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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05화 (285/2,000)

< 287. 오빠랑 MT갈래? -27- >

나연의 훼방에 연두가 약이 올랐다.

"뭐야, 너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지 말라는 거지. 쟤 누군지 잊었어? 육정음이라고. 돌려차기의 육정음!"

"아···."

"요새 잠잠해서 그렇지, 열 받으면 눈에 뵈는 것도 없이 들이받을걸? 장난 칠 상대를 보고 장난쳐야지."

나연의 경고에 연두도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 뻔했는지 깨달았다.

장난삼아라도 뒤치기 자세를 취했더라면, 그대로 말 뒷굽에 채인 것처럼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으으! 살벌한 계집애. 저러니 저런 얼굴을 가지고도 남자들이 접근하길 꺼려하지.’

연두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외모는 체육과를 넘어 사범대 1학년 퀸으로 불렸지만, 터프한 성격에 부족한 여성미가 남자들이 다가서기 어렵게 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누군가 쉬는 시간 음료수를 건네자 자기도 모르게 캔을 발로 차버렸다고 한다. 흉긴 줄 알았다나 뭐라나?

"허튼짓 고만하고 얼른 씻기나 하셔. 오늘 밤 나랑 대결 있는 거 까먹은 건 아니지?"

나연이 사타구니를 박박 문지르며 연두에게 말했다. 유난히 아래쪽을 청결히 하는 나연의 모습에 연두가 콧방귀를 꼈다.

"계집애 치사하게. 지 혼자 오빠한테 이쁨받으려고."

"청결은 기본 아니니? 냄새나면 오빠가 싫어할 걸?"

"나 바디 샤워 안 가져왔단 말이야. 나도 좀 빌려줘."

"방금 정음이한테 비누 빌렸잖아."

"비누로 어떻게 거길 씻니? 쑥 들어가 버릴걸?"

"어머어머, 얘가 미쳤나. 작작 좀 해. 발정 났니?"

나연은 혹시나 누가 들을까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샤워장의 물소리와, 희뿌연 수증기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흐흐. 발정난 사람은 나연이 너지. 보빨 한 번 받아 보려고 몇 분째 거기만 문지르고 있는 주제에. 에잇!"

연두가 기습적으로 나연의 뒤로 돌아가 백허깅을 했다. 그녀의 두 손이 나연의 젖가슴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꺄아-! 무슨 짓이야?"

"거품 좀 묻혀갈 게. 앙탈 부리지 말고 가만 있어."

문질문질.

"하읏, 얘가 진짜."

"느끼지 마."

"아, 안 느끼거든?"

"근데 왜 꼭지가 바짝 스셨을까?"

"하앗, 그, 그건."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문지르며 장난치는 것을 멀리서 쳐다보던 서현이 혀를 끌끌 찼다.

‘유치한 것들 같으니. 고등학교 때나 하던 짓을 여기와서 하고 있네.’

그녀는 스스로의 정신연령을 또래보다 두어살 정도 위로 쳤다. 그래서 다른 동기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늘 혼자 공부하고, 미래를 대비했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적인 삶이 최근 도훈의 개입으로 흐트러졌다.

이도훈.

희대의 난봉꾼이자,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서현은 고등학교 때 일찍 아다를 땠다.

당시 사귀던 순진한 남자친구를 유혹, 부모님이 멀리 제주도로 여행 가던 날 집으로 불러들였다. 모범생이던 그녀가 그런 짓을 하고 다닐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 못 했다.

‘···그때 걔랑은 비교도 안 돼.’

첫 상대는 평범했다.

잘생기고 어수룩한 게 매력이었지만, 섹스에 있어선 쑥맥이나 마찬가지였다. 입으로 몇 번 빨아주자 찍- 싸버리는 바람에, 첫 삽입은 다음 날 치러야 했다.

물론 삽입 역시 5분을 넘지 못했다.

토끼 같은 남자친구가 제대로 남자 구실을 한 것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서 였다. 그러나 이미 서현은 섹스에 흥미를 잃었다. 무엇보다 남자친구의 크기가 성에 차지 않았다.

야동에서 본 남자들은 죄다 컸다.

하지만 아무리 스킬이 늘어도 타고난 크기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첫 남자친구와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만난 이도훈.

얼굴도 훈훈하고, 몸매도 훌륭했다.

그를 꼬시기 위해 순진한 모습으로 접근했지만, 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알게 된 이후로 그녀는 곧바로 노선을 변경했다.

알고보니 그는 자신과 비슷한 타입이었다. 앞에선 사람 좋고, 착한 선배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뒤로는 여러 여자를 마음껏 후리고 다녔다.

‘게다가 물건도 엄청 실하지.’

텐트에서 본 도훈의 대물을 떠올리며 서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이 밑으로 내려갔다. 사타구니 안쪽에 손가락을 넣어 쓸어 올리자, 물기와는 다른 끈적한 애액이 묻어 나왔다.

‘하아···. 생각만 했는데 젖어 버렸잖아?’

서현은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천천히 자위를 시작했다. 밑을 씻는 척 샤워기를 강하게 틀어 클리토리스를 때렸다. 발가락이 굽어지며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흐으으! 오늘 밤 어떻게든 덮치고 말거야. 다른 여자들은 얼씬도 못하게 해야지.’

서현이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

***

여학생들이 씻고 나왔을 땐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 분과별로 나뉜 야외 테이블 옆엔 석쇠 그릴 위로 삼겹살과 목살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분과별로 우선 식사하시고요. 술은 적당히 드세요. 나중에 교수님 오시면 거국적으로 한잔하겠습니다!"

MT를 준비한 2학년 과대 정우선의 말에, 배구 및 여자핸드볼 분과의 수장 오수정이 소주잔을 높이 들었다.

"학회장도 있지만, 전임 분과장인 내가 먼저 건배사 올려도 되지?"

"네, 언니. 편한 대로 하세요."

"자, 체육과! 마시고!"

"죽자!"

"크아!"

"야. 고기 탄다."

"고긴 누가 구울 거야?"

"내가 할게."

도훈이 집게와 가위를 들고 불판 앞에 섰다. 그 모습에 3학년 우정찬이 2학년 허영무를 나무랐다.

"얀마. 넌 형이 고기 굽는다는 데 가만히 보고만 있냐? 이 자식 기합 다시 받아야겠는데?"

정찬은 3학년이지만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도훈보다 어렸다. 그가 배구 분과의 막내 영무를 갈구자 도훈이 괜찮다는 듯 말했다.

"고기는 잘 굽는 사람이 굽는 게 나아. 괜히 태우면 못 먹으니까. 영무 넌 장작이나 가끔 넣어."

"넵. 형님."

"역시 우리 배구 분과는 서열 정리가 확실하단 말이야?"

마유미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동기 김민경에게 말했다.

현재 배구 및 여자핸드볼 분과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3학년 마유미와, 같은 3학년 김민경. 민경은 유미의 말에 소속 후배들을 갈궜다.

"야! 배구 분과 일하는 거 안 보이니? 이자영, 이연두. 너넨 MT와서 선배들이 구워주는 고기만 먹다 갈래?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아닙니다!"

"자영이는 저기 본부 텐트 가서 술 좀 들고 와. 궤짝으로 다가."

"넵."

"연두는···. 그래, 연두는 고기 굽느라 못 먹고 있는 도훈 오빠 좀 챙겨주고."

"네."

한 분과에 두 개의 구기 종목이 모여 있다 보니 은근 경쟁의식이 있었다. 특히 학회장까지 역임한 동기 유미에 비해 민경은 조금 밀리는 처지. 그 때문에 민경은 조금 오버하는 경향이 있었다.

입안에 소주를 털어 넣은 수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총집합하니까 우리 분과도 엄청 많구나. 역시 의리의 1분과다!"

"언니가 무리하셔서 그렇죠. 임용도 있으신 분이."

"괜찮아. 이제 시작인데···. 지금부터 달리면 나중에 퍼진다고. 쉴 땐 쉬는 게 나아."

"공부는 좀 할 만하세요?"

"힘들지."

수정이 푸념하듯 말했다.

"혹시 세븐 일레븐이라고 들어봤어?"

"편의점아니에요?"

"아니 7시 등교해서 11시 하교하는 거. 4당5락이랑 비슷한 거야."

도훈이 먹을 고기쌈을 싸던 연두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4당5락은 뭐에요, 선배님?"

"왜,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 있잖아."

"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구나."

"그래도 최근엔 체육 교과를 많이 선발하는 추세야. 너희들도 일찍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넵!"

고기를 다 싼 연두가 도훈에게 다가갔다.

"선배, 고생하시는 데 고기 좀 드시면서 구우세요. 아~."

연두는 과감하게도 도훈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 그 모습에 오수정과 마유미의 대번에 험악해졌다.

‘어린 것이 벌써 끼를 부리네?’

‘쟤가 1학년 사이에서 잘나가는 연두라는 얘였나? 앙증맞게 생겨 가지곤 하는 짓도 여우구만?’

도훈은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긴 했지만, 주는 것을 마다할 수도 없어서 고기를 넙죽 받아먹었다.

"고맙다. 연두."

"아니에요. 근데 고기 진짜 잘 구우시네요."

도훈은 불판 위에서 능수능란하게 고기를 구웠다.

석쇠 그릴은 삼겹살 기름이 떨어지면 불이 올라오는 특성이 있었는데, 도훈은 그것까지 고려해서 계속 고기 위치를 계속 바꿔가며 겉이 안 타게 신경 썼다.

"참, 정찬인 도훈이 처음 보는 거 아니야?"

우정찬은 개강총회 당시 배구부 합숙훈련을 떠나느라 도훈과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유미의 물음에 정찬이 대답했다.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형, 배구 엄청 잘하신다던데 배구팀 들어오시지 그래요? 곧 2부리그 시작하는데."

"아니야. 이제와서 들어가는 건 좀 그렇고. 내년에나 도전해 볼게."

"꼭 오세요. 유미도 여자팀 간판이잖아요. 저희 과가 남녀 배구부를 꽉 잡으면 재밌을 거 같아요."

도훈은 처음 보는 정찬의 키에 살짝 놀랐다.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 정도 키가 되야 선수를 하는구나. 195도 넘겠는데?’

물론 키에 비하면 얼굴은 다소 아쉬웠다.

모든 스탯을 키와 운동능력에만 몰빵한 듯했다. 오히려 2학년인 허영무가 살짝 귀염상이라 여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어 보였다.

도훈은 개강총회 때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영무에게 물었다.

"너 아직도 그 사회과 과대랑 사귀니?"

"네."

"영무, 걔랑 사귄다고 영장도 미뤘잖아."

"헐, 진짜?"

화제가 영무에게 집중되는 틈을 타 도훈은 분과 여학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4학년 오수정.

3학년 마유미.

1학년 이연두.

오늘 밤 주지육림 파티에 동참하게 될 멤버들이다. 특히 오수정의 경우 4학년임에도 굳이 MT까지 따라온 이유가 순전히 도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ㅓ 은근슬쩍 도훈에게 사인을 보냈다.

"하암. 난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다."

도훈을 보고 들으라는 식으로 먼저 자리를 뜬 수정을 보고 도훈도 잠시 후 영무에게 바통을 넘겼다.

"나 잠시만 담배 좀 피우고 올 게. 너가 고기 좀 굽고 있어라."

"네. 형."

화장실은 텐트 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간이로 설치되어 있었다. 도훈이 담배를 물고 다가가니 수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치 좋네, 이도훈?"

"계속 윙크하는데 못 알아 먹으면 바보지."

"여기 있으면 다른 애들이 올지도 모르니까 잠깐 다른 데로 갈까?"

"그래."

두 사람은 체육과 텐트 동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자릴 옮겼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시골 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떠올라 있었다.

"아-. 공기 좋다. 오길 잘했어."

수정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괜히 나 때문에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게 왜 너 때문이야?"

"그냥. 공부 해야 하는 데 괜히 MT 왔나 해서."

"풉- 웃겨. 내가 지금 너 보러 왔다는 거야?"

"아니었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응?"

"수험생도 사람이야. 도서관에만 박혀있다간 정신이 이상해진다고. 가끔 이렇게 바람이라도 쐐야지."

"아항. 그럼 난 책임감 가질 필요 없네?"

"어쭈. 아까 말했잖아. 절반은 너 때문이라고. 절반의 책임은 지셔야지."

"흐흐. 근데 오늘은 좀 힘들지 않을까? 너 4학년들이랑 같은 텐트 쓰잖아."

"설마 텐트에서 하려고 했어?"

"그럼?"

"여기서 좀만 나가면 시내거든. 새벽에 모텔 어때?"

"MT 와서 모텔을 가자고?"

"뭐 어때? MT나 모텔이나? 둘다 같은 거 아냐?"

"언제 또 거기까지 가. 버스 타고 올 때 보니까 시내까진 좀 멀어 보이던데."

"여기 콜택시 부르면 와. 예전에 불러 봤어."

‘흠. 가만있자, 어차피 수정이를 지금 공략해봐야 얻는 것도 없잖아? 굳이 얘를 위해서 택시까지 타고 나갈 필욘 없는데 말이지···.’

수정은 주지육림 퀘스트를 위해 필요한 존재. 개인적으로 공을 들이기엔 오히려 시간 낭비였다.

"일단 상황 봐서 생각해 보자."

도훈의 시원찮은 대답에 수정이 뿔이 났다.

"뭐야, 설마 나 말고 다른 여자 생각하는 거 아니야?"

"누구?"

"연두 걔, 너한테 관심 있어 보이던데?"

"연두? 에이, 무슨 그런 어린애를···."

"예쁘더만. 피부도 탱탱하고. 하여간 사내놈들이란 어리면 그저 좋아서는···."

도훈은 질투하는 수정의 모습이 귀여웠다.

4학년이 보기엔 1학년이 어려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나이 마흔이 넘은 그의 입장에선 둘 다 똑같은 영계였다. 23살이나 20살이나.

"야. 너도 어리거든?"

"내가 뭘 어려. 새내기, 헌내기, 쓰레기를 넘어 핵폐기물이지."

"지금이야 대학교에서 제일 높은 학년이니까 그렇지. 막상 사회 나가봐. 엄청 어리지."

"마치 사회생활 좀 해본 것처럼 말한다?"

‘앗, 괜한 소리를···.’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질투하니까 좀 귀엽다 너?"

"됐어. 하여간 인기 많은놈들은 이게 문제야. 얼굴값 하는 거."

"너도 요새 안 꾸미고 다녀서 그렇지 화장 좀 하고 츄리닝 안 입고 다니면 인기 많을 거 같은데?"

"치-. 말이나 못 하면···."

도훈의 칭찬에 수정이 피식 웃었다.

그때 도훈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수정아."

"응?"

"나 너 묶어봐도 되니?

그것은 부드럽게 생긴 밧줄이었다.

< 287. 오빠랑 MT갈래? -27-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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