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81화 (261/2,000)

< 263. 오빠랑 MT갈래?-3- >

손 교수와의 뜨거운 밀회를 마친 도훈은 곧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입장 전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앞으로 은주는 밖에서 만나든지 해야겠어.’

[왜 그러십니까?]

‘연구실에서 떡치는 게 습관이 든 것 같단 말이지. 나만 보면 문 잠그고 해달라고 졸라대니.’

[나름 즐기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할 때는 좋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해. 까딱 다른 교수들이나 학생들이라도 방문해봐. 도망칠 곳도 없잖아. 거긴 3층이라고.’

[위험부담이 크신 모양이군요.]

"굵고 짧게 가느니 가늘고 길게 가는 편이 낫거든."

"뭐가 굵고 짧은데?"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는 데 누군가 도훈에게 물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츄리닝 차림의 여학생이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어? 오수정?"

"오랜만이다? 도서관 들어가기 전에 한 대 피는 거야?"

"응. 너도 도서관 가는 길?"

"나야 뭐 늘."

그녀는 체육과 4학년 오수정이었다.

개강총회 때 도훈이 집으로 바래다준답시고 따먹은 거미줄녀. 4학년 이긴 하지만 도훈과는 입학 동기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말을 놓는 사이였다.

"근데 굵고 짧은 건 뭐야? 설마 네 얘긴 아닐 테고···."

수정이 도훈의 아랫도리로 눈을 흘기며 배시시 웃었다. 도훈의 대물 맛을 본 그녀로선 당연한 질문.

"아니 아까 삼국지 읽는데 나오더라고. 인생은 굵고 짧게. 오나라 손권의 아버지 손견의 삶을 표현한 말이지."

"너 요새 소설도 보니? 안 그렇게 생겨서 은근 문학적이네?"

"내가 책 안 읽게 생겼어?"

"그냥 뭐, 겉만 봐선 완전 스포츠맨이지. 아니지, 속도 스포츠맨이던가? 흐흐."

수정의 노골적인 농담에 도훈은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쟤는 또 왜 저래? 박아달란 소린가? 거미줄 한번 걷어 줬음 됐지, 참나.’

"이래뵈도 독서가 취미야. 아버지께서 운동만 하면 뇌까지 근육으로 변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많이 시켰거든."

"아! 맞다. 너희 아버지 소설가랬지?"

"응."

"역시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니까?"

‘크, 도훈이 놈 아버지 실제론 본 적도 없는데.’

수정은 주변을 잠깐 둘러보더니 도훈에게 슬쩍 말했다.

"근데 너 보니까 못 참겠다."

"뭘?"

"빨고 싶어."

"헛! 너 왜 그래 여기 학교라고."

"한 번만 빨게 해줘."

"미쳤어? 여기···."

도훈이 소스라치게 놀라 물러서는 데 수정이 도훈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앗았다.

"난 담배 말한 건데 웬 정색?"

그녀는 도훈이 물고 있던 담배를 깊게 한 모금이 들이마셨다.

"후! 역시 이 맛이야."

도훈이 뻥 진 표정으로 물었다.

"너 담배도 펴?"

"어. 옛날에 잠깐 힘들 때. 끊었는데 너 피는 거 보니까 확 땡기네?"

"그렇다고 피던 걸 뺏어 피는 건 뭐야? 그냥 한 대 달라고 하지."

"놉! 한 대 다 빨면 중독될까 봐서."

절반 남은 담배를 꽁초까지 태운 수정은 갑자기 어지러운지 도훈의 어깨에 몸을 기대왔다.

"어우, 오랜만에 피니까 머리가 해롱해롱하다."

"급담배 피니까 그렇지. 아무리 오랜만에라도 그걸 한 호흡에 터냐?"

"누가 볼까봐 그렇지. 나 담배 피는 거 아무도 모르는데."

"얼씨구. 이미지 관리?"

"여자랑 남자랑 같니? 괜히 선생 될 사람이 담배 핀다고 해봐. 안 좋은 소문만 돌지. 근데 너···."

수정이 은근슬쩍 팔짱을 끼며 도훈의 팔에 가슴을 문질러왔다. 체육과 최강의 볼륨을 자랑하는 수정의 스킨쉽에 도훈이 일순 긴장했다.

"방금 무슨 생각했던 거야?"

"내, 내가 뭘?"

"학교에선 안된다며? 내가 설마 니거 빨고 싶다고 말했을까봐?"

"흠흠! 너가 말을 오해하게 했잖아."

"풉-. 내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여기서 하겠니?"

"너 일부러 그랬지?"

"음, 반쯤은 진심?"

"사람들 본다. 떨어져."

도훈이 수정을 밀쳐냈다. 수정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칫-. 거봐. 정작 이미지 관리하는 건 너잖아?"

"곧 졸업할 4학년이랑 괜히 얽히면 연애사업 차질 생긴다고."

"흥.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대답은 그리 했지만 수정은 여전히 미련이 남았는지 한 번 도훈을 찔렀다.

"뭐, 땡기면 도서관에서라도 해줄 수도 있고."

‘참나,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

수정의 뻔한 수작에 도훈이 웃으며 되물었다.

"어떻게?"

"내 옆자리 앉아. 나 안쪽 맨 구석이거든. 손으로 쳐줄게. 봐서 사람 없으면 입으로라도···."

"이야, 오수정 많이 대범해졌는데?"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1년간 잘 참고 살았는데 네가 그날 술 먹고 덮치는 바람에."

"난 분명 라면만 먹고 간댔거든?"

"라면 먹고 후식 찾은 게 누군데?"

"됐고. 나 실은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

"어? 그럼 도서관 안가?"

"아니 도서관에는 가는데···. 좀 집중해야 되는 일이라."

"뭔데?"

"국춘문예 출품할 작품 쓰려고."

"헐, 진짜로?"

"그냥 어쩌다 보니."

"소설 좋아한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구나. 난 여자 꼬시는 멘튼 줄 알았는데."

"암튼 다음 기회에 부탁할 게."

수정이 토라진 듯 고개를 휙 돌렸다.

"됐거든? 내가 뭐 너의 간택만 기다리는 사람인 줄 아니? 흥칫뿡이다."

"이거 왜 그러실까?"

도훈이 수정의 엉덩이에 바짝 달라붙어 물건을 문질렀다. 노발기에서도 위엄을 자랑하는 그의 대물이 착 달라붙은 수정의 츄리닝 엉덩이 골을 파고 들었다.

"흐읍! 뭐, 뭔 짓이야?"

"오늘만 좀 봐줘. 응? 우리가 원박투데이 볼 사이도 아니잖아."

"아, 아니 거길 그렇게 자, 자극해 버리면···."

수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도훈의 물건이 닿자 그와의 뜨거웠던 밤이 떠오르면서 순식간에 팬티가 축축해진 것이었다.

‘어휴, 팬티 새로 갈아 입었는데···.’

도훈이 다시 물러섰다.

"알았어. 장난 안 칠게."

"···몰라. 너 때문에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왜?"

"나 물 많이 나오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러니? 츄리닝 바지도 회색인데 거기 젖었다고 광고하고 다닐것도 아니고."

"크크. 진짜로 미안."

"흥. 소설이나 쓰세요 그럼."

수정이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갔다. 도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귀엽네. 방금 손 교수랑 물 안 뺐으면 못 참았을지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봐서 글 빨리 써지면 옆자리로 가보지 뭐.’

[자신 있으십니까?]

도훈이 포켓에서 만년필을 꺼내며 말했다.

"글쎄, 요놈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테스트 해 본적 없어서 말이야."

***

숨죽인 듯 조용한 사범대 도서관.

임용을 대비하는 사범대생들의 성지이자, 감옥.

문제집을 풀거나 두꺼운 전공 서적을 읽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책상 위에 줄 노트 하나만 꺼내 뭔가를 끄적인 젊은 청년이 있었다.

자리에 앉은 지 두 시간 째 꼼짝 않는 청년의 집중력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는 손끝에 힘을 줘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내려 갔다. 어느새 줄글이 빽빽이 적힌 노트는 10장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첫 나이트 원정을 떠나는 장면까지. 오케이. 일단 초반은 완성했고.’

청년의 정체는 바로 도훈.

그는 모처럼 기지개를 켜며 묵직해진 어깨를 풀었다.

‘흐아, 글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작가들 새삼 존경스럽네. 의자에 앉아서 놈팽이처럼 끄적대는 줄만 알았더니.’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습니까?]

‘맞어. 그나저나 여기서부터 막히는데.’

[네?]

‘주인공이 나이트를 가서 부킹하고 노는 장면을 묘사해야 되는데 내가 나이트에 가본지 너무 오래돼서···.’

이정우 생전에 나이트를 아예 안 가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창 젊은 시절에는 공부와 유학등으로 시기를 놓쳤고, 이후에 30대 이후론 직장에 회식 있을 때 마지못해 끌려간 수준이었다.  직장 회식으로 가는 나이트에 부킹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설마

있었더라도 키가 160도 안 되던 볼품없는 이정우에게, 부킹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인터넷으로 나이트 가서 홈런 친 썰 같은 걸 읽어본 적은 있는데 말이지. 그래도 상상해서 하려니까 리얼리티를 살리기 힘든 것 같아.’

[경험하지 않는 것을 묘사하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작가가 어려운 게 아니겠습니까? 아버님께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은 어떤가요?]

‘이찬명 소설가?’

[네. 유명한 소설가시라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대한민국에서 정식 소설가로 등단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기량을 증명하는 셈이다. 하지만 도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평소엔 연락도 안 하다가 곤란할 때 전화하는 게 얼마나 없어 보이겠어? 거기다 어쩌다 보니 아버지일 뿐, 난 그 사람 전혀 모른다고. 괜히 말실수라도 했다가 들통나면 어떡해?’

[하긴 그것도 문제군요.]

‘가족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아. 혜은이는 속여 넘겼지만, 이도훈을 낳고 기른 부모님이라면 본모습을 간파해 버릴지도 모르거든.’

[주인님 말이 옳습니다. 제가 섣불리 생각했군요. 아니면 직접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푸하-. 내가? 나이트를?’

[네. 젊었을 때 못 가보셨다니 지금이라도 가보는 것도···.]

‘나 춤 같은 것도 전혀 못 추는데?’

[아닙니다. 주인님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연 양의 무용 적성을 흡수하셨기 때문에 웬만한 춤꾼보다 춤을 잘 추실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동작은 눈으로 보면 바로 따라 하실 수 있을걸요?]

‘헐! 진짜? 대박!’

[그리고 최근들어 미션이 뜸한데, 장소를 바꿔보시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하긴 요샌 동선이 너무 쳇바퀴 돌 듯 하니까···.’

도훈은 이제 로시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나이트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곳. 그러니 주변에 여자가 차고 넘치는 도훈으로선 전혀 갈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의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선 나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도훈이 핸드폰으로 국춘문예의 마감 시간을 확인했다. 봄에 열리는 행사다 보니 앞으로 십일 뒤가 접수 종료였다.

‘이번 주말엔 MT가야 되니까···. 다음 주가 좋겠군. 캬, 근데 나이트는 나한테 너무 쉬운거 아닐까?’

[자신이 넘치시는군요.]

‘솔직히 외모도 그렇지만,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데 못 꼬실 여자가 어딨어?’

[소설 속 주인공은 능력이 없지 않나요?]

‘그렇지. 초능력 같은 건 일절 안 나와.’

[그렇다면 주인님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능력을 봉인하고 여자를 꼬셔야지요. 그래야 현장감이 살지 않겠습니까?]

‘봉인이라···.’

로시의 말에 도훈도 궁금증이 들었다.

정말로 정보창이나 여타 스킬 없이 여자를 꼬실 수는 있을까?

설사 있더라도 하룻밤 만에 여자를 넘어뜨릴 수 있을까?

[스킬이나 아이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여자를 공략하는 위업도 존재합니다.]

‘정말? 그런 게 있다고?’

[네. 디스플레이를 참조하시죠.]

★달성 가능 위업 리스트 (현재까지 11/108)

94. 맨몸으로.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스킬이나 아이템을 일절 쓰지 않고 공략할 시 가능. 인공지능과의 대화도 금지.)

-당신은 맨몸으로 위대한 업적에 도전합니다.

-업적 보상 : 쓰리사이즈 스카우터(안경타입, 상대의 몸매를 완벽하게 측정해 디스플레이에 띄워줍니다.)

[보시다시피 어떠한 도움 없이 주인님 혼자서 공략을 해내야 합니다. 저 또한 긴급상황이 아니면 개입할 수 없구요.]

‘이거 고랩들이 일부러 아이템 다 벗고 맨몸 사냥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뭐 비유하자면요.]

‘호오. 순전히 나의 힘이라···. 도훈이 와꾸면 충분히 해 볼 만한 도전 같은데? 보상도 맘에 들고.’

[쓰리 사이즈 스카우터는 여성의 몸매를 완벽하게 투사합니다. 가슴뽕이나 엉뽕에 속을 일도 없지요.]

‘이제 뽕쟁이들은 죄다 거를 수 있겠군. 좋아, 까짓거 해 보자. 위업에도 도전하고 아이템도 받고, 소설은 덤이고.’

[좋은 결심입니다. 얼른 얼른 레벨업 하셔야지요.]

‘그나저나 나이트를 혼자 갈 순 없잖아. 맴버를 구해야겠는데···.’

[아는 사람 많지 않습니까? 솔로인 태영이나 우선, 정 안되면 성수 선배도···.]

‘큰일 날 소릴. 물론 남자들끼리 일이라 어디 가서 소문내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거야. 괜히 가서 홈런이라도 치고 와바. 내가 어떤 놈인지 다 까발리는 거랑 똑같잖아. 여자만 조심할 게 아니라 남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같은 과 사람은 절대로 안 돼.’

[그렇다면···. 농대에 다니는 그 친구는 어떠신가요?]

‘주찬이? 걔 데려갔다간 대번에 빠꾸 먹을 걸? 일단 머리가 너무 휑해.’

[흐음. 맴버 꾸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군요.]

‘뭐, 아직 여유가 있으니 차차 생각해 보자. 설마 나이트 갈 사람 하나 못 구하겠어?’

[네.]

오늘 쓸 분량을 끝마친 도훈은 짐을 싸다 문득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오수정을 떠올렸다. 자신의 잦이 비빔에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간 그녀.

‘아직 있으려나?’

도훈이 조용히 도서관을 가로질렀다. 칸막이가 쳐져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해 구석에서 공부 중인 수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패드로 인강을 듣는 중이었다. 워낙에 외진 곳이라 그녀가 앉은 라인은 모두 비어 있는 상태. 도훈이 조용히 수정 옆에 앉았다.

인기척을 느낀 수정이 힐끔 옆을 쳐다보던 중 도훈을 보고 반색했다.

"헛-. 너 글 쓸 거 있다며."

"다 썼어. 오늘 분량은."

"그럼 여긴 왜···."

도훈이 씨익 웃으며 바지에서 물건을 뽑아 들었다.

< 263. 오빠랑 MT갈래?-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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