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48화 (328/2,000)

< 330. 애자매-30- >

딸을 연달아 셋이나 낳았지만, 선희는 축복받은 유전자와 지독한 자기관리로 처녀적 몸매를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사이 잠자리가 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의무방어전마저 거부하는 남편의 태도는 괘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멀쩡히 대학교 잘 다니고 있던 자신을 강제로 임신시켜 결혼까지 해놓고, 이제와 질렸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태도에 신물이 났다. 어쩌면 선희가 시아버지를 유혹한 것도 그 괘씸함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자신과 섹스는 한사코 거부했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여자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면, 셔츠에선 처음 맡아보는 여자 향수가 진하게 베어 났다. 그녀의 눈을 피해 비밀스럽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일도 잦아졌다.

선희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러나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부사이의 정 따위는 식은 지 오래. 이제는 딸들만 보며 살아갈 뿐이었다. 게다가 선희 역시 떳떳한 입장이 아니라는 점도 그녀를 침묵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지속된 방임의 결과, 남편의 비행이 서서히 도를 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드러내놓고 여자를 만났고, 예전처럼 감추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와 버젓이 통화를 하기도 했으며, 주말마다 지방으로 골프를 치러간다며 외박을 밥 먹듯 했다. 때때로 술이 잔뜩 취해 이런 말까지 했다.

-변변치 않은 집에서 시집와서 이렇게 호강하는 거, 다 내덕인 줄 알아. 나 아니었음 너 같은게 이런 집에 발이나 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남편 하나 잘 물어서 아주 팔자가 늘어 졌단 말이야, 하하!

그럴 때마다 선희는 묵묵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화를 낼 법도 했지만, 그녀는 시어머니 없는 시집살이를 하는 것처럼 귀 막고 눈 감았다.

대신 마음속에선 끝없이 칼을 갈았다. 언젠가 이 수모와 치욕의 역사를 되갚으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세 딸은 어여쁘게 자라났다.

딸들이 커가면서 발정난 개처럼 날뛰던 민식의 외도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그것이 모든 걸 참아주는 부인의 관대함에 대한 미안함이었든지, 혹은 머리가 굵어진 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든지, 그마저도 아니면 계속된 외도로 여자에게 질릴 만큼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아무튼 민식은 40대 후반에 이르러, 어느 정도 철이 든 것처럼 보였다. 그는 더 이상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고-확실치는 않지만 보란 듯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홀로 딸아이를 건사하며 훌륭하게 키워낸 선희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부부 사이는 다시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상엔 결코 믿어선 안 되는 말이 세 가지 있으니, 하나는 ‘오빠가 손만 잡고 잘게’라는 말, 둘째는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 마지막은 ‘난봉꾼이 조강지처를 떠받든다’는 말이었다.

다시 시커먼 본색을 드러낸 남편은 언젠가부터 ‘스와핑’이라는 희한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여보 혹시 스와핑이라고 들어봤어?

-그게 선진국에선 흔한 일이라 더라고. 왜, 가끔 기분 전환 하듯 말이지.

-우리도 한 번 해볼까?

-뭐 어때? 어차피 더 늙으면 썩어빠질 몸뚱이잖아.

선희는 겉으론 질색했지만, 속으론 내심 호기심이 들었다.

그녀와 오랫동안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해온 시아버지도 점차 기운이 쇠해가는 중이었다. 처음 관계를 맺을 때만해도 50대의 건강한 장년이었지만, 지금은 약물 없인 홀로 세우지도 못하는 비루하고 늙은 노인이었다.

그에 반해 40대의 완숙미를 더해가는 자신의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남편의 오랜 방관과, 해소되지 못한 갈증으로 날마다 뜬 눈으로 지새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제안해 온 것이었다, 스와핑을.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편은 그저 상대편 여자랑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방법을 찾다보니 자기 부인을 내주어야 비로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스와핑은 두 사람 모두를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했다. 특히 처음 교류를 한 부부와는 오랜 시간 정을 나누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갔다.

비록 상대 부부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레 만남이 중단되고 말았지만, 민식은 그제야 자신의 왜곡된 욕망의 실체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난 내 파트너랑 하는 건 별로 재미없었어. 근데 니가 그 새끼한테 박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너무 짜릿하더라.

진성 네토라레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에도 몇 번 스와핑을 시도했지만, 첫 번째 만났던 커플만큼 기분이 좋지도, 또 오래 가지도 못했다. 게다가 대기업의 사장이라는 사회적 지위상 비밀을 유지해줄 안전한 커플을 찾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이었다.

갈증이 더해가던 그때, 남편은 또 다른 제안을 해왔다.

-스와핑 상대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야. 이럴 바에 차라리 초대남을 부르는 게 어때?

-솔직히 말하면 너한테 더 이상 잦이가 꼴리지 않아. 근데 니가 딴 놈한테 따먹히고 있으면 그게 엄청 흥분되더라고.

-딱 한 번만 해보자. 인터넷에 비밀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 글 하나만 올리면 건장한 청년들이 줄을 선다지 뭐야?

-너도 딴 놈한테 박힐 때 기분 좋잖아. 아니라고? 나랑 할 때보다 훨씬 물도 많이 흘리면서 무슨. 눈 꼭 감고 딱 한번만 해보자. 까고 말해서 너만 즐기는 거잖아, 난 관전이고.

이리하여 부부만의 은밀한 비밀이 하나 더 늘었다. 사업에선 늘 망신만 당하던 민식은, 초대남을 부르는 일만큼은 용의주도한 솜씨를 보였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초대남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여러 검증 방법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섹스에 자신 있는 남자들만 골라 섭외했다. 시작은 한 명 뿐이었지만, 3명을 동시에 불러 갱뱅파티를 벌인 적도 있었다.

그는 아내 선희가 낯선 남자들에게 돌려지는 모습에 그 어느때보다 흥분했다.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 어쩌면 젊은 날의 수많은 여성편력이 낳은, 불감증의 귀결일지도 몰랐다.

또한 그것은 욕정에 허덕이던 선희에게도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겉으로는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처럼 하다가도, 막상 초대남과의 관계가 시작되면 타고난 색녀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렇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그들의 외설

적인 사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아무 문제없는 부부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부터 썩어 문드러진 변태적인 협력관계라 할 수 있었다.

선희는 문득 거실에 걸린 족자로 시선을 던졌다.

[최씨는 빚을 지지 않는다.]

평생을 은원관계를 철저히 했던 최 회장의 가언.

"···나 역시 최씨 가문의 며느리야. 살면서 당신을 단 한 순간도 용서한 적 없어."

가위를 움켜 쥔 선희가 이를 부득 갈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복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엄마? 안 주무시고 거기서 뭐··· 까, 깜짝이야. 왜 무섭게 가위를 거꾸로 들고 있어요?"

희애의 갑작스런 등장에 선희가 화들짝 놀랐다. 자정이 훌쩍 넘은 이때 큰 딸과 거실에서 마주칠 거라곤 예상치 못했던 탓이다.

"희, 희애니? 너희 아버지랑 술 마신 거 치우고 있었어. 너야말로 안자고 뭐해, 이 시간에?"

희애는 당황하는 선희의 모습이 수상했지만, 별다른 내색 없이 대꾸했다.

"초저녁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버렸지 뭐에요? 제가 치우는 거 도와드려요?"

"아냐. 다 치웠어. 계수대에 넣기만 할 거야. 설거지는 내일 아침 아줌마들한테 맡기지 뭐."

"그래도 혼자 치우기 힘드시잖아요. 빈병은 저 주세요."

"괜찮대두 그러네."

희애가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고급스러운 라벨이 붙은 커다란 양주병이었다.

"근데 두 분이서 이렇게나 마신 거예요? 웬일이래?"

"아니, 미애 과외 선생님도 같이."

"···도훈씨요?"

"응. 네 아버지가 집에 간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들었지 뭐니."

"아···. 저도 좀 깨워주시지. 같이 마셨음 좋았을 텐데."

희애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희는 큰 딸의 말이 심히 거슬렸다. 그렇잖아도 둘 사이의 관계를 확신하고 있던 그녀에게, 희애의 대답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희애 네가 왜 막내 과외 선생님하고 술을 마셔?"

"왜요? 나이도 저랑 비슷해 보이던데. 서로 친구하면 좋잖아요."

"친구는 무슨. 너보다 한참 동생이야. 세 살이나 어리다고."

선희의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묻어 나왔다. 평소 절제를 잘하는 그녀에겐 쉽게 볼 수 없는 모습. 눈치가 빠른 희애는 금세 엄마의 격앙된 감정을 알아차렸다.

‘세 살 차이가 무슨 대수라고···. 가만, 엄마가 왜 이렇게 날이 잔뜩 서 있지? 설마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졸려있던 희애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들 뻘인 도훈을 두고, 선희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적잖이 흥미로웠다.

‘호오, 이를 어째. 난 벌써 대물 맛까지 봐버렸는데? 엄마나 좀 더 골탕 먹일까?’

"왜요? 세 살 차이면 딱이지. 그리고 혹시 알아요? 만에 하나라도 제가 도훈 씨랑 어떻게 될 줄 알고."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너 또 영국에서처럼···."

"그 얘긴 안하기로 했잖아요. 저도 이제 정신 차렸어요. 그땐 혼자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 외로워서 그런 것 뿐이라고요."

아무리 자기 딸이지만 기도 안차는 대답이었다.

‘얘 좀 봐?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외롭다고 밤마다 남자 바꿔가며 기숙사로 끌어들인 게 누군데? 룸메이트가 해도 너무한다고 기숙사 사감한테 알리고, 사감이 남편한테 최대한 빨리 기숙사에서 나가달라고 전화한 것도 나도 다 아는 사실인데···.’

선희는 한마디 쏘아 붙이려다 다시 생각을 고쳤다.

‘에휴, 따지고 보면 그게 꼭 희애 잘못은 아니지. 타고나기를 음기가 강한 나를 빼닮았는데, 서양 대물 남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어찌 참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희애를 혼내선 안 돼.’

평정을 되찾은 선희가 차분한 목소리로 큰 딸에게 말했다.

"그래.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까. 엄마가 괜한 소릴 했나보네."

"아니에요, 저도 뭐 썩 잘한 일은 아니니까."

"희애야. 엄마는 항상 네가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단다. 물론 도훈군도 훌륭한 청년이지.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아직 학생이잖니.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인데 결혼할 사람부터 알아봐야지."

"갑자기 무슨 시집?"

"왜? 엄만 네 나이 때 수애도 낳았는걸? 할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라도 안겨드려야지."

"엄마 참 이상하네? 왜 평소에 안하던 얘기를···."

"그러지 말고 여기 잠깐 앉아봐. 우리 딸이랑 오랜만에 오붓한 대화 좀 할까?"

선희의 속셈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대화의 주제를 도훈에게서 다른 것으로 전환할 것.

둘째, 희애가 잔소리에 못 이겨 도로 방으로 들어가는 것.

사실 첫 번째 이유보다는 두 번째 이유가 훨씬 컸다.

‘어차피 희애가 깨어있는 이상 도훈일 덮치긴 힘들어. 얼른 재워버리던가 해야지.

한편 희애는 희애 대로 속셈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엄마 행동도 그렇고, 평소 꺼내지도 않던 시집이니 손자 애기도. 일단 무슨 꿍꿍인지 알아봐야겠어.’

"그래요, 뭐 잠도 안 오는데 잘 됐네."

도훈이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희애는 선희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겼다. 사람이 갑자기 행동이 바뀌면 분명 이유가 있는 법. 희애는 이제부터 그것을 파해 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도훈이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길이 없었다.

***

두 번째 페이즈부턴 도훈이 거칠게 수애를 몰아 붙였다.

퍽퍽퍽!

돌덩이처럼 단단한 대물이 그녀를 유린했다. 대물이 깊이 파고들 때마다, 수애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곳은 2층에서도 상당히 깊숙한 곳이라 1층의 거실까지 소리가 도달하지 못했다.

"허윽, 흐읏 너무 기,깊어요. 거기가 찢어져 버릴 것 같아."

후장에 꽂아 둔 애널 테일은 도훈이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후장에 꽂혀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자 도훈은 마치 수간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긴 이제 넌 내 가축이나 다름없어 수애. 그 도도한 얼굴을 내 밑에서 헐떡이게 만들어 주겠어.’

"양쪽 구멍에 꽉 들어차니까 어때? 기분 좋지?"

"하윽, 네, 조, 좋아요."

"역시 넌 타고난 암캐구나. 그러면서 아닌 척 내숭이나 떨고 말이야."

"흑, 내숭 아니에요···. 제가 원래 부끄러움이 많아서."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

도훈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남자들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허거걱! 가, 갑자기 그렇게 깊이···."

퍼억-퍼억-!

도훈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질문을 쑤셨다.

사실 그도 슬슬 조바심이 났다.

‘정선희, 이 요부가 언제 날 따먹으러 올 줄 몰라. 괜히 걸렸다가 코 꿰이면 곤란하니 오기 전에 마무리 해야겠어.’

선희는 희애를 의식해 2층으로 못 올라오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알 길 없는 도훈은 한층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막판 스퍼트를 준비하는 그의 눈에 결연한 각오가 떠올랐다.

‘여기서 보낸다. 앞으론 딜도 따위론 만족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주지.’

< 330. 애자매-3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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