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65화 (245/2,000)

< 247. 좋은x, 나쁜x, 이상한x.-22- >

왜 인터넷 유머 글에 보면 오타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참사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너만 보면 왠지 그냥 꼴려.

아니 끌린다고.

-박과장님 부산으로 발정나셨어요.

아, 발령;;; 죄송;;;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고)

보지보다 엄청 맛남.

아, 아니 보기.

-아들 집에 언제 들어오니?

저년만 먹고

엄마 저녁 저년아니고 저녁이요T_T

따라서 나는 서현이 ‘활기찬’을 적으려다 실수로 ‘발기찬’이라 보낸 것으로 오해했다.

‘풉-. 발기가 뭐람, 발기가.’

그러나 처음의 문자가 결코 실수가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서현 : 잠깐 통화하려고 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네요? 혹시 여자랑 데이트 중?

-서현 : 와, 2시간 넘도록···. 오늘도 영화 보세요? 반지의 제왕 2편이라도 보시나?

헉!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순간적으로 글씨를 잘못 읽었나 싶어 재차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서현이 남긴 내용은 어제의 DVD방 사건을 명백하게 저격하고 있었다.

[엇? 주인님 이건···.]

‘드, 들킨건가?!’

[정황을 보면 그런 것 같군요. 왠지 예감이 좋지 않은데요?]

숫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것일까?

갑자기 서현이한테 깨톡이 당도했다. 대화창을 켜둔 상태였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한 것을 숨길 수 없었다.

-서현 : 오빠 폰 다시 켰네요? 물은 잘 빼셨어요?

‘헐, 미친!’

이쯤 되면 빼박이다. 서현이가 나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앞이 아찔 해졌다.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서현이가 만약 소문이라도 내면···.’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서현 양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황당한 사태에 어찌할지 몰라 일단 침상 주변의 커텐을 둘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설치된 커텐으로 응급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리자 머릿속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알겠어. 계속 씹으면 더 오해할지 모르니 답장부터 해야겠다.’

-도훈 : 무슨 일이니 서현아? 운동한다고 폰 잠깐 꺼놨는데···.

답장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서현 : 정말 운동 맞아요? 여자랑 레슬링 하신 건 아니고요? ㅎㅎ

서현은 이제 대놓고 노골적이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발기찬’이라고 쓸 때부터 이미 내숭 같은 건 벗어 던졌는지도 모른다. 더 둘러대 봐야 소용없음을 직감하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훈 : 너 나한테 할 말 있어?

잠시의 시간을 두고 서현에게서 답장이 왔다.

-서현 : 통화로 할까 했는데, 만나서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힘들고 내일 수업 끝나고 저 좀 잠깐 봐요.

-도훈 : 알았어. 혹시 희주랑 DVD방 간 거 다른 애들도 알아?

-서현 : 아직까진 저만요. 왜요? 소문이라고 낼까 봐서요? 내일 하는 거 보고 생각해 볼게요, 그건.

으윽. 생각보다 야비한데가 있군.

‘젠장. 어디서 들킨 거지? 아··· 그래서 어제 희주 얘길 뜬금없이 꺼냈구나!’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아마 희주와 일을 치르고 DVD방에서 나올 때 들킨 모양이다. 그리고 저 정도로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태도를 보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이미 파악이 끝난 듯했다.

‘젠장 하필이면···.’

학교 주변에서 너무 부주의했나 하는 마음에 자괴감이 들었다. 문어 다리를 뻗치다 보면 필시 새는 바가지가 있기 마련인데, 설마하니 그게 희주가 아닌 서현에게서 터질 것이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

‘으으, 방심했다. 최대한 몸을 사렸어야 했는데···. 설마 난봉꾼 이미지로 학교생활 파탄 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서현양이 아직 소문은 안 냈다니 희망은 있습니다. 너무 심려 마시고 내일 만나서 잘 구슬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얘가 생각보다 대담한데?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서현이는 누가 봐도 얼굴에 모범생이라고 씌어있다. 그런 그녀가 이런 식으로 당돌하게 들이댈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원래 겉과 속이 다른 사람도 있는 법이죠. 주인님만 봐도 겉만 봐선 누가 천하의 바람둥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게 욕이야, 칭찬이야?’

[사실을 적시했을 뿐입니다.]

‘펙트폭행 마라. 나 지금 심란하니까···.’

[넵.]

벌어진 사태를 무마할 대책을 강구 했지만, 서현의 꿍꿍이를 모르는 이상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었다.

‘아, 그게 있었지?’

불현듯 지난 번 요긴하게 사용했던 아이템이 떠올랐다.

‘로시, 그때 그 땡중에게 쓴 아이템이 뭐였지? 기억을 꿈처럼 돌려버리는 거. 그걸 쓰면 어떨까?’

[꿈과 같이, 알약 말씀이신가요?]

‘그래. 내일 서현이한테 그걸 먹이면···.’

[소용없습니다. 해당 아이템은 잠들기 전의 일을 꿈처럼 인식시킬 뿐입니다. 즉 유효기간이 최대 20시간을 넘지 못합니다. 희주 양과의 일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미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었을 겁니다.]

‘아···. 그럼 기억을 조작하거나 봉인할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건?’

[정신 조작용 아이템은 극심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세뇌나 최면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 시스템에선 판매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젠장! 그럼 이대로 속절없이 당해야 한다는 소리야?’

[아직 서현 양의 의중을 모르니만큼 내일 이야기를 들어보고 고민해 보시지요.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니까요.]

로시의 말이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지나친 불안감에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고 말았다.

‘하긴···. 문자 내용을 봐선 서현이도 제정신은 아닌 건 분명해.’

서현의 행동 패턴은 전형적인 반응과는 달랐다.

보통의 경우라면 혼자만 비밀스럽게 묻어두거나, 주변 친한 친구들과 호박씨를 까며 쑥떡거렸겠지.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압박하며 교묘하게 옭아매려 하고 있었다. 즉 나에게서 뭔가 얻어내고 싶은게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뭐가 되었건 아직은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좋아. 더 고민해봐야 답도 안 나오는 문제다. 내일 서현이를 만나봐야 결론이 나겠어.’

정체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 모래 해도 늦지 않다.

암, 그렇고말고.

***

"환자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아뇨, 환자가 아니라 환자 보호자요."

"세상에···. 왜 바로 응급실에 호출 안 했니?"

"전화만 울렸다 바로 끊겼거든요. 혹시나 무슨 일 인가 싶어 가봤더니 문병 온 대학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지 뭐에요?"

"그래서 응급실에 데려다주고 온 거야? 의식은 돌아왔고?"

"네. 엄청 심각한 건 아닌가 봐요. 기립성저혈압? 뭐 이런 거 같던데···."

지애는 뒤늦게 돌아와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마침 응급실에서 최초 발견자에 대해 문의가 들어와 그녀의 알리바이를 완성 시켰다.

통화가 끝나자 정 간호사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별일이 다 있네. 아까 너 사라졌다고 그 변태 새끼 아주 발광을 하더라. 근무지 이탈이네 뭐니 하면서."

"변태요?"

"왜, 김 닥터 있잖아."

"아, 지금 어디 계세요? 해명해야 할 것 같은데···."

"몰라. 아까 계속 누구랑 심각하게 통화하더니 잠깐 병원 밖으로 나갔어. 대체 또 뭔 사고를 쳤는지, 쯧쯧."

지애는 침대 밑에 숨어 있을 당시 종찬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기 때문에 대강의 상황을 짐작했다.

"···누가 근무지 이탈인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이야. 확 비상 걸려서 탈탈 털리면 좋겠다니까? 근데 너 기분 좋은 일 있니? 표정 되게 산뜻하다?"

"저, 저요?"

"응. 아까부터 생글거리는 게 완전 얼굴이 살아났는데?"

"제가 나이트 근무가 잘 받나봐요. 은근 야행성이라."

"야행성 좋지. 그럼 낮저밤이 취향이야?"

"아, 모예요. 자꾸."

"뭐긴 뭐야. 날 새면서 심심하니 YDPS나 하자는 거지."

"YDPS?"

"음.담.패.설."

"아이, 언니도 참···."

사사건건 야한 얘기를 꺼내는 정 간호사가, 오늘만큼은 싫지 않았다. 도훈과 한바탕 치르고 막혔던 혈이 뚫린 듯, 지애는 죽이 맞아 실컷 떠들었다.

"어머어머 얘, 나중에는 막 며느리랑 시아버지랑 정분이 나가지고는···."

한창 그렇게 정 간호사와 YDPS를 주고받는데 지애의 폰에서 진동이 왔다.

‘응? 이 시간에 누구지?’

새벽 1시를 훌쩍 넘었기에 평소라면 거의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이었다. 지애는 정 간호사 모르게 슬쩍 문자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이도훈-

‘앗, 도훈이가 무슨 일로···.’

-도훈 : 누나 뭐해? 나 아직 병원이야.

-지애 : 아직 집에 안 갔니?

-도훈 : 의사가 별 이상 없음 30분 뒤에 퇴원 수속 밟으래. 가기 전에 누나나 한 번 더 보고 갈까 해서.

-지애 : 나 지금 일하는데···.

-도훈 : 아까는 뭐 일 안 했나?

-지애 : 옆에 선배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지 말고, 4층으로 와. 거기 병실 들를 일 있거든.

-도훈 : 알았어.

도훈을 떠올리자 지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까 병실에서 보낸 짜릿한 시간이 떠오르며 다시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뭐야? 이 시간에 누구랑 문자질?"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지애가 황급히 폰을 숨겼지만, 매의 눈을 가진 정 간호사를 피할 순 없었다. 정 간호사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지애를 추궁했다.

"왠지 수상한데···. 너 남자 생겼니?"

"남자는요. 그냥 아는 사이에요."

"니가 그냥 아는 남자도 있어? 역시 맨입에 거미줄은 못 친다더니···."

"서, 선배!"

"실한지 아닌지 나한테 보고하고 만나라. 괜히 쭉정이 같은 놈 만나기엔 니가 아까우니까."

"아직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니까 나중에 하게 되면 말이야. 요새 얘들은 뭐 썸타면 바디부터 탄다며?"

"아이참, 선배도···."

"아, 나도 시집 늦게 갈걸. 갑자기 후회되네."

"왜요? 언니 형부 많이 좋아하잖아요."

"좋지. 좋은데···."

정 간호사가 회한 섞인 눈으로 말했다.

"이제 평생 밥만 먹고 살아야 되잖아. 흑흑. 세상에 진수성찬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선밴 놀 만큼 놀아보셨다면서요."

"그러니까 너한테 말해주는 거야. 시집 안 갈 때 실컷 놀라고. 놔뒀다 뭐하니?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뚱이. 즐겨!"

지애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미 즐기고 있답니다.’

***

응급실에서 나온 도훈은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참으로 박기 좋은 시간이군.’

도훈은 4층에 미리 올라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애를 기다렸다. 잠시 후 의료카트를 끌고 지애가 나타났다.

"왔어요?"

"아앗, 여기 있음 어떻게 해?"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도훈을 마주친 지애가 당황한 듯 말했다.

"나 환자 약 주고 와야 하니까 어디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서요?"

"저쪽에라도···."

지애가 TV가 설치된 휴게실을 가리켰다. 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와요."

"으응."

지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카트를 밀고 병실로 들어가자 휴게실로 향하는 척하던 도훈이 그녀를 뒤따랐다. 문 뒤에서 몰래 훔쳐보니 지애가 불 꺼진 병실에서 잠든 환자의 약병을 갈고 있었다.

‘흐흐. 이쪽이 더 스릴 있겠는데?’

도훈은 슬금슬금 다가가 지애를 뒤에서 껴안았다.

"아앗! 뭐, 뭐 하는 거야?"

"왜요? 환자들 다 자는 고만."

야심한 시간이라 4인실의 환자들은 쿨쿨 잠에 빠져 있었다. 도훈은 대담하게 지애의 간호복 위를 주물렀다.

물컹물컹.

커다란 가슴은 다시 만져도 촉감이 좋았다. 푹신한 솜털을 넣은 듯 말랑거리는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약병을 갈던 지애가 오금이 저린 듯 다리를 오므렸다.

"하앗···. 나 일하는 중인 거 안 보여?"

"누난 계속 일해요. 난 나대로 할 테니."

"어휴, 진짜."

지애는 더 목소리를 냈다간 환자들이 깰까 두려워 입을 꾹 다물었다. 도훈은 계속 지애의 젖가슴을 주무르다 간호복 단추를 벌려 맨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이 쑥 들어오자 지애의 젖꼭지가 금세 단단해졌다.

"하앙···."

"쉿. 환자 깨요."

도훈은 백허깅 자세로 젖꼭지를 비틀며 단단해진 대물을 엉덩이골 사이에 찔러 넣었다.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튀어나온 대물이 그녀의 음부를 자극했다.

"하아···.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지애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신성한 일터에서, 그것도 환자들이 자고 있는데 도훈의 손에 농락당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흥분감을 몰고 왔다.

가슴을 주무르던 도훈은 손은 급기야 밑으로 내려와 치마 안쪽 팬티까지 파고들었다. 이미 팬티는 겉이 다 젖어 축축해진 상태였다. 도훈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벌써 엄청 젖었네요?"

"니, 니가 자꾸 만지니까···."

"사람들 앞이라 흥분한 건 아니고?"

"하읏, 하, 하지마. 여기서는···."

그러나 도훈의 손은 팬티를 비집고 끝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을 집게처럼 만들어 꽃잎을 벌리고, 나머지 손가락을 밀어 넣자 자극을 못 견딘 지애가 침상의 난간을 붙들었다.

그 충격에 침상이 흔들리며 자고 있던 환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깰 뻔했다. 다행히 환자는 다시 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하아앙, 지, 진짜로 여기서?"

"못할 건 뭐야? 누나만 조용히 있음 되지."

도훈은 손가락이 아래서 위로 사정없이 들락거렸다.

지애는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꽉 깨물고, 그것도 모자라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흐읍!-"

찌꺽-찌꺽-

도훈의 손바닥은 흘러나온 씹물로 흥건해졌다.

< 247. 좋은x, 나쁜x, 이상한x.-2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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