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99화 (279/2,000)

< 281. 오빠랑 MT갈래? -21- >

‘후후, 살짝 예열해 놔 그런지 목소리가 제법 나긋나긋해졌는데?’

도훈은 경희의 긍정적인 반응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접촉은 남녀의 감정을 고양 시킨다.

모르는 이성과 가까이만 붙어 있어도 괜히 기분이 들뜨는데, 등에 업고 산길을 넘어오는 동안 발생한 묘한 기류가 두 사람 사이를 끈적하게 만들었다.

"여기 누워볼래?"

"누, 누우라고요?"

"그 자세론 다리 뻗기 불편할 거 아냐."

"아···.네."

경희가 긴장된 표정으로 바닥 매트에 누웠다.

밀폐된 공간에 둘밖에 없는 상황도 부담스러운데, 그 와중에 남자 앞에 누워있으려니 어딘지 모르게 야릇한 느낌이 든 것이었다.

두근-

‘어머. 내, 내가 왜 이러지? 난 오빠한테 별로 관심도 없는데···.’

경희는 누운 채 도훈을 힐끔거렸다.

‘흐음, 오빠가 잘생기긴 했구나.’

동기들이 도훈을 찬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가까이서 지켜본 도훈은 확실히 훈남이었다. 자신이 평소 바라던 이상형관 거리가 멀었지만, 객관적으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185의 훤칠한 키.

과하지 않으면서도 탄탄해 보이는 근육.

서글서글한 눈매와 오뚝한 콧날까지.

"원래 발목 다치면 위쪽을 주물러야 하거든."

게다가 은근한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네."

도훈은 경희의 다리를 무릎에 걸친 채 천천히 마사지를 시작했다. 섬세한 동작으로 장딴지를 어루만지는 터치에 경희의 몸도 슬슬 열이 올랐다.

그것은 마사지라기엔 약했고, 애무라고 생각하긴 다소 강했다. 그러나 남자의 맨손이 종아리를 쓰다듬는 행위 자체가 그녀를 긴장시켰다.

"좀 풀리는 것 같아?"

"네, 시원해요."

"다친 발목으로 계속 참고 달리기를 하느라 허벅지까지 다 뭉쳤을 거야. 좀 더 위로 주물러줄게."

도훈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주무르는 위치를 점점 높여갔다.

"아, 아···."

"아파?"

"아, 아뇨. 괜찮아요."

"근데 넌 전체적으로 태닝했나 보구나. 다리도 많이 탔는데?"

"아니에요. 종아리까지만 그래요. 테니스 치마 입고 해서."

"그래? 그럼 원래 속살은 하얀 편이야?"

"음, 뭐. 이 정도로 타진 않았죠."

도훈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못 믿겠는데?"

"진짜라니까요? 허벅지 위가 원래 피부톤이에요. 보여 드려요?"

"아니야. 뭘 그렇게까지. 니가 그렇다는 데 믿어야지."

도훈이 살짝 비꼬는 뉘앙스로 얘기하자 경희도 자존심이 상했다.

‘쳇! 아까는 태닝한 여자가 더 좋다고 해놓고는. 저봐, 우리나라 남자들은 하얀 애들을 좋아한다니까?’

그러고 보니 도훈이 아까 정음의 피부가 하얗다고 언급한 기억이 났다.

‘내가 정음이 보다 못할 줄 알고?’

"진짜라니까요, 오빠."

"누가 뭐래? 믿는다니까?"

"말투가 전혀 아니잖아요. 진짜 보여 드려요?"

"어떻게?"

"바지 더 걷어 올리면 되죠."

그러나 무릎에 걸친 츄리닝 바지는 더이상 상승할 여력이 없었다. 한참 낑낑대며 바지를 걷어붙이는 경희를 보고 도훈이 한 번 더 도발했다.

"됐어. 그냥 믿을 게. 니가 정음이보다 속살 하얀 걸로."

‘으으! 또 정음이! 이 오빠가 진짜!’

도훈은 틈만 나면 정음과 경희를 비교했다. 평소 정음에게 열폭하는 경희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우씨. 진짜! 확 바지라도 벗을까요?"

"무슨 소리야? 바지를 왜?"

"오빠가 자꾸 제 말 안 믿는 것 같으니까 그렇죠."

"믿는다니까 그래?"

"지금 전혀 믿는 태도가 아니잖아요."

"믿어. 믿는다고. 니가 정음이보다···."

"에잇!"

정음과의 비교로 절제력을 잃은 경희가 갑자기 엉덩이를 들더니 바지를 훅 까내렸다. 도훈은 예상보다 격한 반응에 속으로 뜨악했다.

‘헐, 얘가 정음일 엄청 의식하긴 하는구나.’

바지를 끌어 내린 경희의 속살은 그녀의 말처럼 하얗게 빛이 났다. 치마라인 끝이 층이 져서 그런지, 뚜렷하게 대비되는 색깔 차이에 도훈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와···. 진짜였네? 너 원래 엄청 뽀얗구나?"

"봤죠?"

그제야 부끄러움을 느낀 경희가 다시 바지를 끌어 올리려는데 도훈이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

"잠깐."

"예?"

"관절이 살짝 비틀린 것 같은데?"

"예, 예?"

도훈이 사타구니 사이 서혜부 림프절을 꾹 눌렀다. 급소에 가까운 그곳을 강하게 짓눌렀으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악-."

"여기 아프지? 림프절이 많이 부었어."

"왜, 왜 이렇게 아프죠?"

"원래 발목 삔 채 계속 걸으면 고통을 줄이려고 자기도 모르게 골반이 틀어지거든. 네가 다친 상태로 계속 달리기를 하는 바람에 무리가 왔나 본데."

"아···."

"이러면 나중에 허리까지 쑤실 거야. 그냥 지금 풀어줄게."

"그, 그치만 이대로는···."

경희가 두 손으로 팬티를 가리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스스로 바지를 벗긴 했지만, 계속 하의를 실종한 채 있기엔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럼 윗옷을 좀 끌어 내려. 어차피 옷 입은 상태론 마사지 힘드니까."

"아···."

경희는 당장의 창피를 면하기 위해 급히 상의 밑단을 잡아 내렸다. 신축성이 있는 원단이 늘어지며 그녀의 팬티 위를 아슬아슬 가렸다.

‘흐윽,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정음이 얘기에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경희가 후회했지만 벌써 도훈의 손은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민망한 경희는, 어서 빨리 마사지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어차피 보는 사람 없으니까. 괜찮겠지?’

도훈은 도훈대로 경희의 속살을 마음껏 주무르며 팬티를 힐끔거렸다. 아무리 상의를 끌어내렸다 한들 초미니에 가까운 길이 탓에 팬티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흐흐, 끝에 살짝 지린 것 같은데? 아까 업힐 때 만져줘서 그러나?’

도훈은 살짝 젖은 팬티에 흡족해하며 서설히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달리기할 때 많이 아팠겠다. 여기 엄청 뭉쳤네."

"······."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부상 당해도 열외 안 시켜 주는 냉혈한 같았니?"

"아, 아니에요. 그런거"

"그럼?"

"···그냥 지기 싫어서요."

"누구한테?"

도훈은 뻔히 알면서도 되물었다.

"···누구든요. 전 여자들 사이에서 운동으로 밀린 적 거의 없거든요."

경희는 선착순에서 마지막까지 낙오되었다는 사실이 여전히 분한 모양이었다.

서현이야 1학년 수석 입학으로 유명한 운동 잼병이었기에 그려러니 했지만, 평소 실기 수업에서도 우수한 기량을 보이던 그녀의 부진은 모든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특히 먼저 선착순에 들어와 연거푸 낙오되는 자신을 응원하는 정음의 모습이 그녀의 자존심을 상처입혔다.

"경희야 힘내! 넌 할 수 있어!"

정음이 진심으로 응원할수록 더더욱 비참해졌다.

승자의 아량.

그것은 패자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를 느끼기에 보이는 관대함일 뿐.

자신이 한 수 아래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경희에게 있어, 정음의 그런 착한 성격마저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무리해 버렸다. 접질린 발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꽉 깨물고 미련하게 달렸다.

"그러고 보니 경희 너 테니스 배웠었다고 했던가?"

"네."

"엘보우 와서 그만뒀다고?"

"다 지난 일인데요, 뭘."

도훈이 어디서 들었는지 불쑥 테니스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경희에게 있어 영광의 시절이자 동시에 쓰라린 추억이었다.

그때 부상만 안 당했더라도 지금 경희가 있는 곳은 국성대 체육교육과가 아니라 태릉선수촌일 테니까.

"많이 아쉬웠겠다."

"고등학교 땐 방황도 했죠.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프로선수가 좌절되니까 목표를 잃어 가지고."

"그럴만도해."

"그래도 다시 정신 차려서 여기 왔잖아요. 지금은 후회 안 해요."

"잘 생각했어. 꿈이야 얼마든 바뀔 수 있지."

"그럼 오빠는 꿈이 뭐였어요?"

경희는 어느덧 바지를 벗고 있다는 사실도 있고 도훈에게 물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정음에게 가졌던 열패감이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나?"

"혹시 배구 선수? 오빠 배구 잘하신 다면서요."

"아니야. 내 키로는 어림없지. 배구는 분과 들어가서 배우기 시작한 거야."

"근데도 그렇게 잘해요? 지난번에 연두랑 나연이가 연습경기 하는 거 보고 왔는데 오빠 완전 날아다니는 새라던데요?"

"그날은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그럼 원래 꿈은 뭐였는데요?"

원주인 도훈의 소원은 교사였다. 하지만 체육교육과에서 교사라는 꿈처럼 평범한 대답은 없다.

도훈은 잠시 생각하다 최근에 쓰기 시작한 소설을 떠올렸다.

"난 소설가."

"와, 진짜요?"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경희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어라? 아무거나 던졌는데 의외로 반응 괜찮은데?’

"그럼 오빠 책도 엄청 많이 읽으셨겠네요?"

"그렇지. 학창시절엔 거의 끼고 살다시피 했거든."

"혹시 어떤 소설가 좋아하세요?"

"난 소설은 잘 안 봐. 오히려 비문학 서적을 더 즐겨 읽었지."

경희는 대답을 회피하는 도훈을 의심했다.

‘괜히 있어 보이려고 뻥친 거 아냐?’

"그럼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시간 나면 한 번 읽어보게."

하지만 이번엔 경희가 잘 못 짚었다.

도훈의 몸을 차지한 이정우야말로 진정한 책벌레이자 범생이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 아무거나?"

"네."

"철학 좋아하면 실존주의 철학을 다룬 [키에르케고르]도 괜찮고, 과학 쪽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만들어진 신]. 최근에 읽은 인문학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참고로 번역에 좀 오역이 많아서 가능하면 원

서로 읽는 게 좋아."

‘이 오빠, 진짜였구나!’

책 제목은 물론 저자까지 술술 읊어대는 도훈은 막힘이 없었다. 괜히 후까시 잡는 것으로 의심하던 경희는 의외의 반전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설가가 꿈인데 우리과엔 왜 온 거예요?"

"실은 우리 아버지도 소설가거든. 이찬명씨라고."

"어! 나 이름 들어본 적 있는데?"

"아무튼 아버지가 그러더라. 글 쓰는 직업은 평생 고달프고 힘드니까 너는 안전적인 공무원 같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아···."

"근데 체질적으로 앉아서 하는 사무직은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마나 적성에 맞는 체육 교사를 선택한 거야."

"와···. 오빠 진짜 다른 사람 같아요."

"내가? 왜?"

"아니 전 이제까지 오빠가 막 운동만 좋아하고···. 그런 줄 알았거든요."

"운동도 좋아하긴 하지. 하지만 책보고 글 쓰는 건 여전히 내 취미야. 실은 이번 국춘문예에도 작품 낼 생각이거든. 단편 소설로."

"오빠 진짜 멋지다."

경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알고 보니 도훈이야말로 자신이 찾아 헤매던 이상형이 가까운 남자였다. 어쩌면 잘생긴 배우들이 외모 때문에 연기력을 평가 절하당하듯, 도훈은 뛰어난 피지컬이 섹시한 두뇌를 가린 형국이었다.

‘이 오빠, 엄청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좀 시원하니?"

"네. 엄청요."

경희의 목소리가 활기차게 변했다.

"이제 한군데만 더 주무르면 뭉친 근육도 다 풀릴 것 같은데···."

도훈이 머뭇거리자 경희가 물었다.

"근데요?"

"근데 너무 안쪽이라 손대기가 좀 민망하네."

"뭐 어때요? 그냥 마사지 해 주시는 건데."

경희가 좀 더 대담해졌다. 도훈의 지적인 매력에 강렬한 호감을 느낀 것이었다. 그 호감은 도훈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로 변했다.

"진짜 괜찮겠어?"

"네. 뭐 그 정도 가지고···."

‘어차피 팬티까지 내보인 마당에···.’

"그렇다면···."

경희의 대답을 들은 도훈의 손이 사타구니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고 들어왔다. 1Cm 더 비켜 갔어도 급소를 누를 만큼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흡!"

"아프니?"

"아, 아, 네···."

"여기가 은근히 많이 뭉치는 부위거든. 조금만 참아."

"···네."

‘오빠가 지금 어딜 만지는 거지?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너무도 예민한 부위였기 때문에 경희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스스로 허락해놓고 이제 와 거절하는 것이 마뜩잖았다.

그러는 사이 도훈의 손이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흐으응."

"왜 그래? 많이 아파?"

"아, 아니요. 좀 간지러워서."

성감대를 자극받은 경희의 숨결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도훈은 집요하게 사타구니 주변 전체를 아우르며 그녀를 농락했다.

‘슬슬 반응 올 때가 됐는데···.’

애무를 할 땐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클리토리스가 성감대라고 무턱대고 그곳부터 만지면 쾌락보단 고통을 느낀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변죽만 살살 울리다 단번에 급소를 잡아채야 한 방에 보낼 수 있다.

지금 도훈이 하는 애무가 딱 그러한 방식이었다.

보짓두덩이 근처를 꾹꾹 누르며, 애간장을 태우면서도 일절 중심부는 건드리지 않았다. 아슬아슬 스치는 손길에 경희가 발작하듯 몸을 움찔거리는 데도 계속 못 본 척 했다.

"흐으응, 오, 오빠."

"응? 왜 그래?"

"저 기분이···."

도훈은 슬쩍 팬티 밑을 보았다. 어느새 축축하게 배어 나온 애액이 500원까지 크기의 물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흐흐. 질질 싸는구나. 하지만 절대 니가 원하는 데는 안 만져 준다.’

"기분이 왜?"

"아, 아니 막··· 몸이 뜨겁고. 아, 아!"

"여기?"

"조, 좀 더 옆으로."

"여기?"

"아, 아니 조금만 더 옆으로요."

흥분한 경희는 도훈이 어서 근질거리는 그곳을 만져주길 원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도훈을 유도했다.

"그럼··· 여기?"

도훈이 팬티 위로 질 입구를 푹 쑤셨다.

"흐앗!"

< 281. 오빠랑 MT갈래? -2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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