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 깊은 밤, 달을 지고-10- >
***
"한 번 드셔보세요. 갓 찧은 떡이에요."
"뭘 이런 걸 다···."
"아리가또!"
"감사합니다, 보살님."
김보살이 주찬 일행에게 떡을 주고 물러서는데, 태영이 음험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매를 훑었다. 그의 시선은 살랑살랑 흔들리는 엉덩이에 꽂혀 있었다.
‘와, 저 보살님 색기 쩐다, 진짜.’
태영은 희원의 몸매가 범상치 않음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투박한 누빔 옷으로 숨기고 있지만, 야동 수천 편을 섭렵했던 프로 딸잡이 매서운 눈을 빗겨갈 순 없었다.
‘저 아줌마랑 밀프물 찍으면 대꼴일 듯.’
태영이 김보살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정음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도훈 선배도 이리로 부를까요? 혼자 심심하실 텐데."
유난히 도훈을 챙기는 정음의 태도에 주찬이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됐어. 혼자 있겠다는데 굳이."
"그래 정음아, 괜히 쉬고 있는 사람 부를 필요 있을까?"
태영도 맞장구 쳤다.
눈치 빠른 그는 도훈이 나타났을 때 유독 료코의 눈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생각할 때 도훈은 친하게 지내긴 좋은 형이었지만, 연적으로 두기엔 너무도 막강한 상대였다.
‘도훈이 형 없을 때 얼른 작업 쳐야겠어. 주찬이 형도 정음이한테 관심 있는 것 같으니까. 서로 윈윈 하는 거지.’
모처럼 의기투합한 둘이 반대했지만 정음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도요. 가서 물어라도 볼게요."
정음은 기어코 도훈이 쉬는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두 사람도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
‘쳇. 도훈이 그 자식만 없으면 딱 좋겠는데. 지금 2대2로 아다리 딱 맞고만.’
주찬은 도훈의 존재가 눈엣가시였다.
대충 돌아가는 꼴을 보니 태영은 일본인 교환학생 료코에게 작업을 거는 중. 도훈만 없다면 정음은 자신의 차지가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저녁에 타이밍 봐서 도훈이를 차타고 멀리 보내야겠어.’
주찬이 음흉한 표정으로 음모를 꾸미는데, 한참 료코와 떠들 던 태영이 시계를 보고 말했다.
"정음이가 좀 늦네요. 도훈이 형 방 얼마 안 멀 텐데."
태영이 넌지시 눈치를 주었다. 얼른 주찬보고 가보라는 의미. 그를 밀어준다기보다 료코와 단 둘이 있으려는 속셈이었다. 태영의 속뜻을 알아챈 주찬이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한 번 가볼게. 어디서 헤매고 있나본데."
주찬이 도훈의 방으로 향했다.
***
"오, 오빠 이러다 누가 오기라도 하면···."
정음은 불안했다.
당장 멀지 않은 곳에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자신이 도훈의 방으로 온지도 거의 10여분. 만에 하나 누군가 이쪽으로 오기라도 한다면 뒷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설사 연인사일지라도 민망한 지경인데, 하물며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곳엔 같은 과 동기인 태영이도 있다. 다른 과 사람들이야 한 학기 보고 안보면 그만이라지만, 태영은 앞으로 4년간 함께 해야 할 동기였다. 들킨다면 쪽
팔려 얼굴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럼 망이라도 보고 있을래?"
뒤치기를 이어가던 도훈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 문에 구멍을 냈다. 정음은 문 옆의 벽을 붙잡은 상태로 고개를 내밀어 구멍에 눈을 바짝 댔다. 그러나 도훈이 자꾸 박아대는 통에 전심이 흔들렸다.
"오, 오빠 계속 그러니까 잘 안 보여요."
"미안, 나도 얼른 싸려고···."
내색은 않고 있지만 긴장되기는 도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혜민, 혜공 형제를 경계하고 있었다. 괴이한 무공을 쓰는 두 노승이 남보다 유난히 귀가 밝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두 노승에겐 100m 밖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천이통’ 능력은 없었다.
오히려 위험은 전혀 예상 못한 사람에게서 왔다.
"오, 오빠! 주, 주찬 선배에요!"
"뭐?"
"앞에 주찬 선배가!"
정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창호지 너머 문 밖에선 주찬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도훈의 방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 최단거리를 가로 질러 왔다.
"으, 으읏! 지금 어디쯤인데?"
"삼십 미터 밖?"
"알았어. 최대한 빨리 해볼게."
퍽퍽퍽-
도훈이 사력을 다해 대물을 꽂아 넣었지만 긴장으로 인해 쉽게 사정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 도로 빼기도 난간한 상황이었다. 잔뜩 커져있는 대물은 바지를 입는다고 가려질리 만무.
주찬이 꼴린 대물을 본다면 의심을 피할 길이 없었다.
‘이, 이십 미터!’
정음은 이대로 가다간 주찬에게 들키고 말겠다는 판단에 도훈의 물건을 바짝 쪼였다. 그렇잖아도 강력한 조임이 더욱 거세지며 도훈의 대물을 압박해 왔다.
‘흐억! 이, 이건 대체!’
도훈은 흡사 강철 프레스로 물건을 쥐어짜내는 기분이 들었다. 정음의 질 근육이 발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힘을 가하자 대물을 잘라 버릴 것 같은 엄청난 압력이 밀려들어 왔다.
‘대, 대단하다. 설마 평소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정음이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거지?’
정음의 조이기에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정을 지연하던 평소 습관이 나와 버린 것이다.
"으읏."
‘시, 십 미터 밖! 더는 안 돼!’
정음이 마침내 풀 파워를 선보였다.
산 낙지처럼 꿈틀거리는 그녀의 질 안으로 태풍이 휘몰아쳤다. 동시에 스스로 엉덩이를 뒤로 밀어내며 피스톤 운동의 속도를 배가했다.
푹푹푹-
도훈은 거대한 촉수가 대물을 비틀어 짜는 충격을 받았다. ‘뒤치기의 제왕’ 페시브로 경직도가 10% 가까이 상승한 상황이었지만, 더 버티긴 역부족이었다. 긴박한 상황이 정음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전례 없는 조임을 선보였던 것이다.
‘크흑, 틀렸어. 이건 못 버텨.’
"미, 미안. 안에 싼다."
찍찍-
도훈이 사정하는 그 순간, 주찬은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그는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정음의 신발을 발견하고는 뭔가 쎄한 느낌에 문고리를 붙잡았다. 여닫이문 반대편에선 발가벗은 정음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안 돼!’
도훈의 사정을 유도해냈지만 너무 늦었다. 이대로라면 문 앞에 붙어 홀딱 벗은 모습을 주찬이 보고 말 것이다.
쾅-!
늦었다고 판단한 정음은 그대로 문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문짝이 강하게 밖으로 열리며 다가오던 주찬의 안면을 그대로 후려 갈겼다.
빡-!
느닷없이 열리는 문짝에 얼굴을 걷어차인 주찬이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별 안간 별이 반짝하며 눈앞이 새까매졌다.
"아이코!"
주찬이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사이 재빨리 바지를 껴입은 도훈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정확히 주찬의 시야를 가리면서, 정음이 옷 입을 시간을 벌었다.
"어라? 야, 너 괜찮냐?"
"으윽, 뭐야! 으헉, 코, 코피!"
정통으로 문짝에 얻어맞은 주찬의 코에선 쌍코피가 주룩 쏟아졌다. 피를 본 주찬이 깜짝 놀란 체 콧대를 부여잡았다. 그러나 이미 인중을 타고 흘러내린 핏물이 입안을 뜨뜻하게 적혔다. 비릿한 피 맛에 대관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판달할 겨를이 없었
다.
잠시 후 잽싸게 옷을 입은 정음도 뛰쳐 나왔다.
"어머! 주찬 선배, 괜찮으세요? 이마에 줄이···."
정음의 말대로 주찬의 이마 정중앙엔 정확히 새빨간 줄이 나 있었다. 문 모서리에 제대로 찍힌 자국.
정음은 자신이 걷어찬 바람에 그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실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던 그에게 한 방 먹인 것이 조금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미안해. 문이 뻑뻑해서 잘 안 열리길레 발로 찼는데, 하필 니가 거기 있었나 보네."
"아흑 진짜···. 조심 좀 하지."
"근데 왜 문밖에 있던 거야?"
주찬이 콧대를 한손으로 누른 체 대답했다.
"아니, 난 너 데리러간 정음이가 안 와서 찾으러 왔지."
"아···. 정음이랑 방에서 과제 얘기 좀 하고 있었어. 내일 보고서 쓸 것 좀 의논하느라. 아이고, 근데 너 많이 아프겠다. 이마에 혹 난 건 아냐, 이거?"
도훈이 일부러 이마 한 가운데 불룩 튀어나온 혹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아악!"
"미안, 많이 아프냐?"
"아프지 인마 그럼! 이마가 탱탱 부었구만!"
"이거 안 되겠는데. 정음이 넌 얼른 가서 절에 구급함 같은 것 좀 있나 물어보고 와."
"네, 선배."
정음이 잽싸게 뛰어가는 동안 도훈은 주찬을 일으켜 세워 엉덩이를 손으로 털어 주었다.
"진짜로 미안. 인기척이라도 내지 그랬어. 밖에 누가 있는 줄 알았음 문짝을 안 걷어 찼을 텐데."
"아, 아니 그게···."
살금살금 다가온 행동을 교묘하게 꾸짖는 도훈의 말에 주찬이 말꼬리는 흐렸다. 문 밖에 가지런히 놓인 정음의 신발을 보고 벌컥 들어가려 했다는 대답을 차마 할 순 없는 일이었다.
[천만 다행이네요. 정음양이 기지를 발휘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일 치를 뻔 하셨습니다.]
‘그러게. 그나저나 국대급 발차기로 걷어 찬 문짝을 정통으로 맞다니···. 주찬이도 참 재수가 없네.’
[솔직히 말해 방금은 너무 무모하셨습니다. 주변에 사람도 많은데 굳이 지금 그랬어야 하셨는지.]
‘그 보살님한테 자극 받아서 그랬어. 한창 삘 받은 상태에서 정음이가 방으로 들어오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더라고. 마침 정음이 호감도도 올려야겠는 생각에···.’
[잘 무마 되었기에 망정이지 혜공, 혜민 스님이 귀가 밝아 눈치라도 챘으면 어쩌려고요?]
도훈은 로시의 물음에 씩 웃었다.
‘그래도 덕분에 한 가지는 확실해 졌잖아.’
[뭐가 말입니까?]
‘그 쌍괴가 생각만큼 귀가 밝지 못하다는 것. 저녁에 보살을 꾀어서 멀리 야외로 나가면 더는 방해 받을 일 없다는 거지.’
[허참···.]
잠시 후 정음이 구급상자를 들고 왔다. 도훈은 상자에서 소염제를 꺼내 빨갛게 튀어나온 주찬의 혹에 발라주었다.
"아아, 살살."
"코피는 좀 멎은 거 같아?"
"대충은. 일단 좀 씻고 올게."
주찬이 세안을 위해 사라지자 도훈이 정음을 보고 말했다.
"그 상황에 어쩜 문을 걷어 찰 생각을 했어?"
"배운 게 태권도라···. 저도 모르게 나와 버렸어요."
정음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도훈을 향해 칭얼댔다.
"근데 오빠 진짜! 주찬 오빠 가까이 오는데 계속 하시면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 그럼?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인데."
"네?"
"너가 콱 붙잡고 있어서 빠지지도 않더라고."
"아이참···."
"너무 급해서 안에 싸버렸는데 괜찮겠지?"
"생리 이틀 전이라···. 아마도요."
‘···아님 오빠가 책임지면 되죠.’
정음이 뒷말을 아꼈지만, 실상 도훈은 예의상 물어본 말이었다. 그는 이미 정액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기술을 손에 넣은 상태. 왼 손등에 조그맣게 새겨놓은 문신을 가볍게 터치만 해도 임신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엇, 근데 정음아 너 바지가···."
"네?"
도훈의 지적에 정음이 바지를 쳐다보는데 가랑이 사이에 쉬를 한 것마냥 커다란 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끈적끈적했다.
"이, 이거 설마 그건가?"
"아···. 너무 급하게 옷을 입느라."
그것은 정음의 안에 쏟아 낸 도훈의 정액이었다. 질 안 깊숙이 토해낸 그의 정액이 서서 돌아다니는 동안 팬티를 적시고 밖으로 스며나온 것이었다.
"누가 보면 쉬한 줄 알겠어요."
정음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안되겠다. 내가 바지만 하나 새로 달라고 할게."
"고마워요, 오빠. 창피해서 이대론 못 돌아다니겠어요."
정음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도훈은 템플 스테이를 관리하는 경내 사무실로 향했다.
***
혜민이 여독을 풀며 본당에서 쉬는 사이, 혜공은 예불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저녁 예불은 불가에서도 가장 중요시 하는 의식으로, 33번의 타종을 치는 것부터 시작해 미리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특히 오늘 같이 템플 스테이 손님이 많은 주말이면,
예불 행사에 일반인도 제법 참여하기 때문에 절의 주지로서 여러모로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그 청년에게 정순한 내공을 느꼈다 했던가?’
예불을 올리는 대웅전을 점검하던 혜공은 불쑥 쌍둥이 형 혜민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심안으로도 보이지 않고, 혜민의 명견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인물.
‘그가 사도였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허어, 참으로 기묘한 일이로다.’
법당을 정리하고 나오던 혜공은 마침 경내를 돌아다니는 도훈을 마주쳤다.
"여보게나."
"엇, 주지 스님."
정음이 갈아입을 바지를 구해가던 도훈은 혜공과 맞닥뜨리자 속으로 난색을 표했다.
‘하필 저 땡 중이···.’
"어딜 그리 바삐 가는가?"
"네, 잠시 용무가 있어 사무실에 들르는 길입니다."
"잠시 나랑 얘기 좀 하세나."
계속 피하는 것도 공연히 의심을 살 수 있었으므로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두 사람은 경내를 거닐며 얘기를 나누었다. 산 중이라 해가 일찍 떨어지는 이곳은 어느덧 땅거미가 어둑어둑 땅거미가 드리워졌다.
"먼젓번 일은 내 사과함세."
"···예?"
"형님 말씀을 듣고 보니 초면인 자네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아닙니다, 스님."
"필시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터. 내 어쭙잖은 재주로 자네를 공연히 의심했구먼 그려."
"······."
‘이 땡중이 갑자기 왜 저러지?’
도훈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말을 삼갔다. 상대의 의중을 모를 땐 가만히 있는 편이 중간은 가는 방법이었다. 입을 꾹 다문 도훈의 모습에 혜공이 물었다.
"혹시 스승이 있으신가?"
< 212. 깊은 밤, 달을 지고-1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