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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76화 (356/2,000)

< 358. 애자매-58- >

도훈은 그로부터 10분이 지나서야 씨어터 룸에서 나왔다.

한 발 시원하게 뽑아낸 직후라 그런지 유달리 상쾌한 표정이었다. 문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민식은, 도훈이 나오자 입매를 비틀며 비아냥댔다.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이구만?"

"어? 계속 밖에 계셨던 거예요? 갑자기 나가시 길래 금방 돌아오실 줄 알고 기다렸는데···."

도훈은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그의 바지춤을 보자 민식은 더욱 속이 쓰라렸다.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새끼 같으니라고. 남의 여자를 허락도 없이 따먹어 놓고선···.’

"아닐세. 생각해보니 두 사람도 오늘 처음인 것 같은데 괜히 끼어드는 게 민망하더구만."

"괜찮으시면 지금이라도 갔다 오실래요? 정비서 완전 탈진해서 누가 누군지도 구분 못 할 텐데."

‘뭐라고? 나보고 지 먹던 거나 주워 먹고 떨어지는 거야? 이 새끼가 진짜, 사람을 개호구로 보나!’

도훈의 도발에 민식이 흥분했다. 두 사람의 섹스 장면을 훔쳐보다 엉겁결에 휘말리고 말았지만, 엄연히 정비서는 자신의 애첩이었다. 도훈이 설사 그 사실을 몰랐다 한들 이대로 고분고분 넘어갈 순 없었다.

"···지금은 별로 땅기지 않는군. 밖에 나가서 잠시 담배나 피울 텐가?"

"좋죠."

도훈이 흔쾌히 승낙하자, 두 사람은 곧 집밖으로 나왔다.

도훈과 민식은 정원 한 켠에서 맞담배를 피우며 잠시 숨을 골랐다. 도훈은 여전히 개운한 표정이었고, 민식은 소태라도 씹은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 새낄 그냥 둬선 안 되겠는데, 어떻게 담가야 잘 담갔다고 소문이 날까?’

민식이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담배 연기를 내뿜던 도훈이 넌지시 말했다.

"저 사실 엄청 놀랐잖아요."

"뭐가?"

"아버님이 갑자기 나타나서요."

"크흠."

"처음 들켰을 땐 엄청 민망하고 창피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버님께서 괜찮다면서 격려해 주시 길래, 그때 깨달았어요. 아, 아버님도 경험이 있으신 거구나 하고."

"경험이라니?"

민식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도훈에게 되물었다.

"2 vs 1 플레이 말이에요. 아까 정비서 입에 오랄 받으셨잖아요. 그거 경험 없인 절대 못하는 거거든요. 제 말 맞죠?"

"흠···, 뭘 그런 것 가지고. 실은 나도 자네 나이 때 여자들 실컷 따먹고 다녔지."

"역시 그랬군요."

"그 뿐이겠는가? 그룹섹스건 스와핑이건, 섹스에 관한 것이라면 안 해본 게 없지."

"안 해본 게 없다고요?"

도훈이 놀래는 액션을 취하자, 민식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챙기려는 듯 신이나 떠들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남자가 좆 달고 태어났으면 원 없이 써봐야 하는 게야. 일편단심이니 지고지순한 로맨스네 떠드는 거, 다 루저들의 변명일 뿐이지. 자기가 능력이 안 되서 못하는 걸 안하는 척 하는 거랄까?"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솔직히 젊은 날에는 누구나 잘나가지. 젊다는 건 그래서 좋은 거거든. 하지만 나이 들수록 남자는 능력이 우선이야."

"능력이요?"

"이거 말일세."

민식이 엄지와 검지를 붙이며 돈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결국 가장 강한 건 돈이지. 정력? 테크닉? 그것도 일단 자빠뜨린 후에야 보여줄 수 있는 거야. 제아무리 물건이 크다고 꺼내놓고 다닐 수도 없지 않는가? 하지만 현찰로 한 다발 꽂아주면 어떤 여자건 가랑일 벌리더란 말이지. 자네도 나이 들면 금방 깨달게 될

걸세."

민식은 도훈을 찍어 누르고 싶었다.

지금에야 젊고 잘생겼으니까 여자들에게 먹히겠지만, 결국 나이 들면 자신을 부러워 할 것이라며.

민식의 잘난 체를 바라보는 도훈은 배알이 뒤틀렸다.

‘까고 있네. 내세울 건 돈 뿐이니까 그런 소릴 하는 거겠지.’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던데···."

"뭐라?"

도훈이 조곤조곤 반박했다.

"돈으론 몸을 살 수 있어도 마음을 살 순 없을 걸요?"

"그럼 뭘로 마음을 사는데?"

"바로 이거죠."

도훈이 대범하게 자신의 물건을 가리켰다.

"어떤 여자건 이거 한 번만 제대로 꽂아주면 진심으로 마음을 열거든요. 돈으로 여자를 잠시 자빠뜨릴 순 있겠지만, 이건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죠."

"웃기는 소리군. 그게 가당키나 할 것 같나?"

"글쎄요. 여태껏 저랑 잔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게 말하던데요?"

"순간적인 감정으로 내뱉은 말을 진심으로 여기질 말게나. 여자들은 정말 교활한 족속들이야.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선 마음에 없는 말도 얼마든지 지어내거든. 결국엔 돈이 최고야."

"전 동의 못하겠는데요?"

"뭐? 나랑 내기 할까?"

‘시건방진 자식. 아주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줘야지. 알량한 물건 하나 믿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구나.’

"좋죠. 근데 무슨 내기요?"

"당장 밖으로 나가서 누가 먼저 여잘 자빠뜨리는 지 시험해 보자고. 자넨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나는 돈으로 승부를 겨루는 거지, 어떤가?"

민식은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

적당한 값어치만 치를 수 있다면 말이다.

얼토당토 않는 제안에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너무 운에 갈리는 내기 같은데요."

"뭐가?"

"당장 돈이 필요한 여자라면 금액이 얼마가 됐건 응할 것이고, 반면 정말 잘사는 집 여자라면 돈이 얼마가 됐건 무시하겠죠. 이건 정당한 내기가 아닙니다. 차라리 이런 방식은 어때요?"

"어떤?"

"돈으론 절대 살 수 없는 여잘 제가 자빠뜨려 보이는 거죠. 가령 예를 들면···."

도훈의 시선이 저택으로 향했다.

"아버님 따님 분들 같은."

"뭐 이 새끼야?"

민식이 울컥하며 도훈의 멱살을 잡아챘다.

"네 까짓 놈이 감히 내 딸을 넘봐?"

"왜 이러세요? 말로 하시죠."

도훈은 그의 손목을 붙잡고 힘을 가했다. 엄청난 악력에 민식은 금세 멱살 잡았던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으으, 이 괴물 같은 놈. 무슨 아귀힘이 이렇게 좋아?’

"저는 그냥 예를 든 것뿐입니다. 솔직히 따님들이야 말로 돈으론 절대 굴복시키기 어려운 상대 아닌가요?"

"그, 그건···."

"왜요? 갑자기 자신 없으세요?"

도훈이 어깨를 늠름히 펴고 당당하게 물었다.

민식은 애지중지 키운 딸을 도훈이 노린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대로 수긍하자니 도훈의 말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교활한 새끼. 내가 절대 못 받아들일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얄팍한 수를 부리다니.’

자존심이 강한 민식은 도훈에게 연거푸 당하는 것 같아 몹시 기분 나빴다. 애인인 민서까지 빼앗긴 마당에, 또 다시 패배를 인정하자니 이제껏 지켜온 자신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 라는 그의 신념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다.

"흥, 제법 머릴 굴리는 군. 좋아, 받아들이지."

"정말로요?"

"단 자네도 실패했을 때 각오는 된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나는 지금 내 딸의 정조를 걸었네. 자네도 이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해."

민식은 팔을 괸 체 도훈의 위아래를 훑었다. 놈에게서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눈알을 뽑아 버릴까, 아니면 손목을 자를까?’

그의 시선이 문득 도훈의 가랑이 사이에 멈춰 섰다.

‘옳지, 놈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걸 빼앗아 직성이 풀리겠군.’

"불알 한 짝은 어떤가?"

"네?"

"왜? 자신 없나? 고자로 만들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게나. 나머지 한 짝은 남겨줄 테니까. 하하."

‘저 미친놈. 진심이구나.’

도훈은 민식의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자신이 실패하면 직접 칼을 들고서라도 불알 한 짝을 뽑아낼 눈빛이라고.

도훈이 머뭇거리자 이번엔 민식이 채근했다.

"왜? 불알 뽑힐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잦이가 오그라드는 게야? 그 정도 자신 없으면 무턱대고 아무 말이나 던지지 말았어야지. 말만 내뱉는다고···."

"한 짝 박고, 한 짝 더."

"뭐!?"

"배팅 더 해보죠. 저도 이기면 얻는 게 있어야죠. 저는 불알 두 쪽 다 걸 테니 지면 아버님이 한 짝 거실래요?"

"그, 그게 무슨 개 같은···."

"왜요? 한쪽만 남아도 고자는 안 된다면서요? 저는 실패하면 고자 되는 건데 그 정도도 자신 없으세요? 자신 없으면 아무렇게나 던지면 안 되죠."

자신이 했던 말을 도훈이 고스란히 되받아치자 이번엔 민식이 기세에서 밀렸다.

자신이 미친놈이면 도훈은 더 미친놈이었다.

자신이 내일을 사는 놈이라면, 도훈은 오늘만 사는 놈이었다.

도훈의 눈빛에선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무, 무슨 어린놈의 새끼가 저런 배짱이···.’

민식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자신 있나? 나를 우습게보지 말게나.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 한통 때리면 집으로 달려올 조폭이 한 트럭이야. 수틀리면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자네 진짜로 고자되는 수가 있어."

"아버님이야 말로 저를 띄엄띄엄 보셨군요. 제가 그 정도 뒷배에 쫄 사람으로 보이셨습니까?"

도훈의 당찬 대답에 민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제부턴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단 지금 당장 해내야 하네."

"얼마든지요. 근데 셋 중 누구라도 상관없습니까?"

민식은 고민했다.

‘미애는 안 돼. 이런 걸 알기엔 너무 어려. 것보다 저놈하고 이틀 간 과외를 했으니 나름 정이 붙었을 거야. 희애도 믿지 못하겠어. 고년은 외국 유학 보내 놨더니 서양 놈들하고 질펀하게 놀아난 계집애야. 도훈의 유혹에 금방 넘어가 버릴 거야. 그렇다면···.’

"수애로 하지."

"둘째 아가씨요?"

"그래. 자네가 수애를 설득한다면 내가 패배를 인정하겠네."

"잘 판단하십시오. 제가 이기면 불알 한 짝 날아갑니다."

"허세 부리지마. 자네가 지면 오늘부로 고자 되는 거니까."

"지금 당장 수애 아가씨 방으로 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네가 강제로 덮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그럼요?"

"밖으로 불러 주겠네."

"다른 가족들이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쪽 수영장은 어떤가?"

"수영장요?"

"그래. 수영장은 집 안에선 안보이지. 나는 근처에 조용히 숨어 있겠네."

"알겠습니다."

민식은 둘째 딸에게 전화를 걸며 생각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다른 딸들은 몰라도 수애가 얼마나 콧대가 높은 아인데? 네 놈 같은 하찮은 놈은 거들떠도 안 볼 걸.’

"수애야."

-아, 아빠?

"자다 깬 모양이구나."

-네, 무슨 일이세요? 아직 밖이세요?

"어. 오늘 회식이 좀 길어지는 구나. 그나저나 내가 정원에 중요한 키를 분실한 것 같은데 한 번만 찾아봐 줄 수 있겠니?"

-키 요?

"그래. 회사 열쇤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는 길에 잔디밭에 흘린 모양이다. 다른 애들이 전화를 안 받아서 너한테 시키는 거니까 한 번만 찾아봐 다오."

-밤도 늦었는데 이 시간에요?

"무척 중요한 열쇠란다. 잊어버리면 굉장히 곤란해지는."

-알겠어요. 찾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통화를 마친 민식이 도훈에게 말했다.

"잠시 후 수애가 나올 걸세."

"알겠습니다. 이제부턴 제가 하죠. 대신 아버님도 아까처럼 훼방 놓기 없깁니다. 아셨죠?"

"흥, 실패했다고 도망치지나 말아. 도망쳐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겠지만."

"전 도망 따윈 안칩니다."

도훈은 여전히 자신 만만했다.

***

‘멍청한 녀석 같으니. 고르고 고른 게 하필 수애라니.’

[사실 세 딸 중 누굴 골랐어도 주인님이 이기는 승부 아닙니까?]

‘당연하지. 진정한 타짜는 애초부터 이기는 승부에만 내기를 거는 법이거든. 크크.’

[역시 잔머리가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민식도 보통 변태가 아니군요. 세상에 자신의 딸을 걸고 내기를 할 줄이야.]

‘놈은 민서 때문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어. 자기 애인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만난 지 이틀 밖에 안 된 젊은 남자한테 푹 빠져서 헐떡대고 있으니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고 배기겠어?’

[관전 플레이를 지키는 변태남이라도 자기건 소중한가 보군요.]

‘그러게.’

[이크, 수애 아가씨가 나옵니다.]

잠옷 위에 롱가디 건을 걸친 수애가 문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잔디위에 서있던 나를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 물었다.

"아··· 도훈씨가 왜 여기에?"

"자려다 잠깐 담배 피우러 나왔어. 수애 넌?"

"전 잠깐 뭐 좀 찾으려고···."

수애는 나를 보더니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어느새 아버지의 부탁 따위는 까맣게 잊은 듯 나를 향해 걸어왔다

"춥게 왜 셔츠만 입고 있어요. 이거라도 걸치세요."

수애는 자신이 입고 있던 롱가디 건을 벗어 내 어깨에 둘러 주었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민식이 당황하는 표정이 눈에 선했다.

‘크크. 네 딸이 이렇게 나를 아낀다.’

"어? 속옷 안 입었다."

가디건을 벗자 얇은 잠옷 사이로 그녀의 꼭지가 도드라져 있었다. 수애가 부끄러운지 두 팔로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보, 보지 말아요. 당연히 자고 있으니까 벗었죠."

"근데 야밤에 뭘 찾는 거야? 내가 도와줄까?"

"아니에요. 그다지 중요한 건."

민식이 그렇게 중요한 열쇠라고 했지만, 수애는 찾을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민식이 땅을 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군요.]

‘크크.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 걸.’

"수애야."

나는 다소곳이 서있는 수애에게 조용히 말했다.

숨어 있는 민식이 듣지 못할 목소리로.

"네?"

"수영장이나 갈까, 우리?"

"이, 이 시간에요?"

"응. 거기서 단 둘이 있고 싶어서. 실은 아까 네 동생 때문에 제대로 못해준 것 같거든."

"···좋아요."

수애는 고분고분 나를 따랐다.

< 358. 애자매-5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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