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 깊은 밤, 달은 지고-13- >
"흐으으!"
료코의 그곳에선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왔다. 금세 렌트카의 가죽시트가 축축해 졌다.
‘천만 다행이군. 직물 시트였으면 빼박 청소비 물어 줘야 했을 텐데···.’
"료코."
"네, 네?"
"너무 좁은 것 같아?"
"조, 조금은?"
"뒤로 옮길래?"
6인승 밴이다 보니 뒷좌석이 훨씬 널찍한 편이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포함해 사람이 눕기 충분했다. 이미 몸이 단 료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료코는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넘어갔다. 나는 몸이 낄 것을 우려해 차 뒤로 돌아가 트렁크 문으로 진입했다. 의자를 정리해 공간을 확보한 뒤 료코에게 말했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가슴 만지다가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렸어."
"다이죠부. 와타시도 도훈 사마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 료코?"
"네."
"료코가 원하던 한국 남자라서?"
"젯타이 나이!(절대 아냐)한국 남자라서가 아니라 도훈 사마라서 좋은 거야."
하긴, 한국 남자가 나만 있는 건 아니지.
태영이만 해도 료코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드러냈다. 그녀 정도의 몸매면 들이대는 남자도 여럿 있었을 것.
하지만 료코는 나를 선택했다.
"나도 료코 마음에 들어."
거짓말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다.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이, 풍만한 가슴이, 젖어있는 그곳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도훈 사마···."
료코가 감격에 찬 눈으로 나에게 안겼다.
이제부턴 대사가 필요 없는 행위예술이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고, 인종의 구분은 의미를 잃는다.
오로지 타고난 본능.
태곳적부터 인류에게 내려온 숭고한 사명.
그것에 몸을 맡길 뿐이다.
료코의 남은 옷을 모두 벗기고, 나 역시 알몸이 되었다.
료코가 나의 몸을 보며 감탄을 연발한다.
"도훈 사마의 몸은 정말 조각같군요."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어?"
료코가 대답 없을 미룬 체 나의 몸을 어루만진다.
단단한 대 흉근을 스쳐, 완벽한 대칭을 이르는 복근을 지나, 발딱 선 대물에 멈춰 선다.
"야빠리(역시), 친뽀가···."
"만져줄래?"
"하이."
등을 기댄 체 다리를 벌려 앉자, 료코가 두 손으로 나의 대물을 감싸 쥔다. 밑기둥부터 차곡히 쌓아올려도 남은 귀두가 손밖으로 튀어나온다.
"스바라시!"
두손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크기에 료코는 경이롭다는 표정이다. 어때? 한국산 대물이?
료코가 대물을 어루만지며 대딸을 시작했다.
기둥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모습에선 어린 아이와 같은 장난기가 엿보인다. 자신에게 없어서 그럴까? 로코는 한참을 매만지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귀두를 입에 물었다. 그녀의 입안으로 대물이 모습을 감춘다.
쏘옥-
"크흠!"
대물 전체에 침을 발라가며 애무 하는 모양새를 봐선 결코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성진국이라 경험도 빠른 걸까?
사타구니 사이에 머릴 처박은 채 엉덩이를 치켜든 료코의 자세는 몹시 섹시했다. 맛있게 대물을 핥아 빠는 적극성 또한 욕구를 자극해왔다. 남자에게 사랑받는 법은 아는 아이다.
‘으으, 벌써 꽂고 싶네.’
"료코. 바닥에 바로 누워 볼래?"
나는 료코를 눕힌 뒤 허벅지를 벌렸다.
그녀의 꽃잎은 잔뜩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소중한 곳을 처음 내보이는 게 부끄러웠는지, 료코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손끝을 깨물었다.
"이제 넣을 게."
끄덕.
나는 단숨에 료코의 몸속으로 침투했다.
푸욱-
쇳덩이 같은 대물을 꽂아 넣자, 료코가 눈을 부릅떴다.
"오, 오니짱 이따이요!"
‘이따이? 아프다는 거겠지?’
"조금만 참아 봐."
일본산 소추만 경험했을 그녀의 배경을 짐작하며, 최대한 느린 왕복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박는 것은 야동의 폐해. 기계에도 예열이 필요한 것처럼, 처음엔 몸을 달구고 길을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아, 아아, 아···."
고통에 찡그리던 료코의 얼굴이 점점 편안해 진다. 이내 대물에 적응한 료코는, 열락에 찬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성의 질이란 놀라운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 어지간한 크기는 받아낼 수 있다.
"하앙, 하앙, 하아···기모찌."
"기분 좋니, 료코?"
"하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도훈 사마의 친뽀가"
친뽀? 잦이란 뜻이던가?
어디선가 들었던 일본어가 떠올라 적절히 맞장구를 쳤다.
"료코의 망꼬도 훌륭해. 스고이!"
"아, 아!"
속도를 끌어올리자 료코의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가슴의 반동이 시각적인 흥분을 일으키며, 대물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흥분한 나는 두 팔을 뻗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흐응! 흐응!···."
‘좀 더 압박을 올려볼까?’
두 다리를 한 대 모아 수직으로 세운다. 그녀의 발바닥이 천장에 닿는다. 비좁아진 입구를 향해 다시 한 번 세차게 박음질을 개시한다.
뿍찍-뿍찍-
"하아앙! 기, 기모찌이이."
한참 격렬히 료코를 박아대다 체위를 전환했다.
이번엔 두 다리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몸을 弓자로 만들어 본다. 한 팔은 쭉 뻗어 가슴을 움켜쥐고, 나머지 한 쪽 팔로는 가지런히 모인 종아리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또 다시, 팟팟팟!
정상위로는 느낄 수 없는 측면 주름을 자극하자 료코가 자지러지는 신음을 쏟아냈다.
"하아아앙! 도, 도훈 사마!"
"좋아?"
"이,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어, 엄청나."
"놀라긴 일러.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거든."
사실 여자 몸만 옆으로 돌리는 것은 정상위의 변형에 불과하다. 진정한 옆치기는 남녀가 나란히 옆으로 눕는 것.
몸을 쓰러뜨려 백허깅 하듯 그녀를 껴안으며 스푼자세로 돌입했다. 숟가락 두 개가 포개진 형상인 이 자세는 자칫 물건이 빠지기 쉬워 초보에겐 난이도가 높은 동작이다. 물론 나 같은 대물에겐 아무 문제없다.
료코의 한쪽 발이 천장까지 닿도록 활짝 벌렸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자세에 료코가 부끄러움에 몸을 웅크린다. 준비 동작을 마친 내가 피스톤 운동을 전개하자 료코가 전신을 들썩였다.
"하앗, 하아아앗!"
오로지 허리 반동만을 이용한 삽입.
골반을 꿈틀대며 전혀 느껴보지 못한 지점을 향해 구석구석 찔러준다.
"흐아앙, 하앙 모또, 모또(좀더)!"
"알았어. 실컷 해줄게."
느끼기 시작한 그녀는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일본어를 마음껏 쏟아냈다. 흐흐. 태영이 자식이 이걸 봤어야 하는데···. 봤냐? 진정한 고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거란다.
색다른 자세긴 했지만, 아무래도 옆치기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나는 한 팔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킨 뒤 그녀의 허리를 잡아 후배위로 전환시켰다.
정상위에서 옆치기, 다시 후배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까지 단 한 번도 물건을 빼지 않았다. 체위를 바꾼답시고 자꾸 물건을 빼버리면 그만큼 흥이 식기 때문이다. 소위 콤비네이션이라 불리는 연속기다.
[캬! 주인님 스킬이 나날이 발전하는 군요.]
‘그런 말 못 들었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거라고. 이것도 몸으로 익히는 거니 많이 하는 놈이 잘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말입니다···.]
‘뭐야? 너 누구 따라하는 거냐?’
[예전에 이렇게 잘하진 못하셨을 텐데, 몸 하나 바뀌었다고 이런 괄목상대가 가능한 것입니까? 하드웨어가 최신이어도 소프트웨어는 그대론데···]
‘훗, 로시. 네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네?]
‘내가 정말로 바뀐 건 몸이 아니라 바로 마음가짐이야.’
[마음 가짐요?]
‘그래. 다시 태어나면 두 번 다신 병신같이 살지 않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이게 몸이 바뀐 것 보다 중요한거지.’
[아아···. 주인님의 의지를 제가 간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말 걸지 마라. 스시녀에 태극기 꽂느라 공사가 다망하니까.’
[옙, 파이팅입니다!]
후배위를 취하며 그녀를 창문 쪽으로 바짝 밀어 붙인다. 료코의 상반신이 차창에 바짝 붙어, 밖에서 본다면 거대한 가슴이 납작하게 눌려 있을 것이다.
퍽퍽퍽!
후배위의 좋은 점은 상대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섹스 시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시달리는, 후배위처럼 표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심적으로 훨씬 편안해 지기 마련이다.
또한 그 어떤 자세보다 깊은 삽입이 가능한 자세이기도 하다.
퍽버벅 퍽-!
"하아, 하아, 도, 도훈사마!"
차장으로 밀쳐진 료코는 온 몸으로 충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깊숙이 찌를 때마다 차체가 들썩인다.
‘이게 카섹의 묘미지.’
흔들리는 차체는 안정된 균형감각을 자극한다.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짜릿함과, 누군가 밖에서 볼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흥분을 고조시킨다.
퍽-퍽퍽-퍽!
좀 더 속도를 올렸다. 단단한 하체가 안정되게 밑을 바치고 유연한 허리 놀림으로 그녀의 뒤를 사정없이 폭격한다. 지금 이 순간, 그녀와 나는 온전히 합체한다.
"흐앙, 흐앙, 아아앙."
흥분한 료코는 이제 거리낌 없이 신음을 쏟아냈다.
누가 듣던지 말던지 아무 상관없다는 투다.
그야말로 완벽한 몰입.
절정의 때가 임박해온다.
"모오 이야.(이제, 그만)"
쾌락에 몸부림치던 료코가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그만두라고 그만 둘 내가 아니다. 나는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한계치까지 속도를 끌어 올렸다.
차체의 흔들림은 더욱 거세진다.
파바바바바박! 파바박!
"이꾸, 이꾸, 이꾸요오옷!(간다, 간다, 가버려엇!)"
찍찍-!
털썩-.
료코가 혼절하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 역시 흠뻑 땀에 절어 나자빠졌다.
역시, 스시녀는 명불허전이다.
***
"선배가 왜 이렇게 안 오지?"
"그러게. 이러다 저녁 시간 못 마추겠는데···."
주찬은 불안해하는 정음을 더욱 부추겼다.
"혹시 료코랑 데이트라도 하는 거 아냐?"
"예?"
"왜, 료코 귀엽잖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
주찬의 말은 그렇잖아도 불안한 정음의 심경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의심이 꼬리를 물며, 불길한 장면만 떠오른다.
‘설마 오빠가?’
정음이 처음 도훈과 관계를 맺었던 곳은 조교 강민주의 승용차였다. 때문에 둘이 차를 타고 나간다고 했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와중에 시작된 주찬의 이간질은 예민한 정음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그러나 주찬의 말에 발끈한 사람은 의외로 태영이었다.
"형! 뭔 뜬금없는 소리에요. 료코가 왜 도훈이 형이랑 데이트를 해요?"
"어?"
료코에게 마음이 있던 태영은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흥분했다.
"형이 걔 알아요? 료코 그런 애 아니거든요?"
"아,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리고 도훈이 형도 그런 목적으로 답사 온 거 아니고요. 사람들이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뭐라고?"
마지막 말은 확실히 사족이었다.
태영은 평소 흥분하면 앞뒤 재지 않고 덤벼대는 버릇이 있었는데, 주찬이 료코의 이름을 들먹이자 자기도 모르게 주찬을 비난하고 말았다. 정음 앞에서 자존심을 구겼다고 생각한 주찬이 언성을 높였다.
"너 이 새끼 말 함부로 한다?"
"새끼요? 제가 왜 형 새낀데요?"
"하-, 나이도 어린놈의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왜 갑자기 싸우고들 그래요. 그만해요."
"정음이 너도 봤잖아. 태영이 이 자식 나한테 시비 터는 거."
"형이 먼저 뒷담화 깠잖아요. 도훈 선배랑 료코한테. 사람 없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야, 내가 뭐 못 할 말 했냐? 그냥 그럴 지도 모른다는···."
"아, 쫌!"
쾅-!
참다못한 정음이 마침내 폭발했다.
정권을 내질러 벽면을 후려친 것이었다.
과격한 행동에 한참 흥분하던 두 남자 모두 기가 죽었다.
"둘 다 그만 좀 하라고요. 여기 싸우러 왔어요?"
정음의 태권도 실력을 익히 아는 태영이 대번에 꼬릴 내렸다.
"미, 미안. 난 싸우려는 게 아니고···. 주찬이형 죄송해요. 제가 버릇없이 굴었어요."
"아, 아냐. 나도 심했다. 미안."
정음은 흥분한 게 민망했는지 두 사람이 화해하자 밖으로 나가버렸다. 주찬이 뻥진 표정으로 정음을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야, 근데 정음이 쟤 원래 저런 성격이었냐?"
"네. 모르셨어요? 쟤 선출이잖아요. 태권도. 한 성깔 해요."
"헐, 진짜? 엄청 순한 앤 줄 알았는데?"
"요샌 좀 죽이고 사는 편이에요. 도훈이형 앞에선 고분고분 하더라고요. 쟤가 또 선배들 앞에선 깍듯한 편이라서."
"아···."
주찬은 주먹 자국이 남은 황토벽을 보며 치를 떨었다.
‘와, 저런 얜 줄은 꿈에도 몰랐네. 차라리 료코나 꼬실 걸. 에잇.’
정음을 어떻게 해보려던 마음이 뚝 떨어진 주찬이었다.
***
도훈과 료코는 저녁 시간이 다 돼서야 도착했다.
두 손엔 간식과 음료수가 든 봉투가 한 가득이었다.
"형,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읍내로 가는 길이 좀 멀더라고. 간 김에 간식이랑 이것저것 사왔어."
"야, 무슨 돈을 이렇게 썼어?"
"이건 내가 쏘는 거야. 예산에 안 잡아도 돼."
"이렇게 먼 줄 알았음···. 괜히 말 꺼냈네요. 죄송해요, 형."
"아냐. 근데 정음이가 안보인다?"
"아까 혼자 방에 갔어요."
"그래?"
도훈은 짐을 내려놓고 정음으로 방으로 갔다.
"정음이, 자니?"
"아니요."
"혼자 뭐해?"
"···그냥 있어요."
"들어가도 돼?"
"아뇨. 제가 나갈게요."
정음이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 그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눈치 챈 도훈이 정음에게 말했다.
"정음이 너 화났니?"
"아닌데요?"
"료코랑 단 둘이 외출해서 그래?"
"······."
"나도 너랑 가고 싶었어. 근데 자꾸 둘이 돌아다녔다간 태영이가 의심할까봐 그랬어."
"···네."
"정음이 질투하니까 귀엽다?"
"질투 아니거든요?"
"질투는 오히려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냐?"
"왜요?"
"주찬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같던데? 계속 챙겨주고."
"으으! 전 그 오빠 관심 하나도 필요 없거든요? 전···."
‘오빠만 있으면 돼요.’
정음이 뒷말을 삼키는데, 마침 둘 앞으로 한 여자가 다가왔다.
"말씀 중 죄송합니다, 저녁 공양 시간입니다."
희원보살 이었다.
< 215. 깊은 밤, 달은 지고-13-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