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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71화 (251/2,000)

< 253. 좋은x, 나쁜x, 이상한x.-28- >

***

원래 커피숍까진 민주를 붙들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민주의 멘탈은 빠르게 무너졌다. 눈앞의 송지희를 보자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못하는 느낌이다.

‘···질투하는군.’

차에서부터 누누이 강조했던 것들을, 민주는 전혀 실행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해라.

절대 싫은 티 내지 마라.

내 복수극에 재 뿌리는 일 없도록 해라.

그러나 민주의 거듭되는 짜증에 지희의 눈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며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참, 조교 선생님. 아까 배터리 떨어지기 전에 교수님한테 전화 오지 않았어요?"

그것은 우리가 사전에 약속한 사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내가 저 말을 꺼내면 민주는 자리를 뜨게 되어 있다.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튀어나온 사인에 민주의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의자 밑에서 몰래 민주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시키는 대로 해.

사인을 받은 민주가 결국 일어섰다. 잠깐의 질투보다, 나중에 사랑을 받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내 뜻을 거역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이나 잘 아는 그녀였다.

민주를 입구까지 배웅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잘했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집에 가서 대기타고 있어."

"죄송해요, 주인님. 도저히 감정이···. 저 버리는 거 아니죠?"

"아냐. 이해해. 너에겐 힘든 자리라는 걸. 이 정도면 충분해."

민주를 보내고 다시 지희 앞에 앉았다.

그녀는 한쪽 다리를 꼰 채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손가락에 찬 금반지가 카페의 조명에 반짝거린다.

‘호화스러운 스타일이군.’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창밖을 응시하는 지희의 옆선이 무척 아름다웠다. 고급지다. 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자태랄까?

하지만 나는 그녀의 의도된 연출이 역겹게 느껴졌다.

저런 식의 이미지 관리로 순진한 원주인을 데리고 놀았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가 당한 것처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로시. 혹시 원주인의 운동능력을 승계한 것처럼, 그의 사념마저 공유되는 건가?’

[글쎄요. 거기까진 잘···.]

‘네가 모르는 것도 있어?’

[영에 대한 분야는 저로서는 접근하기 힘든 고급 정보입니다. 그 부분은 천상계에서도 상위의 존재들만이 다룰 수 있거든요.]

‘그렇군. 아무튼, 지희를 보니까 괜스레 피가 끓는데? 과거를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주인님께서 보이는 적의의 근원은 알 수 없습니다만, 객관적으로 송지희양이 매력적인 인물인 건 확실하군요. 외모나 몸매, 직업까지···. 모든 면에서 월등하달까요.]

‘흥. 그래 봐야, 나에겐 복수의 대상일 뿐이야.’

[한데 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가?’

[그녀를 공략하는 게 어떻게 복수가 될 수 있죠? 진행되는 상황으로 볼 땐 오히려 지희양이 주인님을 더 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그냥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셈 아닙니까?]

‘후후-. 혹시 하사신이라고 들어봤어?’

[하사신요?]

나는 로시에게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사신.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어쌔신이라고도 부른다.

흔히 게임에서 암살자 클래스로 분류되는 명칭이다.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폴로는 지금의 이란 지방을 여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산속의 계곡을 사들여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여러 가지 과일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누각과 궁전을 세웠다. 모든 건물에는 금박을 입히고 밝고 선명한 색

을 칠했다. 몇 갈래의 강줄기에는 포도주, 우유, 꿀, 물이 각각 넘치도록 흐르고 있었다. 묘령의 미녀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예쁘게 춤추고 있었다.-

[그가 누구입니까?]

‘산중노인이라고 불렸던 하산 사바흐야. 하사신이라는 암살자를 길러낸 장본인이지.’

[암살자라고요?]

‘계속 들어봐.’

산중 장로는 부하들을 시켜 인근의 소년들을 납치해 온다. 납치할 땐 대마초에서 추출한 해시시라는 약물을 먹이는데, 그 약물을 흡입한 소년은 환각에 빠지며 이윽고 잠에 빠져든다. 이때를 틈타 소년을 ‘정원’ 안으로 들여보낸다.

눈을 뜬 소년이 보게 되는 곳은 아름다운 건물과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다. 그곳엔 포도주와 꿀의 강이 흐르며, 고기나 과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절세의 미녀들도 원하는 데로 취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지상 낙원 같은 곳에서 꿈같은 나날을 보낸다. 모든 쾌락이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이곳은,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가 말했던 세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눈을 뜨면 생전 본 적도 없는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땅의 군주이자 성인으로 추앙받는 산중 장로의 부름을 받고 그 앞에 나아가 질문을 받는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낙원에서 왔습니다. 코란에 씌여진 것과 똑같은 낙원이었습니다."

"너는 그 낙원으로 돌아가고 싶으냐?"

"물론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다. 내가 알려주겠다. 대신 알라를 위해 목숨도 내던질 각오를 보여야 한다. 어떠냐, 알라의 가르침에 등을 돌린 나쁜 놈이 있는데 그놈을 죽일 수가 있겠느냐?"

"있고 말고요. 그것이 알라의 뜻이라면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해 보이겠습니다."

소년의 사명은 지하드라고 불린다.

만일 실패하는 일이 있어도 순교자로서 낙원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생명의 유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목숨을 도외시하는 희대의 암살자 집단은 그렇게 양성되었다.

[기묘한 이야기군요. 한데 이 이야기를 왜···.]

‘인간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뭐라고 생각해?’

[절망요? ···설마!?]

‘맞아. 바로 가장 높은 곳에서 추락시키는 거지. 쾌락의 힘은 목숨을 버릴 만큼 중독성이 강해. 그것은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에 나중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의 가치가 되거든.’

[주, 주인님···.]

‘나는 지금부터 송지희에게 평생 맛본 적 없는 쾌락을 느끼게 해 줄 거야. 산중노인처럼 천국을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는 가장 절정의 순간에서 그녀에게 최악의 절망을 선사하겠어.’

[···주인님은 참으로 무서운 분이셨군요.]

‘지금부터 이도훈의 복수를 대행한다.’

나는 지희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

"민주랑 많이 친해 보이더라?"

"조교 샘요?"

"응."

"아···. 복학하고 이것저것 도와주셨어요. 학교생활 적응 잘하라면서. 아무래도 학부생 때 안면이 있으니까."

"그래?"

"다 누나 덕이죠. 누나랑 친하잖아요. 그래서 더 챙겨주신 거 같아요."

도훈은 은근히 두 사람의 친분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희는 여전히 모종의 썸씽을 의심하고 있었다.

"민주가 아무한테나 잘해주는 성격은 아닌데···. 너가 잘 보였나 보네."

"잘 보이려고 노력은 했죠."

"정말?"

"솔직히···."

도훈이 말꼬리를 흘리며 운을 띄웠다.

대화의 호흡을 조절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스킬이었다.

예상대로 지희는 상체를 기울이며 도훈의 입술에 집중했다.

"누나랑은 애매하게 끝났잖아요."

"음, 그건 니가 갑자기 군대를···."

"알아요. 그땐 원망 많이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2년이나 군대가 있는데, 기다리는 것도 너무하죠. 이해해요."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땐 나도 어렸고···. 아무튼 힘들었어."

‘힘들긴 지랄. 군대 가자마자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다 도훈이 동기 꼬셔 나중엔 자퇴까지 시켰다더만···.’

도훈은 구겨지는 미간을 억지로 펼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복학해서 학과 사무실 가니까, 누나랑 친했던 민주 누나가 조교로 있는 거예요."

"많이 뻘쭘했겠다."

"네. 그래서 일부러 더 살갑게 한 것도 있어요. 괜히 누나랑 사귀었다는 사실 때문에 어색한 사이 되기 싫어서요. 그래도 졸업할 때까진 계속 봐야하니까."

"그랬구나. 난 둘이 너무 친해 보이길래 오해했어."

"친하긴 친한데 남녀 사이, 뭐 그런 건 아니에요. 조교 선생님이 좀 엄격하달까?"

"맞아. 민주 고년이···. 앗, 미안. 우리가 너무 막역한 사이라."

"괜찮아요. 저 이제 어린 나이 아니니까."

"암튼 민주가 공과 사가 철저한 부분이 있거든. 근데 걔도  막 그렇게 정숙한 스타일은 아니야. 호호호!"

‘나쁜년 맞구나. 친구 자리 뜬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뒷담화를···.’

지희는 민주와 도훈의 관계에 대한 오해가 풀려 마음이 편해졌는지 신이 나서 계속 떠들었다.

"근데 너. 의미심장하다? 어린 나이 아니라고?"

"그렇죠. 누나 만날 땐 스무 살이었고, 지금은 스물셋이니까요."

"그래? 어디 얼마나 컸나 누나가 좀 볼까?"

지희가 장난스럽게 도훈의 팔뚝을 어루만졌다. 운동을 다져진 단단한 팔뚝은 강인한 남성성을 상징하듯 핏줄이 돋아나와 있었다.

‘하아···. 더 단단해졌네. 거기도 더 단단해졌으려나?’

반면 도훈은 지희의 은근한 수작에 속으로 콧방귀를 끼고 있었다.

‘얼씨구. 대놓고 끼 부리네? 내가 아직도 스무 살 풋내기로 보이나 보지? 이쯤에서 속내를 한 번 들여 다 볼까? 로시. 정보창 준비됐지?’

[물론이죠. 띄워드릴까요?]

‘열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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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송지희 (비처녀, 일시 20세 2개월)

나이 : 26

호감도 : 78/100

개방성 : A

성감대 : 엉덩이, 사타구니 전체, 목덜미

*애무 포인트 : 그녀는 엉덩이를 거세게 움켜쥐어 주는 것에 강한 충동을 느낍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공략팁

*이미 공략한 상대입니다.

-그녀는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전 남자친구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총각 딱지를 떼준 이도훈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해합니다. 또 일종의 정복심을 가지고 있어, 당신을 뺏기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추천멘트 : "그때랑은 달라요. 이걸 참, 보여드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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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심이라니? 저 동정 킬러도 제 정신은 아닌데?’

[특이한 프로필이긴 하네요. 그나저나 호감도도 충분하니 오늘 밤 공략을 어렵지 않겠는데요?]

‘위업이랑 연결시킬 부분은?’

[현재로선 딱히 없습니다. 있다면 스스로 상황을 조성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거 어때?’

[쓰리썸 말씀이십니까?]

‘물론 그것도 민주 불러서 할 건데, 그거 말고. 후장의 마술사 말이야.’

[오오! 하지만 ‘후장의 마술사’위업엔 제한 조건이 있습니다. 한 번도 개통된 적이 없는 후장을 뚫어야 하거든요.]

‘아마 뒷구멍은 처녈 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송지희는 처녀성에 집착하는 아다 폭격기처럼, 남자의 동정을 노리는 동정 킬러잖아. 처음 하는 애들은 구멍도 제대로 못 찾는데 설마 후장을 뚫었겠어?’

[일리 있는 의견이군요.]

‘살살 꼬드겨서 오늘 후장까지 개통시켜버려야 겠어. 똥꼬 헐어서 질질 흘리게 만들어 버릴거야.’

[무, 무서운 분.]

"오, 단단한데?"

"상병 꺽이니까 할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운동 열심히 했어요."

"그래? 체력도 많이 좋아졌겠네?"

"체력은 원래 좋았죠. 하하."

"아니 그 체력 말고···."

지희가 은근슬쩍 도발적인 멘트를 던졌다.

도훈이 가만 지켜보니 남자로 하여금, 줄 듯 말 듯 여지를 남기는 솜씨가 능수능란했다.

‘저런 식으로 순진한 동정들을 꼬드겼겠지?’

"그럼 뭐요?"

도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지희는 배시시 웃으며 말꼬릴 흐렸다.

"아냐. 잠깐 농담한 거야. 어른들 농담."

"네."

"참, 저번에 커피숍에서 본 애랑은 잘돼 가?"

‘서현이 말인가? 찔러보는 모양이군.’

"걔는 그냥 후배에요. 답사 갔다와서 보고서 쓸 게 있어서 만난 거구요."

"답사를 갔었어?"

"네. 1박 2일로 전남으로."

"오! 1박 2일이면 정분나기 딱 좋은데?"

"아, 걔는 답사를 못 갔어요. 사정이 있어서···. 그래서 보고서를 맡기로 한 거에요."

"아항, 그랬구나. 그럼 여자친구는 현재 없는 거?"

"그냥 뭐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적응하는 것도 벅차요. 슬슬 임용준비도 해야 하니까 부담되 돼고."

"2학년이 벌써 임용준비를?"

"요샌 다들 빨리빨리 하더라고요. 제가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라서 미리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지희가 갑자기 테이블에 올려진 도훈의 두 손을 맞잡았다.

"누나가 도와줄까?"

"네?"

"너 임용준비. 나 한방에 붙었잖아."

"정말요?"

‘무슨 꿍꿍이지?’

"응. 뭐 그래도 우리 인연이 보통은 아니지 않아? 공부할 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내가 평일엔 바쁘지만 주말엔 개인 과외도 시켜 줄 수 있고."

‘풉- 아주. 이마에 써 붙이지그래? 너 따먹고 싶다고.’

도훈은 속이 훤히 보이는 지희의 수작에 적당히 넘어갔다.

"진짜로요?"

"응!"

"누나 많이 바쁘신 데 그렇게까지 하면 제가 민폐라서요."

"후훗. 민폐는 무슨. 내가 너한테 그 정도도 못 해줄까?"

도훈을 살살 꼬득이며 지희가 생각했다.

‘물론 과외비는 몸으로 때워야지?’

"말씀은 감사한데···. 그럼 제가 너무 미안해서요."

"뭐가 미안해. 너도 그만큼 나한테 보답하면 되지."

"어떻게요?"

본격적으로 유혹을 시작한 지희가 대답을 미룬 체 손목시계를 힐끔거렸다. 일부러 값비싼 브랜드가 보이게끔 노출 시키며 도훈에게 말했다.

"음, 시간 아까운데 그건 2차 가서 생각 해볼래? 커피숍 오래 앉아있었더니 괜히 몸이 쑤시네?"

< 253. 좋은x, 나쁜x, 이상한x.-2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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