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 애자매-27- >
***
인간에겐 한 그루 사과나무 아래서도 우주의 작동원리를 꿰뚫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 힘은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게 했으며, 아가미 없이 심해를 탐험하게 만들었고, 돌도끼가 스패너로 바뀌는 기적을 이뤄 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힘.
바로 상상력.
하지만 상상력이 모두 문명의 발전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상상력은, 한 줌의 성욕을 해소키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 회장의 둘째 손녀 수애는 위의 사례에 부합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갑갑한 팬티를 벗어 던지는 일이다. 잠잘 때는 속옷을 안 입는 여자들이 더러 있다지만, 그녀는 아예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었다.
알몸이 된 그녀는 보드라운 순면이불에 누운 채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포즈는 흡사 출산을 기다리는 임산부를 떠올리게 했다.
종아리가 허벅지에 닿을 만큼 무릎을 접어 좌우로 벌리고, 두 손은 브라처럼 만들어 조그만 가슴 위에 포갠다. 흉곽이 오르락내리락 뜨거운 숨이 토해지고, 볼록 솟아오른 젖꼭지는 낮은 구릉지 위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예열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아-!"
그녀는 혼자 있지만, 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둠이 뼈를 만들고, 침묵은 살을 만들어 실체 없는 존재를 탄생시킨다. 자신을 매만지는 손길은 어느새 이름 모를 사내의 거친 손으로 변해있다.
"흐음, 좋아. 더 밑으로···."
수애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은 참외 모양의 배꼽을 훑고 내려가, 우거진 수풀 속으로 뛰어든다. 손가락을 집게처럼 벌려 대음순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흠뻑 젖은 구멍 속으로 뭉툭한 물체를 밀어 넣는다.
"흐으읍-!"
차가운 온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수애가 애써 무시한다.
유선형으로 융기된 머리가 질 입구를 지나 내부로 진입할 때쯤, 지렁이의 환부를 닮은 두툼한 고리가 다시 한 번 질벽을 압박한다.
"흐읏-."
비록 실리콘이라곤 하지만 모양은 실제에 근접해 있다. 포경된 대물을 완벽히 모사한 그것은, 수애의 손짓을 따라 쉴 새 없이 젖은 구멍을 들락거린다.
찌꺽- 찌꺽-
"하앙, 핫···."
수애는 자신의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상상한다.
피스톤 운동을 거듭하는 근육질의 남자를 떠올리며, 딜도 손잡이에 달린 전동모터를 ‘on’시킨다.
위이이이이잉-!
딜도의 좆대가리 부분이 원형으로 회전하며, 내부의 질 주름을 휘젓기 시작한다. 실제 인간의 물건에선 불가능한 움직임이지만, 수애는 상상 속의 녀석에게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트위스트 빅.
회전 귀두를 보유한 대물남의 별칭이다.
"좀 더, 세게, 하악!"
수애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그녀의 손짓을 악상 기호로 표시한다면, 스타카토가 잔뜩 붙은 16분음표에 크레센도가 얹혀진 꼴이다.
탁탁 끊어서, 점점 세게.
찌꺽-찌꺽-찌꺽-!
상상 속의 남자는 오늘따라 유난히 공격적이다.
상체는 이전까지 말랐던 몸에 비해 훨씬 두껍다.
탄탄한 가슴에 쩍쩍 갈라진 복근을 가지고 있다.
박아대는 박력 역시 남다르다.
느리고 깊던 이전의 달리, 빠르고 거칠게 휘몰아친다.
"도, 도훈씨···."
수애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은 바로 도훈.
조금 있으면 그녀의 옆방에서 자게 될, 막내의 새로운 수학 선생. 그녀는 마치, 그가 들어도 좋다는 식으로 격렬하게 소리쳤다.
"도훈씨! 더! 더! 걸레 같은 내 봊이를 마음껏 뚫어 줘요!"
위이잉- 위이잉-!
한계치까지 회전수가 올라간 전동 딜도가 요란 벅쩍 감아 돌아간다. 회음부를 타고 흘러내린 끈적한 애액이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신다.
흥분이 점차 고조되며, 유두가 바짝 곤두선다.
그녀는 상상은 실제보다 더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었다.
때론 섹스보다 자위가 짜릿한 법이니까.
"아, 아아앙, 아!아!······, 으응?"
갑자기 거짓말처럼 딜도가 중지했다.
버튼을 잘못 누른 줄 알고 스위치를 다시 켜 보았지만, 아무리 눌러도 힘차게 돌아가던 좆대가리는 맥없이 늘어졌다.
"···설마 고장인 거야?"
귀두의 회전이 멈추자 흥이 깨지며 빠르게 몸이 식었다.
그것은 일본제품을 웃돈까지 들여가며 공수한 것이었다. 스무 가지가 넘는 딜도 중에서도 특별한 날에만 아껴 사용하던 애장품이었다. 트위스트 빅이 돌연 멈춰 서자 수애는 자기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이는 마치 딸딸이 칠 준비를 모두 끝내고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여행 간 줄 알았던 일가친척이 우르르 들이닥친 격이다.
"하필 이 타이밍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매일 하는 자위지만 오늘따라 느낌이 무척 좋았다.
생리 직전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1층에서 부모님과 술을 마시는 도훈의 존재 때문인지 몰라도 평소보다 훨씬 자극이 세게 들어왔다.
그런데 절정에 오르기 직전, 하필 중단되어 버린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수애는 손잡이 쪽 건전지 함을 열어 건전지를 뺏다가 도로 넣었다. 그러자 미동도 않던 귀두가 회복의 움직임을 보였다.
위이이-
"휴, 고장은 아니네."
그러나 강도를 올려도 한 번 느려진 움직임이 바뀌질 않았다.
이미 힘을 쇠진한 듯 힘겹게 고개만 까딱일 뿐. 죽은 자식 불알만 만져대는 꼴이다.
"이게 왜 이렇게 진동이 약하지? 건전지가 다 됐나? 아씨. 새 건전지는 거실에 있는데."
수애는 고민했다.
오밤중에 건전지를 찾아 1층으로 내려갈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회전도 없는 생 딜도를 넣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침대 밑에 숨겨진 비밀 상자를 끄집어냈다. 빈 공구함을 개조해 만든 그것은 그녀의 보물 상자나 마찬가지였다. 상자를 열자 크기와 용도 순으로 정렬된 딜도 세트가 펼쳐졌다.
한 뼘보다 큰 것부터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사이즈까지.
강화 실리콘 재질부터 원목을 깎아 만든 목제품까지.
듀얼 모터가 달린 것부터 리모컨으로 무선조작이 가능한 종류까지.
온갖 종류의 딜도가 진열된 콜랙션을 두고 수애의 손길이 바빠졌다. 그녀는 건전지가 들어가는 종류를 골라 뚜껑을 열어 건전지를 끄집어냈다.
"기껏 열었더니 이건 AAA사이즈잖아? 무슨 내 가슴 사이즈도 아니고···."
수애는 크게 실망했다.
정작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AA사이즈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하는 제품이 없었다. 경량화를 위해 AAA가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
한참 몸이 단 수애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조바심이 났다.
‘하아,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나 좀 어떻게 해줬으면···.’
그러다 문득 지난주 구매한 신제품이 떠올랐다.
그것은 장장 18CM에 달하는 특대형으로 ‘트위스트 빅’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그것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뒤에 흡착판이 있어 바닥이나 벽에 붙여 쓰는 탓에 사용이 번거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바짝 몸이 단 수애에게 이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욕망에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수애가 부착형 딜도를 들고 방안을 살폈다.
‘도배가 된 벽은 안 돼.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표면이···, 옳지. 찾았다.’
수애가 나무로 방문을 보고 음흉하게 웃었다.
저곳에 딜도를 수직으로 붙인 뒤 뒤치기를 할 생각에 봊이가 벌렁거렸다.
그녀의 자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도훈이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수애가 한참 자위 중인 옆방에선 규칙적으로 문짝이 흔들리고 있었다.
쿵-쿵-쿵!
도훈은 눈앞에서 들리는 자극적인 사운드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으으, 대꼴이네 진짜.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문짝에 딜도를 붙이고 스스로 뒤치기를 하고 있다니.’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진압봉 들었으니 안으로 들어가 진압해 줘야지.’
도훈은 바짝 꼴린 대물을 한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쿵-쿵-
"흐으으응!"
흥분한 수애는 이제 문밖으로 들릴 정도로 거칠게 뒤치기를 해대는 중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수애에겐 주변에 누가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미쳐 날뛰는구나 진짜. 마음 같아선 문고리 잡고 앞뒤로 흔들어 주고 싶네.’
부착형 딜도의 최대 단점은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나마 바닥에 붙여 말타기하면 상관없는데, 벽에 붙이는 경우엔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 했기에 생각만큼 속도가 붙질 않았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려던 도훈은 불쑥 최 회장의 서재를 들이닥칠 때 생각이 났다. 그때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데일리 아큐브를 급히 쓰려다 잠긴 문짝을 향해 숄더 차징을 하는 우를 범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는 법.
도훈은 로시에게 물었다.
‘방문이 잠겨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필시 잠겨 있을 겁니다. 자위를 하는 여자가 방을 안 잠그는 경우는 없겠죠.]
‘해결책은?’
[‘1회용 마스터키’라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150 포인트이며, 어떤 형태의 잠금장치도 1번에 한해 열 수 있게 합니다.]
‘오! 완전 사기템인데?’
[물론 범죄에 이용한다면 신벌을 받게 됩니다.]
‘난 지금 강간 플레이를 계획 중인데 이것도 범죄가 될까?’
[상대가 원하는 순간 강간이 아닙니다. 수애 양은 지금 애타게 주인님을 찾는 중이고요.]
‘좋아. 마스터키 준비해.’
[넵,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도훈의 주머니로 장난감 같은 열쇠 하나가 도착했다. 그것은 흐느적거리는 고무 재질처럼 보였다.
[구멍에 꽂으면 잠금쇠의 틀에 따라 형상이 만들어집니다. 단 열쇠를 돌리는 순간, 먼지처럼 바스러져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죠.]
‘대박이군. 1회용이라곤 해도 어떤 자물쇠든 딸 수 있다니. 근데 범죄에 이용할 수 없는 데 이런 걸 누가 쓰지? 150포인트라면 그냥 열쇠수리공을 부르는 편이 싸게 먹힐 텐데.’
[이곳에서야 그렇지요. 하지만 던전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선 보상으로 히든 상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락 핏 기술을 갖춘 도적이 없는 파티에선 아이템을 구매해 상자를 열기도 하죠.]
‘오오. 그런 용도구나.’
또 다시, 쿵쿵쿵- 하는 소리가 격하게 들려왔다.
점점 거세지는 충격음은 수애의 절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지표와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 인간 딜도님 입장하신다.’
도훈이 마스터키를 꽂고 방문을 열었다.
***
"···어?"
딸각- 하는 소리에 수애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한창 흥분한 상태였지만, 자물쇠가 맞물리는 특유의 금속음이 예리하게 귓전을 파고들었다.
‘부, 분명 문을 잠갔을 텐데?!’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겼다고 생각한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하필, 홀딱 벗은 채 자위기구를 붙여 엉덩이를 흔드는 도중에.
게다가 그 타이밍이란 것이 어찌나 절묘했던지, 수애가 엉덩이를 붙였다 떨어지는 순간 문이 열리며 그녀는 자신의 준 힘 이상으로 앞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어, 엄마야!"
우당탕-!
바닥으로 쓰러진 수애는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인영이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아, 이방이 아닌···, 어? 수애씨?"
"흡!!!"
수애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활짝 열린 방문 한 가운데 부착형 딜도가 인사하듯 덜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진짜로 도훈씨가 와 버릴 줄이야.’
수애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실은 뒤치기를 하는 상대를 도훈이라고 가정하던 중이었다.
그의 단단한 대물이 자신을 마음껏 유린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나 상상이 실제가 되어버리자 수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홀딱 벗은 자신과, 문 앞에 붙은 딜도를 보는 순간 누구라도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었는지 깨달을 것이다.
그녀는 방을 잘못 찾은 도훈보다, 흥분으로 문단속을 제대로 못한 스스로를 원망했다.
‘···미쳤어. 어쩌자고 문을 안 잠근 거야? 창피해서 어떡하지? 도훈씨가 미애나 부모님께 이 사실을 밝히기라도 하는 날엔···.’
"죄송해요. 제가 술 먹고 실수를···."
도훈이 당황하며 물러서려는데 수애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가, 가지 마요."
"네?"
"나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아···."
"문 좀 잠가 줄래요?"
도훈이 문을 잠갔다. 문 앞에는 흑형의 물건을 닮은 부착형 딜도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가족한텐 절대 비밀이에요."
"무슨? 아···"
도훈은 전혀 몰랐다는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그리고는 벽에 붙은 딜도를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새까만 딜도는 상당한 크기였다.
길이부터 두께까지 자신의 것에 비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이 집안 여자들은 하나같이 대물 성애자로군. 이런 무식한 물건은 서양 여자들이나 쓰는 줄 알았는데···.’
대체로 골반이 좁은 동양 여자들은 특대형 딜도를 선호하지 않는다. 크기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너무 큰 것은 오히려 고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은 빈약한 데 비해 골반은 크구나. 내걸 받는 것도 문제 없겠어.’
도훈은 문 앞에 붙은 딜도의 뿌리째 뜯어냈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딜도를 집어 든 도훈은 수치스러워하는 수애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제법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취미가 있군요, 수애씨는?"
"아아···."
도훈의 노골적인 물음에 수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천성이 부끄러움이 많은 그녀는, 알몸이 된 상태에선 평소의 도도한 가면조차 벗겨져 버린 모양이었다.
도훈이 뚜벅뚜벅 수애에게 다가갔다.
"비밀을 지켜주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죠?"
< 327. 애자매-2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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