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53화 (333/2,000)

< 335. 애자매-35- >

***

"아, 아···"

휴강 공고가 붙은 텅 빈 강의실에선 끈적끈적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창가를 드리운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온 빛이 강의실 한 구석에 엉겨 붙은 두 남녀를 비추었다.

남자는 바지를 발목까지 끌어 내린 채 하체를 앞뒤로 흔들어 댔다. 책상에 엎드린 여성은 모서리를 부여잡고 연신 끙끙거렸다.

"흐으응, 너무 좋아···. 좋은 데 무서워."

"걱정 마. 강의실 문은 확실히 잠갔으니까."

대낮부터 빈 강의실에서 수정을 따먹던 도훈이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찰지고 탄탄한 엉덩이가 바란 찬 풍선처럼 일그러진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수정이 열락에 찬 숨을 토해냈다.

"하악-! 디저트 맛 어때?"

"딱 수정과 맛인데?"

"헐, 뭥미? 그 아재개그."

"아재라니? 이렇게 발기 찬 아재 봤어?"

퍼억-퍼억!

도훈이 더욱 격렬하게 밀어 붙였다. 거친 뒤치기 동작에 책상 전체가 삐거덕거렸다. 수정은 앞으로 밀려나가려는 책상을 온몸으로 사수해야 했다.

"하앗, 너, 너무 급한 거 아냐?"

대낮에 강의실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이 도훈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다음 수업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난 지각 싫어한다고."

"흐아앙, 그래도, 아, 아!아!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도훈의 박력에 수정의 데시벨이 확 올라갔다. 혹여나 강의실 밖을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 눈이 휘둥그레 질 만큼 격한 신음이었다.

"너 밖에 다 들려."

"어, 어떡해 그럼? 너무 자극이 세단 말이야."

도훈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근처에 벗겨진 수정의 팬티가 보였다. 도훈은 급한 데로 팬티를 둘둘 말아 수정의 입속에 처박았다.

"우읍!!!"

"조용히 해. 들키면 너나 나나 학교생활 끝장이야."

"읍읍!"

수정이 거칠게 저항했지만 도훈은 그녀의 두 손을 꽉 붙들었다. 열중쉬어 자세처럼 허리 뒤에 두 팔이 결박되자, 수정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흐윽. 이, 이러니까 마치 강간당하는 거 같아.’

도훈의 거친 대응이 수정을 흥분시켰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거세졌다. 그녀의 벌어진 계곡에서 씹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 금방 쌀게."

도훈이 스퍼트를 올렸다.

그는 수정의 두 팔을 펼쳐 각기 붙잡았다.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수정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져 올라갔다.

"흐으읍!"

퍽! 퍽!

상체가 들린 수정의 가슴이 격하게 흔들렸다. 커다란 가슴은 위아래로 요동치고, 겨드랑이 밑이 축축이 젖었다. 도훈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주룩 흘러내렸다.

"이제 싼다."

"으으, 으읍!"

(아, 안에는 안 돼!)

그러나 입을 틀어 막힌 수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릴 겨를도 없이 도훈의 불기둥에서 뜨거운 액체가 쏟아지며 수정의 질벽을 강타했다.

피슉-피슉-

"흐으으읍! 아읍읍읍!"

(흐아아! 야이 나쁜 새끼야!)

물론 도훈은 위대한 유산 옵션을 상시 켜둔 상태기 때문에 임신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수정으로서는 도훈의 대책 없는 행동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입마개를 뺀 수정이 도훈을 향해 소리쳤다.

"야! 안에 싸면 어떡해?"

"미안. 너무 흥분해 가지고···. 혹시 위험한 날이었어?"

"몰라! 진짜···. 나 임신하면 책임 져."

수정이 쏘아붙이자 도훈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나 그렇게 무책임한 남자 아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그의 확고한 태도에 기분이 풀어졌는지 수정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우이씨, 진짜 말이라도 못하면."

"미안. 밖에 사람 지나갈까봐 마음이 급했어."

수정의 구멍에서 끈적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낸 수정이 허연 정액을 닦아냈다. 그 사이 도훈은 흘러내린 바지를 추슬러 옷매무세를 가다듬었다. 대강의 정돈을 마친 후 수정이 말했다.

"너 담엔 디저트 없을 줄 알아."

"진심?"

"이렇게 후다닥 먹어 치우니 안 되겠어. 다음번엔 나를 메인 디쉬로 해."

"풉- 그게 뭐야?"

"뭐긴 뭐야. 내 맘이지. 다음 수업 언제야?"

"이제 10분 남았어."

"가자. 가는 길에 누나가 커피 사줄게."

"이러니까 무슨 화대 받는 기분인데?"

"대신 오늘은 짧아서 캔 커피야. 길게 해주면 아메리카노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지."

"헐, 진심이었나 보네."

수정의 거침없는 입담에 도훈이 혀를 내둘렀다. 부담 없고 쿨한 성격의 수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도훈이었다.

***

자판기 캔 커피를 건네며 수정이 물었다.

"근데 무슨 과외 하기로 했어? 혹시 체육?"

"아니 수학."

"너 수학도 잘 해?"

"못하진 않지."

"별꼴이네? 체육과 주제에 수학과외라."

"무시 마. 섹스만큼 자신 있으니까."

"헐, 천잰데?"

농담인 걸 알기에 그다지 기분 나쁘진 않다. 수정은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근데 꼭 오늘이어야 했어?"

점심을 먹자마자 허둥지둥 빈 강의실의 찾아 해맨 수정에게 물었다.

"너 오후에 과외 간 다면서?"

"그래도 시간이 촉박하니까 제대로 해줄 수가 없잖아. 들킬까봐 초조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 나 낼부터 교생실습이란 말이야. 실습시작하면 만날 시간이 없다고."

"벌써?"

"응. 3,4학년이 먼저고 그 다음은 너희야. 2학년부턴 실습가는 거 알지?"

들은 기억이 있다.

사범대 2학년부터 4학년까진 학기 중 교생실습이 이어진다.

올해는 임용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3,4학년이 작년보다 일찍 실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3학년 실습이 끝나는 대로 2학년 실습이 이어진다.

수정이 계속 말했다.

"너도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어. 실습 빡세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와. 나도 첫 실습할 땐 잠도 못 잤거든."

"왜?"

"실습 담당 교사가 지도안 엄청 꼼꼼히 봐. 동기유발이나 발문은 말할 것도 없고, 판서할 때 어느 쪽으로 등지는지 모둠 학습 때 개괄순시의 동선까지 다 따진다고."

"헐, 그 정도야?"

"그뿐인 줄 알아? 수업 전 사전협의에 하고 수업 끝나고 사후협의 하고. 애들 마치면 체육교구실 정리해야 되지, 퇴근하면 다음날 수업자료 만들어야지···. 그래도 3학년 쯤 되면 할 만해 지는데 처음엔 고생 좀 할 거야."

"나 도와 줄 거지?"

"야! 너 그러려고 나 만나?"

"응. 그게 아니면 쉬어 빠진 4학년 선배를 뭣 하러 만나겠어? 싱싱한 후배 만나고 말지."

"요거 봐라? 막말 쩐다? 너 나랑 동갑이야 이것아."

수정이 두 팔을 허리에 올리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

그 모습마저 귀엽기 짝이 없다.

동갑은 무슨. 니가 한참 영계다 이것아.

"농담이야. 농담."

"암튼 누나 없다고 한 눈 팔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고 있어."

"왜? 저녁엔 도서관 못 와?"

"이번 실습은 부설고가 아니라 다른 학교로 신청했어. 여기선 멀고 집에선 가깝길래 당분간 본가에서 통학할 거야."

"아···."

"왜? 보고 싶을 거 같니?"

"보고 싶은 건 아니고, 박고 싶을 것 같아서."

"너 진짜 변태구나? 앗, 늦었다. 나 간다. 수업 잘 듣고, 나중에 과외도 잘 하고."

"그래."

"다음번엔 꼭 아메리카노 사줄게. 알았지?"

멀어지는 수정이 신신당부하듯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건 뭐 디저트를 얻어먹는 건지 접대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수업에 들어가려는 데 로시가 물었다.

[언제 봐도 수정양은 유쾌하군요.]

‘그러게. 사람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한데 왜 질싸를 하셨습니까? 혹시 조절실패?]

‘몰라. 오늘따라 그냥 안에 사고 싶더라.’

[흐음. 물론 주인님이야 걱정 없다지만, 여자 입장에선 당혹스럽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저 빠꼼이가 알아서 잘 할 거야. 맨날 콘돔도 안 쓰고 생으로 하는 마당에 피임도 안 할까봐서.’

[후후. 근데 그 대답은 진심이었나요?]

‘뭐?’

[임신하면 책임진다는 말이요.]

‘어차피 상관없으니 막 내뱉은 건데?’

[끄응. 도무지 주인님 속을 모르겠군요. 관계했던 여자 중에서 진심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 있긴 한 가요?]

로시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도훈의 몸에 깃든 이후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여성과 만났다. 어떤 여자는 원나잇으로 그치기도 했고, 또 어떤 여자는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진심으로 마음을 준 사람?

물론 없지는 않다.

가끔 애틋한 감정이 든 상대도 있었고, 정착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을 나누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럴 나이는 진즉 지나기도 했고.

어차피 두 번 사는 인생, 누군가에게 구속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함 심정이다. 플레이어로서의 사명도 충실해야 하고.

[···난 누구에게나 진심이었지. 섹스 할 때는 말이야.]

‘키아. 우문에 현답이로군요. 제가 괜한 질문을 드린 것 같네요.’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잖아. 마찬가지야. 한 번 바람둥이는 영원히 바람둥이지. 이번 생은 그냥 그렇게 살래. 하고 싶은 데로 쭉. 너도 그걸 바라는 게 아니었어?’

[저야 늘 주인님 편이죠. 뜻대로 하십시오. 언제든 주인님을 응원하겠습니다.]

대답은 그리 했지만 로시의 물음은 수업 내내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떤 상대는 위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관계했다. 일회성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마지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 나에게도 이따금 떠오르는 여자들이 있다.

가령 육정음이라든지···.

어제 수애의 수많은 딜도 세트를 봤을 땐 오랜만에 하서윤이 생각났다. 그녀가 떠나지 않고 옆집에 계속 머물렀다면 둘 사이가 뭔가 달라졌을까?

변태적인 성욕의 소유자인 민주나 유미도 생각난다. 아, 외국에 있는 의붓동생 혜은이나 조만간 귀국한다는 고은성도 있구나.

누구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다.

전생의 이도훈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젊고 아름다운 미인들.

이럴 바에야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이슬람 국가에서 환생할 걸 그랬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하렘을 구축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이다.

[주인님. 수업 끝났습니다.]

‘어, 그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셨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잠깐 쉬었다가 과외나 하러 가 볼까?’

같이 수업을 듣는 후배들도 있었지만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오수정처럼 들러붙었다간 자칫 오늘 밤 거사를 그르칠지 모르기 때문. 예열은 한 번으로 족하다.

대학 내 위치한 까페 중에서도 사범대에서 최대한 먼 곳에 자릴 잡았다. 어제 쓰다만 소설을 꺼내 처음부터 읽어본다.

‘흐음. 문장은 괜찮은데 역시 내용이 빈약해. 디테일이 부족하달까?’

장면은 여전히 나이트클럽 씬에서 멈춰 있었다. 경험에 없는 내용을 쓰려니 허술한 대화가 거슬린다. 심지어 말투마저 20대보단 40대 제비나 쓸법한 내용. 이대론 입선은커녕 1차 심사에서 걸러지고 말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 내로 나이트를 방문해야겠어. 이대론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지극 정성이시군요. 멤버는 생각해 두셨습니까?]

사실 그게 문제다.

아는 친구라곤 학과 사람들뿐인데, 이들을 데려가기엔 그간 숨겨온 정체가 탄로 나고 만다. 그렇다고 가서 체면 차리고 뻘쭘하게 앉아 있는 것도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이 부분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남은 시간, 나는 과외 출발 전까지 이전에 썼던 문장을 가다듬었다. 만능 만년필 덕에 교정을 보면 볼수록 문장의 완성도가 올라갔다.

한참 공을 들여 소설을 퇴고하는데 로시가 말했다.

[주인님. 슬슬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짐을 챙겨 까페를 나왔다. 소설 공모전이고, 나이트 방문은 일단 한 쪽으로 접어둔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자매 덮밥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

도훈은 지하철에서 내린 뒤 한참 걸어 최 회장의 자택에 도착했다. 자가용이 없이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젠장. 과외 100만원이 비싼 게 아니었네. 나에겐 시간이 가장 천금인데.’

초인종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집의 안주인 정선희였다.

"네. 이도훈입니다. 과외···."

"들어와요."

철컹-

웅장한 대문이 좌우로 열렸다. 차로 갈 땐 몰랐는데, 정문에 달린 문도 엄청나게 고급스럽다. 안채로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자 문 앞으로 선희가 걸어 나왔다.

"일찍 오셨네요?"

"그런가요?"

"미처 말씀 못 드렸는데, 미애가 지금 영어 과외 중이라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데 괜찮을 까요?"

"···그래요?"

분명 어제 약속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과외가 겹친다고?

"미안해요 도훈학생. 내가 미애 과외 시간표를 깜빡했지 뭐에요. 마실 거라도 내 드릴까요?"

"아, 네. 근데 집 안이 되게 조용하네요?"

"그게···. 아버님께서 저녁에 지인분하고 약속이 있어 외출하셨어요. 하필 그이도 회식이라 길래 주방 이모랑 일하는 애들 일찍 퇴근 시켰어요. 간만에 가족들하고 식사나 하라고."

"그렇군요."

"잠시만 여기 앉아 기다려요."

선희가 직접 주방으로 향했다.

발걸음도 사뿐하고 어딘가 들뜬 목소리였다.

‘뭐지? 지금 이 집에 시중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소리야?’

[이상하군요. 어제만 해도 최소 다섯 명 이상 상주해 있었는데···.]

‘저 음란 아줌마한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군.’

도훈은 재빨리 바지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아침에 민서에게 2회를 사용했으니 아직 3번의 사용횟수가 남아 있었다.

딴에는 막간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모습이지만, 도훈은 선희의 속마음을 읽어낼 요량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호락호락은 안 당하지.’

< 335. 애자매-3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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