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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209화 (189/2,000)

< 191. 하수 탈출-15- >

장소가 결정되자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장보기는 여학생 둘과 자가용이 있는 친구가 맡았고, 레크레이션은 교회 청년부를 오래 활동했다는 동기가 자진했다. 대강의 역할분담이 끝나자 우선이 말했다.

"나중에 2학년 단톡방 열어 놓을 테니까 세부적인 내용은 거기서 논의하자. 그리고 부과대는 총무 선배한테 예산 받는 데로 장 보는 팀 계좌에 쏴주고."

"과대 고생 많았어."

"으아, 10분 뒤면 수업 시작이네."

"난 화장실 좀."

긴 회의가 끝나고 저마다 흩어지는데 우선이 도훈에게 다가왔다.

"형,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시네요.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커피 좋지."

두 사람은 1층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았다.

"오늘은 제가 사 드릴게요. 형 뭐 드실래요?."

"난 블랙."

"어? 블랙요?"

"어. 카페인 절실하다, 지금."

우선에게 커피를 받은 도훈은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도훈은 입속에 블랙커피를 때려 부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으. 잠이 안 깬다, 진짜."

"어제 잘못 주무셨어요?"

‘잠만 못 잤음 다행이게? 새벽 내내 시달렸구먼.’

섹스는 운동이나 마찬가지다.

침대라는 오픈된 링 위에 수시로 마운트가 벌어진다. 엎어 치고 메치는 것은 유도에 비견되며, 들었다 놨다 하는 동작은 레슬링이나 다름없다.

그뿐인가? 한시라도 허리 반동이 멈춰선 안 된다.

앞, 뒤, 좌, 우, 위, 아래. 곳곳을 구석구석 찔러주며 골반을 흔들어야 한다. 두 손이 가만있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어디든 매만지고, 쓰다듬고, 주물러야 한다. 거기에 혀까지 굴려야 하니 어찌 보면 종합스포츠라 부를 만도 하다.

‘···심지어 2:1 핸디캡 태그 매치였지.’

단순 1:1이었다면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훈의 상대는 혈기왕성 사기충천한 여대생 둘.

날밤 새워서 술을 마셔도 다음날 아침 화장하고 나온다는 괴물 같은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도훈은 양쪽을 번갈아가며 쑤시던 순간을 떠올리며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을 떨었다.

-오빠, 이제 제 차례에요.

-야. 나 5분밖에 안 했는데?

-넌 양심도 없니? 아까 뒤치기 받아놓고 또?

-방아 찧기 계속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

어느새 평소의 티격태격 상태로 돌아온 두 사람은 쓰리썸 와중에도 끊임없이 투덕거렸다.

이쪽을 쑤시면 저쪽이, 저쪽을 눌러주면 이쪽이.

양방향 서라운드로 칭얼대는 두 사람을 만족 시키기 위해 도훈은 배 이상 체력을 소진해야 했다.

그 결과, 눈 밑에 다크 써클이 내려올 정도로 퀭한 상태로 학교에 올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컨디션 최악의 하루였다.

"···그냥 좀 잠을 설쳤어."

"아이고 저런···. 공부 너무 열심히 하신거 아니에요?"

"공부는 아니고."

"아무튼 그래도 다행이네요. 오늘 육상실기 실내에서 한다더라고요."

"육상을 실내에서?"

"네. 높이뛰기라던가? 강사님 수업 목표가 육상 전 종목을 한 번씩 다 체험해 보는 거라고."

"그나마 힘은 덜 들겠네."

"아무튼, 형 고마워요. 조교 맡아줄 사람이 형밖에 없었거든요."

"아니야. 이번 MT는 2학년이 주도해야 한다며. 나도 같은 학년인데 뭐라고 거들어야지."

"참, 조교는 해보셨어요?"

"응?"

"작년엔 해병대 출신 선배가 조교 했는데 엄청 빡세게 굴렸거든요. 으, 그 빨간 모자! 지금도 길다가 빨간색 야구 모자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흠, 조교라···."

도훈은 20년도 넘은 군 생활의 추억을 복기했다.

당시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육군은 26개월을 복무해야 했는데, 기나긴 군 생활 동안 유격을 2번 뛰는 군번은 신의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

물론 그는 신의 아들이 아니었으므로 3번의 유격을 모두 받았다. 세번이나 유격을 받을 짬이면 대게 조교로 차출해주는 게 관례였건만, 이정우 땐 키가 너무 작아 조교조차 선발되지 못했다. 돌이킬수록 씁쓸한 기억이었다.

"···난 해보진 않았어. 근데 뭐 MT 가서 받는 수준이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요. 전 형만 믿을게요. 마저 담배 태우고 오세요. 교수님 쓸 컴퓨터 세팅해 놔야 먼저 올라가요."

"응."

도훈은 혼자 남아 담배를 태우며 피로를 물리쳤다.

‘엠티는 어차피 다음 주니까 우선 이번 주 스케쥴부터 점검해 봐야겠군. 로시, 이번 주 남은 일정 좀 알려줘 봐.’

[네, 주인님. 업적과 관련된 스케쥴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오늘 자정, 서윤 양의 성인방송 게스트 출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헉! 그게 오늘이야?’

[네. 목요일 맞습니다. 시험 보기 전 마지막 방송이라고 꼭 출연해 주신다고···.]

생각도 못 하고 있던 도훈은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 몸 컨디션으로 성방 출연이라···.

‘잦됐네 완전. 오늘 오후 도서관이랑 헬스는 포기해야겠다.’

[그나마 늦게 방송을 시작해서 다행이군요. 저 역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계속 보고 해봐. 주말에도 뭔가 일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네. ‘종교 미술의 이해’ 관련해서 토일 양일간 절에서 템플 스테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관련 위업으로는 ‘인종의 도가니탕’ 세부 업적인 교환학생 료코 공략, ‘밀당의 달인’ 업적 완성을 위한 육정음양 공략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으음, 맴버 괜찮은데?’

[이어서 일요일 오후 서울 도착해서는 박서현 양과 보고서 정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박서현? 그 범생이 말이지?’

[네. 기달성된 ‘의자왕’ 위업에서 추가 포인트의 획득이 가능합니다. 또 정보창을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자왕 위업 특전으로 주인님의 미들 네임이 생성되었습니다.]

‘오잉? 미들 네임이라니?’

[저번에 한 번 말씀드렸는데 잊어버리셨나 보군요. 의자왕의 후예 업적은 2500포인트와 더불어 미들 네임을 제공합니다. ‘새끼치기의 달인’이라고···. 궁금하시면 정보창을 열어 갱신해 보시지요.]

도훈은 로시의 말대로 오랜만에 정보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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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도훈 (하수1Lv) -★새끼치기의 달인

보유포인트 : 2201p (의자왕의 후예 위업 보상)

나이 : 23

특성 : 플레이어, 대물

스킬 : 현재까지 보유한 스킬 갯수 (4)

*정보창(★4Lv)

-상대의 스텟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재능 모방자(3Lv)

-상대의 운동 재능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싸이코메트리(2Lv)

-사물에 담긴 기억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아직 한발 남았다(★2Lv)

-사정 즉시 발기력을 회복하여 2 연사를 가능케 합니다.

아이템 : 현재 보유한 아이템 갯수 (7)

*마켓 50% 할인 쿠폰

*마라톤 용사의 양말

*오늘은 내가 가수다 목캔디 (2/5)

*성대모사의 달인 목캔디 (2/5)

*스마트 워치 어플, [문어다리v2.0]

*기적의 복리 계산기(장착)

*★카사노바의 반지(세부 열람 가능)

[도달한 위업 목록] (9/108)

*모녀 덮밥(1000포인트)

*아다 폭격기(처녀감별사_Option)

*명기를 찾아서(관상쟁이_Option)

*강한 여성, 왜곡된 성욕···(재능모방자__Skill)

*후배위하는 선배(뒤치기의 제왕_Option)

*너넨 거기 금테 둘렀냐?(기적의 복리 계산기_ITEM)

*★그 거미줄 내가 걷어주마(600포인트)

*★남자 맛 좀 보여드려?(위대한 유산_Option)

*★의자왕의 후예(250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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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보기도 힘들겠는데? 일단 수업 들어가서 봐야겠다.’

도훈은 지각을 면하기 위해 서둘러 강의실로 입장했다.

기껏 아침 일찍 왔는데 괜히 늦게 들어갔다가 지각으로 오해받을 순 없는 일이었다.

교수의 수업은 여전히 노잼이었다. 쓸데없는 자기 자랑 시간이 한동안 이어지자, 그 틈을 타 도훈은 스텟창의 변경 사항운 확인했다.

‘별표로 표기된 게 새롭게 갱신된 부분인가?’

[네. 편의를 위해 갱신된 정보에 별 마크를 달았습니다.]

‘새끼치기의 달인 효과가 뭐라고 했더라?’

[미들네임, ‘새끼치기의 달인’은 공략한 대상의 친구나 동기로부터 +5의 호감도가 상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랑 한 번 잔 여자의 친구나, 그 사람이 소속된 단체 맴버들에게 나에 대한 호감도가 일괄 상승한다는 뜻인가?

[정확한 해석입니다. 따라서 주인님은 현재 체육과 내에서 전체적인 호감도가 일제히 상승한 상태입니다.]

도훈은 이제껏 1학년 팔선녀 일부, 3학년에 마유미, 4학년의 오수정을 차례로 공략에 성공했다. 그 결과 2학년을 제외한 체육과 모든 학년의 학생들로부터 +5의 호감도 버프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야, 이거 죽이는데? 한 명에게 +5는 미미한 수치일 수 있지만, 전체로 봤을 땐 엄청난 상향이잖아?’

[그렇죠. 이제 더욱 인기인이 되실 수 있겠군요.]

‘그다지 인기를 끌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여하튼 이걸로 팔선녀의 남은 셋도 공략이 훨씬 수월해지겠군.’

[그렇다고 너무 남발하지는 마십시오. 주인님의 현재 생태계 파괴자급이니까요.]

‘생태계 파괴자라니? 내가 무슨 황소개구리냐? 교란 종이야?’

[어쩜 그보다 더할지도···. 이대로라면 체육과 소속 여학생 전원을 기둥 자매로 만들 기세잖습니까?]

로시의 말에 도훈은 같이 전공수업을 듣고 있는 2학년 동기 여학생을 힐끔거렸다. 여전히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둘은 도훈의 시선을 의식하더니 갑자기 머리를 넘기는 등 온갖 이쁜 척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박에 아무리 유성 매직으로 그은들 수박

이 될 순 없는 법.

도훈은 답이 없다는 듯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음 그건 아니야. 내가 아무리 잡식성이긴 하지만 줘도 안 먹을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실제로 도훈은 2학년 여자 동기들과는 전혀 맺어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외관의 상태가 그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은근 깐깐하신 분. 아무튼, 하수 1레벨도 얼마 남지 않으셨군요. 달성된 위업이 9개라니···. 엄청난 성장세입니다.]

‘오 벌써 그렇게 됐어? 이제 하나만 더 성공하면 하수 탈출인 건가?’

[아뇨. 다음은 하수 2레벨입니다. 하수는 모두 3단계니까요. 중수까지는 요원하다고 봐야죠.]

‘으! 코피 터지게 떡을 치고 다니는데도 아직도 하수라니! 이놈의 레벨업은 끝도 없구나.’

[기운 내십시오. 그래도 다음 업적 하나만 더 달성하시면 새로운 스킬을 받을 실수 있지 않습니까?]

도훈은 새로운 스킬이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스킬은 일종의 초능력.

평범한 인간은 할 수 없는 것을 가능케 하는 마법 같은 힘.

그가 위업에 목을 매고 무리를 하는 이유도 사실 성장하는 자신을 확인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가장 가시적인 부분이 바로 전에 없던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 순간.

도훈이 의지를 다졌다.

‘두고 보라고. 이번 주 내로 무조건 하수 1레벨 탈출한다. 오늘 밤 서윤이가 됐건, 아니면 주말에 정음이가 됐건 말이야.’

[각오가 대단하시군요! 주인님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

컨디션이 영 별로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후유증을 제대로 만끽하는 중이다. 이론 수업엔 잠을 쫓느라 혼났고, 체육 실기에서도 영 기록이 나오질 않았다.

하긴 어떤 랩퍼가 그런 가사를 썼었지.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는다고.

이틀까진 아니어도 오늘은 나에게 굉장히 힘든 하루다.

"도훈이 형 점심 같이 안 드세요?"

"오늘은 식욕이 없다. 그냥 우유나 사 먹으려고."

"아···. 그래요, 그럼 전 애들이랑 같이 학식 갈게요. 다음에 뵈요."

"그래."

우선의 제안을 사양하고 교내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후 수업을 생각하니 대충 허기만 채우고 어디 벤치에라도 누워 한숨 자고 싶은 심정이다.

‘과방에 가서 소파에서 한숨 때려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붙잡았다.

"도훈 오빠, 맞죠?"

"어엇? 송이든?"

"어쩜 뒷모습 보니까 딱 오빠같이 생겼더라니."

오빠 같은 소리 하네.

실제론 스물여섯이면서. 양심에 털 난 아가씨로군···.

"점심은 드셨어요?"

"아니 난 생각이···."

"잘됐다! 어제 약속 기억하시죠? 저 밥 한끼 사주신다면서요. 저도 아직 점심 안 먹었거든요. 지금 같이 먹어요."

가명 송이든, 본명 한지연은 나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짜고짜 용건을 말하더니 불쑥 나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가요. 저 안 그래도 먹고 싶은 거 있었는데···."

물컹-

팔짱을 끼는데 지연의 말캉거리는 가슴이 팔꿈치에 닿았다. 아무리 봐도 고의적인 스킨십이군.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은 마음에 슬쩍 팔을 빼냈다. 밀려오는 수면욕 앞에 성욕마저 사그라든다.

"그게 아니라 내가 오늘은···."

"아야!"

슬쩍 밀치기만 했는데 지연이 갑자기 균형을 잃고 주저앉아 버렸다. 호되게 엉덩방아를 찧은 지연을 보고 놀라 물었다.

"너 괜찮아? 아니 왜···."

무슨 그 정도로 쓰러지냐?

초장부터 장난질이냐? 라고 말하려다 문득 그녀의 왼쪽 발목에 칭칭 감긴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

지연이 눈물을 찔끔거리며 말했다.

"아, 아파. 오빠! 저 다리 다쳐서 부축받으려고 한 거였는데 그렇게 밀치시면 어떡해요."

"미, 미안. 진짜 몰랐어. 다리는 어쩌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켰다.

지연은 칠칠하지 못하게 청치마 사이로 팬티가 보이는지도 모르고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 191. 하수 탈출-15-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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