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93화 (373/2,000)

< 375. 조각모음-13- >

-----------------------------

성명 : 김보영 (비처녀, 일시 20세 5개월)

나이 : 26

호감도 : 72/100

개방성 : A

성감대 : 목덜미, 젖꼭지, 사타구니

*애무 포인트 :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어주면 성감이 바짝 끌어 오르는 타입입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에게 강한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녀는 질투심을 유발하기 좋아합니다. 일부러 다른 남자에게 관심 있는 척하며 당신을 도발하는 중입니다.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다음의 멘트를 추천합니다.

-추천 멘트 : "누나 오래 비행하셔서 피곤하시겠다. 제가 다리 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

‘으억! 이게 뭐야?’

[그러게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아니, 분명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것 같진 않았단 말이야.’

[그거야 성격 나름이죠. 주인님은 너무 눈에 보이는 데로 상대를 판단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개방성 A에 저 정도 호감도라면 딱 업적 달성 각이었는데···. 너무나도 아쉽게 됐군요.]

‘제기랄, 이런 삽질이 있나!’

[좀 더 자신감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주인님 정도면 충분히 통하는 외몹니다. 이제라도 본심을 알았으니 공략해 보시렵니까?]

‘됐어. 업적 달성에 하등 도움도 안 되는 데 무슨.’

[저 없이 하려니까 생각보다 쉽지 않죠?]

로시의 팩트 폭격이 뼈를 때린다.

정보창의 도움을 받았다면 쉽게 호감을 살 수 있었던 상대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했다. 나의 타고난 눈치는 딱 거기까지였나 보다. 나름 여자 마음을 읽을 줄 안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다 정보창에 기댄 덕분이었다니···.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된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잠시 후 여자들이 일어섰다.

"친구 한 명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저흰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 되면 2차 어때요?"

"그건 그때 봐서?"

"알겠습니다. 재밌게 노세요."

방장은 깔끔한 매너로 여자들을 돌려 보냈다.

여자들이 나가자마자 방장이 물었다.

"다들 연락처는 땄냐?"

"아뇨."

"전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해주더라고요. 근데 왜 보내신 거예요? 이번엔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샤대생이 아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비행기처럼 훌훌 떠나간 스튜어디스들을 잡지 못한 게 못내 서운한 눈치였다.

"일단 숫자가 안 맞잖아. 직장 동료끼리 놀러 왔다는데 아무리 남자가 맘에 든다 한들 한 명을 재낄 순 없는 거거든.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야지."

"그치만 저흰 3명이 더 있잖아요. 급한 데로 한 명 당겨오면 머릿수 맞출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도 안 한 건 아닌데, 말 섞어 보니 오늘 자빠뜨릴 싸이즈가 아니더라. 스튜어디스들은 하늘 위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의외로 눈이 높단 말이지. 저런 애들은 차라리 연락처 받아놓고 나중에 에프터 노리는 게 훨씬 확률 높아. 괜히 2차까지 나가봐야 술값

만 옴팡 뒤집어쓰고 끝나는 수가 허다하거든."

"형은 그럼 연락처 받았어요?"

놈이 씩 웃으며 자랑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연락 중이다. 나중에 시간 될 때 따로 보기로 했고."

아오! 열 받아.

똑같이 여자를 상대했는데 누군 번호 받고 희희낙락거리고, 누구는 주려고 하는데도 눈치를 못 채 놓쳐버리다니···.

스킬을 봉인 당한 나는 그저 병신일 뿐인 걸까?

갑자기 자괴감이 밀어닥쳤다. 160도 안 되던 난쟁이 똥자루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남자였다니···.

그때 로시가 말했다.

[주인님. 한 번의 실패로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옛말에 이르기를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하였습니다. 들이대는 족족 성공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난 그런 줄 알았지. 이제껏 찍어서 못 넘긴 여자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거야 플레이어의 능력을 사용했으니 그런 거죠. 야구에선 3할만 쳐도 잘 치는 타자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열에 일곱 번은 실패하는 셈인데도요.]

‘으음···.’

로시의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난 이제껏 치트키를 써온 셈이다. 어떻게 여자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지, 어느 타이밍에 결정적인 멘트를 날려야 하는지 모든 것이 눈에 보였다.

타자로 치면 상대 투수가 어떤 구질의 공을, 어떤 속도로 던질지 완전히 꿰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러니 십할이 나올 수밖에.

이런 십할. 욕나오는 군.

[능력을 봉인하는 위업은 어떤 플레이어라도 버거워하는 업적입니다. 검사나 마법사 클래스라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요. 그러니 굴하지 마시고 멋지게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실패한다고 죽기야 하겠습니까? 또 여전히 밤은 길지 않습니까?]

‘···알았다, 고마워. 다시 분발해 볼게.’

[화이팅 입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믿습니다.]

그래.

내가 너무 조급하게 굴었다.

로시 말마따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앞으로 들어올 여자도 한 트럭은 넘을 것이다.

그중 하나면 된다.

딱 한 명이면 업적 달성이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각오를 새롭게 다진 도훈이 방장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에겐 있고 자신에게 없는 것.

그건 바로 스킬 없이 여자를 상대하는 경험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법. 내가 놈을 너무 우습게 봤어. 그래도 이 바닥에서 날고 긴다 하는 놈인데 말이지.’

[훌륭한 태돕니다. 적을 인정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승부가 시작되는 법이죠.]

‘그러니 이제부턴 놈한테 배워야겠어.’

[배우다뇨? 뭘요?]

‘난 이 바닥에선 초보나 마찬가지잖아.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그것이 맨몸으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자존심 따윈 더 이상 중요치 않아.’

[아아, 역시 우리 주인님. 멘탈이 더욱 굳건해지셨군요.]

‘업적만 달성해봐. 그때부턴 아주 밟아 버릴 테니까.’

도훈은 새로운 여자들이 들어오기 전 막간을 이용해 방장에게 물었다. 최대한 공손하게.

"형."

"응?"

"여자들 첨 만나면 뭐부터 말해야 돼요?"

"거참, 빨리도 물어본다."

방장은 앞서 스튜어디스를 상대할 때 내심 도훈과 샤대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그에겐 있었던 것.

"둘 다 잘 들어둬. 파트너 옆에 앉히면 뭐부터 물어야겠냐?"

"나이요?"

"직업?"

도훈과 샤대생이 각각 머리를 굴려 대답했지만, 방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 다 틀렸어. 그러니까 니들이 안된다는 거야."

방장의 시건방진 태도가 띠꺼웠지만, 도훈은 꿋꿋이 인내했다.

지금 무릎 꿇는 건 개구리 펀치를 위한 준비동작이라며.

"그럼 뭘 물어요?"

"묻지 마."

"네?"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초면부터 호구조사 하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매너야? 너희들 레포라고 들어는 봤냐?"

"제가 사포는 좀 할 줄 아는데···."

샤대생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무식한 새끼.’

도훈은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던 터라 방장의 뜻을 빠르게 캐치 했다.

"들어봤어요."

"그래. 그거야, 레포. 어떤 사람도 초면부터 직업이나 나이, 또는 이름 같은 걸 물어보면 경계하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거거든. 막말로 나이트 온 새끼들을 뭘 믿고 신상 알려주겠냐? 이 새끼들이 범죄잔지 사기꾼인지도 모르는데."

"그럼 대화를 어떻게 진행해요?"

"칭찬이지."

"네?"

"묻지도 따지지도 마. 우선 칭찬부터 해."

"그냥 예쁘다고 하면 돼요?"

"아니. 그건 누구에게나 뻔한 소리처럼 들리잖아. 다른 여자에게 써먹은 걸 자기한테 똑같이 하겠거니 의심한다고. 칭찬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헤어스타일 잘 어울리네. 옷이 예뻐요. 막 이런 거 있잖아. 여자들 기분 좋게 하는."

"아···."

방장의 열띤 강연에 샤대생과 도훈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칭찬으로 시작하는 거야. 그럼 여자들은 뻔한 아부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그러면서 천천히 분위기를 이끌면서 술도 먹이고, 그러다 나이도 물어보고 직장도 묻는 거야. 처음부터 다짜고짜 들이대는 게 아니라."

"그렇군요."

"참나, 내가 너무 알려줬네. 이거 돈 주고 배워야 하는 기술인데."

"고마워요, 형."

"잘해 인마. 어차피 혼자만 잘나 봐야 소용없어. 니가 파트너 스프링 시키지? 그럼 다 같이 튕겨 나가는 거야."

"네."

[조금 도움이 되셨습니까?]

‘응. 그동안 너무 정보창에 익숙해졌나 봐. 이런 기본기를 잊고 있었다니. 나도 아는 내용이었는데.’

[어쨌든 다음엔 성공하길 바라겠습니다.]

똑똑-

그때 웨이터가 또다시 문을 두들겼다. 그새 또 다른 여자를 물고 온 것이다. 방장은 두 사람에게 단단히 일렀다.

"이번엔 뺀찌 안 놓을 테니까 연습한다 생각하고 들이대 봐. 알았지?"

"네."

새롭게 들어온 여자들은 둘이었다.

외모는 지극히 평범.

도훈은 다소 실망감이 들었지만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결심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방장이 양보하며 두 여자를 각각 샤대생과 도훈에게 붙였다. 마치 사부가 두 제자에게 과제를 내어준 느낌이었다.

도훈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으나,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안녕하세요."

"네."

도훈 옆에 앉은 여자는 룸이 처음인지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언제 오셨어요?"

"이제 막 들어왔는데 앉기도 전에 웨이터분이 끌고 오더라고요. 근데 세 분이시네요? 저흰 둘밖에 없는데···."

"아, 전 여자친구 있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씀 나누세요. 동생들 부킹시켜 주려고 따라온 거라."

방장이 시작부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술을 홀짝거리며 재밌는 구경거리나 되는 듯 샤대생과 도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후후. 과연 어떤 놈이 빨리 학습했을까?’

도훈은 칭찬 거리를 찾아 여자를 살폈다.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의외로 가슴은 제법 있는 편이었다. 경험으로 볼 때 최소 C컵 이상이다.

"몸매 좋으시다."

"네?"

‘아차, 너무 성급했나?’

구체적인 칭찬에 집중한 나머지 다짜고짜 가슴을 빤히 쳐다보고 말해버렸다. 그러나 여자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쪽도 분도 만만친 않은데요? 근데 운동하는 분이세요? 어깨 엄청 넓어 보인다."

‘어라? 이게 먹힌다고?’

도훈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맞아. 난 이정우가 아니라 이도훈이야.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수 있는 훈남 이도훈. 못생긴 놈이 이러면 성추행이겠지만, 내가 해주면 칭찬이고 말고.’

도훈은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를 마주하는 여자들이 대체로 호감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가 체육교육이 전공이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그쪽은요?"

도훈이 자연스레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전 간호학과 다녀요."

"와, 공부 잘 하셨나보다. 간호학과 인기 많아서 들어가기 힘들다던데."

"그럭저럭이죠. 근데 몇 살이세요?"

"저요?"

‘닭가슴살이라 해볼까? 아니지. 이런 몹쓸 아재 본능같으니.’

"몇 살처럼 보이는 데요?"

"저보다 어려 보이는데···."

"아닐걸요? 제가 의외로 동안이라서."

"풉- 지금 자기 자랑하시는 거?"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대화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도훈도 빠르게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일단 분위기 좋고. 굳이 나이를 속일 필욘 없겠지?’

"스물셋이에요."

"저보다 오빠네요? 전 스물둘요."

그때 맞은편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혜미야. 들었니? 이 오빠 한국대 다닌 데!"

"와, 공부 엄청 잘하셨나 보다. 혹시 오빠도?"

‘윽! 한창 분위기 좋은데, 저 사칭 새끼가!’

거짓으로 말할 수 있었지만, 도훈은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라도 샤대생이 호응해 주지 않으면, 자기만 우스운 꼴이 될 것 같았다.

"아니 난 다른 학굔데."

"아···."

"근데 이름이 혜미야? 이름 예쁘네."

"고마워요. 오빠는 이름 뭐에요?"

"나?"

도훈이 과거 이름을 댔다.

"···정우야. 이정우."

"오빠도 이름 잘 어울려요. 근데 체육 전공하시면 운동 잘하시겠네요?"

다행히 혜미는 샤대생에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파트너에 대한 매너였는지, 아니면 학벌에 큰 흥미를 안 느끼는 것인지는 아리송했지만 도훈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냥 뭐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이것저것 조금씩은 다 해."

"멋져요. 전 운동 잘하는 남자 좋던데."

혜미가 도훈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오, 이거 잘하면 업적 달성하는 거 아냐? 가슴 크다고 칭찬했는데도 웃어넘기는 거 보면 엄청 쿨한 성격 같기도···.’

"우리 술이나 한잔할까?"

"좋아요."

도훈이 언더락 잔에 얼음을 채워 양주를 따랐다. 혜미가 맥주를 채우자 두 사람은 잔을 부딪쳤다. 그때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방장이 입을 열었다.

"얘들 거의 다 들어왔다는데?"

"누가 또 와요?"

샤대생 파트너가 방장에게 물었다.

"네. 뒤늦게 오는 친구들이 있어가지고."

"아···."

그것은 일종의 싸인이었다.

눈치가 빠른 샤대생 파트너가 혜미에게 말했다.

"사람 많으면 좀 부담스러운데···. 저흰 이만 가볼게요."

"왜요? 더 노시지 않고선."

샤대생이 질척거렸다.

"아니에요. 들어오자마자 끌려와서 정신없기도 하고···. 저흰 사실 부킹보단 춤추러 온 거라서요. 가자 혜미야."

"아···."

도훈이 머뭇거리며 일어서는 혜미의 손을 붙잡았다.

"번호라도 알려주고 가."

< 375. 조각모음-13- > 끝

ⓒ 성난불기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