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97화 (277/2,000)

< 279. 오빠랑 MT갈래?-19- >

‘그게 뭔 개소리야? 살아야 떡도 치는 거야.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도훈은 한 번 죽었던 사람이다.

죽기 직전 느꼈던 섬뜩한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과 작별한다.

모든 연이 끊어진다.

무(無)로 돌아간다.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에 불알 두 쪽 모두 걸 수도 있다. 그런데 떡이나 열심히 치라니? 그게 말이야 방구야?

[그래야 주인님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뭐라?’

[주인님의 힘은 어디서 나옵니까?]

‘그야 물론 플레이어로서 가지는 특권이지.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하면 그것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까?]

‘왜 자꾸 뻔한 걸 물어? 위업을 통해 아이템을 얻거나 레벨업으로 스킬을···. 아, 그게 그 뜻이었어?’

[그렇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주인님은 PK단과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주인님을 지켜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신도 하실 수 없죠. 바로 주인님 스스로가 가진 힘 뿐 입니다.]

로시의 대답에 도훈은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신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부터 가졌던 의문이기도 했다.

‘근데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뭐가 말입니까?]

‘어째서 전지전능하다는 신께서 자신의 피조물조차 컨트롤 할 수 없는 거지? 왜 PK단 같은 쓰레기들을 계속 내버려 두는 건데?’

찌릿-

[방금은 신성 모독입니다!]

‘아악, 젠장!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어? 인간도 신이 만들었잖아! 이 세상도 신이 만든 거라며? 근데 왜 나쁜 놈들이 미쳐 날뛰는데도 손놓고 있는···.’

찌릿-

‘으아악!’

[여전히 신성 모독입니다!]

‘아니 넌 무슨 말도 못하게···.’

[또 신성 모.]

‘오, 주여.’

[······.]

‘크흠. 암튼 나는 지금 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게 아니야. 내가 바로 그 증거니까. 하지만 의문이 든 단 말이지.’

[무엇이 말입니까? 한 번 말씀해 보시지요.]

‘혹시 신께선, 자신이 들지 못하는 바위도 만들 수 있는 건가?’

도훈이 딜레마를 던졌다.

만약 가능하다면, 자신이 들지 못하는 돌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니 전지전능은 부정된다. 또한 만들지 못해도, 그 역시 전지전능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는 고대 철학자였던 에피쿠로스의 질문과 대동소이하다.

신이 있다면 세상에 악은 왜 존재 하는가?,로 시작되는 그의 질문은 다음의 논증을 거친다.

1. 신은 악을 제거할 의지를 갖고 있지만, 능력이 없다.

(이 경우 신은 전능하지 못하며 따라서 신이라 부를 수 없다.)

2. 아니면 신은 능력은 있지만, 할 의지가 없다.

(이 경우 신은 지선하지 못하므로 마찬가지로 신이라 부를 수 없다.)

3. 그도 아니면 신은 그것을 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이는 신이 아니다.)

4. 이도 아니면 신은 할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다.

(이 경우에만 신이라 부를 수 있다.)

위의 과정을 거친 에피쿠로스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단 말인가?

도훈의 던진 질문을 본질을 관통하고 있었다.

신이 있다면 PK단은 존재해선 안 된다.

존재자체가 신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지만 로시가 내놓은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일단 주인님의 질문엔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

‘무슨?’

[분명 신께선 전지전능하십니다.]

‘그러니까 만들 수 있다는 소리야? 자신이 들지도 못하는 바위를?’

[아니요. ‘들지 못하는 바위’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질문부터 잘못되었지요.]

‘그건 궤변이지!’

[궤변은 지금 주인님께서 하시고 계시군요. 혹시 PK단의 존재 때문에 신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그래. 앞뒤가 전혀 안 맞잖아. 어떻게 자신의 피조물을 해치려는 악의 근원을 그대로 두는 거지? 그 전지전능하다는 신께서 말이야.’

[정말로 궁금하십니까?]

‘그래! 네가 신성모독으로 겁박해도 난 꼭 대답을 듣고 말겠어.’

[알겠습니다. 알려드리죠. 아, 겁먹지는 마십시오. 더 이상 전기 충격은 없을 테니까요.]

‘으음.’

[진실을 말하면 신께선 그것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선과 악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개념에 불과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생존전략의 일환일 뿐. 따라서 인간이 착하게 살건, 나쁘게 살건 신께선 큰 관심이 없으십니다. 이는 사후에 심판으로 충분하니까요.]

‘······.’

[나쁜 놈들이 죽는 날까지 호사를 누리는 모습, 본 적 없으십니까? 법 없이도 살던 착한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경우는요?]

‘있지. 허다하게 많지. 설마 그렇다면···.’

[네. 신께선 전혀 관여치 않으십니다. 인간이 착하게 살 건, 나쁘게 살 건. 그것은 자신의 선택일 뿐이죠. PK단에 대한 태도 또한 이와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놈들은 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모조리 참살했다며?’

[맞습니다. 오직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때, 신께선 엄벌을 내리십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행위는 신에게는 ‘별 중요하지 않는 사소한 일’ 뿐입니다. 처분은 필요하다면 염라대왕께서 처리하겠죠.]

‘아, 아니 무슨 신이 그래?’

[예?]

‘만들었으면 책임도 져야 하는 법이잖아!’

[저로선 주인님의 논리가 잘 이해 되지 않는군요. 오히려 만들어 준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할 일 아닌가요?]

‘뭐?’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것으로 인간은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입니다. 기껏 만들어 줬더니, 보안관 역할까지 떠맡으라는 소리잖습니까? 신께선 그리 한가한 분이 아닙니다. 주인님은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삶에 연민을 느끼시나요?]

‘아니 그게 무슨···.’

도훈은 한 방 맞은 표정이었다.

로시와의 대화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신은 선악을 따지지 않는다.

못된 놈에게 천벌을 내리거나, 착한 사람이라고 보답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피조물을 관조할 뿐이다.

[따라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주인님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주인님 자신뿐입니다. 스스로를 성장시켜 PK단보다 월등한 힘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고요.]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정말 믿을 건 나뿐이구나.’

[물론 저도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래.’

도훈에게 하루빨리 성장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신은 스스로 돕는자만 돕는다.

***

PK단이란 새로운 위협의 출현으로 다소 혼란을 맞긴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변함없다.

어떻게든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번 MT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최대한 많은 위업을 달성해야 한다.

나는 우선 달성 가능성이 높은 위업 위주로 살폈다.

‘업적 목록을 보니 쓰리썸 한 번이면 같이 할래 위업이 달성되겠군.’

[그렇습니다. 달성 시 곧바로 2000포인트가 들어오지요.]

‘S도달도 또한 89%니까 이것도 잘만하면 오늘 중으로 가능할 거고.’

[보상으로 사디스트의 채찍을 손에 넣을 수 있겠군요.]

‘그 아이템은 어떻게 쓰는거지?’

[사디스트의 채찍은 성욕지수를 극한까지 올려주는 아이템입니다. 채찍에 맞은 상대는 발정 난 것처럼 하루 종일 섹스만을 떠올리게 되지요.]

‘지난 번 기춘이에게 썼던 담배랑 비슷한 건가?’

[정확합니다.]

‘가만있자. 이건 범죄 아냐?’

[아닙니다. 성욕이 올랐다 한들 그것을 해소할지 말지는 오로지 당사자의 선택입니다. 주인님은 꼴린다고 아무나랑 합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군.’

로시와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그림이 그려진다.

하나의 위업은 또 다른 위업을 푸는 징검다리와 같다.

전략을 잘 세워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면 생각 외로 많은 위업에 도전할 수 있다.

[밀당의 달인 역시 가시권입니다. 육정음 양의 호감도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호감도 100까지 2명 채우는 거 말이지? 허영자 이후로 간만이겠군. 그 보상이 뭐였지?’

[마성의 소유자라는 패시브 스킬입니다. 상대의 호감도 상승률을 높이고 하향 속도를 낮춥니다.]

‘이건 처음 보는 대상의 호감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겠는데···.’

계산 대로면 적어도 3개의 위업은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번 MT에서만 도전 가능한 위업이 아직 남아있다.

‘로시, 주지육림 위업 띄워봐.’

[넵.]

★달성 가능 위업 리스트 (현재까지 11/108)

108. 주지육림을 펼쳐라! (기 공략에 성공한 여성 12명과 집단 난교 시 달성.)

-당신은 현대판 의자왕입니다.

-‘같이 할래?’위업이 자동 달성됩니다.

-업적 보상 : 아이템증정

「요르단의 반지」 - 착용하는 동안 가진 모든 스킬의 쿨타임 절반으로 감소.(이 효과는 다른 버프와 중첩됩니다.)

보상이 어마어마하다.

쿨 타임 절반이면 단순계산해도 두 배가 강해지는 것이다.

‘12명이라···. 여기 모인 인원 중 공략 성공했던 사람들이 몇이었더라?’

나는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1학년 다섯. 2학년, 3학년, 4학년 각각 하나.

조교 강민주에 미술과 한지연, 그리고 저녁에 오는 송지희까지.

[11명. 아쉽게도 한명이 모자라네요.]

‘한명은 더 확보하면 그만이야. 스토커 박서현도 있고, 1학년 중 아직 공략 못한 강경희나 김희수도 괜찮고.’

[그럼 정확히 12명을 맞출 수 있겠는데요?]

이번 MT가 아니면 기 공략 대상 12명이 한 대 모이는 기회를 잡긴 어려울 거다. 게다가 업적보상으로 나오는 요르단 반지는 내가 아는 최강의 아이템.

다른 건 몰라도 이 업적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

‘가만있자, 근데 위의 4개 위업을 모두 달성해도 레벨 업을 위해선 하나가 더 필요하단 소리잖아? 기왕이면 레벨업까지 완료해서 스킬도 받고 싶은데.’

[그렇다면 역시 숨겨왔던 주인님의···.]

‘닥쳐! 절대 안 해. 혹시 박서현이나 강경희 혹은 김희수와 관련된 위업이 있을까? 어차피 셋 중 하난 공략해야 하는데 님도 보도 뽕도 따면 일석이조잖아?’

[현재로선 딱히 연결되는 위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정보창으로 상세정보를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하룻밤 동안 무려 다섯 개의 위업.

계획만 잘 세운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로선 넘어야할 난관이 첩첩산중이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어.’

[저는 주인님을 믿습니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

"이제 선착순 셋."

도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50M 떨어진 나무를 가리켰다.

휴식 후 재개 된 멤버십 트레이닝엔 1학년만 남았다.

3,4학년은 저녁 준비를 핑계로 자연스럽게 열외 되었고(모두 예상했던 듯 큰 불만은 없었다), 2학년의 경우 같은 학년을 얼차려 주는 것이 민망하다는 이유로 부회장 성수에게 바통을 넘어갔다. 성수는 집행부로서 MT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죄책감에 최

선(?)을 다해 2학년을 굴렸다.

나무를 찍고 돌아오는 1학년들은 죽을 맛이었다. 대답 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시작된 선착순 달리기는 어느덧 3바퀴 째.

달리기가 빠른 순서대로 구제되는 지옥의 레이스엔 이제 여학생 5명만 남아 있었다. 그건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한 번 더 달려야 한다는 소리. 다들 죽을 뚱 살 뚱 뛰었지만, 끝내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헉헉! 더 이상 못 뛰겠어요. 선배!"

"하윽, 전 발목이."

꼴등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바로 박서현과 강경희.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능력이 최하인 박서현은 예상했지만, 스포츠 소녀로 널리 알려진 강경희는 의외의 부진이었다.

사실 경희는 첫 번째 바퀴에서 1등으로 들어오던 중 발목을 접 지르는 바람에 제대로 뛸 수 없었다. 아픔을 꾹 참고 달렸지만 결국 버티질 못하고 주저앉았다.

도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너 다쳤었어?"

"괘,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다리가 퉁퉁 부었는데. 다치면 다쳤다고 말을 해야지!"

"아깐 이 정도는 아니라서···."

경희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이마에 찬 헤어밴드에 고통으로 베어 나온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도훈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안되겠다. 경희 넌 나 따라와. 본부 텐트에 구급상자 있을 거야. 치료부터 하자."

"진짜 괜찮은데···."

"넌 괜찮아도 교관인 내가 불편해. 괜히 기합 받다 부상 입혔다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정음이가 좀 부축 할래?"

"네, 선배."

"아니.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경희는 정음의 손길을 단박에 거절했다.

그녀는 평소 운동을 잘하는 정음에게 열등감이 있었다.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적수를 찾기 어려울만큼 발군의 기량을 떨치던 그녀였다. 그러나 만능 스포츠걸인 경희도 태권도 국대 직전까지 올랐던 정음의 재능은 이길 수 없었다.

살면서 처음 느낀 지독한 열패감.

발목을 삔 이유도 처음 선착순 달리기를 할 때 정음과 차이를 벌리려다 무리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음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라이벌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녀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경희가 절뚝거리며 일어서자 도훈이 나머지 1학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잠시 휴식하고 있도록."

"와아아!"

경희를 뒤따르며 도훈이 조용히 로시에게 말했다.

‘강경희 정보창 띄워봐. 뭔가 느낌이 오는데?’

[넵. 근거리로 이동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지금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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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강경희 (처녀)

나이 : 20

호감도 : 65/100

개방성 : D

성감대 : 종아리, 목덜미, 클리토리스 전부

*애무 포인트 : 그녀는 후배위 자세에서 포니테일한 머리를 잡아 당겨주면 흥분합니다.

성욕지수 : 중간.

공략팁

*위 대상을 공략하시면 "친구의 친구를 따먹었네." 업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동기 육정음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를 공략하려면 정음양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십시오. 질투심에 눈이 먼 그녀는 당신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추천멘트 : "정음이는 안 그렇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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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9. 오빠랑 MT갈래?-19-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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