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61화 (241/2,000)

< 243. 좋은x, 나쁜x, 이상한x.-18- >

"의사요?"

"그래. 아는 의사하나 소개시켜 주려고."

지애는 종찬의 제안이 떨떠름했다.

다소 안면만 있을 뿐, 얘기도 평소 안 나눠본 그에게 소개팅을 받게 될 것이라곤 예상치 못한 것이다.

‘왜 저러지?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안 그러셔도 돼요."

"왜? 의사, 별로야?"

"네. 좀 부담스럽네요."

"에이, 내 앞에선 내숭같은 거 안 떨어도 돼."

"···네?"

"까놓고 의사 싫다는 여자가 어딨어? 똑똑하지, 돈 잘 벌어오지, 결혼하면 평생 사모님 소리 들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지애는 본인도 의사면서 노골적으로 의사 찬양을 해대는 종찬이 역겹게 느껴졌다.

학창시절 너무 공부만 매진한 탓일까?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도 없진 않지만, 힘든 시절을 견딘 보상심리 때문인지 어딘가 하나씩 삐뚤어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낮추어보고 하인 부리듯 하는 태도 때문에 동종 업계 파트너 치곤 유독 의사와 간호사 사이는 나쁜 편에 속했다.

‘···이래서 싫다는 거잖아.’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 좋더라고요."

지애가 인내심을 발휘해 한 번 더 정중히 사양했다.

거듭되는 지애의 거절에 종찬도 슬슬 약이 올랐다.

"···그래 뭐, 싫다는 데 억지로 권해봐야 어쩌겠어."

"좋은 뜻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아냐. 바쁜 텐데 그만 가봐."

"네."

지애가 꾸벅 인사를 마치며 물러나자, 종찬이 신경질적으로 앞에 있던 결재 판을 집어 던졌다.

"썅! 가슴 좀 크다고 오냐오냐 했더니만!"

그러면서 살짝 부풀어 오른 물건을 움켜쥐었다.

"튕기니까 더 따먹고 싶네, 씨발. 확 수술대에 묶어놓고 존나게 돌려 버릴라."

종찬은 지애를 강간하는 상상을 하며 손목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바지 지퍼 사이를 삐져나온 물건이 흉물스럽게 껄떡이고 있었다.

***

"지애야, 무슨 일 있니?"

지애가 우울한 표정으로 병동 데스크로 돌아오자 자리를 지키던 정 간호사가 물었다. 그녀는 종찬에게 호출된 경위를 깨닫고는 지레짐작했다.

"설마 그 변태 새끼가 찝쩍댔니?"

"아, 아뇨."

"근데 안색이 왜 그래?"

방금 전 일도 그렇지만, 지애가 초조한 이유는 도훈 때문이었다. 혹시나 병원에 소문이라도 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신경이 곤두섰다.

"솔직히 말해봐. 그 새끼가 뭐라고 했지? 내 이 자식을 확 그냥!"

"진짜로 아니에요. 그냥 누구 소개팅 시켜준다고···."

"소개팅? 누구?

"의사요. 근데 그냥 거절했어요."

"잘했어. 어쩜 하는 짓이 변함이 없니?"

"네?"

"저 새끼 원래 그런 식으로 들이대거든. 의사랑 소개팅 한번 해 볼 테냐며 은근히 떠본 다음, 조금이라도 관심 보이면 자긴 어떻게 생각하느냐면서···."

"헛, 정말요?"

지애가 화들짝 놀라자 정 간호사가 씁쓸히 웃었다.

"예전에 나한테도 그랬거든."

"그럼 소개팅 해준다는 사람이 설마···."

"그래. 자기 말하는 거야. 또 그러지? 의사 엄청 좋은 직업이라면서. 나중에 사모님 소리 들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네네! 맞아요. 헐, 완전 어이없어."

"저런 인간은 그냥 상종을 말아야 해. 왜 여자들이 자길 싫어하는지 눈곱만큼도 모를 걸? 의사가 무슨 벼슬인 줄 안다니까?"

"그러니까 말이에요."

정 간호사랑 한창 종찬의 호박씨를 까고 나자 기분이 풀어진 지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선배."

"응?"

"혹시 VIP병동에서 콜 온 거 없었죠?"

"VIP병동? 아니? 왜?"

"아, 아니에요."

"흐음. 너 왠지 수상한데? 환자랑 썸타면 클 난다?"

"무슨 소리세요. 제가 환자랑 왜요."

"못 들었어? 경대 병원에서 지난 번 난리 났었잖아."

"경대 병원요?"

"응. 젊은 남자 환자 한명이 장기 입원 중이었는데···."

가십거릴 좋아하는 정 간호사가 어디서 들었는지 신박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 환자가 하필 연예인처럼 잘생겼더라는 거야. 그래서 거기  간호사랑 눈이 맞아가지고는 밤마다 쿵떡쿵떡···."

"어머, 망측해."

"나중에 옆 실에서 시끄럽다고 민원 넣는 바람에 현장에서 딱 걸렸지 뭐니."

"헉! 진짜요?"

"응. 문을 딱 여는데 그 아가씨가 발가벗고는 위에서 방아를 찧고 있었다나 뭐래나?"

"아···."

"결국 걔 짤렸잖아. 들리는 소문에 어디 지방 내려갔다던데···. 암튼 괜히 환자한테 너무 설레고 그러지 마."

"진짜 그런 거 아니래도요."

‘···환자 아니고, 병문안 온 사람이거든요.’

정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지애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불쑥 도훈을 침대에 눕혀놓고 말 타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었던 것이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아까 너무 자극이 쌨나?’

"휴, 그나저나 나도 수술이나 할까?"

"왜요? 어디 아프세요?"

"아니. 가슴 말야. 다음 주 웨딩 촬영 있거든."

정 간호사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대범하게 가슴을 끌어 모았다. 옆구리 살을 양손으로 밀어 최대한 모아 보지만, 원체 빈약한 탓인지 별 티도 안 났다.

"드레스가 많이 파였던데 헐빈 해 보일까봐 걱정이거든. 영혼까지 끌어 모아도 이정도라."

"아이참, 선배도."

"넌 좋겠다. 가슴 커서."

"그런 말 마세요. 언닌 얼굴 예쁘잖아요."

"참나, 너도 예쁘거든? 그리고 남자들 은근 여자 가슴 엄청 따져."

"형부가 뭐라 그래요?"

"아니, 우리 그인 취향이 남다르더라고. 자긴 빈유가 좋데나 뭐래나?"

"어머!"

"암튼 그런 소수 취향은 드물고 대부분은 가슴 큰 여자를 훨씬 좋아하지."

"크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에요. 불편한 점도 많아요."

"또또. 배부른 소리 한다. 너 어디 가서 그런 소리하면 맞아죽어, 이것아."

"아이참, 선배도."

"솔직히 남자들 많이 쳐다보지?

"···네."

"여자인 나도 부러운데 남잔들 오죽하겠니?"

"이게 뭐라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줄 모르겠어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남자 키 180이 여자 C컵이랑 같다고."

"정말 그런 말이 있어요?"

"응. 넌 E컵이니까 대충 190 쯤 되려나?"

"에픈데···."

"헐. 미안, 내가 사이즈를 줄여 버렸네. 그렇게 차고 넘치면 나 한 컵만 때주라."

장난기가 동한 정 간호사가 불쑥 지애의 가슴을 주물렀다.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지애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낼 뻔 했다.

"서, 선배!"

"어머? 너 지금 느끼니? 표정 심상치 않은데?"

"아까부터 왜 자꾸 만져요! 내 가슴이 장난감도 아니고."

정 간호사가 혀를 내밀었다.

"미안. 여자인 나도 이렇게 만지고 싶은데 남자들은 얼마나 주무르고 싶을까? 가끔은 만지게도 해줘라."

"그런 소리 좀 하지 마요. 선배 결혼 앞두더니 완전 야해졌어. 아직 첫날밤도 안 보냈으면서···."

"요새 첫날밤이 첫날밤이니? 맞선으로 만나도 속궁합부터  보는 세상이야. 얘도 참 순진한 건지 내숭 떠는 건지, 쯧쯧."

"정말요?"

"당연하지. 앞으로 평생 볼 사람인데 거기가 얼마나 실한지 확인은 해봐야 할 거 아냐. 막말로 너 요만하면 어쩌려고?"

정 간호사가 새끼손가락을 세워 까딱 거렸다.

"에이, 그렇게 작은 사람이 어딨어요."

"어쭈, 남자 좀 만나 봤나봐? 이제껏 한명 사겨 봤다며?"

"네."

"걔는 이것보다 컸어?"

"노 코맨트 할게요. 헤어진 사람이지만 그래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흐흐. 그래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

"네?"

"요거."

정 간호사가 손바닥에 주먹을 탁탁- 두 번 부딪혔다.

음탕한 손짓에 지애의 얼굴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대관절 간호사를 안했으면 무슨 직업을 골랐을지 심히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걔가 잘했음 니가 떨어져 나갔겠니? 떡정이 얼마나 무서운데."

"아휴, 진짜 선배···."

"솔직히 지애 너보면 안타까워."

"왜요?"

"난 이제 여한도 없거든. 긴 놈, 짧은 놈, 굵은 놈, 얇실한 놈 다 만나봐서."

"아···."

"근데 넌 많이 못 만나봤으니 뭐가 좋은지도 모를 거 아냐?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려면 일단 먹어봐야 되는 거거든."

"뭘 자꾸 먹어요."

"뭐긴 뭐야. 요거지."

정 간호사가 손가락을 바꿔 중지를 빨았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쏘옥 빨아대는 모습을 보자, 지애는 문득 아까 전 관음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도훈의 굵은 대물은 정 간호사의 중지보다 몇 배는 크고 단단했다. 한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아아! 음란마귀 씌었나봐. 나 왜 자꾸 이러지?’

쪽쪽-

"아, 손가락 빠니까 괜히 빨고 싶어지네."

"서, 선배!"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사탕 말한 건데 막대 사탕. 히히."

순진한 지애를 놀리던 정 간호사는 문득 시계를 쳐다보고는 주섬주섬 의료카트를 챙겼다.

"내 정신 좀 봐. 너랑 놀다가 병동 체크하는 걸 깜빡했네. 나 다녀올 테니까 혼자 놀구있어?"

"네."

정 간호사가 카트를 밀고 사라지자 홀로 남게 된 지애는 컴퓨터를 켜 메신저를 확인했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 일이나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무 관련 협조 요청으로 급하게 처리해 할 사안은 없었다.

한참 마우스 휠을 돌리던 지애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휠···.’

마우스 가운데 도톰히 튀어나온 휠은 몰래 화장실에 숨어 만지던 클리토리스를 닮아있었다. 그것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비비자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위를 하던 장면이 연상되면서 또 다시 아까의 낯 뜨거운 상황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도훈의 굵은 대물.

한입에 담지도 못할 그 뜨거운···.

"저기요."

"엄마야!"

상념을 깨고 끼어든 목소리에 지애가 화들짝 놀라며 마우스를 내동댕이쳤다. 휠을 문지르는 장면을 들킨 것이 마치 자위를 발각당한 것처럼 민망했다.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나 봐요."

지애는 바닥으로 떨어진 마우스를 집어 들고는 야밤의 불청객을 확인했다. 그는 도훈이었다.

"다, 당신은."

"화장실 찾아 헤매다가···. 근데 여기 계셨네요?"

‘거, 거짓말. 5층에도 남자 화장실이 빤히 있는데.’

그녀는 도훈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정 간호사가 없어서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있을 때 괜히 엉뚱한 얘길 꺼냈다면 무척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것이다.

"무, 무슨 일이시죠?"

"그냥 아는 사람 보니까 반가워서요. 인사나 드리려고."

‘또 거짓말. 내가 훔쳐본 거 다 알고 있으면서···.’

분명 문틈 사이로 눈을 마주쳤다.

그녀를 향해 씩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도훈의 의도를 짐작할 길이 없는 지애는 답답한 마음에 뻔한 질문을 던졌다.

"문병은 다 끝나신 거예요?"

"네. 간만에 회포나 잔뜩 풀었죠."

‘세상에. 무슨 회포를 그런 식으로···.’

"···그랬군요."

"저희 후배가 간호사님 칭찬 많이 하던데요? 여기 병원에서 제일 친절하신 분이라고."

"근데 정말 후배맞아요? 한지연 씨보다 많이 어려 보이는데."

"학년은 후배에요. 걔가 사정이 있어서 대학을 많이 늦게 왔거든요. 근데···."

도훈이 카운터 위로 몸을 바짝 기울인 체 속삭였다.

"···문병 간 후배가 지연이라고 한적도 없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헙-!"

놀란 지애가 입을 틀어막았다.

도훈은 먹잇감을 포착한 포식자처럼 더욱 노골적으로 물어왔다.

"긴가민가했더니만···. 간호사님 맞았구나."

도훈의 말에 지애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벌어진 문틈 정도론 얼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안에 있던 도훈은 누군지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다. 시치미를 때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방금 전의 말실수로 스스로 실토해 버린 셈이 됐다.

"아, 아 그, 그게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당황한 지애는 눈에 띄게 허둥댔다.

도훈은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후훗-. 당황하는 게 귀여운데? 좀 더 골려볼까?’

지애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커다란 가슴 탓에 다소 둔해 보이는 측면도 있었지만, 워낙 사람이 순진하고 리액션이 큰 편이라 놀리는 맛이 있었다.  정 간호사가 틈만 나면 짓궂게 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디까지 본 거에요?"

"아니 그···."

지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도훈과 이런 얘기를 나누게 된 상황이 몹시 부끄럽고 창피했다.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차피 다 들킨 마당에 뭘 더 숨기겠어요. 맞아요. 지연이랑 했어요. 근데 지연이는 아직 간호사님이 훔쳐본 거 몰라요."

"아···. 두, 두 분은 그럼 연인 사이?"

"아뇨. 그냥 후밴데요."

"어, 어떻게 아무 사이도 아닌데···."

지애는 도훈의 변명을 납득할 수 없었다.

차라리 여자 친구라고 했다면 인간적으로 수긍은 될 것이다. 젊은 혈기에 참지 못하고 일을 벌였다며.

하지만 그냥 후배라니···.

"땡기면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흠흠! 글쎄요. 저로선 이해가···."

"간호사님도 몰래 훔쳐보면서 땡기지 않았어요?"

"아, 아니거든요!"

"이상하다···. 분명 만지는 거 내가 봤는데."

"아앗. 그만해 주세요."

도훈은 이미 이지선다 스킬로 그녀의 관음증을 파악한 상태.

순진해 보이는 가슴 큰 아가씨는 대범하게도 두 사람의 행위를 보며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다.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던 공략에 한 줄기 빛을 본 느낌이었다.

‘흐흐. 생각보다 쉽게 자빠뜨릴 수도 있겠는 걸?’

도훈은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갔다.

< 243. 좋은x, 나쁜x, 이상한x.-1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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