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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07화 (287/2,000)

< 289. 오빠랑 MT갈래?-29- >

목에 밧줄을 매단 체 야외 벤치에서 자위를 해대는 수정을 보니 충격적이다 못해 소름이 돋았다.

멍한 표정엔 어떠한 생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말살하고 빈껍데기만 남겨놓으면 딱 그녀와 같으리라.

"이건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목줄을 놓으려 하는데, 로시가 경고했다.

[주인님. 지금 밧줄을 놓으면 곧바로 최면이 풀리게 됩니다.]

‘···뭐?’

[현재 수정양은 메저키스트 밧줄의 정신지배를 받고 있는 상태. 밧줄은 결박을 행한 사람이 연결되어 있을 때만 지배력이 유지됩니다.]

‘가만, 그럼 내가 밧줄을 놓는 순간 세뇌가 풀린다는 소리야?’

[네, 그렇습니다.]

아뿔싸!

이건 생각 못했다. 밧줄은 그 엄청난 능력만큼이나 무척 까다로운 아이템이었다.

첫째, 호감도 80이하인 상대에게 사용할 시 최면이 걸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호감도가 감소한다. 사실 80이란 수치는, 상대를 성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호감도. 따라서 밧줄을 사용할 수 있는 상대라면, 애초에 밧줄 없이도 공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둘째, 불법적인 일에 사용 시에는 레벨 강등이라는 치명적인 패널티를 부여받는다. 정신지배를 통해 할 수 있는 행위가 극도로 제한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결정적인데, 실행자가 밧줄을 놓아 버리면 그 즉시 세뇌가 풀린다는 사실. 즉, 밧줄을 이용한 정신지배의 범위는 밧줄 길이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젠장! 이래서는 주지육림 퀘스트를···."

하늘에서 떨어진 동아줄이라고 생각했지만, 밧줄은 그 자체로 한계가 뚜렷한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밧줄로 12명을 묶은 상태로 동시에 줄을 붙잡고 뭔가를 시도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찌꺽-찌꺽-

한참 고민에 빠져있는데, 질척한 사운드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아차차! 오수정!’

자위 명령을 거두지 않아 수정은 혼자서 연신 자신의 구멍을 쑤시는 중이었다. 반복된 삽입으로 수정의 구멍은 이미 진득한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그, 그만."

"네."

"팬티 올리고 벤치에 바로 앉아."

"네."

수정은 방금 전까지 끈적한 자위를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태연했다. 그녀의 비인간적인 표정을 보자 내가 사람과 있는 건지, 단백질 인형과 함께 있는 것인지 분간이 서질 않았다.

‘음, 정신지배라는 것이 생각보다 좋은 경험은 아니구나. 섹스란 상대와 교감을 나누어야 하는데, 이건 영혼 없는 고깃덩어리랑 하는 느낌일 테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요.]

‘지금 최면을 풀게 되면 수정이 방금 전 일을 기억할 수 있나?’

[아닙니다. 정신지배 상태는 일종의 램 수면 상태와 흡사합니다. 즉, 뇌는 깨어 있지만 속박에 걸린 상대는 자신이 짧은 순간 졸았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오수정, 내 무릎에 기대 누워."

"네."

수정이 몸을 기울여 무릎에 엎드리자 나는 천천히 목에 걸린 올가미를 해제했다. 그리고는 밧줄을 주머니에 쑤셔 넣어 다시 창고로 돌려보냈다.

"으, 으음?"

세뇌에서 풀려난 수정이 얼빠진 표정으로 한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뻔뻔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너 졸았어?"

"내가?"

"그래. 갑자기 빨다 가만 있길래 보니까 졸고 있구만."

"이런··· 내가 그랬어?"

수정은 밧줄에 묶였던 부위가 뻐근한지 스스로 목을 어루만졌다.

"근데 잠들기 전 네가 뭘 했던 것 같은데···. 아! 밧줄!"

"무슨 밧줄?"

"니가 내 목에 밧줄 걸지 않았어?"

"얘가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꿈꿨니? 야, 빨리다 잠든 것도 굴욕적이구만 너 진짜 그럴래?"

적반하장 격으로 성을 내자 수정도 민망한지 머릴 긁적였다.

"헤헤. 미안. 내가 원래 저녁 먹고 살짝 잠드는 버릇이 있거든. 늦게까지 공부하려면 이 시간 쯤 자두는 게 좋더라고."

"됐다. 김 빠져서 못 하겠네."

"왜 그래 또? 삐졌어? 다시 해줄게."

"이미 늦었어. 둘 다 오랫동안 안 보이면 의심할 거야. 그렇잖아도 동기사이라고 쳐다보는 눈도 곱지 않구만. 이만 일어나자."

"흐음, 아쉽네. 하긴 어차피 새벽에 볼 거니까 뭐."

수정은 몸을 일으키다 갑자기 멈칫했다. 아마도 생각 외로 젖어있는 팬티의 상태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아···."

"왜 그래?"

"나 엄청 흥분했었나봐."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얼른 가자."

수정과 함께 다시 텐트로 돌아가자 이미 분과 구분은 무너져 있었다. 체육과 학생들은 저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여 술판이 벌이는 중이었다.

왁자지껄 떠들며 술 게임을 벌이는 팀, 열심히 안주 빨 세우는 팀, 오늘 마시고 내일 죽자를 외치며 병째 술을 푸는 팀까지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MT 저녁을 즐겼다.

‘다행이군. 이런 분위기라면 자연스럽게 합류해도 되겠어.’

일부러 수정과 다른 곳으로 흩어져 술자리에 끼어들려는데  누군가 나의 팔짱을 잡아끌었다.

"도훈 오빵! 어디 갔다 왔쪄영!"

그녀는 이미 반쯤 혀가 꼬부라진, 볼 빨간 연두였다.

***

연두가 도훈을 낚아 채 오자 모여 있던 1학년 여학생들 사이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오오! 이도훈, 이도훈!"

"우아, 연두 대어를 낚아왔구나?"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도훈이 어깨를 으쓱해 하는데, 양희주가 사회자처럼 진행했다.

"오빠. 벌칙이에요, 벌칙!"

"무슨 벌칙?"

"게임에 걸린 사람이 남자 하나씩 데려오기로 했거든요. 근데 연두가 오빠를 데려왔네?"

도훈이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1학년 8선녀가 빙 둘러 앉은 모임이었다. 아마도 동기 여자들끼리 술을 마시다 남학생을 데려오기로 했던 모양이다.

"아···. 난 또. 그럼 연두 옆에 앉으면 돼?"

도훈이 조용히 자리로 들어가려고 하자 희주가 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가로 저었다.

"놉! 체육과 꽃밭에 오셨는데 자릿값은 내고 앉으셔야죠!"

"꽃밭이라고?"

"어머? 설마 부정하시는 거예요? 20살 영계들이 이렇게 목욕재개하고 앉아있는 데?"

"야~ 양희주 그 얘긴 갑자기 왜 하는데?"

"이나연! 니가 젤 빡빡 씻는 거 다 봤거든? 어딜 가장 열심히 씻었더라?"

"꺄악-!"

"야! 누가 저 변태 치워버려."

"양희주 취했네!"

도훈은 사방에서 꺄르르 떠드는 소음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하필이면 끌려와도 1학년 8선녀가 모인 곳이라니···.

모아만 놔도 너끈히 5시간도 떠들 수 있는 스무살 동갑내기 여학생들은, 술까지 들어가고 나니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잠시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진정되고 다시 양희주가 마이크 대용으로 잡은 소주병을 붙들고 진행을 이어갔다.

"아무튼 도훈오빠 개인기 하나 보여주셔야 앉을 수 있어요."

"가, 갑자기 개인기라니?"

도훈은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잖아도 주지육림 위업으로 골치 아픈 마당에 1학년 여학생들 틈바구니에 끼어 개인기나 해야 하다니···.

‘젠장. 이럴 때가 아닌데···. 갑자기 개인기라니. 내가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노래 한곡 뽑으시면 되지 않을 까요? 노래방에서 보니 껌뻑 죽던데요.]

‘MR 반주도 없이 무슨 노래는 노래? 그리고 이런 일로 아이템을 남용할 순 없어.’

"개인기! 개인기!"

"이도훈! 이도훈!"

희주의 교묘한 부추김에 1학년 여학생들이 도훈의 이름을 연호했다. 도훈은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빠진 느낌이었다.

‘으으! 양희주 저 빻녀. 예뻐해 줬더니 나를 이렇게 곤경으로 몰아? 두고 보자. 넌 오늘 밤 검은 봉다리 꼭 씌우고 만다.’

그때 누군가 조용히 외쳤다.

"오빠 복근 보여주세요!"

"상의 탈의!"

"꺄악! 벗어라! 벗어라!"

누군가의 장난으로 시작된 상의탈의가 어느새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도훈 역시 어설픈 개인기를 펼치느니 차라리 한 번 벗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진짜로 벗어?"

"네! 꼭 보고 싶어요!"

"어머! 도훈 오빠 벗는데!"

"아, 오늘 밤 잠 다 잤네!"

도훈이 옷자락을 붙잡자 모두가 숨을 죽인 체 침을 삼켰다.

도훈은 일부러 복근에 힘을 바짝 줘가며 상의를 가슴께까지 들췄다 잽싸게 내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도 그의 식스팩과 탄탄한 가슴근육이 1학년 팔선녀의 애간장을 녹였다.

"끼아아아아악!"

"대박! 나 오늘 눈 안 씻어."

"본 눈 팝니다."

상의 탈의 포퍼먼스를 끝낸 도훈이 희주에게 말했다.

"이제 됐지?"

"네, 인정! 오빠 그럼 앉고 싶은 데 앉으세요."

도훈이 다시 빙 둘러앉은 1학년 여학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희수 빼곤 다 공략한 애들 뿐이네. 대체 어딜 앉아야 되지?’

1학년 팔선녀 중에선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거의 여자가 없었다. 서로는 모르고 있겠지만, 이미 1학년 여학생들은 대부분 기둥 자매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간절한 눈빛으로 도훈의 간택을 기다리는데 도훈이 연두 쪽으로 움직였다. 실은 연두를 선택 했다기보다 그 옆에 정음 근처에 앉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데려온 사람 성의가 있으니···."

마침 명분도 있겠다, 다들 아쉬워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연두는 자신이 선택받은 사실이 기쁜지 도훈에게 찰싹 달라붙어 아양을 떨었다.

"하앙~ 우리 오빠 빨래판 복근~ 쩔어영."

도훈이 술에 취해 들러붙는 연두를 조심스레 밀쳐내며 나연에게 물었다.

"얘 많이 마셨니?"

"네. 아까 벌주로 소맥 3잔을 연거푸 마셨거든요. 오빠가 이해하세요."

"나연이 너가 좀 챙겨라. 아직 초저녁인데 벌써 가버리면 안되지."

도훈의 말에 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우리 둘의 라이벌 전을 잊지 않고 있구나. 히히.’

다시 술자리가 이어지는 사이 정음이 조심스럽게 종이컵을 내밀었다.

"선배. 한 잔 따라 드릴까요?"

"고마워. 아직 잔도 없었네."

"술은 어떤 걸로?"

"난 맥주."

"아 맞다···. 선배 술 잘 못 마시죠?"

"하하. 아니야, 새터 때는 대접으로 한 방에 마셔서 그런 거고."

도훈이 새터 이야기를 꺼내자 정음이 민망함에 술을 따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새터 때 도훈과 함께 보낸 뜨거운 밤이 떠오른 것이었다.

"짠, 그럼 오랜만에 정음이랑 한 잔 할까?"

"···네."

술잔을 부딪친 정음이 예의바르게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셨다. 주지육림 위업 때문에 골머리를 썩던 도훈은 정음과 함께 술을 마시며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정음인 언제 봐도 사랑스럽구나. 그러고 보니 정음이도 오늘 밤 위업 중에 있었던 것 같은데?’

[네. 호감도 100을 채우는 ‘밀당의 달인’입니다.]

‘방금 오수정에게 정보 창을 쓰는 바람에 새벽까진 또 확인 하기 어렵겠군.’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이제 겨우 초저녁인걸요.]

"MT는 받을 만 했어? 내가 좀 심하게 굴린 것 같은데···."

"괜찮아요. 전 몸으로 하는 건 자신 있거든요."

정음의 당찬 대답에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정음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츄리닝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정음은 평범한 청바지에 흰 티만 걸치고 있는데도 모델처럼 빛이 났다.

허벅지가 타이트하게 붙은 청바지가 늘씬한 하체를 드러냈고, 다소 헐렁한 흰 티 사이로 볼륨감 있는 가슴이 도드라져있었다.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음이 넌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하더라, 뭐든."

의미심장한 도훈의 말에 정음이 말뜻을 알아듣고 얼굴을 붉혔다. 예전에도 도훈이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넌 몸으로 하는 건 금방 배우는 구나.’

"미, 민망해요."

"내가 뭐 못 할 말 했니? 어, 술 떨어졌네. 이번엔 내가 한 잔 줄게."

"네."

정음이 두 손으로 다소곳이 술잔을 받쳐 드는데, 갑자기 누군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아까부터 그 둘을 지켜보고 있던 강경희였다.

"정음이 술은 제가 따를 게요, 선배."

그녀는 도훈이 정음과 둘이서 쏙닥거리자 계속 의식하고 있던 중 훼방을 놓기 위해 끼어든 것이었다.

‘이런! 오랜만에 정음이랑 분위기 좀 잡아 볼랬더니.’

도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경희에게 물었다.

"너 다친 곳은 좀 괜찮니?"

"네. 오빠가 잘 간호해준 덕분에요."

"선배가 간호도 해줬어요?"

정음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묻자 도훈이 재빨리 말을 돌렸다.

"간호는 무슨···. 압박붕대 좀 감아준 것 가지고. 근데 경희 넌 다쳤는데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까짓 거 술 좀 마심 어때요? 더 심한 것도 했는데?"

"더 심한 거?"

‘젠장! 경희 저 계집애가 아주 초를 치는 구나.’

도훈은 경희의 질투심을 간과했다. 평소 정음에게 열등감이 많은 경희는, 도훈이 정음과 단 둘이 있는 것을 좌시할리 없었다.

애초 팔선녀가 한 대 모인 자리에 도훈의 등장은 화약고에 뇌관을 가져다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만 보니 아까부터 자신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 박서현도 보였다.

‘이것도 골치 아프네? 팔선녀만 모아놔도 이지경인데 12명을 한데 모았다간 완전 개판 오분 전이겠는데?’

도훈은 주지육림 퀘스트의 또 다른 애로사항을 발견했다. 사랑의 작대기가 모두 자기 쪽으로 향해진, 12명의 여성들이  고분고분 있을 리 없었다. 자칫 질투심과 소유욕에 눈이 먼 여자들 사이의 비방과 폭로, 심하면 육박전까지 번질 가능성을 염두 해야 했다.

괜히 판을 벌였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로군. 여기 더 있어봐야 득 될게 없으니 얼른 벗어나자.’

도훈이 난처함에 빠져 있는데 마침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체육과 교수들을 대동하고 나온 조교 강민주였다.

"자자! 모두 동작 그만. 교수님 오셨습니다."

부회장 성수의 우렁찬 외침에 왁자지껄 떠들어 대던 체육과 학생들이 조용해 졌다. 교수 뒤를 따라온 민주는 도훈을 발견하고는 손짓으로 따로 불렀다.

"이도훈, 너 잠깐 나 좀 보자."

"네!"

도훈은 기회를 틈 타 잽싸게 1학년 8선녀 사이를 벗어났다.

< 289. 오빠랑 MT갈래?-29-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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