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13화 (293/2,000)

< 295. 오빠랑 MT갈래?-35- >

수정의 질문이 끝나자 모두들 도훈의 눈치를 살폈다.

19금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수위가 높았던 것. 나이에 비해 비교적 순진한 민경이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

"어, 언니는 무슨 그런 질문을···."

"어? 너한테 할까, 김민경? 니가 대답해 할래?"

"으읏! 아, 아뇨."

"그럼 조용히 계시고. 자, 이도훈 대답해."

수정이 더욱 기세를 올렸다.

그녀는 유미와 도훈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도훈의 대답을 자신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하다 말았으니 분명 하고 싶겠지? 거짓말 하면 다 들통 난다, 너.’

물론 이 대답엔 유미 역시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서 오빠가 솔직하게 말하면 파장이 클 것 같은데···. 셋 중에 자고 싶은 여자가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도훈은 잠시 고민하다 조용히 대답했다.

"예스."

"오! 진짜?"

"크크. 이거 대박인데?"

"이도훈 상남자였네!"

모두 놀란 가운데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보고 싶은, 이라면서요? 그런 생각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도훈이 하도 태연하게 대답하는 통에 모두 납득당하고 말았다. 사귀고 싶은도 아니고, 좋아하는도 아닌, 단순히 자보고 싶다는 정도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도훈을 비난한다면 얼마든지 똑같은 질문으로 받아칠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도훈의 대답에 두 여자는 둘 다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만족해했다.

"어쨌든 나는 안 울렸으니 다음!"

이번엔 성수 차례였다.

성수가 미처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 수정이 으름장을 놓았다.

"성수 오빠. 눈치 없게 여기서 수위 낮추기 있긔, 없긔?"

"뭐야? 왜 나한테 부담 줘?"

"나만 변태 되니 싫으니까."

"나 참, 그럼 난···."

성수가 좌우를 훑으며 대상을 물색하자 다들 시선을 피했다. 질문이 뭐건 간에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난 오수정!"

"윽! 왜 나에요!"

"질문 안 받으면 섭섭해 할 거 같으니까. 4학년인데 무리해서 왔잖아."

"흥, 뭐 좋아요! 기왕이면 쌘 걸로!"

수정이 거짓말 탐기지에 손을 올리자 성수가 물었다.

"뭘 물어봐야 화끈하지? 난 ···밤 일 잘하는 남자가 좋다."

"어휴,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물어요. 무조건 오케이지!"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질문한 성수가 당황했다.

"윽, 넌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무슨 부끄러움도 없냐?"

"오빠 무슨 조선시대 사람임? 요새 처녀가 어딨다고? 내가 한번 물어볼까요? 여기 진짜 처녀 있는지, 없는지?"

"으읏! 언니!"

"그건 너무 심하다!"

"발끈하는 거 보니 대답 안 들어도 알 만하구만 멀?"

"자, 암튼 이제 제 차례에요."

이어지는 유미의 순서. 유미의 차례가 되자 복학생 공문수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기계에 손을 올렸다.

"당연 리벤지 매치겠지? 자 뭐든 물어봐."

"오빤 웬 김칫국이에요?"

"어? 나 아, 아니야?"

"네. 전 오빠한테 질문할 생각 일도 없는데?"

유미가 대놓고 뺀찌를 놓자 공문수가 머쓱해하며 손을 거두었다. 그의 일방적인 관심에 응대할 가치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유미는 수정과 마찬가지로 도훈에게 질문했다.

"도훈 오빠 손."

"억, 또 나야?"

"그거야 질문자 마음이죠."

도훈은 난처해하면서 다시 손을 올렸다.

"좀 찐할 걸로 가도 되죠?"

수정이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무조건 질문은 19금으로!"

"와, 역시 고학년들이라 거침이 없구만."

"뭘 이정도 가지고."

‘이거 난감한데. 유미 쟤는 또 뭘 물어볼는지···.’

도훈이 긴장하는데 갑자기 유미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기종은 흔히 페블릿이라고 부르는 5.5인치 크기의 대형 스마트폰이었다.

"웬 폰이야?"

"비교대상이 필요해서요."

"그걸로 뭘?"

유미가 거두절미하고 도훈에게 물었다.

"자, 그럼 도훈 오빠한테 질문. 내 사이즈는 이 폰 세로 길이보다 길다!"

"어우야!"

"야, 마유미!"

"이건 완전 성희롱아냐?"

"비교대상이 좀···."

유미의 폭탄 질문으로 난동에 가까운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사태를 일축한 유미가 대답을 종용했다.

"얼른 대답!"

사실 그녀는 이미 도훈의 사이즈를 알고 있었지만, 도훈을 희롱하려는 마음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어으. 저 변태년 덕에 이제 체육과 공인 대물이 되겠군.’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던 도훈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거보다 크다."

······.

당연히 탐지기는 울리지 않았다.

"우아아앗!"

"진짜?"

"이건 좀 검증이 필요한 거 아냐?"

"꺄악, 나 이 게임 더 이상 못하겠어. 너무 수위가 쌔잖아."

하지만 6명 중 마지막 질문권을 가진 도훈은 여기서 게임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

"그건 말도 안 되지. 난 두 번이나 당했는데 이대로 끝내면 억울하잖아."

도훈이 젓가락을 세워 올리자 유미와 수정이 가장 긴장했다. 두 번이나 곤욕스러운 질문을 당한 도훈이 작정하고 강한 질문을 물어볼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난 그럼···."

그녀들은 여차하면 벌주를 마실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훈의 질문 상대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민경이 한테."

"저, 저요?"

"응."

"아니 왜 저한테···."

"난 너한테 더 궁금한 게 많거든."

"아흑."

도훈은 솔직히 민경에게 별 관심 없었다.

외모도 평범하고, 몸매도 빈약해 도무지 여성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대였다. 다만 유미나 수정 둘 중 한명을 골라 질문을 하게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소외감을 느낄 것을 우려했다.

어느 한명의 호감도를 낮추느니 제 3의 인물을 고른 것이었다. 물론 여기엔 두 여자의 질투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조금은 섞여 있었다.

민경이 기계에 손을 올리자 도훈이 물었다.

"나는 한 번쯤 바람 피운 적이···."

"저 그냥 마실게요."

민경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대로 벌주를 들이켰다.

"어어,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왜요? 이러라고 벌주 있는 거잖아요."

그 뒤로 계속 질문이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점점 술을 마시는 쪽을 선택했다. 도훈에겐 다소 무리였지만, 어느 정도 술이 쌘 사람에겐 글라스 폭탄주 정도는 눈 딱 감고 넘기면 되는 수준이었다.

"에이! 다들 벌주만 마시니까 재미없네."

"그래. 이러면 진실 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맞아. 질문이 너무 한 사람에겐 쏠리잖아."

"그럼 게임은 이쯤 하고, 그냥 술이나 마시자."

"나도 찬성."

진실 게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결국 이번 진실 게임을 통해 도훈이 대물이라는 사실만 만천하에 공인된 셈이었다.

그렇게 술자리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어 갔다.

***

쪼개져 있던 술자리는 기존 멤버들이 하나 둘 이탈하면서 점점 이합집산 되었다. 처음엔 분과별로, 나중엔 친한 사람들끼리 모인 술자리는 이제 커다란 두 개의 그룹만 남게 되었다.

하나는 도훈이 참여하고 있는 3,4학년 중심의 고학년 그룹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1학년 여학생이 주축이 된 1,2학년 모임이었다. 현재까진 모임 당 10명 넘는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 3학년 회장 마유미가 대표로 일어섰다.

"자자! 이제 남은 사람들 모두 합칠까요? 오늘 밤을 찢고 싶은 사람들만 남은 것 같은데."

"그러자!"

"좋아요."

두 개의 그룹이 하나로 합세하니 도합 스무 명이 넘는 커다란 원이 만들어졌다. 도훈은 최대한 술을 자제하면서 마지막 까지 남은 인원들을 살폈다.

‘예상대로 1학년 여학생들은 하나도 안 빠졌군. 확실히 이런 자리선 1학년 먼저 뻗기가 부담스럽겠지.’

이어 기 공략대상에 포함된 우현미, 오수정, 마유미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다들 술이 거나하게 된 얼굴이었는데 이들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순전 도훈 때문이었다. 끝까지 남아 있으면 그와 뭔가 일(?)이 벌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1학년 남자애들 아직도 과팅하고 있나 본데요?"

옆자리에 앉은 우선의 물음에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생각보다 분위기 좋은가 보네."

"이것들이 MT와서 과에선 안 놀고 다른 과랑 놀다니. 확 집합 시킬까요?"

"넵 둬. 이것도 나름 추억이지. 어차피 절반이상 자러 들어간 것 같은데."

시간은 어느덧 저녁 10시.

피곤한 이들 벌써 취침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하나로 뭉쳐진 술자리가 이어지는데 뒤늦게 졸업생들이 조교 강민주와 함께 합류했다. 원래 한 시간 전 도착한 이들은 교수에게 붙잡혀 술시중을 드느라 정작 합류가 늦어졌다.

"오, 선배님들이다!"

"치킨 잘 먹었습니다! 선배님!"

"와, 언니 완전 얼굴 폈구나."

"선생님들 오셨네!"

졸업생 대표로 송지희가 짤막하게 인사했다.

"사실 일찍 도착 했는데 교수님이랑 얘기하다 좀 늦었어요. 반가워요, 여기 3학년들은 실습 때 나 보면 인사 잘하고."

"자자, 졸업반 선배님들도 오셨는데 모두 거국적으로 한 잔 합시다!"

부학회장인 성수가 나서서 건배를 독려했다. 인사를 마친 지희는 굳이 도훈에게 다가와 잔을 부딪쳤다.

"도훈이 술 많이 마셨니?"

"아뇨."

"호호. 나 이제 왔으니까 일찍 잘 생각 마라?"

지희가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기며 술잔을 들이켰다.

도훈은 마지막으로 지희까지 도착하자 슬슬 위업에 대해 생각했다.

‘이것으로 드래곤볼이 거의 모인 셈인가. 이제 한지연만 오면 시작인데···.’

도훈은 맥주로 목을 축이며 작전을 구상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멀쩡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야.’

[일단 술자리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군요.]

‘그러다 하나 둘씩 자러 가면? 어떻게든 한 곳에 모을 묘수가 필요해.’

도훈이 한참 머리를 굴리는데 1학년 여학생들 둘이 다가왔다. 나연과 연두 콤비였다.

"오빠, 저희 언제 볼 거예요?"

"응?"

"실은 연두가 좀 취해가지고···."

초장부터 신나게 달린 연두가 졸린 눈을 비비며 소리쳤다.

"야, 나 안취했다고!"

"그래. 너 안취했어."

"나 재우기만 해봐. 진짜! 둘이서만···."

"어쩌죠? 이래가지고는···."

도훈과의 시간을 학수고대하던 나연이 난처한 기색으로 물었다. 계속 술자리에 두었다간 연두가 말실수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한 표정이었다.

"흠, 애는 일단 재워야겠는데···."

"나 진짜 안 취했다니깡? 안 잘 거야. 나 재우기만 해!"

"알았어. 연두야, 그럼 저기 빈 텐트에라도 가서 누워있자, 응?"

나연이 연두를 달래는 중 도훈이 순간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래. 저 텐트에서 쉬면 되겠네."

"저 안 잘 거라니까요?"

"아니. 텐트에서 쉬면서 게임하면 되잖아."

"아···, 그래요."

나연도 도훈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취한 상태로 밖에 두는 것보다 일단 텐트에 데려가 눕혀 놓으면 알아서 잠이 들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도 같이 불러 놀면 되잖아."

"그럴까요, 그럼?"

"자자. 연두 일어나자."

도훈이 연두를 부축해 일으켰지만 연두는 이미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도훈에게 매달리다 시피하며 텐트로 들어갔다.

"아흥, 나 빼고 둘이··· 하기만 해봐, 진짜."

"아니야 연두야. 같이 놀 거야. 얘들이랑."

빈 텐트는 12인용 글램핑 텐트로 무척 넓었다.

원래는 3,4학년 여학생들이 모여 자기로 한 곳이었는데, 아직까지 자는 사람이 없어 이부자리만 펴진 상태였다.

‘좋아. 여기서 여자애들을 하나씩 불러 모으면 되겠군. 일단 1학년들부터.’

잠시 후 나연이 1학년 여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도훈이 사정을 설명했다.

"연두가 취해서 밖에서 놀기 곤란할 것 같아. 안에서 같이 게임 할래?"

"좋아요."

밤이 깊어지면서 다들 한기를 느꼈는지, 안에서 노는 것을 반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취기가 올라 단순한 게임도 한 바퀴를 마저 돌지 못했다. 도훈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기에 열심히 벌칙을 피하면서 몰래 민주에게 연락했다.

-도훈 : 나 텐트에서 1학년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심심하면 놀러올래?

-민주 : 네, 주인님. 지희랑 같이 갈게요.

잠시 후 민주가 송지희를 데리고 텐트로 입장했다.

"어엇, 조교샘이다."

"우리 새내기들 여기 모여 뭐하고 있었어?"

"밖에 추워가지고 안에서 게임 중이에요."

"나도 껴줄 거지?"

"네! 같이 해요!"

멤버가 하나 둘 늘어갈수록 떠드는 소리가 커져갔다.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여학생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어? 여자들 여기 다 모여 있네?"

"와, 치사하게 지들끼리만."

마침내 마유미와 오수정까지 합류했다. 도훈은 담배를 태우러 나간다는 핑계로 밖에 나갔다가 우현미까지 끌어 들였다.

"현미야."

"네, 오빠."

"저기 텐트에 여자애들 다 모여서 놀고 있는데 너도 낄래?"

"그래요? 근데 자영이가 먼저 자러 가가지고···."

"그래? 오빠가 나중에 찐하게 놀아주려고 했는데."

도훈의 유혹에 현미가 갈등했다. 그와 보냈던 하룻밤을 떠올리면 밑이 욱씬거리는 거 같았다. 끝내 현미가 동의했다.

"아, 알겠어요."

여학생들은 한 텐트에 몰아넣은 도훈은 일부러 바깥을 배회했다. 괜히 여학생들 텐트에 남자 혼자 끼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간 의심을 살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민주에게 메시지를 통해 지령을 날렸다.

-도훈 : 지금 뭐하고 있어?

-민주 : 술 마시면서 얘기중이에요, 여자들끼리. 안 오세요?

-도훈 : 계속 마셔. 조교가 주는 잔은 거절 못 할 거 아냐. 팍팍 먹여서 애들 좀 재워. 그래야 나중에 너랑 둘이 놀지.

-민주 : 네, 주인님!

여자들 대부분이 텐트에서 술을 마시자 바깥 분위기도 점차 파장 분위기가 되었다. 일부는 고스톱이나 치자며 텐트로 들어갔고, 남은 몇 명이서 뒷정리를 했다.

도훈은 끝까지 남아 뒷정리를 도왔다.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다.

"어영부영 정리 된 것 같네요."

"고생했다 우선아."

"형이 제일 고생하셨죠. 참, 아까 1학년 남자애들 돌아 왔더라고요, 거기서 날 샐 줄 알았더니."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

"MT끝나고 다음에 또 학교서 보기로 했데요. 몇 명은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네. 너도 들어가 쉬어라."

"네. 형님도 쉬세요."

도훈이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여자들이 모인 텐트에서 점점 목소리가 줄어 든 것을 보니 술에 취해 다들 뻗은 것 같았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목소리는 조교 강민주와, 뒤늦게 합류한 송지희정도. 도훈은 슬슬 때가 무르익었음을 직감했다.

< 295. 오빠랑 MT갈래?-3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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