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15화 (195/2,000)

< 197. 하수 탈출-21- >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무척 기쁘신가 봅니다.]

‘당연하지. 방송 도중 업적 달성이 떴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칠 뻔했다고!’

‘지스팟’ 업적이 완성된 것은 3차 분수 직후.

머릿속으로 띵-하는 알림음이 울리자, 마침내 기나긴 채굴 (?)작업을 일시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요새 값이 폭등한 비트코인을 캤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서윤이는 정확히 얼마나 싼 거야? 계산 다 끝냈어?’

[네. 최종 집계 522ml로 확인되었습니다.]

‘장난 아니었네. 시트에다 생수 한 통분량을 쏟아버리다니.’

[이것으로 ‘저기요, 지스팟 좀 켜주세요.’ 위업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듀얼 쇼크 스킬이 추가됩니다. 상세 설명을 띄워드리겠습니다.]

*듀얼 쇼크(1Lv)

-스킬 사용 시 손끝에 경련 현상이 유발되어 강력한 진동을 일으킴.

-Rpm(분당 회전수) 1000-5000(총 5단계 조절 가능)

-지속시간 2분

-재사용 대기 15분

-다음 스킬 레벨로 올리기 위해선 1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다음 스킬 레벨에 도달하면 재사용대기시간이 10% 줄어듭니다.

‘오오, 이제 정말로 가능하단 말이야? 내 손가락이 기계도 아닌데?’

[원리가 궁금하시면 간략히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인간의 근육은 갑작스러운 불수의적 수축으로 인해 경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해당 스킬은 손가락 말초신경 부를 교란시켜 인위적으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동을···.]

‘설명은 됐고,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한 번 사용해 보는 게 빠르겠다.’

[네. 스킬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신 뒤 원하는 부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십시오.]

그나저나 어디다 한담?

나는 고민하다 손가락을 젖꼭지에 대고 정신을 집중했다.

성감대는 아니지만 나름 예민한 부위다.

‘듀얼 쇼크 3단계.’

지이이이잉-!

"우아아앗!"

나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손가락에서 밀려오는 떨림은 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아씨, 깜짝이야. 사람 손에서 어떻게 이런!’

[말씀드렸지만, 최대 분당 진동 5000에 이르는 떨림입니다. 초강력 모터를 사용한 딜도에 육박하지요.]

‘대박인데? 이거 하나면 손가락만으로 여잘 보내버릴 수도 있겠어?’

[해당 스킬은 지속시간과 재사용 대기가 짧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점을 헤아리시어 시의적절한 사용을 당부드립니다.]

‘알겠어. 어차피 흙손이든 금손이든, 손가락은 손가락일 뿐. 결국 대물을 에스코트하기 위한 선발대에 불과하지.]

[참, 그러고 보니 ‘카사노바의 반지’도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번 업적으로 레벨업 달성에 필요한 7개를 모두 채우셨거든요.]

카사노바의 반지는 레벱업 당 5포인트씩 올려주는 성장형 아이템. 때마침 레벨업과 맞물리며 대물을 업그레이드 할 기회가 열렸다.

‘포인트는 어떻게 사용해?’

[반지를 시계방향으로 돌리시면 대물 스텟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로시의 말대로 반지를 돌리자 디스플레이 화면에 대물 정보가 갱신되었다.

[보유자 : 이도훈(23)]

(포인트를 분배해 주십시오. 현재 잔여 포인트 :5)

길이 : 18cm(고정값, 수치 변경 불가)

직경 : 4cm (포인트당 +0.1)

발기 지속력 : 45Min (포인트당 +1)

발기 강도 : 92 (포인트당 +0.5)

회복 시간 : 25Min (포인트당 ?0.5)

일일 최대 사정 횟수 : 6회 (5포인트당 1회 추가)

굴곡률 : 4° (포인트당 +0.3)

1회 평균 사정 양 : 3mm (포인트당 +0.05)

[보시는 것처럼 포인트 대비 성장치는 변환 공식에 따른 차등이 있습니다. 신중히 생각해 필요한 영역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가만, 길이는 더 못 늘인다고 했던가?’

[네. 일전에 언급했듯 3대 스텟에 속하는 키, 아이큐, 대물 사이즈는 특수 아이템을 이용해야 상향시킬 수 있습니다.]

‘내가 일전에 300을 가지고 재분배할 때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키나 아이큐는 그렇다 쳐. 왜 거시기가 3대 수치에 들어가는 건데? 좀 웃기지 않나?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그럼 대체 뭐가 중요합니까?]

‘어?’

갑작스러운 로시의 반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 죄송합니다. 따지자는 게 아니라 주인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 여쭈었습니다. 주인님은 저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수치화될 수 있으며, 그것에 따라 개인의 행복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것.

결론은,

‘···음, 없구나. 생각해 보니 신께서 현명하셨네. 남자가 키 크고 똑똑하고 좆 크면 장땡이지.’

[역시 납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길이를 제외하고 뭘 늘리는 게 효과적일까?’

이도훈으로 다시 태어난 이후 대물에 대해서 만큼은 단 한 번도 실망한 적 없다. 이미 완전체에 가깝다고나 할까?

내 생각을 읽었는지 로시가 조언했다.

[주인님의 물건은 대한민국 상위 1%에 들 만큼 훌륭합니다. 어쩌면 더 이상 발전시킬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세계로 영역을 넓힌다면요?]

‘세계?’

[언제까지 국내 무대에 한정하실 생각입니까? 언제까지 쉬운 상대를 공략하고 만족하실 거죠?]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님은 막 하수 2레벨에 도달하셨습니다. 그 말인즉슨 겨우 튜토리얼을 벗어난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입니다.]

음, 역시 그런 것인가.

그동안 손쉽게 여자를 공략해 조금은 자만했던 게 사실이다.

원하는 여자를 자빠뜨리고, 대물을 이용해 만족 시키고.

하지만 로시는 그 이후를 말하고 있었다.

[국내 1%라는 것이 세계 1%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인종 간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피지컬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건 그렇지. 흑형만 해도···.’

[또 공략한 여자들 역시 그렇습니다. 고은성 양의 경우 대단한 금수저긴 했지만 나머지 분들은 대체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들이었습니다. 편의점 알바, 헬스장 트레이너, 대학 후배···. 당연히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주인님은 독보적인 존재

였겠죠.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운동도 잘하고. 하지만 냉정히 말해 주인님 정도의 외모는 연예계로만 눈을 돌려도 발에 챌 정도로 넘칩니다. 운동능력요? 프로 선수에 비빌 수는 있습니까?]

‘펙트 폭행 그쯤하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동네 골목대장 정도에 안주하실 게 아니라면 더욱 정진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과거 주인님과 유사한 플레이어였던 지오코모 카사노바 경은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공작 부인이나 왕가의 여식 등 지금으로 치면 탑 급 연예인 수준까지 공략 대상을 넓혔죠. 주인님도 이제 슬슬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해야 합니다.]

로시의 일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선 약간의 비범함만으로 쉽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운동 좀 잘하고, 노래도 곧잘 부르고···.

어차피 남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정말 괴물 같은 녀석들 사이에선 나는 여전히 모자라다. 원빈이나 고수 옆에선 오징어로 보일 것이고, 프로 운동선수 앞에선 재능 좀 있는 일반인일 뿐.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이 나를 거들떠나 볼까?

30cm 자로도 측정 불가능했다는 부기 나이트에게 난 여전히 애송이에 불과하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로시 말마따나 골목대장에 그칠 게 아니라면, 이제 겨우 지역 예선을 통과한 정도로 만족해선 안된다.

더욱 가열차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파이팅을 다진 나는 로시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레벨업 했다는 사실에 너무 들떴었나 봐.’

[아닙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의 성장세만 해도 충분히 역대급입니다. 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 그런 의미로 직경에 3포인트, 강도에 2포인트 올리겠어.’

[훌륭한 선택입니다. 바로 적용하겠습니다.]

반지에서 잠깐 빛이 나는 것 같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스텟창을 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수치가 변경되어 있었다.

‘어? 정말 변화된 거 맞아? 육안으론 모르겠는데?’

강도는 그렇다 치고, 크기에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게 정말 되긴 하는 건가?

[한 번의 레벨업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긴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누적의 힘을 기억하십시오.]

‘오케이. 계속 올리다 보면 차이가 느껴지겠지.’

[아직 한가지 보상이 더 남아있습니다.]

‘아, 맞다. 레벨업 보상!’

내가 레벨업에 목을 맸던 이유.

바로 랜덤스킬 보상이 남아있었다.

[이번엔 호칭 변화 없이 현 단계에서의 승급이기 때문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초심자에서 하수로 호칭을 받았을 땐 두 가지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수1 레벨에서 하수2 레벨로의 승급은 주어지는 대로 받아야 했다.

과연 어떤 보상을 받게 될까?

[지금 스킬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잠깐. 중요한 순간인데 마음의 준비 좀.’

랜덤 스킬 보상은 말 그대로 로또다.

좋은 스킬이 나오면 앞으로의 위업 달성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후-. 좋아. 가보자.’

[스텟창의 스킬 트리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킬 트리엔 현재까지 획득한 5가지 스킬 아래 새로운 메뉴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랜덤 스킬 박스(?)

-하수2Lv 보상

-클릭하시면 새로운 스킬을 얻을 실수 있습니다.

화면을 터치하자 보물상자가 열리는 그래픽 효과가 발동되며  스킬이 제시되었다.

[이지 선다(5Lv)]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결과를 달리하는 보기가 제시됩니다.

-선택지는 최상 혹은 최악의 결과를 도출합니다.

-선택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스킬 레벨로 올리기 위해선 16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다음 스킬 레벨에 도달하면 선택지의 가짓수가 증가합니다.

-하루 1번 사용 가능, 24시 기준으로 재충전.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5레벨 스킬에 당첨되셨군요.]

‘오옷!’

현재 내가 보유한 가장 높은 레벨의 스킬은 4레벨의 정보창.

그것을 능가하는 5레벨짜리 스킬이라니! 스킬 내용은 차치하고 일단 높은 수준의 스킬이 뽑힌 것에 만족했다.

‘근데 이건 무슨 스킬이지? 설명을 읽어도 감이 잘 안 오는데?’

[해당 스킬은 쉽게 말해 아키식레코드에 접근, 근미래를 높은 확률로 추정하는 예측류 스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아이템으로 ‘진실의 동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로시가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의 두뇌활동을 잘 짜인 프로그램에 비유하면, 아카식 레코드는 그 코드를 해석할 수 있는 장치다. 개인의 행동 패턴이란 불규칙해 보이지만, 사실 누적된 행동 값에 수렴하기 마련.

[진실의 동전은 어떤 질문을 하고 허공에 던졌을 때, 그 대답이 참일 경우 무조건 앞면이 거짓일 경우 무조건 뒷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불가해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낼 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거죠. 이지 선다 스킬은 좀

더 좁은 범위, 그러니까 한 개인의 선택이 차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시뮬레이션해줍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예를 들어 설명해 줄 수 없을까?’

[음, 주인님이 겪었던 상황으로 예를 들어보죠. 일전에 편의점 알바생, 김기춘의 비밀을 알게 된 사건 기억나십니까?]

‘그 CCTV 말이야?’

[네. 그때 주인님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하셨을 겁니다.]

‘맞아. 놈이 허영자를 협박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그냥 패버릴까도 생각했지.’

[물론 주인님의 현명한 대처로 잘 해결되었지만, 그 당시 이지 선다 스킬을 사용하셨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제시되었을 것입니다. 첫 번째, 김기춘을 때려눕힌다. 둘째 하드디스크를 소거한다. 이렇게 말이죠.]

‘아하,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보기로 제시되고 그것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거야?’

[맞습니다. 두 가지 보기는 최상, 혹은 최악의 결과 값 사이에서 제시됩니다. 그리고 주인님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거죠.]

‘에이, 근데 기춘이 건은 당연히 첫 번째 선택은 안 했겠지.’

[물론입니다. 위의 사례는 워낙 단순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지선다 보기 역시 단순한 결과값을 제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훨씬 복잡한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릴 시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끔은 정답이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니까요.]

‘아하, 그렇구나!’

로시의 말을 듣고 보니, 마치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혼자 쌍권총을 내미는 격이다. 미리 결과를 읽고 유리한 쪽을 고른다면 매번 이기진 못해도 지지 않을 수는 있다.

‘이야, 이거 잘만 쓰면 엄청나겠는데?’

[물론입니다. 또한 스킬명은 ‘이지선다’지만, 차후 레벨업에 따라 ‘삼지선다’, ‘오지선다’까지도 가능합니다. 선택 가짓수가 확장될수록 스킬의 위력을 무궁무진해지거든요.]

‘스킬 레벨업은 쿨타임만 감소시키는 게 아니었어?’

[해당 스킬은 쿨타임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용횟수 제한은 고정이지만, 능력 자체를 상향시킬 수 있습니다.]

‘오케이. 이해했어.’

레벨업 보상으로 받은 이지선다 스킬을 포함, 모두 6가지의 스킬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하수2 레벨.

비록 아직까진 하수 타이틀을 탈출하지 못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물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다리 M자로 벌리고 대기타라, 여자들이여.

대물님 나가신다!

< 197. 하수 탈출-2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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