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89화 (269/2,000)

< 271. 오빠랑 MT갈래?-11- >

***

뜨거운 물이 머리 위로 쏴아아- 쏟아져 내린다.

나는 지금 생전 처음 와보는 여자자취방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중이다.

한참 샤워볼로 사타구니를 빡빡 문지르는데 왠지 모를 자괴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희뿌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밤손님을 기다리는 창녀마냥 서글펐다.

‘하··· 내가 정녕 메갈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괴테의 말이 백번 옳다.

인생에서 성립하는 일이란 다음의 두 가지 경우뿐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그리고,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현미를 자빠뜨리는 건 손 안대고 코푸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그러나 괴테의 말마따나, 할 수 있지만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씨발···. 내가 어쩌다 이 꼴이···."

문득 예전에 본 [코요테 어글리]란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의 배경인 바(Bar)의 상호이기도한 이름의 연유에 대해, 영화 속 주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어떤 남자랑 자고 일어났는데, 옆에 누운 그 남자가 너무나도 형편없는 거야. 간밤에 한 짓이 창피하고 후회스러워 몸에 끼인 팔을 빼려는 데, 도무질 빠지질 않더라고. 그래서 팔을 잘라 버리고 싶더라니까?"

코요테라는 동물이 위급해지면 자기 팔을 물고 도망 간데서 유래된 단어.

나는 원나잇을 개시하기도 전에, 내 팔을 자르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이런 비참한 기분으로 대관절 어떻게 섹스를 한단 말인가? 비록 내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잡식주의자라도, 못 먹는 걸 소화시킬 순 없는 일 아닌가?

결심을 마친 나는 로시에게 말했다.

‘···로시,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로시가 나를 만류했다.

[주인님, 약해지셔선 안 됩니다. 마음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위업이고 나발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

[허어-! 어찌 사내대장부가 되가지고 일구이언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체통을 지키소서!]

‘갑자기 사극 톤으로 연기하지 말라고, 병신아!’

[어쨌든 이건 진짜 아닙니다. 샤워 도중 빤스런이라니요? 주인님이 무슨 술김에 모텔 끌려온 여자앱니까?]

‘나 갑자기 그런 여자들 공감 팍팍 되잖아. 도망치는 덴 이유가 있는 법이라니까? 솔직히 하기 전에 샤워하면서 이 정도로 똘똘이가 반응안하긴 처음이야. 기대감이 노포 잦이 껍데기에 낀 좆밥 만큼도 안 든다고!’

[주인님, 그래도 프로 의식을···.]

‘아니, 씨바 프로고 나발이고 물건이 서야 구멍을 쑤실 거 아냐? 무슨 코끼리 아저씨도 아닌 것이 더위 먹은 것처럼 축 늘어져 가지고는···.’

[···실망할겁니다.]

‘어쩔 수 없어. 네가 뭐라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이뿐 만 아냐. 육보시 업적도 그렇고 남자 똥꼬 따는 것도 절대 안할 거야. 아니 못해. 너도 그랬잖아? 108개 업적을 모두 달생해야 랭커에 오르는 것도 아니라고. 이깟 희귀 업적 하나 포기하면 어

때? 네가 실망한다고 해도 난 도저히···.’

[아니요. 제가 아니라 현미 양 말입니다.]

‘응?’

로시가 차분하게 나를 타일렀다.

[주인님은 개구리 올챙이 적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시는 군요.]

‘내가 뭘?’

[맞습니다. 현미양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어쩌면 평범 이하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주인님이 평소처럼 동하지 않는 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제껏 호화스러운 식사만 하시다가 갑자기 긴급조난식품 같은 걸 덜컥 삼키려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 심정

백번 공감합니다.]

‘근데 현미가 뭘 실망한다는 건데?’

[정보 창에서 확인했다 시피 현미양은 처녀입니다. 문자 그대로 남자 경험이라곤 한 번도 없는 쌩아다요.]

‘으음···.’

[그녀에게 인생의 처음이 될지도 모르는 데, 남자가 샤워하다 도망친 비참한 추억을 남겨 줄 겁니까? 단지 현미양이 평범하다는 이유만으로요? 솔직히 주인님도 환생 전엔 볼품없었지 않습니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으으···.

로시의 열변에 압도당했다.

거를 말이 하나도 없다.

맞아, 내가 나쁘다.

역으로 생각해 이정우 시절 이런 꼴을 당했다면 민망함에 죽고 싶었을 거다. 자존감이 바닥치며 한참 폐인처럼 보냈겠지.

나는 지금 그런 못된 짓을 현미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려던 것이다. 입맛이 개운치 않다. 로시 말처럼 올챙이 적은 생각 못하는 이기적인 개구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똘똘이가 문제라면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설마하니 주인님께 이런 경우가 생길 줄은 몰랐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가장 적합한 아이템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마켓창을 연결해 놓았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방수가 되는 스마트 워치엔 다음의 아이템이 떠올라 있었다.

[죽지 않아]알약, 150P

-사정전까지 발기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아이템입니다.

-비아그라 5배 이상의 효과를 보입니다.

-섭취 후 1시간 동안 효과 지속.

[본래 심인성 임포텐츠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이런 경우에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으음, 이게 뭐라고 포인트까지 써야 하는 건가?’

[부디 현미 양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중간에 대물이 풀리는 것도 우습지 않습니까?]

‘그래. 알겠어. 내가 좀 이기적이었어. 이제 진짜로 제대로 해 볼게.’

[역시 우리 주인님!]

‘프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법이니까.’

[참으로 훌륭한 멘탈입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경구랄까요?]

‘···그 말 괴테한테 돌려주고 싶군.’

[네?]

‘아니야. 아이템 구매했지?’

[네. 지금 문밖에 벗어놓은 바지 주머니 속으로 전송중입니다.]

‘오케이. 그럼 오늘은 약 빨로 한 번 조져 볼 까나?’

멘탈을 다잡은 나는 팬티를 걸치고 나갔다.

***

도훈을 기다리던 현미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허걱- 이거 레알 실화냐? 도훈 오빠가 우리집에서 샤워중이라니···.’

도훈은 현재 체육과 최고의 인기스타. 아니 어쩌면 사범대를 통 틀어서도 가장 사귀고 싶은 워너비 남친.

그런 그가 자신의 집까지 따라 들어와 몸을 씻고 있었다.

‘아아···. 어쩌면 드디어 오늘이 내 처녀막이 찢기는 날···.’

대물을 구경시켜 준다는 명분이었지만, 거기서 그칠 리가 없다. 어찌 남녀가 단 둘이 밀폐된 공간에서 아무 일도 없을 것인가?

침대에 앉은 현미가 안절부절 못하며 화장실 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한참을 씻던 도훈이 팬티 하나 달랑 걸치고 걸어 나왔다. 젖은 머리 위엔 복서들이 흔히 쓰는 스포츠 타올이 얹혀있다.

"아, 개운하다."

"다 씻으셨어요?"

"어. 뜨거운 물 잘 나오네. 너네 집 마음에 든다."

"아···. 네. 고맙습니다."

"너도 씻을래?"

"네? 아, 네. 아니. 제가 어떻게···."

"후훗- 농담이야. 나랑 할 것도 아닌데 씻긴 왜 씻어?"

"아···."

훅 들어오는 도훈의 섹드립에 현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말 한마디로 들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도, 도훈 오빠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혹시 로션같은 거 바를 거 없어? 얼굴이 살짝 땅기네?"

"네, 잠시만요."

현미가 화장품 서랍을 열어 로션을 꺼내는 동안, 도훈이 바지 주머니를 뒤져 푸른색 알약을 꺼내더니 입에 잽싸게 털어 넣었다. 현미가 로션을 들고 다시 돌아섰을 때는 이미 푸른 알약이 식도 아래로 꿀꺽 삼켜진 뒤였다.

"괜히 집에 와서 민폐다, 그지?"

"아, 아니에요."

도훈이 얼굴에 로션을 펴 바르며 말했다.

"흐음, 이 로션 냄새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현미 너한테서 나는 살 냄새구나?"

"흐엑, 네에?"

"아니 아까 마트에서 장보는데 너한테 좋은 냄새 나더라고."

"아, 아 그, 그래요?"

"왜? 너도 맡아볼래? 나한테서도 이제 너랑 같은 냄새 날 걸?"

도훈이 성큼성큼 현미에게 다가갔다. 사각 트렁크만 걸친 도훈의 알몸이 시시각각이 커지자 현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아···. 체육과 최고의 몸짱이라는 말이 진짜 였어···.’

현미는 근육이 알알이 박힌 도훈의 상체에 자기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저 품에 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때? 너한테서 나는 냄새랑 똑같지?"

"아··· 저는 자, 잘 모르겠··· 흡!"

도훈이 갑자기 현미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한순간에 도훈과 가까워진 현미는 까무러칠 듯 놀라 몸이 굳었다.

"좀 다른가?"

도훈은 바짝 끌어당긴 현미의 몸에 코를 가져가 킁킁댔다. 그러나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흡사 진한 애무를 하는 것처럼 야했다.

"오, 오빠 이러시면···."

"왜? 흥분돼?"

"아, 아니···."

"그럼 흥분 안 돼?"

"아···. 정말···."

"참, 샤워하다 까먹을 뻔 했다. 내가 실물 보여준다고 했지? 지금 볼래?"

"허걱!"

"왜 그렇게 놀래? 폰으로 자주 봤으면서. 서양 대물남들."

"아, 아니 그래도."

현미는 도훈의 노골적인 유혹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과 도훈의 관계를 생각할 때 오히려 끼를 부려야할 사람은 자신이어야 하는데도, 도훈은 매우 적극적으로 현미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그것이 위업때문이란 걸 모르는 현미는 불쑥 엉뚱한 상상을 했다.

‘혹시··· 도훈 오빠, 처음부터 나를 따먹으려고···.’

그러고 보면 마트에서 자신을 윽박지르고 나서 느닷없이 대물이야기를 꺼낸 것부터가 수상했다. 게다가 뭐든 시키는 데로 한다고 했을 때 눈빛이 변한 것부터.

‘오빠 혹시 나 같은 취향이었나?’

1학년 때 잠시 썸 타던 남자들은 제각기 짝을 찾아 떠났다.

살면서 한 번도 남자에게 고백 받지 못한 현미는 그 원인을 자신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예쁜 여자만 밝히는 남자들이 미웠고, 그래서 남성혐오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어차피 자신과 상관없는 남자들.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일방적으로 화풀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자신은 평생 남자를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니가 꺼내 볼래?"

"예, 예?"

"난 여자들이 팬티 직접 벗으면 흥이 식더라고. 그러니까 니가 한 번 벗겨봐."

꿀꺽-

도훈의 도발적인 선언에 현미가 침을 삼켰다.

하지 말래도 하고 싶었는데 하라고 등 떠 밀어주니 완전 때댕큐다.

"···진짜로 그래도 돼요?"

현미의 표정이 야릇하게 변했다.

한 때 흠모하던 남성과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다는 데 적잖이 흥분한 표정이다.

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육정음, 하서윤, 송미나···. 서라, 서라. 제발!’

어차피 현미를 보고 세우긴 글렀다고 판단한 도훈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간 만나왔던 여인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들과의 질펀하고 끈적했던 추억을 상기하자 슬슬 대물에 반응이 왔다.

"진짜로 벗겨요?"

"그러라니까."

현미가 천천히 도훈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두둥-!

감춰져 있던 대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30도, 45도, 60도···.

미사일 발사대처럼 고개를 들던 대물은, 희원보살과의 섹투를 떠올리는 순간 마침내 최대 고각에 이르렀다.

"우, 우와···!."

현미는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크기에 자기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컸다.

무지막지 하게 컸다.

끝에서 끝까지 한 뼘으로 안 닿을 만큼 길었고, 감싸 쥐어도 손가락이 안 닿을 만큼 두터웠다. 영상으로 뻔질나게 봐온 서양 대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단단함은 한 수 위로 느껴졌다.

‘오오, 약 빨이 진짜 효과가 있네. 시작부터 풀발기라니!’

"어때?"

물건을 곧추 세운 도훈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었다.

"크, 크고 아름다워요!"

"그래?"

"저 사실 남자 거 직접 보는 거 처음이거든요."

"뭐야? 너 설마 처녀였어?"

"···네."

"진짜로 숫처녀?"

"네···."

도훈은 이미 아는 사실을 확인사살 하는 것처럼 연거푸 물었다. 그리고는 인심을 쓰듯 말했다.

"허-. 이거 참, 그냥 보여주고만 끝내려고 했는데, 옛다 기분이다. 한번 만져."

"네?"

"만져보라고. 남자 거 처음 본다며. 촉감 궁금하지 않아?"

"아···."

현미는 성물을 받드는 것처럼 천천히 대물을 쓰다듬었다.

표면위로 돋아난 핏줄은 불굴의 의지를, 유선형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귀두는 진취적인 기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 진짜로 단단해요, 오빠. 원래 남자들은 이런가요?"

"그래.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이렇게 단단하지. 나는 좀 더 단단한 편이지만."

"아···."

"그러니 다시는 한국 남자 무시하지 마."

"네. 명심 또 명심할게요. 언냐들이 하는 말은 죄다 거짓말이었어요."

"이제 좀 착해 보이네."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편협했던 것 같아요."

"그래. 어쩌면 거기서 말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야. 어떤 여자가 못 되 퍼먹었다고 모든 여자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네, 오빠. 다시는 그런 나쁜 싸이트 접속 안할 게요."

"그 말, 지킬 수 있어?"

"네. 맹세할게요."

"좋아. 네가 그렇게 한다니 나도 더는 명예훼손 가지고 문제 삼지 않을 게.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는 거니까."

"흐흑. 오, 오빠. 고마워요. 용서해줘서."

갈등을 봉합한 도훈은 슬슬 시동을 걸 타이밍이란 걸 느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좀 불공평한 것 같지 않아?"

"네?"

"넌 계속 옷 입고 있고, 나만 벗고 있으니까···."

"오, 오빠···."

"남녀가 평등해야지. 안 그래? 나도 보여줘. 니 거."

"저, 저 아직 씻지도 않았··· 흐에엑!"

도훈이 다짜고짜 현미를 침대에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거칠게 치마를 벗기기 시작했다.

"안 씻으면 어때? 그냥 보기만 하는 건데."

"흐아앙, 오, 오빠 그, 그래도···."

"한 번만 보여줘. 아다 못 본지 오래됐거든."

"흐, 흐으윽."

마침내 팬티까지 싹 다 벗겨 내린 도훈이 현미의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

< 271. 오빠랑 MT갈래?-1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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