
"빨아 줄래?"
"네···."
혜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이 소변 구멍을 들추어 발기된 대물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절반은 여전히 아래 감추어져 있었지만, 튀어나온 절반만으로도 무지막지한 사이즈. 특히 완전한 유선형으로 떨어지는 귀두 라인은, 조각가의 예술품을 연상시킬 만큼 늠름한 모습이었다.
실물을 목도한 혜미가 감탄을 쏟아냈다.
"와, 오빠 꺼 진짜 크다."
"남자친구 보다?"
"뭐, 솔직히···. 인정."
"맛도 더 좋을 거야."
"그건 아직 모르죠."
"일단 잡숴봐. 그럼 알게 될 테니."
도훈이 혜미의 머리를 더욱 압박하자, 혜미가 입을 벌리고 대물을 입에 머금었다. 따뜻하고 축축한 입속의 느낌에 도훈은 벅찬 정복감을 느꼈다.
‘아···. 나는 이 순간이 가장 좋더라. 처음 만난 여자 입에 잦이 물릴 때.’
[확실히, 주인님은 누굴 비난할 입장은 아닌 것 같네요.]
‘내가 뭘?’
[처음엔 혜미양이 쉬운 여자라면서 불쾌해 하셨잖습니까. 정작 주인님은 바로 전 나이트 룸에서 4명이랑 관계해 놓고서요.]
‘크크. 내로남불인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적어도 난 애인 있는 여잔 먼저 안 건드리잖아.’
[지금 열심히 건드리고 계시는 데요?]
‘말 똑바로 들어. <먼저> 안 건드린다고 했지, 절대 안 건드린다곤 안했어. 지발로 모텔까지 따라오는 애를, 내가 굳이 가릴 필요가 있을까? 난 예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야.’
[저한테까지 굳이 변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야 늘 주인님 편이니까요.]
‘근데 으음···. 어째 아까 그 흑보녀 보다 더 잘 빠는 것 같은데?’
[누구요? 로즈요? 그럴리가요. 상대는 명색히 프로였는데요.]
‘아니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만족감 말이야. 임자 있는 여자라서 그럴까?’
[주인님은 불륜 트라우마가 없었더라면 필시 희대의 난봉꾼이 되었을 겁니다.]
‘뭐지? 어째 욕 같은데?’
[아닙니다. 대물 플레이어에겐 더 없는 칭찬이지요.]
‘흐음. 아무튼 남친이 있다니까 더 흥분되는 건 사실이야. 역시 두 번째로 맛있는 게 처음 먹는 여자고, 제일 맛있는 건 남의 여자라더니···.’
도훈은 열심히 물건을 핥고 있는 혜미의 머리를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룸에서 나올 때 대충 물티슈로 닦긴 했지만, 분명 깨끗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물건을 입으로 싹싹 씻어주는 모습에서 조금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마인드가 훌륭한 아이구나. 그렇담 나도···.’
도훈은 펠라를 중단 시킨 체 혜미를 침대로 눕혔다. 그리고는 거추장스러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아···."
"오래 굶었다니까 몸보신 제대로 시켜줄게."
단추를 모두 풀고 브래지어까지 벗기자 순식간에 혜미가 알몸이 되었다. 부끄러운 듯 두 팔을 교차시켜 가슴을 감추는 동작이 야릇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부, 부끄러워요."
도훈은 이제 밑으로 내려와 혜미의 치마를 벗기려 들었다. 그러자 혜미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자, 잠시만요!"
"왜?"
"씻고 올게요."
"괜찮아. 안 씻어도 돼."
"제가 안 괜찮다고요."
"너도 나 씻지도 않았는데 빨아 줬잖아."
"남자랑 여자랑 같아요?"
"혹시 나이트 오기 전에 샤워 안했니?"
"물론 했지만··· 아까 땀을 흘려서···."
"그럼 뭐 상관없지."
도훈이 거침없이 치마를 내렸다.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친 혜미가 화들짝 놀라며 이불에 몸을 숨겼다.
"꺄악! 오빠 쫌!"
"왜? 난 괜찮다니까?"
"제가 싫다고 했잖아요!"
"남자친구랑 할 때도 씻고 해?"
"당연하죠! 말이라고."
"난 네 남자친구 아니니까 상관없겠네."
도훈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이불을 뺏어 던졌다. 평소 같아선 씻고 오라고 하면 그만인데, 유난스럽게 구는 혜미를 보니 더욱 괴롭히고 싶어졌다.
이불을 걷어 치우자 혜미가 다리를 꽈배기처럼 오므리고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 팬티를 감춘 모습에 도훈이 발목을 잡아 강제로 벌렸다.
‘압도적인 힘으로!’
"오, 오빠아아아!"
도훈의 괴력에 혜미가 가랑이가 활짝 열였다.
애초부터 힘으론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혜미가 다급하게 도훈을 설득했다.
"오빠, 진짜로 금방 씻을 게요. 네? 잠시만요. 저 안 씻고는 한 번도 안 해봤···."
도훈이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
왠지 괴롭히는 재미가 있는 여자였다. 도훈은 그녀가 뭐라고 떠들든 말든 벌어진 다리 사이에 코를 처박았다.
‘코박죽!’
"아흑!!!"
혜미가 모멸감과 수치심에 눈물을 찔끔거렸다. 푹 젖어있는 팬티와, 거기서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는 생봊이 냄새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억지로 범해지는 것만큼 충격이었다.
"오빠아!!"
< 392. 조각모음-3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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