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98화 (278/2,000)

< 280. 오빠랑 MT갈래? -20- >

[오오! 주인님, 다행히 연동된 업적이 있습니다.]

'역시, 뭔가 촉이 오더라니까?'

[주인님의 육감이 나날이 좋아지시는군요. 아무래도 정보창 스킬이 강화된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고도로 발달 된 스킬은 실체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거든요.]

'그나저나 '친구의 친구를 따먹었네'는 무슨 업적이야?'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업적과 반대되는 업적입니다.]

'아는 지인의 여친을 따먹었을 때 달성되는 그거 말이지?'

[맞습니다. 그와 반대로 주인님을 연인으로 여기는 대상의 친구를 공략할 시에 달성되는 업적입니다.]

'나를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설마 육정음인가?'

[아마도요.]

음, 왠지 기분 좋은데?

‘정음이가 나를 그렇게 깊이 생각했었나?’

[아무래도 다른 섹스파트너들관 다르지요. 그래서 호감도 100 달성 역시 유력한 것이고요.]

'근데 뭔가 이상하다?'

[뭐가 말입니까?]

'정음이 친구라면 다른 동기들한텐 왜 이 업적이 안 열렸던 거야? 나연이나 연두, 하다못해 희주나 효민이도 똑같은 조건이잖아.'

[그것은 친밀도 차입니다.]

'친밀도?'

[대학 동기라 해서 모두 친한 건 아니지요. 주인님 대학 시절을 떠올려 보십시오. 동기라고 다 친구가 되던가요?]

'그렇담 정음이가 나연이나 연두같은 애들하곤 다소 거리감이 있단 소린가?'

[여자들의 인간관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남자들이 일차원적이라면 여자들은 이차원 삼차원에 걸쳐 있거든요.]

‘what a girls···.’

[분명 연두나 나연 양은 정음 양을 연적으로 여기고 있을 겁니다.]

‘하긴 저번에 보니 딱히 걔들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더라. 괜히 트집이나 잡고 말이야. 속 좁은 것들 같으니.’

[다른 후배들 또한 마찬가집니다. 이게 다 주인님의 매력이 철철 넘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겠지요.]

‘하-. 듣고 보니 내가 잘못했네. 다 잘생긴 내 잘못이었어.’

[아무튼, 경희양의 경우 주인님께 관심이 없다 보니 별다른 연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인 선호도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경희 양을 더 친밀하게 인식하는 이유도 있겠죠.]

‘둘 다 스포츠 걸이라서? 그러고 보면 성격 털털한 것도 비슷하고.’

[옛말에 유유상종이라지 않습니까?]

끼리끼리 논다는 소린가?

하긴 묘하게 닮았네. 저 둘은.

‘근데 정보창 설명 봐선 경희가 정음이한테 열등감이 상당한 것 같던데? 아까 부축해 준다는데도 단호히 거절했잖아. 보는 내가 민망하더라고.’

[친구 사이의 친밀감과 별개로 라이벌 의식을 심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자신보다 운동능력이 월등한 정음 양을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달까요?]

‘흐음, 여러모로 골치 아프네. 하여간 여자들 인간관계는 왜 그렇게 복잡해? 도무지 이해가 안 돼.’

[그건 주인님이 남자라 그렇겠죠.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나 다른 존재니까요.]

‘그럼 넌 여자라서 이렇게 자세히 아는 건가?’

[아뇨. 저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분석한 겁니다. 인공지능엔 별도의 성별이 없거든요. 굳이 고르라면 중성이지요.]

‘목소릴 여자로 해놓아서 그런지 자꾸 여자로 인식된단 말이지.’

[목소리는 언제든 변경 가능합니다. 혹시 불편하시면 다시 남성형으로 바꿀까요?]

‘아니. 난 이게 듣기 좋아.’

[네. 그러면 계속 유지하겠습니다.]

로시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경희는 아픈 다리를 끌고 질질 따라왔다.

슬슬 경희를 자빠뜨려 볼까나?

"좀 도와줄까?"

***

"좀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너 힘들까 봐 그런 게 아니라 보는 내가 답답해서 그래. 그 발로 언제 텐트까지 갈래?"

도훈의 시크한 반응에 경희는 조금 빈정이 상했다.

‘뭐야 이 오빤? 말을 해도 꼭···. 사람 기분 나쁘게끔.’

"빨리 걸을게요, 됐죠?"

"거참 고집만 세 가지고는."

그러나 아픈 다리로 무리한 것이 화근이 되었을까? 경희는 얼마 못 가 발목을 다시 접 지르더니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에는 비교적 큰 데시벨의 비명이 터졌다.

"아악!"

"괜찮아?"

"아흑, 하필 다친 다리를 또···."

"그러게 도와준다니까."

도훈이 혀를 쯧쯧 차더니 경희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러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는지 경희는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거참, 여러 가지로 성가시게 하네. 안 되겠다. 업혀."

도훈이 주저앉은 경희 앞에 등을 내밀었다. 그러나 도훈의 말에 기분 상한 경희는 도저히 업히고 싶지 않았다.

"됐어요."

"야. 나도 업어주기 싫거든? 그래도 치료는 받아야 할 거 아냐? 나중에 나한테 기합받다 다쳤다고 그러지 말고."

‘씨···. 말 한번 진짜 예쁘게 하네. 동기 애들은 저런 오빠가 뭐가 좋다고.’

경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훈이 잘생기고 키도 훤칠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에겐 딱히 매력이 느껴지는 타입은 아니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녀는 오히려 공부 잘하는 범생이 스타일을 선호했다. 뿔 태 안경에 옆구리에 철학 서적을 낀 그런.

하지만 체육교육과라는 특성상 그런 인물을 발견하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덩치들이 대부분. 그중에서도 도훈은 그런 근육 남의 전형이었다. 몸 좋고 운동 잘하는. 그에게 지적인 매력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도훈이 말까지 차갑게 툭툭 내뱉으니 그나마 있던 정나미마저 뚝 떨어졌다.

"시간 없어. 얼른 업히라니까?"

"칫. 그만 좀 보채요. 업히면 되잖아요."

계속되는 도훈의 성화에 결국 경희가 마지 못해 도훈의 등에 업혔다.

‘괜히 오해사는 건 아니겠지?’

경희는 조마조마했다. 평소 관심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별 흥미도 없는 도훈과 엮이는 게 싫었다.

하지만 다행히 1학년 훈련장소가 텐트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본부 텐트까진 인적 없는 숲길이 계속 이어졌다.

‘보는 사람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경희가 한참 도훈에게 업혀 갔다.

그래도 남자라고 가까이 스킨십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특히 선착순을 뛰느라 거추장스러운 잠바를 벗고 얇은 티 한 장만 걸치는 바람에 가슴이 대놓고 도훈의 등판에 비벼졌다.

‘아씨, 옷이 너무 얇은데···.’

도훈 역시 등에 업은 경희의 가슴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꽉 찬 B? 잘하면 C 정도? 애도 은근 가슴이 있네. 촉감도 괜찮고···.’

도훈은 슬슬 경희를 자극할 때라고 생각했다.

정보창으로 파악한 내용이나, 자신에게 반응하는 태도로 봐선 평범한 선후배 이상의 호감도는 아니었다. 이 상태로는 공략이 어렵다.

‘공략팁에서 정음이를 칭찬하면 자극받는다 했겠다?’

조용히 걷던 도훈이 뜬금없이 물었다.

"너 점심때 뭐 먹었어?"

"우선 선배가 나눠준 김밥 먹었는데요?"

"남의 거 더 뺏어 먹은 거 아니지? 왜 이렇게 무겁냐?"

"뭐, 뭐요?"

"하-. 정음이라면 깃털 같았을 텐데···."

도훈이 정음의 이름을 들먹이며 약 올리자 곧바로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걔도 보기보다 무겁거든요?"

"니가 어떻게 알아?"

"그럼 오빠는 어떻게 아는데요? 정음이 몸무게 아세요?"

"당연히 모르지. 근데 딱 봐도 늘씬하잖아."

‘하-! 이 오빠가 하필 비굘 해도 정음이랑.’

"저랑 내기할래요?"

"무슨?"

"둘 중에 누가 더 몸무게 많이 나가는지요."

"됐다. 하나 마나지 뭘."

"아니라니까요? 제가 이상하게 업혀서 그래요."

"그래? 그럼 다시 업어 볼까?"

도훈이 허벅지에 낀 손을 안쪽 은밀한 곳까지 밀어 넣으며 크게 한번 들썩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더욱 바짝 붙었다.

‘흐읏. 지, 지금 손이 어디 닿는 거야?’

경희가 살짝 당황하는 데 도훈의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진짜구나. 내가 잘 못 업고 있었나 보다. 훨 낫네."

"그죠?"

"어. 계속 이렇게 업혀라. 이게 훨씬 편해."

"···네."

‘설마 일부러 만진 건 아니겠지?’

도훈의 태도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경희는 딱히 고의라고 여기진 않았다. 그러나 너무 깊숙이 파고든 손가락이 가랑이 사이의 중요부위를 스치면서 조금씩 자극이 되기 시작했다.

‘흐읏. 이걸 말할 수도 없고···.’

도훈은 경희의 음부를 조몰락거리며 일부러 굴곡진 길을 걸었다. 평탄치 않은 경사에 경희의 몸이 계속 위아래로 들썩였다. 등판에 바짝 밀착된 그녀의 젖꼭지가 자극받으면 슬슬 곤두섰다.

"아아···."

"왜 그래? 많이 욱씬거려?"

"아, 아니에요."

‘아읏, 어쩌지. 자꾸 자극되는데···.’

도훈은 조금씩 거칠어지는 경희의 호흡에 실실 쪼개면서 태연하게 물었다.

"근데 너 정음이랑 별로 사이 안 좋니?"

"왜요? 저희 사이 좋은데요?"

"아니 아까 정음이가 도와준다고 할 때 거절하길래."

"그땐 그냥 혼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정음이랑은 겹치는 수업도 많고 평소에 얘기도 자주 나눠요. 모르긴 몰라도 동기 중엔 제가 제일 친할걸요?"

"그래? 내가 오해했구나."

"정음이는 왜요? 오빠 혹시 정음이 한테 관심 있어요?"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

도훈이 의도적으로 말꼬릴 흐리자 경희의 태도가 더욱 집요해졌다. 그녀는 정음과 관계된 일이라면 유난히 집착하는 버릇이 있었다.

"정음이 예뻐서 인기 많잖아요."

"그런가? 얼굴은 너도 예쁘잖아."

"···네?"

갑작스러운 도훈의 칭찬에 경희는 당황했다. 이제껏 계속 쌀쌀맞게 대하다 한 방에 훅 들어오는 펀치가 제법 묵직했다.

"내가 좀 까무잡잡한 여잘 좋아하거든."

"이, 이건 밖에서 테니스 치다 보니 타서 그래요. 원래 까만 건 아니고요."

"그래 태닝한 여자. 그런 여자들이 섹시하잖아. 정음이는 좀 많이 하얀 편이고."

‘이 오빠 진짜 뜬금없네?’

하지만 경희는 도훈의 그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음과 비교해 자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괜히 저한테 들켜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정음이한테 관심 있다는 거?"

경희는 한 번 더 도훈의 마음을 확인했다.

"아니야. 실은 그 반대야. 정음이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더라고."

"진짜요?"

"어.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네. 말 안해요."

"엊그제도 늦은 시간에 문자 보내더라고."

"와, 대박."

‘정음아 미안하다. 이번 한 번만 널 팔게.’

도훈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경희의 호감을 사기 위해 정음을 이용했다. 사실 아주없는 소릴 한 것도 아니었다. 정음은 실제로 그에게 푹 빠져 있었으니까.

"진짜 정음이가 오빠 좋아하는 거에요?"

"좋아하는지는 아직 모르겠고, 호감은 확실히 있는 거 같아."

"그럼 받아주지 그래요? 정음이 참 괜찮은데."

"정음이가 나쁜건 건 아닌데,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라."

"아···."

경희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늘 정음보다 못났다는 생각에 빠져 살던 그녀였기에, 도훈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음이 짝사랑하는 도훈이, 오히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모습에 살짝 우월감도 느꼈다.

‘이 오빠, 확 내가 꼬셔버릴까나?’

갑자기 도훈의 등판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실은 계속 마찰 되는 젖꼭지의 자극과, 은근히 비벼지는 그의 은밀한 손길에 살짝 흥분한 상태.

자기도 모르게 음심이 돌았다.

"거의 다 왔다. 사람들 보기 불편하면 내릴래?"

"···아뇨. 아직 못 걷겠어요."

경희가 도훈을 더욱 세차게 껴안았다.

"그래, 그럼 계속 가자. 아파서 그런 건데 뭘."

"네."

두 사람이 본부 텐트로 향하자 근처에서 식사를 준비 중이던 3학년 남학생이 물었다.

"형, 무슨 일이에요? 경희 다쳤어요?"

"어. 선착순 시키다 다리를 심하게 삐었나 보더라고. 못 걷길레 일단 업어왔어."

"안에 구급함 있을거에요. 가져다 드릴까요?"

"아냐. 경희 어차피 MT 더 못 받을 거 같아. 그냥 안에 눕힐게."

"넵."

도훈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 경희를 조심스럽게 내려 주었다. 그리고는 구급함을 열어 뿌리는 파스와 압박 붕대를 꺼냈다.

"츄리닝 걷어봐."

"제가 할게요."

"붕대 혼자 감으면 헐겁게되서 효과가 없어. 내가 해줄게."

"그래도 죄송한데···."

"뭘 죄송해. 선배한테."

"감사합니다."

경희가 츄리닝 바지를 걷어 올리자 미끈한 종아리가 드러났다. 다년간의 운동으로 다져진 경희의 다리는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하게 빠져있었다.

‘호오. 반쯤 농담이었는데 태닝한 피부가 섹시하긴 하구나. 건강미가 아주 철철 넘치네 그래.’

도훈은 퉁퉁 부어오른 발목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린 후 천천히 압박 붕대를 감아주었다.

‘20년 전 군대서 배운 구급법이 요긴할 때가 다 있군.’

한편 도훈의 정성스러운 간호에 경희의 눈길도 차차 호감으로 변해갔다.

‘오빠가 말은 차갑게 해도, 실제론 되게 착한 사람이구나. 이래서 동기들한테 인기가 많았나?’

"다 됐다."

"고맙습니다."

"발목 살짝 돌려볼래?"

"네, 아앗!"

"흐음. 아직 부기가 안 빠졌네."

도훈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경희에게 물었다.

"내가 좀 주물러 줄까?"

"네?"

"이대로는 오늘 저녁까지 계속 아플 거야. 훈련 끝나면 고기도 먹고 술도 마셔야 하는데 계속 누워있으려고?"

"그건 싫은데···."

"마사지 받고 나면 훨 나을 거야."

"근데 그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취미로 좀 배웠거든."

"아···. 그럼 조금만 부탁드릴게요."

경희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도훈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엔 도훈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처음엔 라이벌로 여기는 정음을 다분히 의식하는 행동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점점 도훈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 280. 오빠랑 MT갈래? -2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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