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 애자매-11- >
[오오, 드디어 하수 3레벨 도전입니까?]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쉽진 않을 거야. 한 지붕 아래 사는 자매들을 동시 공략한다는 건,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장기전이 될지 몰라.’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쓰리썸 같은 경우 주위의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거든. 그 때문에 절친한 사이보다는 적당히 거리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모르는 게 나아. 여차하면 연을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자매는···.’
도훈은 이번 자매 덮밥 위업 난도가 무척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애초 형제나 자매는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인 동시에 서로를 라이벌로 여기는 태생적인 관계다.
자매 사이에선 동생이 몰래 언니 옷만 훔쳐 입어도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 마련. 하물며 그 경쟁 대상이 ‘남자’라면 문자 그대로 피 튀기는 혈투가 벌어질지 모른다.
즉, 공유하기 어려운 것을 두고 서로 간 극적인 양보가 이루어질 때나 가능한 업적이란 소리다. 종전의 ‘모녀 덮밥’은 이름만 덮밥이지 실제론 ‘따로 국밥’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업적은 지금까지 도전했던 업적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어려
운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쉬운 위업들 위주로 클리어 해오다 보니 남은 위업의 난도가 상승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108개의 위업.
레벨업을 거듭할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플레이어가 강력해지는 만큼, 위업의 난이도 역시 동반 상승한다.
하지만 도훈은 스스로 능력을 믿었다.
플레이어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자.
신의 권능을 현세에 구현하는 마법사.
안되면 되게 만들면 그만이다.
안된다고 생각하니 못할 뿐이다.
‘자, 문제도 빡세게 풀었겠다, 이제부턴 브라끈 풀러 갈 시간인가?’
도훈은 미애를 쫓아 주방으로 이동했다.
***
주방에 다다른 도훈은 깜짝 놀랐다.
그곳은 주방이라 부르기엔, 그 조악한 표현에 송구함을 느껴야 마땅한 공간이었다.
중세의 귀족들이나 쓸 것 같은 롱테이블은 10여명이 둘러앉아도 넉넉할 사이즈. 상석에 자리한 최 회장을 두고 왼편에는 며느리가, 오른쪽에는 손녀들이 나란히 앉았다.
식탁이 워낙 크다 보니 다소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위에 차려진 음식은 최고급 한정 식당을 방불케 했다.
그야말로 초호화.
식상한 비유지만, 상다리가 휘어지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정갈한 그릇에 담겨나온 반찬의 가짓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나온 반찬을 한 번씩만 떠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았다.
‘우아, 무슨 뷔페를 불렀나···.’
도훈은 단순한 가족 식사를 이처럼 풍성하게 차려내는 것을 보고 살짝 기가 죽었다. 이제까지 전생의 자신을 중산층보다는 상류층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최 회장의 식탁을 보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곧바로 깨달았다.
‘이게 고작 한 끼 식사라니.’
쉐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메이드복을 입은 젊은 아가씨들이 서빙을 도왔다. 상상도 못 해본 스케일에 도훈이 주춤하고 있는데, 그를 발견한 최 회장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어서 오게나, 도훈 군. 이쪽으로 앉지."
최 회장이 빈자리를 가리키자, 옆에 기립해 있던 정비서가 움찔 놀라며 회장에게 소곤거렸다.
"회장님, 그 자리는 사장님의···."
그러자 최 회장이 정 비서를 향해 바로 역정을 냈다.
"식사 시간도 못 맞추는 놈한테 자리가 어딨어? 됐어!"
최 회장은 집안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그가 큰소리를 치는데도 며느리는 물론 손녀들 역시 꼼짝 못했다.
도훈은 오히려 그런 회장의 배려가 부담스러웠다. 자신을 가시방석에 앉히려 드는 심정이었다.
"아닙니다, 회장님. 저는 말석에 앉겠습니다."
도훈은 최 회장에게 받는 특혜가, 공략 대상인 여성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비칠 것을 우려했다. 아무리 회장이 이 집안의 절대 권력자라 한들, 며느리나 딸들은 도훈이 아버지 자릴 차지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도훈은 최 회장이 거듭 권하기 전에 냉큼 최 사장 와이프 옆자리에 앉았다. 공략 대상인 손녀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동시에, 아름다운 사모를 지근거리에 둔 완벽한 위치선정이었다.
"허헛, 참···. 사람하곤. 아무튼 아들놈은 회사 일이 늦어 나중에나 온다는군. 이제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으니 바로 드세나."
최 회장이 숟가락을 들자, 그제야 다른 가족들이 수저를 따라 들었다. 도훈은 그 모습을 보고 이들이 오랫동안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순응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신기하군. 둘째 손녀는 몰라도 첫째랑 막내는 철없는 재벌 3세처럼 보였던데···. 회장 앞에선 꼼짝 못 하는구나.’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기 전 최 회장은 가족들 앞에서 정식으로 도훈을 소개했다.
"이 친구가 내 목숨을 구해줬던 청년이라네. 지난번에 말하던.""아, 그 학생이었군요! 정말 감사드려요. 아버님께서 정말 애타게 찾으셨는데···."
"안녕, 오빠."
"······."
"반가워."
도훈은 생명의 은인이라는 표현이 무척이나 낯간지러웠다. 마치 자신이 알량한 도움을 주고 생색내러 온 사람처럼 느껴 졌다.
"아닙니다. 사람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도훈이 겸양을 떨자, 최 회장이 껄껄 웃었다.
"젊은 청년이 참 경우도 바르단 말이야. 아까 서재에서 잠깐 얘기해봤는데 인성도 훌륭하더구만."
최 회장은 작정한 사람처럼 도훈을 칭찬했다. 도훈은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민망해졌다.
‘저 양반이 왜 저렇게 오버람?’
그때 막내 손녀 미애가 말했다.
"할아버지. 이 오빠 공부도 엄청 잘해요."
"그건 무슨 소리냐?"
최 회장이 흥미를 보이자, 미애가 신이 나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들었다. 도훈이 볼 땐 그나마 손녀들 중 미애가 최회장을 가장 편히 여기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막내 손녀의 애교+어리광 버프겠지?
"그런 일이 있었어? 허허, 이 친구 얼굴만 멀끔한지 알았더니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하군."
"아, 아닙니다. 수학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엄마. 나, 이 오빠한테 과외 부탁하면 안 돼?"
"미애야. 그 얘긴 식사자리 마치고 하자 꾸나."
"왜에? 아깐 분명 해준다고 했잖아."
막내인 미애가 때를 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둘째 수애가 피식 입꼬리를 비틀었고, 첫째인 희애는 흥미로운 눈으로 도훈을 쳐다보았다. 각기 다른 반응에 도훈은 애자매들의 성격이 천차만별인 것을 다시 실감했다.
‘···희애는 살짝 변태끼 있는 노출증 환자, 수애는 사포처럼 까칠한 차도녀, 막내는 제멋대로 응석받이 스타일인 건가. 로시, 아무래도 정보창이 필요한 시점이겠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아직 갱신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쿨타임이 끝났다 한들 공략할 사람이 너무 많아 큰일인데? 3시간에 한 사람씩 어느 세월에 애자매를 다 보지?’
[아, 잠시만요. 아까 검색 중 신상품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띄워 드릴까요?]
‘오, 그래. 신상 많이 들어왔다고 했지? 한번 보자.’
로시가 정보창을 띄웠다.
스마트 워치의 화면으로 도훈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글귀가 떠올랐다.
[원나잇 아큐브]랜즈, 1000p
-정보창 스킬의 소모품 버전입니다.
-쿨타임과 무관하게 일정 시간 상대의 정보창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총 사용 시간 2시간.
-착용 후 사용 시간이 경과 시 자연스럽게 체내로 흡수됩니다.(인체에 무해함)
‘오, 이런 제품이 나왔다고?’
[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현 상황에서 쓰기엔 이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군요.]
‘그렇긴 한데 역시 가격이 만만찮은데? 현재 잔고가 얼마나 남아있지?’
[천 포인트 하고 130 포인트입니다. 해당 아이템을 구매하시면 재정 상태는 더욱 열악해 지겠네요.]
‘흐음, 아까 포인트 날린 게 갑자기 후회가 드는고만. 오랜만에 머리가 팽팽 돌아 신나긴 했지만서도···’
[어떡하시겠습니까? 구매를 진행 할까요?]
도훈은 잠시 고민하다 로시에게 말했다.
‘그래 구매해. 다른 것도 아니고 업적을 위해선 포인트 아낄 필요가 없지. 애초 업적을 달성하려 포인트를 모으는 거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지정된 전송 위치로 일회용 랜즈 타입의 아이템이 전송됩니다.]
아이템이 도착했는지 빈 바지 주머니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도훈은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하지만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시중을 들던 메이드 하나가 도훈을 가까운 화장실로 안내했다. 집 안에 딸린 화장실이 자기 집 원룸보다 크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잠시, 도훈은 일회용 랜즈를 꺼내 눈에 삽입했다. 착용이 익숙지 않았음에도 랜즈는 피부에 흡착되듯 안구에 착 달라붙었다.
[현 시간부로 2시간 동안 원하는 모든 사람의 정보창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케이. 좋았어.’
변기에 물을 내려 소음을 유발한 도훈이 밖에 나가자, 시중을 들던 메이드가 수건을 내밀었다.
"이걸로 손 닦으세요."
"감사합니다."
수건을 받아든 도훈은 시험 삼아 정보창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젊은 여성의 정보창이 곧바로 떠올랐다.
‘오오. 이런 거구나. 아무 때나 원하는 사람의 정보창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영구형 랜즈 역시 구매 가능합니다. 소모품 버전이 나왔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시제품이 있다는 소리거든요. 다만, 가격이 무척 비쌉니다.]
‘얼만데?’
[최종 낙찰가가 4만 포인트 이상이었습니다. 경쟁 입찰 방식으로 판매했거든요.]
‘흐음. 4만이라니··· 언감생심이군. 아냐, 어차피 정보창 스킬 꾸준히 랩업하다 보면 더 편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지금같은 상황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훈은 다시 식사자리로 돌아갔다.
그사이 식탁위엔 못 보던 메뉴가 추가되어 있었는데, 아마 코스요리처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음식이 바뀌는 것 같았다.
"실례했습니다."
도훈은 자리에 앉으며 맞은편의 애자매를 쓱 훑었다. 묘하게 닮은 듯 닮지 않은 개성 강한 여자 셋이 조용히 식사하고 있었다. 도훈은 자신이 최 사장이라면, 예쁜 딸을 하나도 아닌 연이어 셋이나 낳은 사실에 무척이나 뿌듯해 할 것 같았다.
그만큼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미인들이었다.
‘후후. 어디 한 번 무제한 정보창의 위력을 실감해 보실까.’
***
찬물도 위아래가 있으니 장녀인 희애부터.
그녀는 가족 식사자리치곤 다소 과한 복장이었다. 가운데가 깊이 파인 상의는, 국물을 떠먹기 위해 고개를 수그릴 때마다 깊숙한 가슴골을 은근슬쩍 드러냈다. 워낙에 큰 사이즈의 볼륨 덕에 벌써 몇 번이고 눈 호강 중이었다.
‘로시, 희애 정보창 띄워.’
[넵.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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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최희애 (비처녀, 일시 18세 4개월)
나이 : 26 #노출증 환자#대물 성애자#파워 섹스신봉자
호감도 : 65/100
개방성 : S
성감대 : 클리토리스, 똥구멍, 목젖
*애무 포인트 : 애무 따윈 중요치 않습니다. 부서질 것 같은 격렬한 파워 섹스의 신봉자입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에게 약간의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경험이 많고 성욕 역시 왕성한 여성이지만, 결코 허들이 낮지 않습니다.
-그녀는 고교 시절, 영국 유학 생활 중 문란한 성생활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백형과 흑형을 주로 상대한 관계로, 사이즈 작은 남성에게 전혀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거칠고 파괴적인 섹스를 좋아합니다. 모두가 쳐다볼 수 있는 개방된 발코니에서 뒤치기를 당하고 싶은 판타지가 있습니다.
-그녀는 딥쓰롯은 물론 후장까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약간의 M 성향으로 휘둘러 주는 남성에게 끌리는 타입입니다.
-오랜 유학 생활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집안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지 못해 굉장히 굶주린 상태입니다.
-추천행동 : 그녀의 도발에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녀는 기가 약한 남자에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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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
이제껏 정보창을 읽으면서 이렇게 상세한 설명은 처음이다.
‘로시, 원나잇 아큐브로 보는 정보창이 내 스킬보다 강화된 버전인가?’
[그렇습니다.]
‘어쩐지 공략팁이 엄청 상세하더라니···. 그나저나 이름 아래 #노출증 환자 등등 이건 뭐야? 한 번도 못 봤던 옵션인데?’
[그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호칭처럼, 한 인물의 성향을 단적으로 요약해주는 기능입니다. ‘해시테그’라는 옵션인데 위 기능이 있으면 비슷한 성향들을 한 번에 검색하기 용이 합니다.]
‘그나저나 해시태그만 봐도 장난 아니네. 노출증 환자, 대물 성애자에 파워 섹스신봉자라니···. 이거 순 변태잖아?’
[확실히 보기 드물게 음란한 여성이군요. 어린 시절 시작된 유학이 엄청난 영향을 끼친 모양입니다.]
‘공럅 팁에 보니 흑형까지? 이런, 한번 흑형에게 간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라고 했는데··· 만만치 않겠는데?’
[주인님도 대물입니다. 자신을 가지시죠.]
나는 희애를 보며 씩 웃었다.
‘만만치 않다는 말이, 감당 못 한다는 말은 아니야.’
< 311. 애자매-1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