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 좋은x, 나쁜x, 이상한x.-34- >
***
거실에서 서성거리던 민주는 결국 외투를 벗고 소파에 앉았다. 도훈의 연락만 기다리던 있던 그녀에겐 다소 김빠지는 결과였지만,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정신이 팔려 실망할 틈새도 없었다.
"송지희 저 미친년."
영상 속의 지희는 도훈의 사타구니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일부러 각도까지 맞춘 도훈은 카메라를 의식해 씽긋 윙크도 해 보였다.
"아아! 저걸 내가 물었어야 했는데···."
민주의 가슴에 불이 났다. 친구에 대한 질투심과 도훈에 대한 원망이 식도까지 차고 올랐다. 분노와 우울, 배신감 같은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솔직히 지희는 자신과 도훈 사이의 관계를 모르니 그럴 수 있다. 두 사람은 과거에 연인이었다. 전역 후 부쩍 성숙해진 도훈에게 다시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도훈은 그래선 안 됐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 지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그 결과 그녀의 입에 큼직한 대물을 쑤셔 박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상처받을 줄 뻔히 알면서도 영상까지 전송하는 중이다.
‘···나쁜 자식. 도훈이 넌 진짜로 나쁜 새끼야!’
울음이 날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거실에 홀로 앉아, 두 사람의 질퍽한 정사를 보고 있으니 서러움이 곱절이 되었다. 자신은 이렇게 외롭고 처량한데,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보다 먼저 터진 것은 봇물이었다.
민주는 점점 젖어 드는 자신에게 기가 막혔다.
‘강민주! 지금 너 설마 저거 보고 흥분하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마저 성욕이 끌어 오르는 것일까? 자신의 몸뚱이지만 참으로 천박하다고, 민주는 생각했다.
그녀의 다리가 점점 벌어지며 절로 손이 내려갔다.
머리는 멈추고자 하지만,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본능을 이성을 제압했고, 슬픔과 분노는 성욕에 속박되었다.
‘···넌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민주는 극심한 자괴감에 절망하면서도 팬티를 들춰 밑을 만졌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분비물이 문자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미친년. 가장 나쁜 사람은 도훈이가 아니라 바로 너야, 강민주.’
연모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내주고서도, 오히려 그 모습에 흥분해 버리는 정신병자.
발정 난 년.
섹스밖엔 모르는 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에게 돌림빵 당하고 싶다고, 버킷리스트에 남몰래 적어둔 년.
민주는 자학했다.
동시에 자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탕한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왜 이토록 비정상적인 성욕을 갖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유는 몰라도 남다른 취향을 의식하던 순간만큼은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임용에 매진하던 대학4학년 시절. 스트레스를 풀고자 성인 소설 하나를 몰래 다운받았다. <아내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노골적인 제목이었다. 소설속의 남편은 전형적인 ‘네토라레’.
쉽게 말해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당할수록 더욱 흥분하고 마는 이상성욕자다.
역겨웠다. 차라리 제목이 얌전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소설 속의 주인공은 아내를 실컷 돌렸고, 그런 아내는 남편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했다. 하지만 끝내는 파국. 아내는 몸을 빼앗기면서 마음도 점점 내연남에게 기울고 말았다.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민주는 당하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관점에서 흥분을 느꼈다. 배덕감에 빠진 남편의 절절한 심정이 완벽하게 공감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깊숙한 곳에 학대받고 싶은 피학적인 본성이 숨었다는 것을···.
"하아, 주인님···."
영상 속의 도훈은 슬슬 뒤치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평범한 뒤치기가 아니었다. 그는 어디선가 준비한 오일을 두 손에 짜더니 지희의 항문에 듬뿍 짜주었다. 엉덩이의 갈라진 골을 타고 차가운 걸죽한 액체가 흘러내지자 지희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가 말
하던 애널 섹스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아아··· 좋겠다. 지희는."
솔직히 부러웠다. 자신도 애널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궁금하긴 했지만, 두려웠다.
왕년의 유명하던 여자 포르노 스타가 말년에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져 평생 기저귀를 찼다는 썰을 전해 듣고 나선,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아무리 쾌락이 좋아도 똥 실금을 경험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만큼은 지희가 미친 듯 부러웠다. 도훈에게 후장을 대주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절친한 친구에게 도훈을 빼앗기고, 후장을 댈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이 커다란 상심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들리지도 않을 화면을 향해 애원했다.
"하아··· 주인님. 저도, 민주도 한 번만 뚫어주세요."
화면의 앵글은 정확히 지희의 엉덩이로 향해 있었다. 도훈이 일부러 카메라의 각도에 맞춘 것이었다. 윤활제를 바른 똥구멍이 움찔거리며 점점 검붉은 속내를 드러냈다.
"똥구멍 벌렁거리는 것 좀 봐···."
이따금 도훈은 카메라를 의식하는 행동을 했다. 지금도 도훈은 소리를 내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입 모양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뭐라는 거지?"
반복된 입 모양은 분명한 메시지였다. 민주가 핸드폰을 바짝 잡아당겼다. 그의 입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그녀는 도훈의 입 모양을 천천히 따라 했다.
"너...오...해우가? 너도 해주가? 너도 해줄까!"
그것은 자신에게 묻는 표현이었다.
너도 하고 싶냐는.
그는 단순히 영상을 전송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희를 엎드리게 하고 대범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민주는 도훈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그는 자신을 잊지 않았다. 민주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주인님! 얼마든지요!"
자신은 결코 버림받은 게 아니었다.
도훈이 영상을 전송한 이유는 자신을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보여주려 했다.
바로 복수가 집행되는 순간을.
그리고 그녀를 유일한 참관인으로 초청했던 것이다.
도훈에게 받은 상처가 씻은 듯 사라졌다. 그녀는 이내 도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얼른 따버려요, 송지희 그 나쁜 년!"
도훈에 대한 원망이 사그라진 빈자리가 지희에 대한 적개심으로 채워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맞아. 분명 주인님도 싫었을 거야. 싫은데 억지로 참고 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다 지희 탓이야!’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행복회로를 돌린 민주는, 이제 철저하게 도훈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리고는 도훈에게 박히는 지희와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위를 이어갔다.
그녀의 손이 어느 때보다 격렬해졌다.
***
‘흐흐 영상 잘 보고 있겠지?’
민주를 의식해 카메라를 힐끔거리던 도훈은 점점 벌어지는 지희의 후장에 이제 본격적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흐아아···. 도, 도훈아 이, 이걸 꼭 해야 해?"
지희는 점점 깊어지는 손가락에 덜컥 두려움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훈의 커다란 물건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왜요? 무서워요?"
"니, 니껀 너무 크잖아."
후배위 자세로 고개를 바짝 숙이자 뒤에 무릎 꿇은 도훈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흥분으로 잔뜩 발기된 그의 물건은 아무리 봐도 자신이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었다. 저게 정말로 끝까지 들어온다면 대장이 파열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처, 처음이니까···. 우리 오늘은···."
"그래요 처음이니까···."
도훈이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또 뭔가를 꺼내왔다. 그것은 도훈의 물건보다 좀 더 작은 형태의 딜도였다.
"처음이니까 천천히 넓힐게요."
"허헛! 너 그건 또 언제!"
지희는 마침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윤활제를 꺼낼 때도 모텔 서랍에서 찾았다며 둘러댔지만, 딜도까지 구비된 모텔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분명 처음부터 챙겨 온 것이었다.
‘흐흐. 서윤이 방에 가니 사이즈 별로 다 있더라고. 윤활제도 고급진 걸로 말이야.’
도훈은 원룸 비번을 알고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간 서윤이 방에 몰래 들어가 필요한 물품을 미리 챙겨왔다. 떳떳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서윤과의 각별한 사이를 생각할 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다른 여자를 위해 쓴다는 말은 절대 못하겠지만.
"그냥 장난감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에요."
도훈의 궤변에 지희가 훽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머리끈이 풀어지며 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까지 치렁치렁 흘러내렸다.
"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살짝만 넣을게요."
"하, 하지 마아! 헉-!"
딜도의 절반을 꽂아 넣자 지희가 새우처럼 허리를 구부렸다. 손가락으로 확장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빼, 빼!"
그녀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바둥거리자 도훈이 특단의 대책을 발휘했다.
‘고통이 쾌락으로 대체 되도록···.’
딜도를 꽁구멍에 박아 넣은 채 도훈이 다른 손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살살 자극했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밀려오며 지희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 마하아앙 아, 아아!"
천천히 그러나 묵직하게. 딜도를 끈덕지게 넣었다 빼며 사이즈에 적응시켰다. 지희도 점차 적응이 되가는지 굽혔던 허리가 낭창하게 펴지며 자극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아앙, 아아, 아아."
"어때요? 이 정도는?"
"모, 모르겠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처음이라 그래요. 색다르지 않아요?"
"색다르긴 한데···. 하아앙, 나 뭐 묻어 나오는 거 아니지?"
"네. 깨끗해요."
"너 그거 다른 구멍에 넣으면 절대 안 돼? 알지?"
"당연하죠. 이쪽에 넣은 손가락은 아예 가져가지도 않고 있어요. 걱정마요."
"흐읏, 흐읏. 기, 기분 이상해. 막 안에 닿으니까."
도훈은 점점 딜도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한국 평균 길이 12Cm에 직경 2.5Cm로 제작된 딜도는 이제 막힘없이 쑥쑥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자신의 물건은 18Cm에 직경이 4Cm를 넘는다. 이 정도 물건이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도훈은 슬쩍 딜도를 빼고 벌렁거리는 구멍으로 대물의 머리를 밀어 넣었다.
"흐흡!"
"천천히. 조금만 시도해 볼게요."
"아, 아프다고 하면 바로 빼 알았지?"
"네."
지희도 조금 자신감이 붙었는지 무작정 거부하진 않았다. 어쩌면 딜도가 깊숙이 들어가면서 안쪽에 위치한 성감대를 자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능하겠습니까? 이대로 넣으면 대장 파열이 우려되는데···. 그건 너무 잔인한 복수가 아닐지.]
‘가능해. 가능하다고 믿으면 가능해.’
[믿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습니다. 어쩌면 맹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
‘로시, 혹시 데미안 읽어봤어?’
[네?]
‘하긴 네 기억은 성적인 분야와 원주인이 가진 기억뿐이랬지?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던 도훈이 놈이 헤르만 헤세를 알 리 없지. 암튼 그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와.’
[뭡니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라고.’
[의미심장한 말이군요.]
‘바꿔 말하면 이렇게 돼. 애널은 뚫기 위한 투쟁이다. 후장 안은 또 다른 세계이다. 애널을 느끼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아무리 봐도 어거지 같은 걸요.]
‘아냐, 확신해. 새가 알을 깨뜨려야 새 세상을 만날 수 있듯, 지희도 후장을 뚫리고 나면 신세계를 접할 거라고. 간다, 뚫는다. 뚫자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뚫을지어다!’
[지나치게 비장합니다, 주인님. 자제좀.]
‘간다, 간다, 후장으로 가버려엇!!!’
도훈이 마침내 머리를 들이밀었다. 단일 면적 중 가장 강력한 조임력(?)을 자랑하는 괄약근이 철통같은 방어막을 펼쳤다. 뚫는 자와 막는 자. 뚫는 잦이와 막는 항문사이의 힘겨루기가 펼쳐졌다.
"으으으!"
"하학, 아, 안돼!"
‘조금만, 조금만!’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애널도 그렇다.
머리가 반이다.
머리만 들어가면, 들어가면···.
쑤우욱-
‘됐어!’
항문이 마침내 굳게 다문 입구를 벌렸다. 그토록 단단하던 괄약근이건만, 꾸준히 진행된 확장공사와 윤활제의 미끄러움, 그리고 유선형 화살촉을 가진 도훈의 대물에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아흐으으으으윽!"
지희는 인두에 지져진 것처럼 펄쩍 뛰었다. 겪어본 적 없지만, 출산의 고통이 이럴까? 항문이 좌우로 찢어지는 느낌에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데시벨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빼!!!!!!!!!!!"
사자후!
그것은 필경 사자후였다.
진입 성공에 기뻐하던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 뒤로 물러설 뻔했다. 그만큼 처절했고, 그만큼 절실했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지희가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 정도였다. 시트를 움켜쥔 두 손은 핏물을 뺀 닭발 같았다.
‘이대로 물러서야 하는가.’
도훈은 갈등했다. 복수를 위한다고 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눈앞에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아니. 여기가 고비다. 지금만 버티면 돼.’
도훈은 오히려 더욱 밀어 넣었다. 윤활제가 자체 생산되지 않는 후장은 뻑뻑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조임 또한 전에 없이 강력했다.
퍼억- 퍼억-
도훈이 본격적으로 피스톤 운동을 개시했다. 그의 성난 대물이 지희의 대장을 헤집었다.
"흐아아아앙! 빼라고! 빼!"
"조금만, 조금만! 알에서 깨뜨려줄게."
"무, 무슨 미친! 아악, 빼!"
"거의 다 됐어. 이제 됐다고!"
도훈이 묵묵히 박음질을 반복했다. 후장 특유의 강한 조임이 그의 대물을 압박해 왔다.
‘으으으, 죽이는 구나. 이 쪼임.’
그리고 놀랍게도, 고통 섞인 지희의 목소리에 점차 얕은 신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 259. 좋은x, 나쁜x, 이상한x.-34-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