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95화 (375/2,000)

< 377. 조각모음-15- >

"잘생긴 남자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잖니. 넌 꿈 깨. 내 타입 아니니까."

‘웃기고 있네. 나한테 마음 있는 거 다 알거든?’

정보창을 들여다보고 나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도훈은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보창이란 사기 스킬이 그에게 준 것은 다름아님 부동심이었다.

[정보창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의 차이, 이제 아시겠습니까?]

‘어디서 약 파는 멘트가 들리는데?’

[그만큼 주인님이 쉽게 여자를 공략해 왔다는 반증이죠. 환생한 뒤 바로 플레이어의 권능을 받으셨으니 말입니다.]

‘그래. 인정한다. 지금의 성과가 내 실력만으로 이룬 건 아니라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치사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어쨌든 이건 내가 가진 능력이고, 그게 내 스타일이야.’

[그렇죠, 뭐. 굳이 힘을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요.]

‘지금이야 업적 도전 때문에 꾹 참고 있다지만, 두고 봐. 업적만 끝내면 아주 닥치는 대로 따먹어 버릴 테니까.’

[주인님 자제 좀···.]

‘일단 보영이 부터 해치운다.’

"제가 그렇게 별로에요?"

"응. 난 어린 애 싫어하는데?"

"왜요?"

"그냥. 연하는 남자로 안 느껴져서."

"연하 만나 봤어요?"

"아니?"

"안 만나 보고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만나면 뭐 다르니? 그래봐야 풋내기지."

"풋내기 아니면요?"

도훈은 톡톡 쏘아대는 보영에 화법에 한 마디도 밀리지 않았다. 도훈의 돌변한 태도에 보영도 점점 자세를 달리했다.

"얘 봐라 정말? 너 나 감당 못 한다니까?"

"글쎄요? 그것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죠."

"풉-.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지 마. 너 왜케 웃기니."

"웃긴 남자 별로에요?"

"웃긴 것도 괜찮지. 잘생기면 더 좋고."

"웃긴 데 잘생긴데다 몸까지 좋으면요?"

도훈이 가슴을 부풀었다.

셔츠 단추가 벌어지며 근육질의 상체가 밀려나왔다.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들의 전형적인 과시자세.

"너 지금 나한테 어필하는 거니?"

"누나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 거겠죠."

"아서라. 몸 좋다고 힘 좋은 사람 한명도 못 봤다."

"누나가 별로 남자 경험이 없는 거겠죠."

도훈이 대화의 수위를 조금씩 높였다.

보영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이었다.

바깥의 소음이 차단된 룸안은 커다란 밀실.

두 사람이 포개 누워도 충분히 넉넉한 소파와, 테이블 위엔 온갖 과일과 고급 양주가 무대 소품처럼 깔려있다.

보영은 점점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다.

‘뭐지? 아까랑 전혀 다르잖아? 완전히 쑥맥 같더니만···. 다 내숭 떤 거였나?’

하지만 보영은 본래부터 기가 센 여자였다. 남자를 휘두르고, 안달 나게 만들고, 질투심을 유발하길 좋아했다.

"내가? 풉-. 너 스튜어디스에 대해 잘 모르지?"

"무슨 일을 하는 줄은 알죠."

"국제선 타면 얼마나 추파가 많이 들어오는 줄 알아? 교수에 연예인에 운동선수까지, 어휴 말도 마라 진짜."

"그래서요?"

"내입으로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난 네 생각보다 훨씬 잘나가는 여자라고."

‘웃기고 있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너 같은 여자 수도 없이 따먹은 카사노바의 재림이란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너 나 같은 여자 감당 못한다니까?"

"뭘 자꾸 감당하란 건데요?"

"···아이고 됐다. 말을 말지."

보영은 할 말이 없어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나이트에 함께 온 친구들의 단톡방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나저나 얘들은 어디서 뭘 하길래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

"누나 혹시 왕따에요?"

"뭔 소리야? 다들 부킹 가서 흩어졌다니까?"

"누난 왜 부킹 안하는 데요?"

"다 별루야.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어. 꼰대에 진상에···."

"돌아보니까 그나마 제가 제일 낫죠?"

"이게 아주 막 던지네? 너 내 타입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누난 제 타입 인데요?"

도훈이 본격적으로 들이댔다.

"어쭈? 요 꼬맹이가 오냐오냐 하니까···."

"꼬맹이는 무슨. 내가 누나 보다 큰데?"

"키만 크면 다니?"

"누가 그래요? 제가 키만 크다고."

"뭐?"

도훈이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사타구니를 쩍 벌린 그는 소파에 어깨를 기대며 오만한 자세를 취했다.

"키도 큰 거죠."

"야! 진짜, 이게."

보영이 팔뚝을 때렸다.

찰싹-

손바닥에 도훈의 탄탄한 삼두박근이 느껴졌다.

‘어머, 무슨 몸이 이렇게 딴딴하담?’

도훈이 마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단단하죠?"

"응. 골프공 좀 많이 주웠나 보네?"

"원래 제가 구멍에 넣는 건 다 잘해요."

"······."

대화가 점점 노골적으로 흘러가자 보영도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술까지 걸친 젊은 남녀가 가까이 살을 맞대고 야한 애기를 하다보니 자극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보영은 사실 도훈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말로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얼굴보단 몸매에 혹하는 타입이다. 또한 도훈은 객관적으로 못생긴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열에 아홉은 잘생겼다고 인정하는 외모였다.

방장처럼 선이 고운 미소년 타입 보다, 남자답고 덩치 좋은 도훈이 훨씬 자신의 취향이었다.

‘뭐라 반박을 못 하겠네 진짜···.’

"참, 누나 엊그제 비행했다고 했던가?"

"으, 응."

"오래 서서 일하느라 힘드셨겠네요."

"말도 마. 이틀 휴가 받아 왔는데, 막상 놀려니까 온 몸이 다 쑤신다야."

"그렇구나.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

"응?"

"저 마사지 잘해요.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

‘핫-?!’

보영은 도훈의 응큼한 속셈을 알고도 그의 제안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청개구리처럼 말이 반대로 나왔다.

"뭐야? 너 변태니?"

"변태라뇨? 말씀 심하시네."

"아니 그렇잖아, 아니면 첨보는 여자 다리를 왜 만진다는 건데?"

"처음 보는 건 아니죠."

"아, 그런가?"

"그리고 만지는 게 아니라 주물러 드린다고요. 싫음 말구요. 참나, 딴엔 호의로 한 말인데 너무하네. 사람 변태로 몰고."

도훈이 기분 상한 듯 표정을 굳히자 이번엔 보영이 안달이 났다.

‘어쩌지? 이 방정맞은 입. 또 또, 본심이랑 다르게 튀어 나왔어.’

"너 삐졌어?"

"안 삐졌는데요?"

"아니 난 그냥···."

"그냥 뭐요?"

"부끄럽잖아."

"뭐가 또 부끄러운데요? 마사지 한 번도 안 받아 보셨어요?"

"자주 받았지. 동남아 쪽으로 갈 때는 매일."

"그거랑 똑같은 거예요."

"흠."

보영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다리를 내밀었다.

"나 스타킹 신었는데···."

"괜찮아요. 어차피 지압만 하려는 거니까."

"알았어."

‘큭. 결국 할 거면서 빼기는.’

도훈이 속으로 코웃음 치며 쭉 뻗은 보영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그녀의 다리는 모델처럼 늘씬했다. 각선미 하나는 죽이는 여자였다.

"구두 벗고 한 다리 올려 봐요. 여기다."

도훈이 자기 허벅지를 두들겼다.

보영은 마지못한 척 구두를 벗고 다리를 살포시 올렸다. 그와중에 치마가 쓸쩍 들리는 바람에 재빨리 두 손으로 치마를 가렸다.

"보지 마, 너."

"안 봅니다. 보이지도 않구만 뭘."

도훈이 종아리를 천천히 다리를 쓰다듬었다. 손끝에 힘을 주어 꾹꾹 누르자 보영이 나지막한 신음을 터뜨렸다.

"아, 아···. 살살 좀."

"엄청 뭉쳤네요?"

"하루 종일 서 있으니까 그렇지."

"비행기 타면 앉지도 못해요?"

"의자가 있긴 한데 앉을 틈이 없어. 승객들이 맨날 뭐 갖다 달라 불러대니···."

"고생하시겠다."

도훈이 손바닥 전체로 종아리를 압박하며 반죽을 빗듯 주물렀다.

"아, 시원해. 너 혹시 캐디 아니라 마시지 알바 하는 거 아니니?"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놀리는데요?"

"아니 그냥 이쪽이 적성이 잘 맞겠다 싶어서."

"제가 주무르는 건 원래 잘해요. 가만 있자, 발바닥도 좀 만져줘야 겠는데···."

"앗, 거긴 간지럽다고."

"그래도 여길 눌러줘야 시원해요."

도훈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발바닥 가운데 용천혈을 꾹 눌렀다. 강한 악력으로 혈자리를 누르자, 보영이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야! 아파, 살살 해."

"원래 뭉친 곳이 아픈 법이죠."

"진짜, 힘만 세 가지고."

"왜요? 남자가 힘세면 좋은 거지."

"아니거든? 무식해 보이거든?"

"그건 가슴 큰 여자들 얘기 아닌가?"

도훈이 슬쩍 고개를 들어 보영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은 적당한 가슴.

블라우스 위로 봉긋 나온 크기를 짐작할 때 B컵 정도 되어 보였다.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아, 누나 엄청 똑똑하시구나."

"야! 장난쳐?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이건 칭찬인데요?"

"그거 내 가슴 작단 소리잖아."

"나 그런 말 안했는데?"

"이게 진짜!"

그때 도훈이 다시 용천혈을 꾸욱 눌렀다. 도훈을 때리려던 보영은 온 몸에 마비가 온 것처럼 경직되며 비명을 내질렀다.

"악!"

"그렇게 아파요?"

"몰라. 어딜 누르는 거야 대체?"

"안되겠네. 다리 더 뻗어 봐요."

"싫거든?"

"기왕 풀 때 확실히 풀어줘야죠."

"참나···."

보영은 눈을 흘기면서도 좀 더 다리를 내밀었다.

이제 도훈의 손은 무릎을 지나 허벅지에 이르렀다.

"봐요. 여기 뭉쳐있는 거. 느껴져요?"

도훈이 손끝을 꾹꾹 눌러가며 허벅지를 마사지했다. 보영은 점점 위로 올라오는 손길에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고 고개만 끄덕였다.

‘으읏, 안 돼. 잘못하면 이상한 소리 내겠어.’

"시원하죠?"

"뭐, 쫌?"

"에이, 너무 야박하다. 이렇게 열심히 주물러 주는데."

"내가 시켰니? 니가 해준다고 한 거지."

"이쪽은 어때요?"

도훈은 손이 허벅지 깊숙이 이르렀다.

그의 손이 치마 안쪽으로 들어가 엉덩이 아래 햄스트링 부위를 주물렀다.

"아, 앙."

"아파요?"

"아, 아니 그게···."

도훈의 손은 스리슬쩍 안으로 들어왔다.

1Cm.

2Cm.

3Cm.

시나브로 파고 든 손은 사타구니 주변을 문지르고 있었다.

"하으···."

"괜찮죠? 받아보니까?"

"그렇긴 하네."

"제가 그랬잖아요. 분명 시원하실 거라고."

그 순간 도훈이 실수한 척 엄지손가락을 세워 계곡의 가운데를 슥 스치고 지나갔다. 팬티 위를 문지르는 손길에 보영은 온 몸의 소름이 돋았다.

‘다, 닿았어!’

보영이 몸을 움찔 거렸지만, 괜히 내색하면 어색해질 까봐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실수인 줄 알았던 도훈의 손장난은 그 뒤로 더욱 과감해졌다. 마사지를 핑계로 시작된 그의 애무는 이제 사타구니 주변에 집중되며 지속적으로 팬티 위를 문질렀다.

"아, 아앙."

‘어, 어떡해! 밑이 축축해지는 거 같아.’

계속된 자극에 보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흐느끼는 비음을 내뱉었다.

"하, 하아앙, 아, 아···."

그때 도훈이 말했다.

"여기가 제일 뭉쳤었구나."

꾸욱-

도훈의 엄지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내리눌렀다.

"하읏!"

"맞죠? 여기가 제일 시원하죠?"

"아, 아응, 너, 지, 진짜."

도훈은 아예 대놓고 팬티 위를 꾹꾹 눌러댔다. 이미 흥건히 젖은 보영의 팬티는 물 먹은 잔디마냥 끈끈한 물기를 내뱉었다.

"대답해 보라니까요? 어떤데요?"

"아, 앙, 아, 자꾸 거길 자극하면···."

"자극하면 뭐요?"

"기, 기분이··· 아, 아앙!"

"기분 좋아요?"

"모, 몰라!"

"헤에. 누나 표정 지금 엄청 귀여운데?"

잔뜩 상기된 보영의 표정은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달아 올라있었다. 입에선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오고, 온 몸이 열기로 가득했다.

"너, 너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나랑 하고 싶죠?"

"···몰라."

"대답 해봐요. 그럼 제대로 해줄 테니까."

보영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사실 원나잇을 생각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장시간 비행을 마친 탈력감에 그저 동기들과 시원한 맥주나 하고 싶었다. 그러다 누군가 나이트를 가자는 얘기를 꺼냈고, 분위기에 휘말려 2차로 향한 곳이 이곳이었다.

하지만 보영은 나이트에 별다른 즐거운 추억이 없었다.

처음 본 여자에게 껄떡대는 남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비즈니스 석에 앉아 음흉한 눈길로 시선 강간을 해대는 못된 승객들이 떠올랐다.

우연인 것처럼 다리를 만지고 엉덩이를 스치는 나쁜 손들.

그럴 때마다 보영은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자괴감을 느꼈다.

어렵게 힘든 과정을 거쳐 들어온 자린데도 승객들은 틈만 나면 추근댔다.

-애인은 있어?

-내가 무슨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혹시 용돈 필요하면···.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 둘 순 없는 노릇.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놀러 온 나이트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수려한 외모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와 친구들은 시작부터 룸을 전전했다. 외모가 별로면 테이블로 돌린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처음엔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군데를 둘러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값비싼 룸을 잡고 재력을 과시하는 남자들이나, 비즈니스 석에 앉아 귀찮게 구는 승객들이나 하등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달랐다.

일단 나이가 어렸다.

끽해야 대학생으로 보이는 얼굴에 근육질의 몸매가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순박했다.

말도 잘 못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져대는 다른 남자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어쩔 수 없이 방에서 헤어지고 난 후.

보영은 도훈의 연락처를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먼저 물어봤으면 되었을 텐데,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아무 것도 묻지 못했다.

우연히 화장실 앞에서 도훈을 만나게 되었을 때 무척 기뻤다. 그래서 그를 따라 룸으로 왔다.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답해 보라니까요?"

도훈이 갑자기 팬티스타킹의 가운데를 잡아당기더니 부욱- 찢었다.

< 377. 조각모음-1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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