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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45화 (225/2,000)

< 227. 좋은x, 나쁜x, 이상한x.-2- >

"여기 한번만 봐주세요. 사진이랑 설명이 좀 어색한 것 같아서요."

옆에 앉은 서현이 은근슬쩍 어깨를 기대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아까부터 스킨십을 해대는 폼이 당장이라도 줄 것 같은 분위기.

‘잘만 하면 오늘은 손 안대고 코풀겠는데?’

나는 서현의 의도적인 스킨십을 느끼며 모니터를 응시했다.

리포트는 무척 깔끔했다.

사진이 배치된 위치도 안정적이고, 내용 설명이나 문장의 배열 역시 군더더기가 없었다. 본인은 초고로 대충 썼다고 하지만, 분명 오랜 시간 공들인 보고서가 분명했다.

"음,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요? 저는 싹 다 고쳐야 할 줄 알았는데···. 이 부분은 어때요?"

서현이 마우스 휠을 돌려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문득 손끝을 보니 반짝이는 장식이 붙어 있었다. 저런 걸 네일아트라고 하던가?

평소완 다른 모습에 그녀를 쓰윽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외모에 공 들인 느낌인데···.’

늘씬한 각선미를 훤히 드러낸 레깅스 치마.

나이브한 핏의 라운드 티.

그 위로 걸친 물 빠진 청자켓은 새내기라곤 믿기 힘들만큼 세련된 코디다.

빈약한 가슴을 숨기기 위해 화려한 프린트로 시선을 돌리고,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검은 뿔테 안경으로 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뻐 보이려고 작정한 차림새랄까?

‘이쯤 되면 완전히 나 잡아 줍쇼인데···. 역시 잘생긴 게 좋긴 좋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도 알아서 달라붙으니.’

"어때요?"

"음, 여기도 좋아. 다만 보강한다면 그림 밑에 주석을 하나 달아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비로자나불이라는 용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으니까. 교수님에게 제출하는 거지만, 보고서는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막힘없게 서술하는 게 포인트

거든."

"와아, 오빤 역시 똑똑하시네요. 주석 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당연하지.

연구원 생활하면서 훑어본 보고서만 수천편이다.

공학도의 글쓰기가 인문학적 리포트완 그 궤를 달리한다지만, 잘 쓴 보고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나저나 요 내숭쟁이 계집앨 어떻게 자빠뜨린담? 일단 칭찬으로 분위기 좀 띄워볼까?’

"서현이 네가 정리를 잘해 와서 수정할 부분은 거의 없겠네."

"아니에요. 도훈 오빠가 하셨음 더 잘 쓰셨겠죠. 전 그냥 보내준 자료만 정리한 것 밖에 없는 걸요."

"재료가 신선하다고 항상 좋은 요리가 나오는 건 아니지. 내가 볼 땐 굉장히 잘 쓴 리포트야."

"히힛, 정말요?"

"그래.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글도 잘 쓰는 구나, 서현이는."

"아아. 저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민망하게···."

한창 화기애애한 진행되는 중.

갑자기 불청객이 등장했다.

"어어, 너 이도훈 맞지?"

모르는 여자다.

붉은 펄이 들어간 진한 눈 화장. 고양이 상을 닮은 얼굴은 도도하면서도 도발적인 인상이었다.

시스루 블라우스가 안에 입은 검은 색 속옷을 훤히 내비쳤고, 무릎 위까지 올라온 A라인 스커트는 허벅지 속살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서현과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분위기.

서현이 깜찍 발랄한 새내기 느낌을 물씬 풍긴다면, 눈앞의 여자는 세련된 커리어 우먼의 전형적인 차림새였다.

헌데 내가 이도훈인지는 어떻게 안 걸까?

"누구···."

대답은 로시가 더 빨랐다.

[주, 주인님! 그 여잡니다!]

‘그러니까 누구?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원주인이랑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알고 지낸 정도가 아니라 사귄 여자요!]

‘어엇! 설마!’

원주인 이도훈이 사귄 여자는, 같은 과 선배였다는 송지희가 유일했다. 지금은 부설고에 재직중이라는.

하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뭐야? 오랜만에 봤다고 전 여친도 몰라보는 거야? 이거 좀 실망인데?"

지희의 거침없는 멘트에 당황한 건 박서현이었다. 그녀는 지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어색한 기류를 느꼈는지 슬쩍 물러섰다.

"아, 송지희."

"이제 기억났어? 아무리 그래도 같은 과 선밴데 반말은 좀 그렇네. 이제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옆엔 여자친구?"

지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현을 훑었다.

살짝 불편함이 느껴질 만큼 노골적인 태도였다.

"아, 아뇨. 그냥 과 후밴데요."

"아, 후배? 반가워. 난 도훈이 선배야. 그러니까 네 선배기도 하겠다."

"아, 안녕하세요."

서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데, 지희가 두 손을 허리에 얹더니 콧방귀를 꼈다.

"하-! 민주 말이 맞네? 요새 체육과 후배들 군기 다 빠졌다더니 하늘같은 선배를 보고도 앉아서 까딱 고개나 숙이고 말이야. 참 세상 좋다, 그지?"

"죄송합니다. 선배님."

서현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인사했다.

지희는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는 나에게 말했다.

"이도훈. 후배 교육 똑바로 시켜. 하긴 너부터 졸업한 선배를 보고도 쌩 까는 마당에 무슨 교육이 되겠냐만···. 쯧쯧."

느닷없이 찾아와 안하무인 행패를 부리는 모습에 순간 열이 받쳤다.

‘하늘같은 선배 좋아하네? 원주인 이도훈을 토끼라고 소문내서 학교에 얼굴도 못 들게 만든 년이.’

"지희 선배.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죠?"

"흐응. 됐거든. 나도 커피숍 왔다가 우연히 너 보고 반가워서 아는 체 한 거야. 근데···."

지희가 슬쩍 서현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후배랑 오붓하게 데이트 중인 것 같으니 더는 훼방 못 하겠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네."

‘이익! 저 쌍년을 확 그냥!’

지희는 휑하고 돌아서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한마디 덧붙였다.

"참, 도훈이 너 여전히 그래?"

"뭐가요?"

"여전히 토끼냐고."

"······."

"호호. 농담이야 농담. 발끈하기는. 그럼 파이팅."

지희는 테익 아웃된 커피를 들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를 뒤쫓아가 좆 방망이로 후려 패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서현을 의식해 차마 그럴 순 없었다.

느닷없이 봉변을 당한 서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누구세요, 저 언니?"

"으응, 우리 과 선배야. 지금은 부설고에 근무하는."

"아···. 선생님이시구나."

"나도 제대하고는 처음이라 잘 몰라봤어."

"오빠랑 많이 친해보이던 데요?"

"그냥··· 뭐. 예전에 잠깐 만난 사이라서."

"아, 네···."

서현은 조금 흥이 식은 표정.

그도 그럴 것이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지희의 등장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되어 버렸다. 특히 전여친임을 강조하는 지희의 멘트에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오, 저 쌍년은 듣던 대로네. 도대체 이도훈은 저딴 애를 왜 좋아한 거야?’

[그래도 예쁘지 않습니까? 얼굴만 봐선 혹 할 수도 있죠. 당신엔 어린 나이였으니까.]

‘제길. 그나저나 저년 때문에 서현이도 영 기분 상한 표정인데···.’

[오늘 공략은 너무 무리 않는 게 좋겠습니다. 서현양의 입장에선 느닷없이 오해를 산 상황이니까요.]

‘어쩔 수 없지. 좀 있다 강민주에게 연락 해봐야겠어.’

***

"그럼 나머진 집에 가서 마무리 할게요. 오빠도 피곤할 텐데  쉬세요."

"그래. 서현아. 내일 보자."

"넵."

쉽게 풀려가던 서현과의 데이트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도훈은 서현을 배웅한 즉시 곧바로 강민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전화한 강민주는 통화중이었다.

‘얘는 하필 이럴 때 연락이 안 돼?’

실은 민주에게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송지희였다.

"야야, 나 오늘 누구 만났는지 알아?"

-계집애는 휴일에 갑자기 전화해서는 다짜고짜···.

"놀라지마. 이도훈.

-···누구?

"왜 있잖아. 우리 후배, 그 멀대 같이 키만 큰 토끼새끼."

-······.

"여보세요? 왜 말이 안들리지? 수신이 잘 안되나?"

-···도훈이를 만났다고? 어디서?

"아, 이제 되네. 어제 나이트에서 만난 애랑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커피숍 들렀거든. 근데 거기 도훈이가 있더라고. 후배랑."

-후배? 여자?

"응. 토끼 주제에 여자한테 작업 중 인거 있지? 크크. 근데 너 왜 나한테 말 안했니? 도훈이 복학했다는 거?"

-어떻게 그걸 일일이 다 말하니? 니가 사귀다 버린 애가 한 둘도 아니고.

"그런가? 암튼 몸은 더 좋아졌더라. 스타일도 괜찮고. 군대 갔다 와서 좀 바뀐 게 있으려나?"

-갑자기 웬 관심? 한 번 잔 애랑은 두 번은 안 보던 애가?

"그냥. 어린 여자애랑 붙어 있는 거 보니까 괜히 뺏고 싶더라고. 글구 걔가 밤일은 시원찮아도 거긴 엄청 컸거든. 어제 원나잇 한 애도 그렇고, 요새 대물 본 지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해.

-하여간 기집애, 못 된 심보 여전하네.

"그러지 말고 언제 한 번 자리 좀 놔줘. 너 조교니까 니가 부르면 올 거 아니야."

-됐어. 괜히 잘 사는 애 건드리지 말고 있는 남자 관리나 잘 하셔.

"야. 우리 사이에 진짜 이럴래? 너 지난달에 클럽에서 만난 남자애 뺏어갔다고 아직도 삐진 거야? 야, 진짜 걔 최악이었어. 좆도 작은 새끼가 계속 빨아달라고만···."

-그 얘길 여기서 왜 꺼내니? 그리고 그냥 걔가 너 고른 건데 내가 삐지긴 왜 삐져?

"그럼 왜 그러는데?"

-아 몰라. 지금 자다 깨서 피곤해. 다음 주 학회준비 때문에 교수님이 부탁한 거 정리하다 어제 날 샜단 말이야. 다음에 얘기해.

"치. 그러게 그냥 임용이라 치라니까 무슨 교수를 해보겠다고···."

-나 끊는다.

뚜우-뚜우-

"뭐야? 이 계집애 진짜로 끊네?"

지희는 연결이 끊긴 전화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한 편 부재중 전화가 남겨진 민주는 곧바로 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님 전화하셨어요?"

-혼자야?"

"네. 집에 혼자 있어요."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먼저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누구? 지희?

"네. 오늘 만나셨다면서요?"

-말도 마. 다짜고짜 시비 터는데 확···. 참, 지희가 너한테 왜 전화했어?

"···별일 아니에요."

민주가 이제껏 지희에게 도훈의 존재를 감춘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전에 연인 사이던 그들이 다시 만날 경우 자신이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도훈은 민주의 목소리에서 머뭇거림을 포착했다.

-별일 아니긴. 똑바로 말 못 해? 지희는 내가 복학한 것도 모르는 것 같던데? 지희한테 내 얘기 한 번도 안했어?

"네."

-둘이 친하다며? 내가 저번에 한 번 같이 만나자고도 했잖아.

"바빠서 최근에 볼 기회가 없었어요."

-설마 일부러 나 숨기는 거 아니지?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강민주.

"네?"

-난 내말 허투루 듣는 사람 제일 싫어한다.

"죄송해요, 주인님."

-다음에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 잡아. 오늘 걔 때문에 완전 기분 나빴거든. 아주 혼쭐을 내줘야겠어.

"아, 알겠어요. 그런데 저도 같이 혼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주인님에게 혼나고 싶은데···"

도훈은 순간 수화기를 손에서 때고 뜨악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맞다. 얘 변태였지?’

집으로 돌아가던 도훈은 지하철의 승객들을 의식하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왜? 오래 만에 내 목소리 들으니까 봊이가 벌렁벌렁해?

"아···아···. 주, 주인님."

-확 구멍에 야구 빠따를 꽂아 버릴라.

"하, 하앙. 주, 인님 그러면 민주 봊이 찢어져 버릴 거예요."

-오늘은 내가 피곤해서 좀 그렇고. 내일 노팬티로 출근해. 그럼 귀여워 해 줄테니.

"노, 노팬티요?"

-그래. 치마는 최대한 짧은 걸로.

"하, 하앙. 그러면 민주 봊이 다 보여 버릴 텐데···."

-아무나 보여주면 곤란하지. 넌 나한테만 벌려.

"네, 전 주인님의 육변기니까요. 하아, 주인님이랑 통화하니까 벌써 아래가 흠뻑 젖어버렸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막···."

-걸레 같은 년.

"하앙, 계속 욕해 주세요. 음탕한 민주를 엄하게 꾸짖어 주세요."

-아무데나 벌리는 창녀 같은 년.

"흐아앙, 주, 주인님."

-하여간 조만간 지희랑 약속 잡아. 내 말 잘 들으면 실컷 욕해 줄게.

"네, 주인님. 저···."

뚜우-뚜우-

민주는 갑자기 끊긴 핸드폰을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겐 언제나 도훈은 쉽지 않은 남자였다.

"하아···. 그래도 내일은 주인님이 민주를 사랑해 주실 거야."

민주는 들뜬 표정으로 내일 입고 갈 짧은 치마를 뒤지기 시작했다.

***

[창녀 같은 년이라니요. 조교선생님한테 좀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낸들 하고 싶어서 했냐. 욕해달라니까 마지못해 해주는 거지.’

[그게 아니던데요. 조금은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높아진 S 도달도가 주인님의 성 취향마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군요.]

‘걱정 마. 내 취향은 언제나 한결 같으니까.’

[거유, 합법로리, 밀프, SM, 기둥자매, 모녀덮밥까지··· 대관절 취향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하군요. 잡식도 이 정도면 역대급 입니다만?]

‘스펙트럼이 넓다는 건 좋은 거지. 업적 달성에 도움이 되니까. 그나저나 송지희 고년 때문에 서현이 못 먹은 게 아직도 분이 안 풀리네? 어떻게 참교육 시켜줄 방법이 없을까?’

[위업과 연동해서 말입니까?]

‘그래. 기왕 복수 할 거면 위업도 같이 해결하는 편이 낫겠지. 송지희 공략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위업 띄워봐.’

[관련 위업을 검색해 놓았습니다.]

로시가 3가지 위업을 제시했다.

나는 그중에 아주 맘에 드는 것을 골랐다.

‘크크. 진정한 참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디스플레이엔 다음의 위업이 띄워져 있었다.

★달성 가능 위업 리스트 (현재까지 10/108)

32. 후장의 마술사(애널섹스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의 후장을 최초로 개통 시에 달성)

-당신이 뚫지 못하는 구멍은 없습니다.

-업적 보상 : 만능 윤활제(아무리 빡빡한 구멍도 한 방에 ok!, 10회 분.)

‘나의 동정을 뺏어간 댓가는, 후장으로 받아주마.’

오랜만에 의지를 다졌다.

< 227. 좋은x, 나쁜x, 이상한x.-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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