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301화 (281/2,000)

< 283. 오빠랑 MT갈래?-23- >

‘으윽, 고작 5분이라니 진짜 무슨 토끼새끼도 아니고···.’

다행히도 경험이 별로 없던 경희는 삽입시간이 짧은 것에 별 불만은 없어 보였다. 하긴 비교할 상대가 있어야 길고 짧은지 비교라도 할 테니.

나는 물티슈를 찾아 경희의 몸에 묻은 정액을 닦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 발목으로는 무리니까 저녁까지 푹 쉬고 있어."

"네, 오빠. 근데 진짜 아무한테도 소문내면 안 돼요?"

나는 입술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내밀어 텐트 밖 상황을 확인한 뒤 빠르게 본부텐트를 벗어났다. 운 좋게도 텐트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내가 나가는 걸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설마 이게 그 ‘운빨 대 폭발’ 스킬의 영향이려나? 나름 괜찮군.

나는 곧바로 1학년 후배들이 대기 중인 훈련장으로 뛰어갔다.

‘젠장, 업적 달성에 눈이 멀어 가지고 너무 오래 끌었나 본데. 얘들이 수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훈련장에서 이곳까지 도보로 10여분 정도 거립니다. 나머지 20분은 어떻게든 핑계를 만드셔야죠.]

‘오케이. 그건 뛰어 가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속도를 좀 더 올렸다. 평소 달리기를 잘하는 몸뚱이가 호흡이 가빠질 정도였다.

‘헉헉, 떡치자 마자 바로 뛰니까 현기증 날 것 같다. 그나저나 업적 보상이 뭐였지?’

[‘친구에 친구를 따 먹었네’ 업적 보상은 ‘아마조네스의 장갑’아이템 입니다.]

‘아마조네스? 아마존 밀림에서 활 쏘던 여전사 말이지?’

[네. 해당 업적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업적’ 보상인 마라톤용사 양말이나 스파르타인의 벨트처럼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종류입니다.]

‘마라톤 용사가 체력, 스파르타인의 벨트는 근력이었으니까 이건 스피드 향상인가?’

[아닙니다. 아마조네스의 장갑은 도구 사용 시 컨트롤 능력을 끌어 올리는 아이템입니다.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이나 협응력을 높여, 보다 정교한 조작을 가능케 하지요. 만약 주인님이 이 장갑을 착용하고 활을 쏘신다면 보다 완벽한 조준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뭐라고? 왜 이딴 게 나와?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활 쏠 일이 얼마나 있다고?’

생뚱맞은 보상 아이템에 어이가 없어 따지자 로시가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설득했다.

[그렇게 생각하실 필욘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해당 아이템은 도구의 조작력을 향상 시킵니다. 따라서 장갑을 착용하고 하는 모든 스포츠에 유용합니다. 골프라든지, 야구 배팅이나 볼링 같은 종류 말이죠.]

‘오호, 이걸 그렇게 응용할 수도 있는 건가? 근데 여전사의 장갑이라니··· 모양이 너무 튀어도 사용하기 곤란한데.’

[걱정 마십시오. 장갑은 시대성을 감안, 최대한 현대적으로 디자인 되었습니다. 외관만 보시면 전형적인 스포츠 장갑일 뿐입니다.]

‘그렇군. 기대하던 아이템은 아니지만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한참을 정신없이 뛰어가는 데 맞은편에 학생들이 보였다.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 태영이랑 서현인가? 나를 찾으러 왔나 보군. 나는 일단 뛴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

태영은 힐끔 시계를 보았다.

‘뭐야? 벌써 30분이나 지났네? 도훈이형은 왜 이렇게 안 오지?’

본부텐트까진 걸어서 왕복 10여분 거리.

하지만 경희를 데리고 떠난 도훈은 30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 이었다.

걱정이 든 태영이 1학년을 대표해 나섰다. 그는 새터 이후 자퇴한 강찬혁을 대신해 1학년 과대를 맡고 있었다.

"도훈이형 너무 늦는데? 내가 뭔 상황인지 알아보고 올 게."

"나도 같이 가."

여자애 중에선 서현이 나섰다. 혼자 가기 뻘쭘했던 태영은 서현과 함께 본부텐트로 향했다.

"경희가 생각보다 많이 다쳤나 본데?"

"아님 둘이 눈이라도 맞았나 보지."

서현의 시니컬한 대답에 태영이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혼잣말이야."

혼잣말이라고 했지만 흘려듣기엔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얘가 도훈이형이랑 사이가 별론가?’

태영 역시 최근 도훈 주위에 떠도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여자 후배들을 간보고 다닌다느니, 어장관리 한다느니 따위의.

하지만 그가 아는 도훈은 잘생기고 인기 많은 선배일 뿐. 특히 오늘 밤엔 미술과 여학우들과 단체미팅까지 주선해 준다지 않았던가? 그는 도훈을 변호하고 싶었다.

"서현이 넌 농담을 해도 무슨 그런 소리를 하냐? 도훈이형이 얼마나 착한데."

"착하다고? 니가 도훈 오빠에 대해 뭘 알아?"

"너보다야 잘 알지. 1학년 중에선 아마 내가 제일 친할 걸. 너 괜히 이상한 소문 듣고 그러나 본데, 그거 다 헛소문이야. 형이 인기 많으니까 찐따 같은 놈들이 질투하는 거라고."

태영의 변론에 서현은 콧방귀만 낄 뿐이었다.

‘쟤는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감싸기는.’

서현은 도훈의 실체를 확 밝혀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그에게 다짐한 게 있으니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늦는 걸 보면 분명 경희랑 뭔가 있는 거야. 분명 내 눈에 걸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서현이 속으로 분을 삭이며 걸어가는데 맞은편에 도훈이 등장했다.

"형! 왜 이렇게 늦었어요? 하도 안 오셔서 모시러 가는 길이었어요."

"다른 애들은?"

"계속 쉬고 있어요."

도훈은 두 사람을 향해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우 말도 마라. 경희 그 계집애, 어찌나 고집이 세던지."

"네? 무슨 일 있었어요?"

도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태영과 달리 서현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도훈을 지켜보았다. 팔짱까지 끼고 노려보는 눈빛에선 레이저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본부텐트까지 가는데 다리를 한 번 더 접질린 거야. 절뚝거려서 혼자 못 걸을 정도로. 그래서 내가 부축해 준다니까 끝까지 마다하는 거 있지?"

"경희 걔가 좀 와일드하잖아요. 남자들한테 지기 싫어하고."

"그래도 다쳤으면 도움을 받아야지. 지가 무슨 용가리 통뼈야? 텐트 다 와서 주저 앉아가지고 결국 업고 갔다니까?"

도훈의 능수능란한 거짓말에 태영이 껌뻑 속아 넘어가는 것과 달리 서현이 날카롭게 물었다.

"그럼 경흰 지금 어디 있는데요?"

"본부텐트에 누워있지."

"오빠, 저도 아까 무리해가지고 속이 좀 울렁거리는 데 가서 같이 쉬면 안돼요?"

‘흥! 내가 속을 줄 알고? 분명 아직 증거가 남아 있을 거야. 가서 찾고 말겠어.’

하지만 도훈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서현의 속셈을 간파하고는 대번에 표정을 바꾸었다.

"야, 박서현. 너 MT 놀러왔냐?"

"···네?"

"경희 다쳐서 드러눕는 거 보니까 너도 열외하고 싶다 이거야, 지금?"

"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쉬어도 동기 옆에서 쉬어. 어디서 1학년이 빠져가지고."

목소리를 깔고 일축하는 도훈의 반응에 서현은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 지켜보던 태영도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치 MT받기 싫어 잔머리 굴리는 모습으로 비춰질 게 두려웠던 서현은 다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치잇! 두고 봐. 내가 꼭 증거를 찾고 말테니까.’

서현은 이를 부득 갈았다.

***

"헉헉. 도훈이 형 미쳤어. 완전 악마가 따로 없는데?"

"원래 우리과 MT 빡센 거 몰랐냐? 작년 선배들은 기합 받다 토한 사람까지 있었데."

"진짜?"

"어. 근데 다 토하고 또 받았다나?"

"어이 거기 두 사람. 뭘 그렇게 쏙닥거리나?"

"아, 아닙니다."

"하나에 우리는, 둘에 하나다. 하나에 굽히고, 둘에 일어선다. 하나!"

"우리는!"

"둘."

"하나다!"

"하나."

"우리는!"

"둘."

"하나다!"

"어쭈, 왜 벌써 일어서? 계속 안 굽혀?"

"으으으으!"

"바닥에 배 깔지 마라. 배 깔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버텨. 체육과 1학년 체력이 이것밖에 안 돼?"

"아닙니다!"

"그래. 할 수 있다. 다시 하나."

"우리는!"

······

MT는 그렇게 1시간여를 더 끝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들 만신창이가 돼서 너덜거리는 데 도훈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말했다.

"정말 고생 많았다. 나도 기합 주는 거 안 좋아하지만 MT는 우리 과 전통이라 어쩔 수 없다. 체육인이 되는 통과 의례라 생각하고, 저녁부터는 맥주파티가 이어질 예정이니까 신나게 즐기도록. 이것으로 트레이닝은 끝이다."

"와아아아아아!"

"으으! 드디어 끝났다."

"선배 샤워장 이용해도 되요?"

"현재 시각 16시. 17시 30분까지 모든 개인정비를 완료하고 저녁 식사에 임할 수 있도록. 지금 너희 선배들이 맛있는 요리를 여러분께 대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보니까 돼지 한 마리 잡아온 것 같더라."

"오예! 삼겹살!"

"치맥, 치맥!"

도훈은 신나 하는 후배들을 보고 흡족하게 웃었다.

‘단순한 녀석들 같으니···. 하긴, 저 나이 땐 아무리 굴려도 밥만 주면 좋아하지.’

[고생하셨습니다. 이것으로 MT교관 임무도 무사히 완료하셨군요.]

‘그러게. 1학년들은 당분간 지쳐서 꼼짝 못 할 테니 그 사이 다른 위업을 완수해야겠군.’

[그럼 강민주양부터 가시겠습니까, 마유미양부터 가시겠습니까?]

‘후읍, SM마스터 위업인가. 젠장,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마유미부터 간다!’

[M도달도는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각오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로시의 경고에 도훈도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

"유미, 어디야?"

-식사 만드는 거 돕고 있죠.

"방금 1학년들 텐트로 돌려보냈어."

-다 끝났어요?

"어. 시간되면 나 좀 볼 수 있을까?"

-지금 어딘데요?

"애들 훈련 받는데 알지? 거기 근처 자전거 도로 옆에서 쉬고 있어."

-그래요? 바로 갈게요.

"응. 올 때 가능하면 돗자리 하나만 챙겨오고."

-돗자리는 왜? 아···. 알겠어요. 이따 봐요.

유미와의 통화를 끝내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여전히 유미를 상대하는 건 부담스럽다.

‘내가 진짜 업적만 아니었으면···.’

[겁나십니까?]

‘겁나기 보다는 음, 취향이 그쪽이 아니다 보니까.’

[그래도 유미양 정도면 꽤 미인 아닌가요?]

‘사이즈가 좀만 더 작았으면 인기 많을 타입이긴 하지. 근데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성향이 너무 독특하잖아. 남자를 왜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걔는?’

[글쎄요. 그래도 덕분에 SM마스터를 노려볼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도달도 얼마나 남았지?’

[현재 S도달도 89%, M도달도는 70%입니다.]

‘으으. 저거 100프로 다 채우려면 발가벗고 채찍으로 두들겨 맞아야 되는거 아니냐?’

[그것도 좋겠군요. 아마 야외 수치플 정도면 오늘 중으로 가능할겁니다.

‘야외 수치플!!! 내가 왜 그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거야?’

[하기 싫으면 거부하셔도 됩니다. 누구도 주인님께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언제는 재수 없으면 PK단 만날 수도 있다며? 목숨이 걸린 일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중수 이하의 플레이어가 PK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인님은 특별히 등급에 비해 성장이 빠르니 미리 경고를 드린 것뿐이죠.]

‘어쨌든!’

담배를 두 대 쯤 피우자 유미가 도착했다. 나의 호출에 신이 나 달려왔는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오빠?"

"아니. 근데 너 복장 뭐야?"

유미는 어느새 츄리닝에서 청치마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상의는 몸에 딱 붙는 니트 티. 덕분에 커다란 가슴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여간 쟤는 뭐든 크다. 가슴이건 엉덩이건.

"체육과라고 MT와서 츄리닝만 입고 있을 순 없잖아. 어차피 저녁엔 술 마시고 놀 텐데. 그리고···."

유미가 씨익 웃더니 나의 치마 속으로 나의 손을 끌어 당겼다. 놀랍게도 안에는 팬티가 없었다. 살짝 젖어있는 그녀의 봊이가 바로 손에 잡혔다.

"허억, 노팬티야?"

"이래야 오빠가 박기 편할까봐."

‘아주 작정을 하고 왔구만.’

"일단 좀 걸을까?"

"그래."

유미는 어깨를 나란히 걸어도 눈높이가 비슷할 만큼 키가 컸다. 내심 궁금해 그녀에게 물었다.

"너 근데 키가 얼마나 돼?"

"어머, 여자한테 키 묻는 건 실례 아닌가요?"

"보통은 몸무게잖아."

"난 키가 콤플렉스니까 그치."

"177, 8?"

"뭐 그쯤. 오빠는?"

"난 185."

"아니 그거 말고."

"몸무게?"

"장난해? 이거 말이야, 이거."

나란히 걷던 유미가 손을 뻗더니 대물을 움켜쥐었다.

이게 아까부터 제 물건처럼 맘대로 만지네?

"놔라. 아프다."

"왜? 여긴 사람도 없는데."

실제로 자전거 도로는 개점휴업 상태.

4대강 사업 시기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도로는, 이용객들이 적은지 제대로 관리가 안 돼 군데군데 갈라진 크랙 사이로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상태가 이 모양이다 보니 자전거 동호인들도 별로 찾지 않는 곳인 듯하다. 캠핑 온 자전거 족들이나 가끔 이

용하려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유미는 아예 츄리닝바지와 팬티까지 들춰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차가운 유미의 손이 축 늘어진 대물에 닿자 온 몸에 닭살이 돌았다.

"으헉, 차가워!"

"흐응, 이거 이거 영 맥아리가 없구만?"

‘이 변태같은 년. 길바닥에서 남자 잦이나 주무르고.’

"안되겠네. 누나가 벌크업 시켜줘야지. 따라와."

"야, 야. 진짜 아프다니까."

유미는 마치 죄수를 묶은 호송 줄을 당기듯 앞장서서 나를 잡아 끌었다. 잦이를 붙잡힌 나는 속절없이 딸려가야 했다.

‘이 미친년,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참으셔야 합니다. M도달도가 상승 중입니다!]

‘어으! 내가 진짜 업적 때문에 참는다!’

< 283. 오빠랑 MT갈래?-2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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