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12화 (192/2,000)

< 194. 하수 탈출-18- >

"아따 고놈, 대물이네 대물."

탕 안을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부러운 얼굴로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승모근이 으쓱 올라간다.

확실히 물건은 크고 볼 일이다.

혹자는 노발기 상태에서 무슨 크기 비교가 되겠냐고 따지지만,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 사내놈들이란 한눈에도 상대방의 역량(?)을 눈대중으로 가늠할 수 있기 마련이니까.

노래방에선 노래 잘하는 놈이, 농구 할 땐 키 큰 놈이 대접받는다면 목욕탕에선 거시기(?) 큰 놈이 장땡인 셈이다.

[자랑스러우시겠네요, 주인님.]

‘남부럽진 않아서 좋네.’

이정우 시절엔 공중목욕탕을 될 수 있는 한 삼갔다.

어느 날 사우나를 갔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부하직원들의 뒷담화를 엿들은 게 화근이었다.

-야, 봤냐?

-어. 좆나 작다, 진짜.

-나 깜짝 놀라서 계속 쳐다봤잖아.

-키가 작아서 그런가?

-그게 뭔 상관이야? 같은 키라도 거기 사이즈는 천차만별인데.

-으, 와이프만 불쌍하게 됐네. 사진 보니까 미인이던데.

-맞아. 똑똑하고 능력 있음 뭐해? 밤일 잘하는 남편이 최고지.

-하긴 우리 집사람은 한바탕 한 다음 날이면 식탁에 깔리는 반찬부터 달라지더라.

-어쭈? 이 자식 은근 자랑하는 거 봐? 큰 게 전부냐? 테크닉이 더 중요햄마.

당시 하도 열이 받아 화장실 문을 박차고 한마디 해주려다, 헐벗은 몸뚱이가 서러워 담배만 뻑뻑 피워 댄 기억이 난다. 그 뒤론 될 수 있는 한, 집에서 목욕을 했다.

남자를 평가하는 덴 여러 기준이 있다.

그게 외모건, 능력이건, 재산이든.

하지만 의외로 중요한 것이 밤일 잘하는 능력이다.

제아무리 부잣집 아들이나 탑스타라 할지라도 전혀 부럽지 않게 만드는 마법의 한마디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 뭐해? 제 고자래.

거기서 게임 끝이다.

솔직히 남자가 외모를 가꾸고 능력을 갖추려는 근원적인 이유가 뭐겠는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더 행복하기 위해?

개소리다.

결국 꼴리는 여자한테 좆 대가리 쑤셔 보려 몸부림치는 거다.

노벨상을 받은 대부분의 과학자들 성과가 20대 중반에 이루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젊고 영민한 두뇌가 풀가동에 들어가는 것이다.

왜?

바로 원하는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징키츠칸이 세상의 절반이나 차지한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만세에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황후 넷과 약 7,000명에 달하는 첩을 거느렸으며, 2년마다 200명의 첩을 퇴출하고 새로이 물갈이했다고 한다.

인도의 자한기르 황제는 17세기 초까지도 6,300명이 넘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하렘을 유지했다.

3,000여명의 남첩을 거느린 측천무후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인생은 한바탕 싸재끼다 가는 것이다.

원 없이 시원하게!

"야, 저기 뉴스 좀 봐. 기파랑이 삼현 그룹 손주였다네."

"기파랑이 누군데?"

"왜, 요새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있잖아. 바람과 별사탕이라고."

"그거 소설책 아냐? 우리 누나가 읽는 거 봤는데."

"맞아. 소설 원작. 아무튼 엄청 유명한 작간데 필명으로만 활동해서 아무도 정체를 몰랐거든."

탕 안에 설치된 TV를 보고 떠드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 중인 고성민이 있었다.

‘어라, 저 새끼.’

뉴스 타이틀엔 [유명 인기작가, 기파랑의 정체 삼현 그룹 손자로 드러나]라고 자막이 띄워져 있었다.

‘아하, 그때 기자들하고 쇼부친 게 저거였나. 크크. 고성민 이 새끼,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더니 꼴 좋다.’

"햐, 근데 쟤도 완전 재능충이네. 집안의 후광을 받기 싫어서 익명으로 활동한 거였다니."

"그 말을 믿냐? 말만 저런거지. 드라마 PD들 이미 다 알고 있었을걸? 삼현한테 광고비만 땡겨 와도 그게 얼만데?"

"하긴. 그럴지도."

"저거 다 띄워주기라니까?"

"재벌 손주가 소설가로 성공하는 게 어떻게 띄워주기야?"

"이미지를 쌓는 거지. 집안 도움 없이 이 정도로 자수성가할 능력이 있다고 보여주고는 다음 나중에 그룹 물려받을 구실로. 패리스 힐튼 봐. 천방지축 망나니처럼 굴어도 사업 잘 굴리는 거. 딱 그 전략이지."

"그럴싸한데?"

"솔직히 저 새끼가 지 손으로 썼는지도 확실치 않잖아. 막말로 대필작가 구해서 자기 이름만 걸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여튼 신기하긴 하네."

두 청년의 떠드는 소릴 뒤로 하고 탕을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언론에 정체가 노출된 이상 더는 예전 같은 막장 짓은 못하고 다닐 거다. 이번엔 놈의 여동생을 따 먹은 걸로 퉁쳤지만, 한 번만 더 나를 건드렸다간 아주 나락까지 떨어뜨려 버려야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스마트폰으로 여러 사람의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대부분 관계했던 여자들의 일상적인 안부 쪽지였다.

‘일일이 답장하려니 귀찮은데.’

[적당히 관리만 하십시오.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요.]

‘그래. 업적 달성했다고 바로 팽해버리면 너무 인간미가 없겠지.’

하나씩 답장을 보내는 데 마침 태영의 쪽지가 도착했다.

-태영 : 형? 혹시 주무세요?

무시하려 했으나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는 바람에 읽음 표시가 되고 말았다. 흠, 귀찮은데 이 녀석.

-도훈 : 아니 아직. 무슨 일인데?

-태영 : 저번에 제가 알려드린 BJ 가영이 있잖아요. 오늘 초대남 불러서 합방한다는데 대물 배트맨 다시 나온 데요. 시간 되면 꼭 보시라고요.

-도훈 : 야. 나 그런 거 안 봐 인마.

-태영 : 라이브로 안 보시면 진짜 후회하실텐데?

-도훈 : 됐고, 씻고 자라. 내일 보자.

-태영 : 네, 형.

서둘러 문자를 끝냈지만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 방송에서도 태영이가 중간에 깨톡을 보내는 바람에 정체를 들킬뻔한 적이 있다. 놈은 여전히 나를 의심하는 눈치다.

‘이 자식 또 중간에 연락하면 어쩌지?’

[아예 폰을 꺼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더 수상하지 않겠어? 지금 연락하는 거 보니까 아직도 의심하는 것 같은데.’

[거참 피곤한 후배로군요.]

‘내 말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알리바이를 확보해 의심을 완벽히 지우는 편이 낫겠어.’

[방법이 있으십니까?]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혹시 시간차 공격이라고 들어봤냐?’

***

도훈은 서둘러 집에 도착했다. 방송 시작 한 시간 전이었다.

배트맨 가면을 챙겨 서윤의 방문을 노크하자 서윤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늦을 줄 알았더니 일찍 왔네?"

"응. 중요한 방송이라며."

서윤이 피식 웃더니 나를 안으로 초대했다.

"방송 컨셉은 생각해 봤어?"

"그전에 확인할 게 있어."

"뭔데?"

"방송 송출하는 거, 녹화방송도 가능해?"

"녹화방송? 가능이야 하지. 근데 사람들이 야동 대신 성방을 보는 이유가 뭐겠어?"

야동을 다운받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검색만 좀 할 줄 알면 공짜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굳이 돈을 지불해 가며 성방에 빠져드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바로 소통이야."

"소통?"

"응. 화면 속의 사람이 실시간으로 댓글에 반응한다는 거. 그게 엄청 꼴린 거거든."

서윤의 철학은 확고했다.

일방적인 야동보다 자신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상대가 훨씬 몰입감을 준다는 것.

"가끔 보면 대놓고 영업하는 BJ들도 있어. 가슴 마사지에 50개, 하의 실종 100개, 삽입 자위는 200개, 이런 식으로. 자막 띄워놓고 내용에 맞춰 별풍 쏘면 따라서 해주는 거지."

"완전 인형이나 마찬가지네."

"맞아. 바로 그거야. 화면 속의 상대가 돈만 주면 시키는 대로 해준다는 거. 그래서 당연히 방송도 라이브가 되어야 하는 거고."

"무슨 말인 줄은 알겠어. 그럼 대충 10분 정도만 녹화본 찍고, 연결해서 라이브 넘어가는 방식은 어때?"

"못할 건 없지만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데?"

도훈은 학과 후배에게 의심받고 있는 정황을 설명했다.

그의 의심을 종식시키기 위해 알라바이를 만들어 한다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겠어. 괜히 나 방송 출연했다가 학교생활 지장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럼 11시 40분에 녹화본 뜨고 그거 10분 정도 먼저 내보내자. 샤워는 했어?"

도훈은 대답 대신 훌렁 옷을 벗었다.

"오늘을 위해 구석구석 빽빽이 씻고 왔지."

"마인드가 좋네. 이 녀석은 더 좋고."

서윤이 찡긋 웃으면서 대훈의 덜렁거리는 대물을 어루만졌다. 어느새 BJ 가영으로 변신한 그녀의 눈빛은 도훈의 대물을 먹음직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난 씻고 올게. 냉장고에서 잠깐 음료수라도 마시고 있어."

"그래."

서윤이 스르륵 샤워가운을 흘러내리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씰룩거리는 풍만한 엉덩이를 보며 도훈이 입맛을 다셨다.

‘몸매 하나는 진퉁이란 말이야? 나중에 공무원되면 인기 많겠어.’

도훈은 서윤이 시험에 합격해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과거를 철저하게 숨긴 채 민원인을 상대하는 9급 공무원. 순진한 얼굴 뒤에 감춰진 색녀의 본 모습.

‘크크. 그것도 나름 대꼴이겠는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어, 아무것도 아냐. 서윤이가 시험 잘 보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줬어.’

[그나저나 오늘이 결전의 날이 될 수도 있겠군요. 이번엔 꼭 500cc를 성공하길 바랍니다.]

‘종전 기록이 어떻게 되지?’

[화면에 띄워드리겠습니다.]

★달성 가능한 위업 리스트(현재까지 9/108)

105. 저기요, 지스팟 좀 켜주세요. (여성의 지스팟을 공략, 500cc이상의 사정액을 분출시킬 시 달성.)

-당신의 손기술은 하늘에 닿았습니다.

-업적 보상 : 듀얼쇼크(손가락에 터보 모터가 장착됩니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 : 450ml

‘50cc 모자랐구나. 오늘이야 말로 기필코 성공한다.’

도훈이 각오를 다지는데 샤워를 마친 서윤이 젖은 몸으로 걸어 나왔다.

"도훈아, 미안한데 수건 좀 줄래. 선반에 하나도 없네."

촉촉이 젖은 서윤의 몸을 보자 대번에 반응이 왔다.

도훈이 잦이를 껄떡거리며 물었다.

"수건 어딨는데?"

"저쪽 옷장 서랍 밑에."

도훈은 수건을 꺼내 들고 가더니 직접 몸을 닦아 주었다.

"내가 해도 되는데···."

"이건 서비스야."

도훈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은근슬쩍 터치를 시작했다. 가슴을 닦을 땐 손으로 슬쩍 움켜쥐었고, 다리를 닦을 땐 가랑이 사이를 손가락을 쓰윽 훑고 지나가는 식이었다.

"아···."

예민한 서윤이 은근한 애무에 슬슬 몸이 달았다.

"그러지 마. 벌써 젖을 거 같단 말이야."

"어차피 할 건데 젖는 게 어때서?"

"그게 아니고 속옷 다시 입어야 되잖아."

"처음부터 벗고 시작하면 안 돼?"

"얘가 뭘 모르네. 하나씩 벗기는 편이 훨씬 야릇한 거야. 상상력을 자극하니까."

"그런가?"

몸을 다 말린 서윤은 옷장에서 팬티를 골랐다. 그녀가 고른 것은 엉덩이가 훤히 내다보이는 시스루 스타일이었다. 색깔은 옅은 핑크색.

"검은색이 더 섹시하지 않나?"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시청자들은 젖은 게 잘 보이는 팬티에 더 흥분하거든."

"아하, 물 자국 때문에?"

"빙고."

위아래 세트로 속옷을 갖춰 입은 서윤은, 어깨가 끈으로 된 실크 슬립을 걸쳤다. 기장이 짧아 다리를 들면 팬티가 다 보일 정도로 짧은 초미니 원피스였다.

꼼꼼히 의상을 고르는 서윤의 모습에 도훈이 감탄했다.

"확실히 프로는 다르구나. 의상까지 모두 계산해서 입는다니."

"나 정돈 약과야. 잘나가는 얘들은 각종 커스튬 복장까지 다 갖추고 있어. 간호사복이나 경찰복은 물론이고 교복까지. 벤치마킹 한다고 몇 편 봤는데 연기도 수준급이야."

"대단하군."

"관심 있으면, 너도 도전해 보라니까? 내가 볼 땐 넌 자질 충분해. 저번에 일본 AV 스카우터한테 섭외도 받았잖아."

"맞다. 그 뒤로 또 쪽지 온 거 있었어?"

"응. 생각 바뀌면 언제든 연락 주래. 기다린다고. 어쩌면 오늘 방송도 직관할지 몰라. 내가 어제 그제 광고 엄청 날렸거든."

‘무슨 국내 프로야구 참관 온 메이져 스카우터도 아니고···.’

도훈은 알면 알수록 방대한 성인 방송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다 보니 음지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룸망주(?)들이 진로를 바꿔 여기에 뛰어들고 있었다. 어찌 보면 IT 기술의 발달과 보급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셈.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구나.’

"참, 나 근데 궁금하게 있어."

서윤이 방송 준비를 위해 마이크와 웹캠을 세팅하다 도훈에게 물었다.

"뭐?"

"저번에 그 성대모사 말야.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 목소리 같던데?"

당시 도훈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아이템을 활용해 목소리를 변조했다. 서윤은 너무도 달라진 도훈의 목소리가 내심 궁금했었던 모양이었다.

"영화 배트맨 봤지?"

"응."

"거기 주인공인 브루스 웨인도 가면으로 목소리 바꾸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피. 자기가 진짜 배트맨이라도 되는 줄 아네?"

"맞아 배트맨. 그럼 어서 변장 하라구 캣우먼. 녹화방송 시작할 시간이야."

도훈의 말에 시계를 힐끔거린 서윤이 마스크를 썼다. 그 모습을 보던 도훈은 뭔가 생각났는지 말했다.

"가만, 시청자랑 소통을 안 하면 녹화방송 티 나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왜?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

"응. 너 저번에 보니 도구 많던데 혹시 그것도 있을까?"

< 194. 하수 탈출-1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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