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88화 (268/2,000)

< 270. 오빠랑 MT갈래?-10- >

[주인님! 새로운 위업 알림입니다!]

‘뭐? 난데없이 위업이라니?’

[방금 전 대화로 호감도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갱신된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음, 일단 띄워봐.’

로시의 말처럼 디스플레이엔 오랜만에 위업이 떠올랐다.

★달성 가능한 위업 리스트(현재까지 11/108)

8. 무모(?)한 도전(선천적으로 완전 무모증인 여성을 공략 시 달성.)

-당신은 0.01%의 확률에 당첨되었습니다.

-업적 보상 : 운 빨 대폭발(패시브 스킬)-관계 후 1시간 동안 행운도가 급격히 상승.

‘오잉? 가만, 선천적 완전 무모증이라니?’

[그렇습니다. 통계적으로 무모증인 여자는 전체여성 중 9.7%. 그중에서도 음모가 전혀 없는 완전 무모의 경우 1,000명 중 1명 꼴에 불과합니다.]

‘그럼 현미가 말로만 듣던 빽봊이 라는 소리야?’

[위업 알람은 아카식 레코식 정보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헐-. 충격이다.

사람이 겉 만 봐선 모른다더니 현미가 그 희귀하다는 빽봊이의 주인공일 줄이야.

‘메, 메갈은 안 돼!’

[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지금 위업하나 달성하자고 마음에도 없던 애랑 관계를 해야 한단 말이야?’

[주인님, 위업의 달성이든 미션의 해결이든 모든 것은 주인님 결정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어떤 과제도 강제로 부여되거나 패널티를 주진 않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주인님의 마음이구요.]

‘그, 그렇지?’

[단.]

말미에 로시가 단서를 붙였다. 역시 한국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이 녀석도 어느새 한국사람 다됐구나.

‘단?’

[최근 들어 위업 달성률이 현저히 떨어진 것은 주인님도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그거야 대학 생활도 열심히 해야 하고···.’

[네네, 제가 어찌 주인님의 고충을 모르겠습니까? 이도훈군의 유지를 이어받지 않으면 플레이어 자격이 정지될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렇기에 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라고?’

[알림창의 설명대로, 완전 무모증은 굉장히 희귀한 사례입니다. 주인님이 만약 1000명의 여자와 잔다고 하면 그중에 겨우 1명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요.]

‘음···.’

[그런데 그런 여자가 외모가 평범하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거부하시면 다신 이 업적을 달성할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 아니 이건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잖아? 얘는 인성이 글러먹었다니까? 차라리 뚱뚱해도 심성이 곱거나, 못생겼어도 섹기 넘치는 희주같은 타입이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런데 현미는 남성혐오에 찌들었던 애라고! 한국 남자를 우습게보고 멸시

하던 종자란 말이야! 한데 내가 왜 애를···.’

[프로의식!]

‘···뭐?’

[플레이어는 어떤 면에서 대가와 같습니다. 한 분야에 오래 몸 담에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이란 뜻이죠. 유명한 쉐프가 식칼 탓 하는 것 봤습니까? 명필이 붓을 가리던가요? 주인님은 지금 난봉꾼 주제에, 앗 죄송합니다. 갑자기 진심이···. 아무튼 색

공의 대가를 추구하시는 분께서 상대를 골라가며 잡수신다는 변명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심지어 그 상대가 매우 희귀한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운데도요?]

‘음···.’

로시가 집요하게 나를 부추겼다.

[언제까지 하수에만 머무르실 셈입니까? 물론 주인님의 성장세가 역대급이란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위업을 가리는 태도는, 절대적으로 프로의식이 부족한 거라 생각합니다.]

‘크흑.’

로시가 자존심을 살살 긁었다.

이 녀석은 내가 위업을 달성할 때마다 인센티브라도 받는 것이 틀림없다.

[주인님. 현미양이 탐탁지 않더라도 보상을 눈 여겨 보십시오.]

‘보상?’

[네 ‘운 빨 대폭발’이란 패시브 스킬 말입니다.]

‘저게 뭔데? 그냥 행운 조금 올라가는 거잖아?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군요. 아시다시피 스텟은 포인트만 있으면 얼마든지 조절 가능합니다. 키든 몸무게든, 지능이든 심지어 물건 사이즈까지요.]

‘그렇지.’

[하지만 아카식 레코드에서 유일하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행운이라는 스텟입니다.]

‘뭐야? 그게 진짜 스텟이었어?’

[물론이다 마다요. 행운이란 건 타고나는 겁니다. 살면서 유난히 재수가 좋은 사람 본 적 있으시죠?]

‘음···.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아니면 운 좋게 횡액을 피하거나···.’

[바로 그겁니다! 운이라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인생의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누구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누구는 앞으로 넘어졌더니 그 앞에 미소녀가 노팬티로 다리를 벌린 채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

까?]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무튼 행운은 신조차도 관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모든 우연과 필연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라고나 할까요? 행운 스텟을 올려주는 페시브 스킬이면 충분한 도전가치가 있습니다.]

‘한데 뭔가 앞뒤가 안 맞다?’

[뭐가 말인가요?]

‘옛 말에 빽봊이랑 자면 삼대가 재수가 없다 했거든. 근데 어떻게 그 보상으로 행운 보정 스킬이 나오냐는 거지?’

[그건 명백히 잘못된 속설입니다.]

‘뭐라고?’

[선조들은 무모증인 여성을 쉬쉬하고 무시했던 이유는 미성년에 대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퍼뜨렸거나 무모증인 사람이 명기인 경우가 많아 양반, 임금, 고관대작들만 먹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이야?’

[네, 문헌에 따르면 '소녀경'을 비롯한 옛 성의학 서적엔 음부에 털이 없는 경우를 입상( 立 相)여인이라고 일렀습니다. 이런 여자를 배우자로 얻으면 비록 남자가 법도를 따르지 않아도 몸을 손상하는 일이 없고, 또 이러한 여자를 얻어 음양의 도를 행하면,

밤을 새고 행하더라도 조금도 피로하지 않고 자식을 낳으면 부귀하게 된다고도 했고요.]

‘얼씨구, 성박사 나셨네.’

[그리하여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음부에 털이 없는 백( 白 ), 치구가 불룩한 고(鼓), 살이 부드러운 연( 軟), 음문이 붉은 홍(紅), 교접 때 죄는 긴(緊). 이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춘 여자를 가장 존귀하게 취급했지요. 오죽하면 멀쩡하게 음모를 지닌 여자들마저 비소와 석탄의 혼합제로 음모를 일부러 제거했다고 할 정도였다니 말입니다.]

‘하기사 요새도 일부러 왁싱으로 밀기도 하니까···.’

[스킨헤드와 민 대머리가 엄연히 다른 것처럼, 선천성 완전무모는 왁싱녀 와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고. 일단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네. 아무쪼록 주인님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집요한 자식.

대체 인센티브가 얼마나 되길레 아주 보험팔이 강림한 줄?

하지만 로시의 설득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갈이라는 이유로 거들떠도 안 보던 현미에 조금은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엔 선천성 무모에 대한 호기심도 분명히 존재했다.

‘으으. 하필 1/1,000의 확률에 메갈이 당첨되다니!’

[희박한 확률에 미인이기까지 바란다면 그것은 과욕이 아닐까요?]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에라이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여잘 가려 먹었다고···. 한번 해보자!’

[역시 프로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략에 들어가시는 건가요?]

‘몰라 인마, 빻녀도 먹었는데 메갈이라고 못 먹을까봐. 이쯤 되면 이판사판이야!’

그러나 방금 전의 힘찬 각오에도 불구하고 똘똘이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인성이고 메갈이고를 떠나 현미는 지극히 평범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관계했던 여자들은 대부분 빼어난 외모를 자랑했다. 얼굴이 아니라도 몸매는 봐줄만 했다.

하지만 현미의 외모는 냉정히 말해 별로였다. 얼굴이야 화장 떡칠하면 봐줄 만 하겠지만, 초딩처럼 굴곡 없는 몸매에선 전혀 여성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요새 배가 부르긴 불렀나 보구나. 21살 아다를 놓고도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게 될 줄이야.’

사실 전생의 나였다면 현미 정도면 감지덕지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처녀.

게다가 희귀하다는 완전무모증.

‘그래, 위업만 생각하자. 나는 프로니까.’

"···대물이 그렇게 보고 싶니?"

"예?!"

현미가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 호되게 야단치던 내가 그런 얘기를 꺼낼 줄은 미처 예상 못한 표정이었다.

"너 나 대물이라 좋았다며.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

"오, 오빠, 지금 무슨 말씀을···."

나는 현미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보통의 대학 선후배 사이라기엔 훨씬 가깝게.

"솔직히 말하면 해킹하면서 니가 나한테 써놓은 비방 글 볼 때 좀 짜증나긴 했는데···."

"그건 죄송해요."

"우연히 니 취향을 알고 나니까 좀 신기하긴 하더라고."

"아···."

"사실 내거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는 여자도 많았거든. 은근히 이것도 컴플렉스라서."

"그, 그랬군요."

나는 그녀의 귓가에 바람이 들어갈 정도로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정 궁금하면 보여줄 수도 있고."

***

"정 궁금하면 보여줄 수도 있고."

현미는 순간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방금 전까지 명예훼손이라며 몰아세우던 도훈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끈적했고, 눈빛 또한 음탕하게 바뀌어 있었다.

‘오빠가 설마 날···?’

시키는 것은 뭐든 한다고 했을 때, 현미는 만에 하나 그가 몸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물론 그것은 도훈이 원한다기 보다 현미가 바라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당혹감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도훈이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실물로 본적 한 번도 없지?"

"···네."

"사실 나 화나더라."

"뭐, 뭐가요?"

"네가 다니던 싸이트 회원들 말이야. 거기서 한국 남자들 꼬추 작다고 무시하는 글 보고."

"아···."

"진짜 익명으로 사진까지 까고 싶더라니까? 한 번 보라고. 이게 어딜 봐서 소추냐고. 이게 정말 6.9Cm밖에 안되어 보이냐고."

"오, 오빠···."

"그래서 너한테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국 남자가 절대 작지 않다는 걸."

"여, 여기 서요?"

"여긴 좀 그렇고. 너 집 어느 쪽이야?"

"전 호탄동이요."

"자취해?"

"네."

"그럼 나중에 장 다보고 민식이한테 같이 내려달라 하자."

"아···."

"아까 분명히 내가 뭐든 시키는 데로한다 그랬지? 그말 지켜."

"아, 알겠어요."

그 시간 이후로 현미의 심장이 미친 듯 쿵쾅거렸다.

***

"둘이 같이 내리시게요?"

"어. 현미 집 방향이랑 비슷하네. 난 여기서 내려서 걸어가면 돼."

"네, 형님. 내일 뵈요."

"오빠 잘 들어가세요."

"어, 민식아. 다른 건 몰라도 냉장식품은 냉장고에 보관해야 된다."

"네, 제가 잘 챙겨놓았다가 내일 학교로 가져갈게요."

"그래."

"현미야, 낼 봐!"

"어···."

결국 민식의 마티즈에서 둘이 내렸다.

현미는 내 제안을 받은 이후로 계속 음소거 모드였다.

"너 계속 벙어리처럼 있을래?"

"아···. 따, 딴생각 하느라고요."

"집이 어디야?"

"저기 골목 돌아서···."

"앞장 서."

"네."

집 앞에 이르자 현미가 갑자기 돌아서서 말했다.

"오, 오빠 근데 집이 엉망이라···."

"상관없어. 혼자 사는 집이 다 그렇지."

"그래도."

"들어가자."

"···네."

현미가 체념하며 원룸 도어락을 해제했다. 그녀의 집은 단촐했다. 기본적인 가재도구는 갖추고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휑한 분위기였다.

"혼자 살림하느라 고생하겠네."

"아니에요. 그냥···."

"빨래 널어놓고 왔니? 집안에 섬유 유연재 냄새가···."

"아앗!"

현미가 후다닥 들어가더니 창가에 설치된 건조대에서 허겁지겁 뭔가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뒤따라 갔다.

"속옷이야?"

"보, 보지마요."

"보지 말라니까 더 보고 싶네. 사이즈가 뭘까나?"

나는 현미가 미처 수거하지 못한 브래지어를 집어 들고는 뒷면에 표기된 수치를 확인했다.

"75A?"

"아앗, 오빠 진짜···."

현미가 울상을 지으며 브래지어를 빼앗았다.

"프로필 사진속엔 훨씬 커 보이던데? 뽕이었어?"

"아, 아니요. 그냥 뽀샵을···. 근데 오빠 제 앨범 봤어요?"

"어. 보라고 올려놓은 거 아냐?"

"오빠가 볼 줄은 몰랐는데···."

나는 현미에게 더욱 다가갔다.

"왜? 내가 너한테 전혀 관심없는 줄 알았어?"

그녀가 주춤주춤 물러나며 대답했다.

"···네."

"음, 사실 처음엔 관심 없었던 게 맞아. 그런데 널 뒷조사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

"아···."

"그리고 나 빈유도 좋아하는데?"

"핫!"

물론 거짓말이다. 가슴 작은 여자는 사람 취급도 않던 나다.

아아, 위업이 이토록 해롭구나.

"너 근데···."

나는 더욱 다가가며 속옷 한가득 껴안고 있던 현미를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가까이서 보니까 은근히 예쁘다?"

"으, 으으! 오, 오빠 갑자기 왜 그래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 줄 모르겠다.

[주인님,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닥쳐, 개새끼야!’

[아니 저한테 왜 욕을···.]

‘미안. 흥분했다.’

흥분이 다른 쪽으로 이루어지면 더 좋겠지만···.

상태창의 추천 멘트를 씨부리자 현미의 얼굴이 급격히 달아올랐다. 뒷걸음질 치던 현미는 결국 침대에 걸려 발라당 넘어졌다.

"하읏."

"뭐야? 들어오라는 거야?"

"아, 아니에요. 이건 실수로."

"농담이야. 그나저나 좀 씻고 싶네. 나 너네 집에서 샤워 좀 하고 가도 돼?"

< 270. 오빠랑 MT갈래?-1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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