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70화 (250/2,000)

< 252. 좋은x, 나쁜x, 이상한x.-27- >

흔들흔들-

민주의 승용차가 거친 파도 위에 띄워진 돛단배처럼 마구 요동쳤다. 두 팔을 쭉 뻗어 트렁크를 붙잡은 민주에게서 요란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흐어엉! 어떻게, 너무 좋아요."

"어째 물이 더 나오는 것 같은데?"

"누, 누가 볼까 봐 흥분돼요."

"보여주고 싶지?"

"···네."

"사람들이 네 정체만 모르면, 이렇게 개처럼 따먹히는 모습 다 공개하고 싶지?"

"맞아요. 민주를 걸레처럼 따먹어 주세요."

퍽퍽퍽-!

힘을 응축해 강하게 찔러넣자, 민주의 몸이 차와 한 몸이 되어 들썩인다. 누군가 골목길에서 튀어나올까 봐 나 역시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이러다 걸리면 공연음란죄로 잡혀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로시, 감시 잘해.’

[넵.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민주의 허리를 붙잡아 트렁크에서 떼어냈다. 민주는 흘레붙은 개처럼 질질 딸려 나왔다. 잡을 것이 없어진 민주의 두 팔이 허공을 허우적댔다.

"흐윽, 주인님?"

"기어."

"어, 어디로요?"

팡-!

엉덩이를 살짝 빼 뒤치기를 한방 갈기자 민주가 균형을 못 잡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녀는 이제 마룻바닥을 걸레질하는 자세로 내 뒤에 바짝 붙었다.

"흐엉."

"개처럼 기라고."

"네, 네."

민주가 두 팔을 이용해 엉거주춤 걸어갔다. 나는 마부가 채찍질하듯 뒤치기로 박차를 가하며 그녀를 조종했다.

팡-!

"하악!"

"앞으로 가."

"네, 네 주인님."

팡팡!

"하아악!"

"그쪽 아니고 여기로."

민주를 질질 끌고 간 곳은 차량의 앞부분이었다. 그쯤에서 나는 민주를 번쩍 들었다. 보기보다 늘씬한 그녀는 단번에 본 네트 위로 올라갔다.

"핫, 차가워."

경사진 본 네트 위를 민주가 주르륵 미끄러지자 나는 그녀의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러자 바짝 선 불기둥을 향해 그녀의 구멍이 단번에 들어박혔다. 완벽한 홀인원이었다.

"이건 맛이 어때?"

"흐윽, 전 주인님이 이렇게 과감하실 줄 몰랐어요."

야외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골목길에서 섹스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자극적이었다. 본 네트 위에 드러누워 박히고 있는 민주 역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을 흘렸다.

"하앗, 하앗, 이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들키면 너나나나 좆 되는 거지, 뭐."

푸욱푸욱-

한참 민주를 박는 그때, 로시의 경고음이 울렸다.

[주인님! 전방 20M 앞에서 인기척이!]

‘젠장!’

나는 급히 민주를 끌어내려 껴안았다. 둘 다 옷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본다면 연인들이 헤어지기 전에 포옹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잠시 후 나이 먹은 아주머니 한 명과 여중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나타났다. 나는 껴안은 자세로 민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딱 붙어 있어. 내 잦이 아직 밖으로 튀어 나와 있다."

"···네, 주인님."

민주는 스릴 넘치는 섹스가 즐거운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가슴에 닿는 그녀의 심장에서 거친 박동이 전해졌다. 긴장하는 건 민주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저기 봐."

"그냥 가."

모녀가 우릴 힐끔 쳐다보고는 지나갔다.

요새 젊은것들이란 쯧쯧- 하고 중얼거리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두 사람이 사라지자 다시 민주를 무릎 꿇렸다.

"갔어. 다시 물어."

민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주저 앉아 잦이를 입에 물었다. 그렇게 우리의 두근거리는 섹스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

커피숍 구석 자리에 앉은 송지희가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거렸다. 그녀의 취향을 대변하는 명품 시계는 어느덧 10시를 넘어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는담?’

지희는 야자가 끝나자마자 약속 장소로 달려왔다.

오는 길에 차 안에서 화장을 리터칭 하고, 휴대용으로 지니고 다니던 미니 향수도 뿌렸다. 도훈을 유혹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그녀였기에, 연락도 없이 늦어지는 두 사람에게 슬슬 짜증이 났다.

‘하여간 강민주 요년, 시간개념하고는···.’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려보긴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남자를 만날 땐 늘 갑이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여자로선 비교적 상위 클라스의 직업.

도시적이며 수려한 외모에 볼륨 넘치는 후끈한 몸매.

게다가 값비싼 보석과 명품으로 치장한 그녀는,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웬만한 사내들은 그녀의 앞에서 금세 주눅 들었다.

예쁜 여자가 돈까지 많아 보이니, 오르지도 못할 나무라고 생각하고 감히 접근할 생각조차 못 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법을 아는 여자였고, 그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교사로 벌어들이는 수입 대부분을 지출했다. 항상 값비싼 메이커의 옷을 입고, 구두도 시즌별로 두세 켤레씩 사들였다. 몸에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이고 한 끼 때우는 식사

에서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효율적인 소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국엔 돈 많은 호구 하나만 물어 결혼에 골인하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된장녀라고 욕을 했지만, 자신은 합리적인 투자라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결혼 전까진 실컷 즐기다 가고 싶었다.

잘생긴 남자.

어린 남자.

특히 어수룩한 동정이면 더더욱 좋았다.

결혼은 조건 따져서 할 테니, 연애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지희의 화려한 남성 편력의 이면엔 바로 그러한 보상심리가 깔려있었다.

‘하아. 그나저나 도훈이 이 자식, 제법 쓸만해 졌으려나? 물건 실한 거야 진작 확인했으니, 스킬이라도 좀 늘었으면 좋겠는데···.’

며칠 전 오랜만에 도훈을 보자 풋풋하던 옛 생각이 났다. 커다란 대물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지금 생각하니까 아쉽단 말이지.’

그땐 몰랐다.

물론 학생 때도 남자를 제법 만나긴 했으나, 시간 지나 보니 도훈의 물건은 만나 본 남자 중 최상위에 속했다. 아마 나이가 든 지금 그를 만났다면 물릴 때까지 절대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군대 가기 전에 내가 총각 딱지 때줬으니, 아직도 날 못 잊고 있겠지? 당분간 도훈이나 실컷 데리고 놀아야겠다.’

지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도훈과 민주가 까페에 도착했다. 허둥지둥 달려온 듯 두 사람의 호흡이 조금은 가빠 보였다.

"여기! 왜 이렇게 늦었어?"

민주가 대답했다.

"미안. 차가 좀 막히더라고."

"그럼 연락이라도 하지 그랬어."

"하필 배터리가 다 됐지 뭐야."

"계집애 칠칠맞기는."

"커피 시킬 때 충전 좀 해달라야겠다."

민주와 도훈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돌아왔다. 그 사이 지희는 도훈의 몸매를 위아래로 훑으며 감상에 빠져 있었다.

‘확실히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단 말이야? 타고난 신체 조건 하나는 참 좋은데···.’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머, 새삼스럽게 무슨. 예전처럼 불러. 누나라고."

"그래도 될까요? 누나?"

도훈이 자연스럽게 호칭을 부르는 모습에 지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얘 좀 봐라? 성격 진짜 많이 변했구나? 옛날엔 눈도 잘 못 마주치더니···.’

20살 적 도훈은 유난히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운동만 즐겨 해서 그런지 여자랑 대화를 주고받는 법을 몰랐다. 행간을 읽어내는 눈치가 부족해 여자들의 간접화법을 잘 이해 못 하고 혼자 허튼소리를 해대거나, 전혀 공감되지 않는 주제로 실컷 떠들기 일 수였다.

그때 당시도 외모는 훌륭했지만, 어쩐지 사귀기엔 너무 어린 모습에, 숫기마저 없었다. 여자들이 이성으로 느끼기엔 다소 부족한 성격이랄까?

하지만 지금의 도훈은 그때완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모습에, 지희는 흠칫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특히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색기는 그녀를 시나브로 흥분시켰다.

‘···확실히 달라.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그때 우연히 만났을 때도 얼핏 느끼긴 했지만, 이젠 완연한 남자가 돼서 돌아왔어.’

자신이 딱지를 때 준 아이가 이렇게 흐뭇하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지희였다.

‘못 참겠다. 오늘 꼭 자빠뜨려야지.’

그때 진동벨이 울리며 커피가 나왔음을 알렸다.

"제가 다녀올게요."

도훈이 성큼 일어서자, 그 타이밍을 틈타 지희가 민주에게 말했다.

"넌 이제 빠져."

"지금 바로?"

"그래. 셋이 있으면 도훈이가 어색해하니까."

"하나도 안 어색한 것 같은데?"

민주가 좀처럼 자릴 뜨지 않자 지희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뭐야 얘는? 엮어주러 나와놓고 눈치 없이 왜 이런담?’

"전남친이랑 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 좀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 말은 들은 민주가 씨니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자친구는 무슨. 씹다 버린 껌 취급 할 땐 언제고."

"야, 넌 무슨!"

"나도 막히는 도로 뚫고 겨우 왔어, 얘. 커피 좀 마시고 가면 안 되니? 내가 무슨 자기 시다바린 줄 아나."

민주의 짜증에 뜨끔한 지희가 한발 물러섰다. 평소 남자에게 부리던 갑질은 절친한 대학 동기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미안.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화 풀어."

"화 안 났어. 근데 너 대체 무슨 생각인데? 또 도훈이 가지고 놀려고? 나만 중간에서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마라."

"가지고 놀긴. 오랜만에 회포나 푸는 거지."

"···회포 한 번 요란하게 푸시네."

"야, 너 오늘따라 예민하다? 혹시 그 날이니?"

"내가 뭘? 니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고만."

두 사람이 한참 투덕거리는데 도훈이 쟁반에 커피를 들고 왔다. 민주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으나, 지희는 가면 바뀌듯 순식간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변검을 연상케 할 만큼 빠른 전환이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조교 선생님, 잘 마실게요."

"어머, 민주 네가 샀니?"

"당연하지 학생한테 얻어먹을 순 없잖아."

"그럼 2차는 내가 쏠게, 호프 어때?"

지희가 자연스럽게 2차를 예고했다. 그녀의 속셈을 뻔히 아는 민주가 고깝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지희는 못 본척했다.

"누나 학교생활은 어때요?"

"학교? 죽을 맛이지. 오늘도 봐. 야자감독 하느라 이 시간에 퇴근한 거. 고3 맡으면 놀 시간도 없다니까?"

"지금 고3 담임이세요?"

"아니. 담임은 아니고 부담임. 요샌 한 반에 두 명씩 들어가거든."

"아···."

"뭐, 학부생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데, 난 대학 때가 더 재밌었던 거 같아. 연애도 실컷 할 수 있고 맘 편히 놀 수도 있잖아. 안 그래, 민주야?"

"배부른 소리 맞네. 후배들은 임용 안 돼 죽을 맛이거든."

민주는 뭐가 꿍한지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았다.

지희도 슬슬 민주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쟤가 대체 왜 이러지? 마치 질투하는 것처럼.’

여자의 촉은 도루코 면도날만큼 예리하다.

그녀는 공격적으로 변한 민주의 눈빛에서 강한 적대 감정을 느꼈다. 이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최근 둘 사이에 별다른 갈등은 없었으니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외부의 원인은 바로···.

‘진짜로 도훈인가?’

한 번 의심이 들자 민주의 모든 것이 수상했다.

살짝 번진 화장.

헝클어진 머리.

옷매무새도 평소답지 않게 흐트러져 있다.

‘어디 가서 떡이라도 치고 온 것도 아니고··· 헉, 설마!’

민주가 대물을 좋아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언젠가 한 번 민주는 이런 말까지 한 적 있었다.

-나 이태원 클럽가면 흑인한테 한 번만 박혀보고 싶어.

-으, 난 흑인은 딱 질색이야. 얼굴도 쌔까맣고, 어딘가 짐승같잖아. 진화가 덜 된 인종처럼.

-니가 흑형 맛을 몰라서 그래.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있겠어? 한번 흑형에게 간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난 그 말 충분히 이해해.

-넌 무슨, 좆만 크면 장땡이니?

-그럼? 장땡이지. 난 물건만 실하면 옥상에서 떨어진 매주 같은 사람이라도 상관없어.

불쑥 그때의 대화가 떠오르자 지희의 의심은 더욱 커져 갔다. 도훈이 토끼긴 하지만 대물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려준 사람이 바로 민주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민주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체육과의 조교가 되었고, 그 사이 군대를 마친 도훈이

복학했다. 타이밍이 무척 공교로웠다.

‘···설마 진짜로 이것들이?’

지희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

남의 남자를 빼앗아도, 자기 남자를 빼앗기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특히 자신이 동정까지 때 준 도훈을 민주가 홀랑 따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치솟았다.

‘했네, 했어. 이것들. 민주 요 계집애 이런 식으로 나왔다 이거지?’

열 받은 지희가 속으로 씩씩거리는 데 도훈이 먼저 민주에게 말했다.

"참, 조교 선생님. 아까 배터리 떨어지기 전에 교수님한테 전화 오지 않았어요?"

"으,응?"

"그 세미나 준비 자료 만들어 달라는 거요."

"아···. 내 정신 좀 봐. 깜빡했네. 지희야, 나 생각해보니까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지금 바로?"

"응. 미안해. 오랜만에 셋이서 얘기나 하려고 했는데···. 혹시  일찍 끝나면 다시 올게. 만약 못 오게 되면 지희 네가 도훈이 좀 데려다줘. 차 가져 왔지?"

"응. 그런 거야 뭐. 근데 아쉽다."

"내가 이렇게 산다, 에휴. 그럼 먼저 갈게. 도훈이도 즐거운 시간 보내."

"네 조교 선생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도훈이 예의 바르게 문 앞까지 배웅하며 꾸벅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본 지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다? 둘 사이가 너무 깍듯한데? 내가 너무 넘겨짚었나?’

만약 둘 사이에 모종의 썸씽이 있었다면 도훈이 굳이 먼저 민주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지희는 혹시나 자신이 과민했나 생각했다.

< 252. 좋은x, 나쁜x, 이상한x.-27-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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