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 오빠랑 MT갈래?-18- >
도훈은 이번 MT에 참가한 여자들을 헤아렸다.
1학년 8선녀 중 이미 공략한 사람만 벌써 다섯.
정음, 나연, 연두, 희주 그리고 오래전 새터 때 따먹은 효민까지. 여기에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박서현과 그간 교류가 없었던 강경희, 김희수까지 모두 사정권에 들어 있었다.
‘강경희가 그 테니스 배우다 그만둔 애였던가?’
까무잡잡한 피부. 노랗게 염색한 머리.
늘 이마에 헤어밴드를 하고 다니는 그녀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 인상적이다. 다만 운동을 워낙에 좋아하고 정음이 이상으로 털털한 성격 탓에 이성엔 크게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김희수는 말뚝박기 때 후장 꽂은 애고.’
희수는 체육과 최고의 섹시백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엉덩이가 매력적인 아이. 아시아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골반의 소유자로, 엉덩이만큼은 누구와 견주어도 적수가 없었다.
다만 희수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확연히 다른 성향을 보였는데, 톡에서는 활기하게 떠들다가도 막상 실제 만나면 말수없이 조용히 앉아있기만 했다. 여자들과는 곧잘 어울리는 걸 봐선 남자를 대하는 데만 어려움을 겪는 성격 같았다.
이렇게 1학년만 벌써 여덟.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2학년 메갈리안 우현미.
3학년 학회장인 마유미.
4학년 졸업반에 오수정까지.
학년 전반에 걸쳐 골고루 포진된 여자들이 있었다.
셋 다 1학년 8선녀에겐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는데, 현미의 경우 타고난 빽봊이, 유미는 여자치곤 보기드믄 도미넌트한 성향, 그리고 수정은 쿨한 성격의 동갑내기였다.
어디 그 뿐인가?
학과 행사라면 언제나 따라오는 조교 강민주에 인접한 곳엔 미술과 송이든으로 위장한 한지연까지 대기중 이었다.
‘···그리고 저녁 즈음엔 위로 차 졸업반 송지희까지 방문하기로 했지.’
지금 거론한 인원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다 못 샐 정도. 문제는 그들 중 대다수가 오늘 밤 도훈의 간택을 받기를 오매불망 기다린 다는 점이었다.
‘제기랄, 몸이 다섯 개가 아니라 잦이가 10개라도 이건 힘들겠는데···.’
도훈은 차라리 싹 다 일렬종대로 원산폭격 시키고선 하나씩 돌아가면 박아주는 편이 효율적일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하의를 벗고 엎드린 여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도훈의 대물이 살짝 부풀었다.
"오빠 지금 무슨 생각해요?"
눈썰미 좋은 유미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도훈에게 물었다.
"아,아냐. 아무것도."
"거짓말하긴. 여기 떡하니 물증이 있고만?"
콱-
유미는 대담하게도 바지위로 손을 뻗어 도훈을 대물을 움켜쥐었다. 설마 뻥 뚫린 공간에서 그런 과감한 짓을 할 줄 몰랐던 도훈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급소를 내주고 말았다.
"억!"
주물주물.
"호오, 역시 오빠 껀 실하단 말이야?"
‘이, 이런 미친년!’
최근 새로운 강적으로 등장으로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이 구역의 진짜 미친년이 마유미였다는 걸.
"아, 안 놔?"
"왜? 들킬까봐 겁나요?"
"너 미쳤어? 애들 보면 어쩌려고?"
"오빠가 빡시게 굴려서 다 뻗어 있잖아. 그리고 내가 스크린하고 있는데 누가 본다고?"
‘아오, 씨! 내가 변태 앞에서 너무 방심했구나.’
도훈이 유미의 손목을 붙잡아 억지로 떼기 전까지, 그녀는 마음껏 도훈의 물건을 주물러 댔다.
"너 진짜!"
"힝, 아쉽다. 오랜만이었는데."
유미는 대물을 주무르던 촉감을 잊을 수 없다는 듯 혀를 내밀어 손바닥을 핥기까지 했다.
"오늘 밤, 기대할게 오빠?"
유미가 씽긋 웃으며 돌아섰다. 몸에 꼭 끼는 츄리닝이 바짝 달라붙어 씰룩거리는 엉덩이 라인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아무리 미워하려고 해도 커다란 떡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덕진 매력에, 도훈은 저절로 화가 풀리고 말았다.
‘어으! 저 야생마 같은 년. 아무리 길들여도 틈만 나면 날뛰니···.’
[그게 매력 아니겠습니까, 유미양은? 여자들이 하나같이 순종적이라면 그것도 재미없죠.]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난 내 말 잘 따르는 애들이 좋더라.’
[주인님이 살짝 S 성향이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업적을 위해서라도 유미양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밤은 아냐. M 도달도 마저 올리려면 새벽 내내 텐트에서 유미한테 괴롭힘 당해야 할 테니.’
[그나저나 얼추 윤곽이 나온 것 같은데 슬슬 공략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잖아도 그 생각 중이었어. 근데 많아도 너무 많아. 여자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으니 선택 장애가 생길 지경이야.’
텐트별로 분산시키고 성향에 맞는 여자들로 찢어 놓은 것이 도훈이 할 수 있는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
그러나 막상 MT에 와보니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 어디서부터 작업을 들어가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유명한 뷔페에 가기 전, 들 뜬 마음에 이것저것 다 먹어봐야지 하고 기대하다 막상 도착해서는 몇 종류 먹어보지도 못하고 배가 불러 GG칠 상황과 흡사했다.
‘뭔가 묘수가 필요해. 이대론 죽도 밥도 안 돼.’
과거 로마제국 전성기 시절. 식도락가를 자청하던 귀족들은 포만감이 들면 일부러 구토를 유도해 더 많은 음식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런 것과 같이 도훈에게도 지금 넘쳐나는 여자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이템을 한 번 검색해 보시겠습니까?]
‘그래 한 번 찾아보자. 일단 얘들한테는 휴식 좀 더 주고.’
도훈은 슬쩍 시계를 확인하더니 예정된 집결 시간보다 10분 더 연장을 외쳤다. 당연히 퍼져있던 체육과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로시가 말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정력 보강입니다.]
‘그렇겠지? 최소 10명 이상은 상대해야 할 텐데, 아무리 마라톤 용사의 양말을 신고 음양보합술에 보조를 받는다 해도 그 정돈 무리거든. 내가 여자라면 모를까.’
도훈은 10시간 동안 251명의 남자를 상대함으로써 기네스북까지 등재된 영화배우 ‘애나벨 청’을 떠올렸다. 물론 여자라고 그것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액을 한 번 빼면 기운이 쭉 빠지는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여자 쪽이 다수를 상대(?)하기 유리
한 것은 일정부분 사실이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죠. 어쨌든 평소 주인님의 체력을 생각할 때 5연사까진 거뜬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다 비축해둔 아직 한 발 남았다 스킬을 이용하면 6연사. 대충 서너번 정도의 정력이 모자란 상황이군요.]
‘지난 번 먹은 비아그라 알약 어때? 힘 빠지면 억지로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발기력을 유지시켜 주는 종류라 일단 싸고 난 뒤의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님의 성욕 역시 감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그런 종류도 있어?’
[검색해 드리겠습니다.]
로시가 띄운 마켓창 화면엔 다음과 같은 아이템이 떠올라 있었다.
[오늘은 내가 카사노바]정제 알약, 700p
-하룻밤, 당신을 카사노바의 화신으로 만들어 줍니다.
-성욕과 정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함.
-10시간 지속.
‘오옷, 이게 뭐냐?’
[설명에 쓰인 대롭니다. 주인님 이전 세대에 색공의 대가에 올랐던 카사노바를 기린 Made in Heaven발 특효약이죠. 10연사도 끄떡없게 만드는 최강의 정력제랄까요?]
‘가격이 어마무시한데? 저거 1회성 소모품 치곤 너무 비싼 거 아냐?’
[평상시라면 주인님에겐 전혀 쓸모 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절실해 보이는 군요.]
‘흐음···.’
높은 가격대의 소모품.
쓰고 나면 날아가 버리는 물품에 700포인트라는 거금을 투자해야하는 도훈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 고민 해봐야겠어. 일단 킵 해 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만약 구매를 했다가 쓸 수 없게 되면 애꿎은 포인트만 날리는 셈. 도훈은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
[넵. 장바구니에 담아놓겠습니다.]
‘아무튼 정력 문제는 그걸로 해결한다쳐도, 동선이 겹치지 않으려면 역시 문어다리 어플의 도움을 받아야 겠지?’
[하지만 이렇게 비좁은 공간이라면 어플의 알람도 소용없을지 모릅니다. 사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경보가 울릴 테니까요.]
‘최대한 텐트끼리 떨어뜨린다고는 했는데···. 혹시 다른 방법 없을까? 가령 투명인간으로 변신한다던가 말이지.’
[‘도깨비감투’라는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지금 가진 포인트론 어림없습니다. 또한 그것으로 여자를 공략한다면 신의 진노를 사기 딱 좋지요.]
‘아 맞네. 그건 강간이나 마찬가지구나. 법에는 안 걸리겠지만.’
[네. 신께선 불법적인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으니까요.]
문득 도훈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가 갖는 초월적인 힘에 도취돼 불법을 자행한 사람이 이제껏 한명도 없었을까? 하는.
가령 사람들에게 투명인간이 되면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를 꼽으라면 백이면 백 여탕 아니면 은행이다. 그토록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도 유혹을 참아내는 것이 인간으로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근데 로시. 궁금한 게 있는데, 플레이어가 자신이 가진 힘을 남용하면 바로 천벌을 받게 되나?’
[바로 라니뇨?]
‘그러니까 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다던가···.’
[설마 지금 일탈을 꿈꾸시는 겁니까?]
로시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항상 ‘주인님’ 하면서 공손히 떠받들 던 때완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일탈이라니? 그냥 궁금해서.’
[추호도 그런 생각 품지 마십시오. 플레이어로 선택받은 것은 일생일대의 축복입니다. 신께 평생을 바친 사람도 얻지 못하는 엄청난 행운이라고요!]
‘아, 알았어. 흥분 말라고. 내가 못할 질문을 한 건 아니잖아?’
[······.]
‘그저 난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온전히 활용하지 못 하는 게 쉽진 않겠다 싶어서···.’
[때론 유혹이 올지도 모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본래 중수1레벨부터 공개하도록 되어있지만 주인님께서 궁금해 하시니 답변해 드리죠. 어차피 레벨 제한이라는 기준도 능력을 바탕으로 정해놓은 만큼 주인님도 이미 자격은 충분하시니까요.]
사뭇 진지해진 로시의 목소리에 도훈은 바짝 긴장했다.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로시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중한 태도였다.
[본래 플레이어는 사후 공개 원칙이 아니었습니다. 현재도 랭커에 오르면 대화채널이 개방되는 것처럼 과거에는 하수급에서도 서로를 인식할 수 있었죠.]
‘그게 정말이야? 그런데 왜 바뀌게 된 거지?’
[세상에 빛이 있으면 마땅히 그림자가 드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로시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
플레이어.
신탁을 받은 존재.
무한한 권능이 허락된 자.
그들에겐 원대한 사명이 주어지며, 그것을 이루는데 특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도 예상치 못한 게 있었으니 바로,
[오래전 창조주에 대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도전이라고?’
[네. 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일부 플레이어들은 스스로가 신이 되기 위해 감히 신에게 도전했죠.]
그것은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
신에게 닿기 위해 바벨탑을 쌓아올린 사람들은 본래 플레이어였다.
[그들은 자신의 가진 힘의 근원을 간과했습니다.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어떻게 본인들이 그런 힘을 갖게 된 것인지도 잊어버린 것이죠. 어찌 보면 오만함이란 인간에겐 본능과도 같은 것일지도···.]
‘세상에 바벨탑 이야기가 진짜였다니···.’
신은 그야말로 대노했다.
반란을 획책한 플레이어들을 참살했다.
또한 그들이 이후로도 합세하여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플레이어의 존재를 사후공개 원칙으로 바꾸고 랭커에 이른 고위급 플레이어에게만 채널링을 허락했다.
그러한 역사는 바벨탑에 분노한 신이 인간의 언어를 제각각으로 만들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한 것으로 와전되었다.
‘그게 그렇게 된 거구나? 아무튼 이 이야기를 왜?’
[문제는 당시 반란을 획책했던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108개의 위업을 모두 이룩한 최초의 플레이어였다.
[그는 반신(半神)의 경지에 다다랐기에 신의 진노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전신을 이은 후예들이 지금의 PK단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 킬러라는 이름으로.]
타락한 플레이어.
그들은 자신들을 멸절시키려한 신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신들의 대리자라 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죽이는 단체를 만들었다.
[플레이어 킬러는 바로 변절한 플레이어입니다. 그들은 다른 플레이어를 찾아 없애거나 자기 편으로 회유시키죠. 하수 수준에서는 크게 마주칠 일 없지만, 중수 단계에 도달하면 슬슬 그들을 경계하셔야 할 것입니다.]
‘왜 하필 중수지? 하수 단계가 해치우긴 더 쉬운 거 아닌가?’
[주인님의 경우 특별한 기연으로 레벨 이상의 힘을 보유한 상태지만 대게의 하수등급의 플레이어들은 일반인보다 좀 더 우월해 보일 뿐입니다. 그들은 대게 천재나 특별한 탤런트를 부여받은 존재로 인식되죠. 하지만 중수급 플레이어는 누가 봐도 월등한
존재입니다. 또한 그들이 개발한 특별한 스캔 장치로 발각될 수도 있고요.]
‘허어. 이게 무슨···.’
결국 로시가 도훈에게 알려준 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그는 비록 레벨은 하수지만 중수 급 역량을 갖춘 플레이어.
어쩌면 남들보다 빠르게 PK단의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여자들 공략에 대해 고심하던 도훈은 갑작스럽게 알게 된 충격적인 비밀에 할 말을 잃었다.
자칫하다간 오입질하다 목이 달아날 판이다.
‘야!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왜 이제야 알려주는 건데?’
[앞서 말했다시피 중수 레벨이상부터 개방되는 정보입니다. 다만 주인님의 힘이 날로 강성해져 어쩔 수 없이 일찍 알려드리는 것이죠.]
‘뭐? 플레이어 킬러? 설마 진짜로 죽이고 다니는 거야? 그 미친놈들은 법도 없어?’
[당연히 자연스러운 사고사로 위장하지요. 플레이어의 능력을 생각하시면 그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아실 테지만.]
‘헐! 그럼 내가 여기서 한가하게 떡이나 칠 때가 아닌 거잖아?’
[아닙니다! 그러니 더 열심히 떡을 치셔야 하는 겁니다!]
< 278. 오빠랑 MT갈래?-1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