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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28화 (208/2,000)

< 210. 깊은 밤, 달은 지고-8- >

"어찌 생각하느냐?"

"기묘한 청년입니다. 제 심안으로도 정체를 파악할 수 없더군요. 전생자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전생자라···."

혜민은 잠시 눈을 감았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잠시 후 그가 눈을 뜨더니 말했다.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지. 배우지도 않은 언어를 사용하고, 수백 년 전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는 사람들. 하지만 ··· 그는 아니다."

"그럼···."

"우연히 그의 내력을 살펴보았다."

"명견(明見)을 사용하셨군요."

"그래. 아무것도 읽히지 않더구나. 마치 백짓장 같았다. 갓 태어난 아이라도 그럴 수는 없을 터."

혜공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되물었다.

"하면···."

"도훈이라는 청년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형님의 명견으로도 읽을 수 없는 존재라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공아, 세상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일이 훨씬 많은 법이다."

"혹여 위험한 자는 아닐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한 술법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만."

"사술은 결코 아니다. 너의 심안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인식하듯, 나의 명견은 실체를 꿰뚫어 보는 힘. 그에게선 어떤 사도(邪道)의 흔적도 없었다. 오히려 미약하게나마 정순한 내공이 느껴지더구나."

"정순이라고요?"

"그 역시 깨달은 자라는 의미겠지."

"말도 안 됩니다! 고작 약관을 넘긴 청년이 어찌···."

"쯧쯧! 깨달음에 시간이 중하더냐? 오늘 당장 미혹의 밤을 보내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면 부처에 이를 수도 있는 법이거늘."

형의 핀잔에 혜공이 얼굴을 붉혔다.

여전히 멀었다, 자신은.

그만큼 노력했음에도 형의 발끝도 못 쫓아가고 있다.

고작 5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형제지만, 어려서부터 주지에 오른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 격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대결을 다룬 제논의 역설처럼, 그는 평생을 뒤쫓아도 형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암울해졌다. 혜민이 열등감에 휩싸인 동생을 타이르듯 말했다.

"일단은 좀 더 지켜보자. 옷깃만 스치는 것도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 했다. 그가 우리 형제에게 온 연유가, 어쩌면 깨달음을 주기 위한 부처님의 안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알겠습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혜민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훈이 가진 능력의 원천이 신에게서 비롯된 것.

오랜 수행을 쌓은 고승이나, 축복을 받은 사제들이 특수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사후 세계를 믿고, 신을 경배함으로써 얻게 된 미약한 이능의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도훈은 그것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능 부여받았으니, 혜민이 그를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 다다른 존재로 인식한 것은 불가피한 착각이었다.

"그보다는 공아."

혜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자 혜공이 긴장한 체 귀를 기울였다.

"네, 형님. 말씀하시지요."

"혹시 주전부리 남은 것 없느냐."

"예?"

"아침을 굵었더니 등가죽이 배에 붙을 거 같구나."

그러면서 울상을 짓는 혜민의 모습에 주지승 혜공은 뻥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누가 내 욕하나?’

갑자기 귓속이 간지러워 새끼손톱으로 귀 안쪽을 후볐다.

산문 밖을 나와 함께 오솔길을 거닐 던 료코는, 무엇이 그리도 신기한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오! 이것은 무엇이므니까? 도훈사마?"

"응. 돌탑이라고 해."

"돌탑요?"

"절에 오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서 하나씩 쌓아 올리는 거지. 일본에도 있지 않아?"

"와까리마셍(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절을 많이 가보지 않아서."

"그렇구나."

"저도 쌓아봐도 되나요?"

"응. 길가에 돌멩이 주워 올리면 돼. 남이 쌓은 탑 무너뜨리지 않게 조심해서."

"하잇."

료코는 조그만 자갈을 하나를 주워들더니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돌탑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기도가 끝나자 내가 물었다.

"료코, 무슨 소원 빌었어?"

"잘생긴 한국 남자 사귀게 해달라고요."

"응?"

"헤헷. 농담이에요."

귀엽게 웃는 료코를 보자 문득 그녀의 정보창을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나에 대한 호감도는 얼마나 될까? 그러나 아까 전 미망인 미션을 위해 희원에게 쓰느라 쿨타임이 걸린 상태였다.

‘이런! 정보창 스킬 뿐 아니라 싸이코메트리에 이지 선다까지 모두 다 쿨이네.’

[능력을 남발하신 것 같군요.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하나 정돈 남겨두셔야 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정보창 스킬은 7시간이면 한 바퀴 도니까 저녁 늦게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일단은 감으로 때려잡아야겠어.’

"한국 남자 있잖아, 주변에."

"예? 누구요···."

료코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료코는 태영이랑 친하지 않아? 태영인 별로야?"

태영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녀의 얼굴이 단박에 시무룩해졌다.

"태영사마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왜?"

"자꾸 저한테 이상한 일본어를 시켜서."

"엉? 무슨?"

"야메떼나 기모찌 같은···. 만날 때마다 해보라는데 살짝 ··· 헨타이 같스무니다."

헨타이?

변태라는 뜻인가?

그나저나 그 딸쟁이 자식 여전하구만.

네이티브 스피커로 듣고 싶어, 뭐 이런 감성이야?

료코가 슬쩍 얼굴을 붉히더니 말했다.

"저도··· 그런 말 어디에서 쓰는지 다 아는데···"

"음, 그랬구나. 내가 다신 그러지 말라 해줄게."

"다메요!"

"응?"

"아, 안 된다고요."

"왜?"

"그런 말 하면 태영사마가 상처받을 겁니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지."

"저 친구 없습니다. 혼자 한국에 있으니 외로워요. 그러니 태영 사마와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그랬구나. 료코가 태영과 자주 어울리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변태 같은 태영이 부담스럽지만, 그마저도 떠나면 아무도 자신 곁에 없을 거라는 고립감. 고국을 떠나 유학생활 중인 학생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그녀도 외로움에 허덕이는 불쌍한 영혼이었다.

나는 료코의 손을 꼭 붙잡았다.

"친구가 없어 많이 힘든가 보네. 걱정마. 내가 친구 해줄게."

"예예? 혼또니?"

"그럼 진심이고 말고."

"도훈 사마는 정말 좋은 분이시군요."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리고 료코랑 친하게 지내면 나도 좋지. 나중에 혹시 일본 가게 되면 가이드도 받고."

"하잇. 맡겨만 주세요!"

료코가 환하게 웃었다. 왠지 나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 느낌은 기분 탓만은 아니겠지?

우린 한동안 오솔길을 거닌 뒤 각자의 숙소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저녁 시간까진 아직도 제법 남아 있었다.

살짝 졸음이 몰려와 고시원 같은 방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

‘그 총각은 뭐 하고 있으려나?’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희원이 불쑥 도훈을 떠올렸다.

최근 들어 템플 스테이가 유행하면서 대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도 자주 방문했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머릿속에 아른거린 것은 처음 있는 일.

남편과 비극적으로 사별한 뒤 일절 다른 남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지금의 심경 변화는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왜 하필, 그걸 훔쳐봐서는···.’

고자나 다름없는 스님들과 지내느라 오랫동안 성욕을 잃고 살았다. 가끔 생리적으로 몸이 달긴 했지만, 일시적인 충동쯤이야 잠깐의 명상으로 떨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욕망이 완전히 거세되었다고 여겨왔다.

도훈의 대물을 눈앞에서 보기 전까지 말이다.

‘참, 실했는데···.’

도훈의 대물을 떠올리던 희원이 얼굴을 붉혔다.

노 발기임에도 어마어마한 사이즈.

제대로 힘을 받으면 어디까지 커질지 궁금했다.

‘그런 게 몸에 들어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희원은 발가벗은 도훈이 대물을 우뚝 세운 장면에 다다르자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어멋!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희원은 신성한 절 안에서 불경스러운 상상을 했다는 죄책감에 몹시 부끄러워졌다.

그러잖아도 남편 잡아먹은 년이니, 음기가 세니 하는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데, 마치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삿된 생각을 품은 것이다. 그것도 처음보는 대학생한테서.

하지만 이미 욕정을 일깨워버린 희원은 점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도훈씨가 그렇게 간 게 꼭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

남편의 부검결과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의사들은 재수가 없는 경우라 했고, 사법기관 역시 그녀의 죄를 묻지 않았다. 단지,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렸을 뿐.

‘남편이 아까 그 청년처럼 건강하기만 했어도···.’

이른 나이에 청상과부가 돼 비구니나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된 것엔 남편의 책임도 없지 않았다. 희원은 마음속에 점점 억울한 마음이 싹텄다.

그때 주방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수댁, 법륜스님이 사랑채 손님들한테 떡 좀 돌리라는 디."

"으메? 나 지금 나물 무치고 있당께?"

"나도 지금 손이 없는디, 우찌야쓰까잉."

불목하니의 대화를 듣던 희원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제가 다녀올게요."

"김보살이?"

"안 그려도 돼야, 우덜이 가야제."

"괜찮아요. 두 분 지금 바쁘시잖아요."

"아따 고맙구마잉."

"요 떡만 후딱 주고 와블랑께?"

"네."

희원은 소쿠리에 담긴 떡을 옆구리에 끼고 후원을 나섰다. 그녀는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중이었다.

‘절대 그 총각 때문이 아니야. 그냥 간식을 나르는 것뿐.’

하지만 거울을 보며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희원의 표정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머리에 쓴 그레이비니를 벗고 긴 머리를 풀어 다시 정돈하는 모습에선 약간의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희원은 템플 스테이 손님들이 머무르는 사랑채 건물로 가 방마다 돌며 떡을 전달했다.

"한번 드셔보셔요."

"이게 웬 떡이에요?"

"출출하실까 봐 간식 삼아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템플 스테이 담당 스님께서 드리는 거에요."

"잘 먹겠습니다."

빈방을 제외하곤 사랑채 대부분을 돌았으나 도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밖에 있는 건가?’

희원은 살짝 실망감이 들었다.

기껏 핑계를 대고 나왔는데 도훈을 못 만날 줄이야.

이제 마지막 방.

그녀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

"계세요? 출출하실까 봐 떡 좀 가져왔는데···."

‘아무도 없나?’

희원은 슬쩍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그러자 방안에 곤히 잠들어 있는 도훈의 모습이 보였다.

‘앗, 그 총각이다!’

희원은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가슴이 콩닥거렸다.

"여기 떡 좀···."

문을 연 희원이 떡을 바닥에 내려놓는데 때마침 도훈이 덮고 있던 이불을 발로 걷어찼다.

‘저러면 감기 들 텐데···.’

봄이라곤 하지만 산속은 오후만 지나도 공기가 제법 찼다. 희원은 누가 볼까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딱 이불만 덮어 주고 오는 거야.’

도훈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합리화하며 희원이 다가갔다. 그때, 도훈이 뒤척거리다 바지춤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곤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긁어대는 것이었다.

‘어멋! 망측해라.’

혹시라도 도훈이 깨어나게 되면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아 희원은 숨죽여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음냐, 음냐···."

밑을 긁어대던 도훈은 다시 그 손을 꺼내 코에 비볐다.

"크으으음···."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부랄을 긁고 그 냄새를 맡아보는 것은 고환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 잠결에 본능적인 동작을 수행하는 도훈을 보며 희원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남자 냄새를 느껴본 지 어언 몇 년이 지났던가?

희미하게 퍼져나오는 부랄 냄새에 이끌리며 희원이 조심스럽게 도훈의 머리맡으로 향했다.

‘조, 조금 맡아도 모르겠지?’

희원은 부랄을 긁던 도훈의 손에 얼굴을 가져가 코를 킁킁댔다. 알싸하게 퍼져나오는 부랄 냄새가 꿀벌을 유혹하는 향기처럼 향긋하게 느껴졌다.

‘흐윽. 바로 이 냄새였어!’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맡은 남성의 체취가 희원을 흥분시켰다. 고환에서 만들어진 천연의 페로몬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며 본능을 일깨웠다.

음욕이 솟구치며 희원의 몸이 들뜨기 시작했다.

‘하아··· 조금만 더···.’

희원은 취할 것 같은 향기에 이끌려 이번엔 바지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가는 그녀의 얼굴은 도착증 환자처럼 보였다.

‘그냥 냄새만 맡는 거야, 이상한 짓 아니고.’

희원은 도훈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타구니로 얼굴을 가져갔다. 진한 숫컷 냄새가 바지를 투과해 올라오자, 점점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하아. 왜 냄새가 뭐라고 이렇게 좋은 거지? 내가 너무 굶주렸나?’

희원은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남편과 우연히 이름이 같다는 데 호기심을 느꼈다면, 지금은 순수하게 도훈의 싱싱한 육체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건 데···.’

그러나 이미 음욕이 폭발한 희원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도훈의 바지를 들추었다. 바지가 들리자 안에서 버섯처럼 생긴 도훈의 귀두가 눈에 들어왔다.

희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코끝을 가까이 댔다.

완전히 노출된 도훈의 잦이에선 지린내가 함께 진한 부랄쩐내가 스멀스멀 피어 올라왔다.

희원이 원하던 진한 숫컷의 냄새였다.

‘하아, 도저히 못 참겠어. 딱 한 입만···.’

이성을 상실한 희원이 크게 입을 벌렸다.

< 210. 깊은 밤, 달은 지고-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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