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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18화 (198/2,000)

< 200. 하수 탈출-24- <이벤트 알림> >

두 보기는 RPG 게임의 선택지를 닮아있었다. 소위 분기점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제시되는.

‘보기 <가>는 미친 거 아니냐? 저건 대놓고 성추행이잖아?’

[그게 바로 이지선다 스킬의 매력입니다.]

‘매력 같은 소리! 벌써 귓가에 철컹철컹 소리가 들리는 거 같구먼!’

[물론 보통의 경우라면, <가>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시도해 볼 엄두조차 못 내겠죠. 하지만 이지선다 스킬은 보기에 제시한 결과를 시뮬레이션해줌으로써, 더욱 과감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뮬레이션이라니?’

[네. 혹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고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아니, 금시초문인데.’

[그럼 VR은요?]

‘그건 들어봤지. Virtual Reality아냐?’

[맞습니다. VR이란 시청각 등의 공감각적 자극에 기초한 가상 현실을 의미합니다. 양안(兩眼)에 각기 다른 스크린을 투사함으로써 입체감을 끌어올린 'HMD(Head Mounted Display)'장치를 이용한 기술이죠.]

‘으음.’

[시각은 오감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감각자극. 따라서 시야 대부분을 장악당할 경우, 인간의 뇌는 가상 현실을 실제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물론 현실과 가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이지적 착각이 아닌, 본능적인 착각일 뿐이지만요.]

‘대충 뭔 소린 줄은 알겠어. 근데 뇌-컴퓨터 뭐시기를 설명한다면서 웬 뜬금없는 VR 얘기야?’

쓸데없이 장황한 설명에 조바심이 든 내가 로시를 채근했다. 그러자 로시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VR의 최종 진화형태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란 뇌 내로 직접적인 전기 자극을 보내 완벽한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즉, HMD 따위의 거추장스러운 장치 없이 곧바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달 까요?]

‘헐,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키야! 역시 천상계!’

[원리는 이쯤 설명하고, 스킬을 직접 실행해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그래.’

나는 선택지를 보며 계속 고심했다.

㉮ : 그녀의 다리 사이로 불쑥 손을 집어넣는다.

㉯ : "누나 애인 있어요?"

앞엣것은 지나치게 파격적.

뒤엣것은 너무 심심하다.

두 보기는 나침반의 자침처럼 양극단을 추구하고 있었다.

‘선택지가 왜 이래? 좀 더 무난한 건 없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는 법이니까요.]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은 아닐 텐데.’

[아무튼, 시뮬레이션부터 돌려보십시오. 어차피 주인님께서 손해 보는 것은 없습니다. 참고로 선택지가 뇌 내에서 시뮬레이션 되는 시간은 찰나에 가깝습니다. 가상 세계에선 현실의 시간 축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아하. 그건 사이코메트리랑 비슷하군.’

[어떤 것부터 시뮬레이션해보겠습니까?]

‘내 생각엔 <나>가 훨씬 정상적인 접근 방식 같아. <나>로 가보자.’

[알겠습니다. 화면을 터치해 주십시오.]

스마트 워치에 떠오른 선택지를 누르자 갑자기 눈앞으로 새하얀 빛이 번뜩였다. 이어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몸 전체가 붕 떠오르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소릴 지르고 말았다.

"으어!"

[지금부터 보이는 모든 것은 주인님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 속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상상의 세계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

"으어!"

"어? 괜찮아? 어디 다쳤니?"

한참 가위질에 열중하던 미용사 황선영은 도훈의 비명에 화들짝 놀랐다.

"가, 가위가 살짝 귀를···."

"귀? 베였어? 음, 아무렇지 않은데?"

"그런가요? 그냥 스치기만 했나 봐요."

"덩치는 산만한 애가 겁도 많긴."

피식 웃은 선영이 다시 가위질에 열중했다.

서걱거리며 머리카락이 잘리는 소리.

커트 보를 뒤집어쓴 체 멍하니 거울을 응시하는 내 표정까지, 모든 게 현실과 똑같았다.

‘이게 정말로 가상 현실이라고?’

도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나 실감 났기 때문에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손등을 꼬집자 촉감조차 그대로였다.

그때 문득 로시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명심하십시오. 상상의 세계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렇지. 시계.’

도훈은 거울을 통해 반대편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아까 전까지 멀쩡하게 돌아가던 시계 초침이 미동도 없이 멈춰 있었다.

‘아하, 그러니까 저 시계가 바로 팽이 같은 존재구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에선 꿈속과 현실을 구분해주는 토템이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무한으로 회전하는 팽이.

도훈의 상상에선 그 토템이 바로 움직이지 않는 시계였다.

실제처럼 리얼한 가상 세계 모습에 감탄하며 도훈이 물었다.

"근데 누나, 애인 있어요?"

뜬금없는 질문에 선영이 가위질을 멈추었다.

"왜? 없으면 수작 걸어보게?"

"아니 뭐···."

"까불지 마. 나 이래 보여도 애 엄마야, 꼬맹이가 어디서···."

선영은 도훈의 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볼을 세차게 꼬집은 뒤로는 도훈을 숫제 풋내기 취급하는 것이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한 도훈이 계속 말을 붙여보았지만, 선영은 이미 짜게 식은 표정이었다.

‘틀렸구나. 나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명 무난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젠장, 로시. 현실로 복귀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

[스마트 워치의 휠을 한 바퀴 돌리면 됩니다.]

도훈이 휠을 돌리자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떴을 땐, 거짓말처럼 머리가 자르기 전의 길이로 돌아와 있었다. 거울 뒤로 비추는 시계 초침 역시 째깍거리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아하, 이런 방식이구나.’

[시뮬레이션 결과로 봐서는 <나>는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좋아, 이번엔 <가>로 가보자.’

도훈이 힘차게 <가> 선택지를 터치했다.

***

서걱서걱-

가위에 머리가 잘리는 촉감은 여전히 리얼하다.

고개를 돌려 가게 밖을 쳐다보니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의 경적마저 소름 돋을 만큼 현실과 일치했다. 나의 상상은 배경마저 디테일하구나.

"쯧. 가만있어야지. 자꾸 움직이면 머리 망가져."

선영이 머릴 툭-치며 정면으로 고정했다. 가만 보면 서슴없이 반말하는 태도도 그렇고, 남자를 우습게 생각하는 ‘쌘 누나’ 타입이 분명했다.

그런 선영에겐, 애인이 있느냐 묻는 내가 풋내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대게 이런 타입은 매너좋은 소심남보다 차라리 양아치 같은 나쁜 남자를 선호하기 마련이므로.

나는 슬쩍 눈을 깔며 선영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무릎 위 15Cm는 더 올라온 치마 사이로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절대로 안 할 미친 짓이지만···.’

나는 커트 보에서 손을 빼 선영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가상 현실이란 걸 아는 데도 꿀꺽 침이 넘어간다. 가위로 찌르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는데.

덥썩-

나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 살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선영이 가위질을 멈추었다.

"너 씨···."

"왜요?"

나는 뻔뻔하게 되물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랄까?

선영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한참 나를 흘겨보더니 다시 가위질을 시작했다.

이럴 수가!

맨살을 멋대로 만지는 데 잠자코 있다니.

상상도 못 할 반응에 나조차도 믿을 수 없었다.

<나>가 아니라 <가>가 정답이었군!

내친김에 더욱 손을 끌어올려 팬티 밑까지 파고들었다. 중지에 힘을 줘 밑바닥을 슬슬 긁어대자 머리를 자르던 선영이 "흠!"하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저항한다거나 거부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이발 도중 펼쳐지는 손님의 도발을 즐기기까지 하는 표정이다.

이에 용기를 얻은 나는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살짝 젖어있던 선영의 보짓물이 손끝을 적시기 시작한다.

"흐응!"

클리토리스를 계속 비비자 자극이 심해지는지 선영이 두 팔로 내 어깨를 붙들었다. 한 손에는 빗, 한 손에는 가위를 움켜쥔 그녀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너···. 자꾸 이럼 머리 못 잘라줘."

"내가 뭘 어쨌다고?"

"···어휴, 진짜."

나는 여전히 뻔뻔하게 대꾸했다.

‘훗, 정말 싫었으면 난리를 피워도 한참 전에 피웠겠지.’

더욱 과감해진 나는 이번엔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어느새 푹 젖은 그녀의 구멍 속으로 긴 중지가 끝까지 파고들었다.

"하앗···."

찌꺽찌꺽-

거세게 손가락을 긁어대자 선영이 오줌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애원했다.

"제, 제발 그만."

"뭘?"

"그만 하라고···."

찌꺽찌꺽-

"싫은데?"

"하아."

울상 짓는 선영에게 인정사정없이 손가락을 쑤셔 박는다.

이미 머리 자르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남자를 우습게 보던 그녀가 손장난 몇 번에 굴복하는 모습에, 더할 나위 없는 정복감이 밀려온다.

끝내 선영은 미용 카트 위에 가위와 빗을 내려놓더니 거칠게 커트 보를 풀어헤쳤다.

"아으! 정말, 도저히 못 참겠네."

"그래도 꽤 잘 참던데?"

"···어이없어 진짜. 얼굴은 순진하게 생겨 가지곤."

"내가? 사람 한참 잘못 봤네."

"잠깐 있어. 문 좀 잠그고 올게."

선영이 안에서 가게 문을 잠그더니 홀에 조명까지 소등했다.

"밖에 보이니까."

그리고는 내 바지 지퍼를 내려 팬티 속에서 탱탱해진 대물을 끄집어냈다.

대물을 본 첫마디.

"와, 너 엄청 크네?"

"왜, 남편보다 더 큰 것 같아?"

문득 애가 있다는 말이 떠올라 그녀에게 물었다.

"뭐래? 나 돌싱이거든?"

"아."

애가 있다고 다 남편이 있는 것은 아니군.

아무리 상상 속이라도, 유부녀라면 조금 꺼렸을 텐데 이젠 일말의 죄책감도 남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내리누르며 명령했다.

"빨아줘."

추릅추릅-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열심히 대물을 빠는 그녀의 모습에서 숨기기 힘든 욕정이 느껴졌다.

"애인 없어?"

선영이 잠시 오랄을 멈추고 답했다.

"애인은 무슨···. 혼자 애 키우느라 바빠 죽겠는데."

"허전하겠네. 애 엄마도 여잔데."

선영이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학생 아니지 너? 어째 말하는 본새가 영···."

"왜, 학생증이라도 보여드려?"

"얼씨구, 됐네요."

오랄을 마친 그녀는 다릴 벌리며 허벅지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곤 대물을 손에 쥐더니 스스로 구멍에 꽂아 넣었다.

푸욱-

"흐읏!"

"어때? 제법 쓸만하지?"

"쓸만하다 마다, 너 진짜 최고네."

선영이 허리를 튕기며 힘찬 요분 질을 시작했다.

‘엉?’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분명 피스톤 질은 계속되는데, 전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허공에 좆질하는 기분이 딱 이러할까?

‘뭐야? 왜케 허벌인데?’

[그게 아니라 스킬이 가진 한계입니다.]

‘한계?’

[시스템 개발자들이 직접 삽입에 대한 자극을 원천 차단해 놓았기 때문이죠.]

‘뭐라고?! 그걸 대체 왜?’

[가상 현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 실제 섹스까지 가상 현실로 해결하게 되면 종족보존의 욕구마저 대체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오랄은 실제랑 똑같던데?’

[구강성교는 자위로 취급받았거든요. 그것까지 막을 필욘 없다고 판단했겠죠.]

‘헐! 빌어먹을, 다른 건 불필요하게 리얼하면서 정작 필요 한데서 무쓸모네?’

[주인님. 어차피 지금 상황은 주인님의 상상 속일 뿐입니다. 아쉬워 마시고 어서 현실계로 복귀하시지요.]

‘참나. 이건 뭐 하다 만 것도 아니고.’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스마트 워치의 휠을 되감았다.

***

현실로 복귀한 도훈은 심하게 손을 떨었다.

‘으으. 손이 왜 이렇게 떨린담?’

[가상 현실은 고도의 정신작용. 뇌의 무게는 신체의 2%도 안 되지만, 열량 소모는 20%에 육박합니다.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체내의 당이 저하된 까닭으로 보입니다.]

‘헐, 스킬 부작용이란 소리야?’

[다음부턴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것은 상비해 두는 것이 좋겠군요.]

"어디 아프니?"

"아, 아뇨."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

선영이 가위질을 멈추고 도훈의 안색을 살폈다.

‘애가 좀 몸이 약한 편인가? 쯧쯧. 허우대는 멀쩡해서는···.’

선영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최근 몇 달간 남자 맛을 못 본 그녀에게, 젊고 잘생긴 도훈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손님이었다. 마감 시간임에도 굳이 그를 받아 준 것은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 하지만 아쉽게도 도훈은 그녀가 바라던 거친 남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숫기 없는 남자는 영 별론데···.’

선영은 미혼모였다.

그녀를 임신시킨 남자는 인근에서 알아주던 양아치였는데, 선영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곤 무책임하게 군대로 도피해 버렸다. 그 뒤론 연락 두절.

이 때문에 선영은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일진을 자처하며 불량스럽게 살아온 그녀가, 미용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배운다고 했을 땐 모두가 놀랐다.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관둘 거로 예상했지만, 그녀는 꿋꿋이 버텼다. 기나긴 시다생활을 거쳐 조그맣지만, 자신의 가게까지 냈다. 모

성의 힘은 그만큼 위대했다.

하지만 천성 껄렁거리는 성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남자를 보는 눈은 그만큼 데고도 여전히 바닥.

착하고 성실한 남자도 몇 만나보았지만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았다. 특히 섹스할 땐 밑이 젖을 생각도 안 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나쁜 남자에 길들여 저버린 것이었다.

< 200. 하수 탈출-24- <이벤트 알림>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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