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 하수 탈출-10- >
도훈이 있는 방으로 다가갈수록 심장이 미친 듯 쿵쾅거렸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 속상했고, 자신의 바보같은 결정에 후회가 밀려왔다.
‘애초에 연두를 보내면 안 되는 거였어. 내가 걔를 뭘 믿고···.’
나연은 자책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냥 앉아서 얘기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나연은 조심스럽게 문 앞에 이르렀다. 손가락 하나 드나들 정도로 살짝 열려있는 방문 사이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좀 가봐."
"뭐라고요?"
"이 자세로 어떻게 박니?"
"아···."
‘바, 박는다고?!’
문틈 사이로는 침대 귀퉁이밖에 보이지 않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순 없었다. 그러나 나연은 분명히 들었다.
‘대체 뭘 박겠다는 거야? 이 시간에 못질할 리가 없잖아?’
이성은 경고의 사인을 보내왔지만, 심정으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연은 현실을 부정했다. 어쩌면 잠시 후 망치소리가 들리고, 자신이 오해했음에 멋쩍어 할 것이라며.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 뒤로 들려온 대화는 나연의 기대를 산산이 조각내 버렸다.
"헛, 지금 뭐하시는···."
"뒤치기."
‘뒤, 뒤치기? 오빠가 방금 뒤치기라고 한 거야?’
구슬치기도 딱지치기도 아니었다.
도훈은 명백하게 뒤치기라고 발음했다.
‘내가 모르는 뒤치기라는 게임이 있을 수도 있어.’
여전히 현실을 수용하길 거부하던 나연은, 이후 들려온 규칙적인 사운드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팟-팟-팟-
그 소린 결코 못질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과 살이 맞닿을 때 나는 음탕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음탕한 살비트에 맞춰 연두의 교성이 어우러졌다.
"하앍! 오빠, 오빠!"
팟-팟-팟-!
"오빠 아파, 빼, 빼요!"
"조금만 참아."
‘연두가 오빠랑 그 짓을 하고 있어. 그것도 뒤로···.’
차라리 듣지 말 것을.
나연은 후회했다.
너무 어이가 없으니 화도 나지 않았다.
둘이 떡 치고 있으면 벌컥 문을 열어 면박을 주려 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에겐 그럴 권리도 명분도 없었다.
‘내가 뭐라고 그러겠어. 집주인 자니까 조용히 좀 하라고? 남의 침대 함부로 쓰지 말라고?’
나연은 밀려오는 좌절감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와중에도 떡 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퍽-퍼억-
"하앗, 오빠 제발···."
"하앙···."
"하아, 하아앙···."
"아, 아, 아···."
처음에는 고통에 가깝던 연두의 신음이 쾌락으로 물들어 갔다.
찰싹- 찰싹-!
이따금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도 섞여 나왔다. 도훈이 뒤치기를 하면서 연두의 엉덩이를 때리는 상상에 나연이 귀를 틀어막았다.
‘흑! 연두 이 나쁜 기집애. 오빠도 똑같아. 준다고 그걸 덥썩 받냐.’
나연은 연두와 도훈 둘 다 미웠다.
자신을 보기 좋게 속이고 도훈을 독차지한 친구도.
그리고 잠결에 앵긴다고 곧바로 덮치고 보는 도훈도.
"좋지? 내가 좋을 거라 그랬잖아."
"흐응, 이상하게 기분이···."
"근데 연두 너 진짜 맛있다. 거기가 쫄깃쫄깃해."
"그런 말 하지 마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귀를 막고 있어도 두 사람의 대화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제발 그만.’
그러나 희한한 점은, 소리만 듣는 데도 조금씩 나연의 몸이 흥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특별히 관음증이 있다거나 야동을 즐겨 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소리가 주는 자극이 상상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큰 자극이 밀려오고 있었다.
‘하아. 두 사람 하는 걸 듣고 있으니까 괜히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 그냥 듣지 않는 편이 좋겠어.’
나연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방문 살짝 열려있는 거 같은데 닫고 올까요?"
"나연이 잔다지 않았어?"
"아···. 네. 자고 있을 거예요."
"그럼 됐어. 난 하다가 빼는 거 안 좋아하거든."
"그래도 불안한데···."
"뭐가 불안해? 소리 날까 봐?"
"네···."
"지금 참고 있는 거였어?"
"네."
"아직 참을만 하다 이거네? 그럼 이건 어때?"
퍼억-퍼억-퍼억!
살 소리가 더욱 격렬해졌고, 연두의 목소리도 한 옥타브 상승했다.
"하앗, 하앗, 오빠 너무 짓궂어."
"그걸 이제 알았어? 너무 센 건 아니지?"
"괜찮아요. 세게 해도 좋으니까. 핫."
두 사람은 나연이 잠에서 깨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들의 부주의함에 나연은 자존심이 상했다.
‘여긴 내 집인데···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나연은 두 사람을 피해 방으로 피신한다는 사실에 부아가 치밀었다. 주객전도도 유분수지, 이건 숫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형국이었다.
‘안 되겠어. 문 확 열어서 창피를 줘야겠어. 학교에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만들고 말 거야.’
결심을 굳힌 나연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둘이 몸을 섞고 있는 장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일단 조금만 있다가···.’
문 앞을 서성거리는 나연에게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치기 고만하고 그거 해보자."
"헉, 헉 뭐요?"
"니가 해봤다는 거."
"가위 치기요?"
"응, 몸 옆으로 누워봐. 그렇지. 한쪽 다리 들고."
"이렇게요?"
"내가 사이로 들어갈 테니까 그대로 있어. 내 거 잡아서 구멍에 맞춰."
"하앗. 드, 들어왔어."
‘가위 치기가 뭐지?’
처음 듣는 용어에 나연은 궁금증이 일었다.
‘뒤치기는 뒤에서 친다는 건데, 가위 치기는 또 뭐람?’
나연은 전정 가위로 정원을 다듬는 것을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가지치기잖아. 아, 혹시 높이 뛰기의 가위 뛰기 같은 걸까?’
체육고에서 리듬체조를 전공했던 그녀는 높이 뛰기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떠올렸다. 높이 뛰기는 배면 뛰기를 주로 하지만 가끔 몸을 풀 때 두 발을 차올라 뛸 때도 있었다.
‘그걸 분명 가위 뛰기라고 불렀는데.’
하지만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가위 치기가 정확히 무슨 동작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하앗, 하앗, 좋다. 너무 깊이 들어와."
"내 발가락 빨아 줘."
"발가락을요?"
"응. 왜? 더러워?"
"아니요. 해드릴게요. 하앙, 하앙."
‘발가락을 빤다고? 대체 무슨 자세길래···.’
호기심이 든 나연은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조금만 열면 보일 것도 같은데···.’
그러나 문을 열다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히 엿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앙, 하앙, 오빠···."
‘미치겠네. 진짜.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때 나연의 허벅지 안쪽에서 뭔가가 흘러내렸다.
‘뭐지?’
무심결에 밑으로 손을 가져간 나연은 그것이 애액이란 걸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긴 언제 또 이렇게 젖은 거야?’
팬티를 입지 않은 그곳은 벌써 흥건하다 못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가락을 가져가자 미끄덩거리는 촉감이 그녀의 머리털을 곤두세웠다.
‘세상에! 평소보다 훨씬 많이 젖었잖아?’
즐겨 하진 않지만, 그녀도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수음을 하곤했다. 그러나 삽입 자위가 아니라 클리토리스만 만지다 마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밑으로 물이 흐를 만큼 흥분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아, 실제로 하는 소릴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보지 못하고 듣기만 하는 상황이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일까?
나여은 어느 때보다 흥분해 있는 몸 상태에 당황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계속 만지작거렸다.
"아, 아, 아, 좋아, 더 깊게. 아!"
간드러지는 연두의 신음이 들릴 때마다 나연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다른 손은 이제 브라를 차지 않은 가슴을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멈춰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연은 중단할 수 없었다. 그만큼 방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자극적이었다. 계속된 자위로 흥분한 나연은 끝내 문을 열어 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둘이 하느라 정신 팔려있을 거야. 조금만 열어 봐야지.’
***
끼익-
[주인님. 누군가 문 뒤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집중하시느라 못 들었겠지만 방금 전 문이 살짝 열렸습니다.]
이 집에 또 다른 사람이라곤 나한테 박히고 있는 연두를 제외하면 한 사람뿐이다.
‘나연이구나! 자고 있다더니 소리 듣고 깼나 본데?’
[그렇겠죠. 근데 왜 들어오지 않고 몰래 훔쳐보는 걸까요?]
‘그러게? 민망해서? 아니지, 민망하면 인기척을 내거나 모른 척 넘어갔을 거 아냐?’
[보통은 그게 정상이죠.]
‘그럼에도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훔쳐본다는 말은···.’
옳지.
나연이도 여기 끼고 싶은 모양인데?
나연이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더욱 흥분했다.
문의 위치를 고려해 적당히 몸을 돌린 나는, 나연에게 대물을 구경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위 치기가 끝나고 침대에 몸을 일으킨 나는 연두에게 말했다.
"다시 빨아 줘."
"네?"
"하다가 빨리면 더 좋아서."
계속된 피스톤 질로 잔뜩 몸이 달아있던 연두는 지체없이 내 앞에 무릎 꿇었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재롱을 떠는 모습 같았다.
‘이 정도면 잘 보이겠지?’
나는 대물을 바짝 세운 체 연두에게 말했다.
"불알부터 타고 올라와."
"네."
연두가 불알 밑에 매달려 혀를 놀리는 동안 나는 대물을 바짝 세워 45도 각도를 이루었다. 방안이 다소 어둡긴 했지만 나연에게 충분히 보일 만한 각도.
"흐음. 좋아."
나는 열심히 불알을 핥고 있는 연두의 머릴 쓰다듬었다.
‘나연이도 이 모습을 보고 있겠지?’
누군가의 섹스를 훔쳐보는 것도 흥분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도 그 이상으로 흥분되는 일이었다.
‘보면서 자위하고 있으려나?’
[아쉽게도 그것까진 알 수 없군요.]
‘하든 안 하든 제대로 보여줘야지. 보고 흠뻑 젖어버리게.’
나는 좆기둥을 타고 올라온 연두의 조그만 입에 다짜고짜 잦이를 박아넣었다.
"읍!"
"그대로 있어. 내가 움직일테니."
두 손으로 연두의 머리를 붙잡고는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잦이가 끝까지 들어가자 연두가 숨을 못 참고 켁켁 거렸다.
"크흑. 오빠 너무 깊··· 읍!"
"빼지마. 계속 빨아."
조금은 과격한 동작이었지만 이미 좆 맛에 길들어진 연두는 찍소리 못하고 대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 커다란 물건이 자신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깨달은 것이리라.
"윽엑, 읍!"
"으으. 좋아. 다시 박아줄게."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연두를 무릎 위에 올렸다. 연두의 두 다리가 활짝 벌어지게끔 허벅지에 고정 시키고, 두 손은 겨드랑이 밑으로 넣어 어깨를 붙잡았다.
"이번엔 조금 깊을 거야."
그리고는 침대의 반발력을 이용해 앉아 치기를 시작했다.
푸욱-푸욱-!
"흐아아앙!"
***
연두의 젖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씨알 굵은 대물이 밑구멍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정면으로 목도한 나연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저, 저렇게 큰 게 쑥쑥···.’
펠라치오를 시킬 때 본 도훈의 사이즈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자기 팔뚝만 한 게 매달려 있었다.
‘술집에서 남자 선배들이 대물이라고 한 게 과장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그 대물이 연두의 그곳을 사정없이 폭격하는 모습에, 나연은 저도 모르게 연두에게 질투심이 일었다.
‘나쁜 년 같으니. 오빠한테 박히고 저렇게 좋아할 거면서 남자가 싫다고 거짓말을 해?’
이곳은 자신의 집이다.
오늘 밤 도훈에게 박히는 사람은 자신이어야 했다.
연두가 아니라.
‘하아, 나도 오빠한테 저렇게 박히고 싶어. 처음이지만 오빠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연의 손은 점점 더 빨라졌다. 클리토리스를 비비는 것으론 부족해 이제 손가락까지 구멍으로 들락거렸다.
‘다리가··· 다리가 풀려 버릴 것 같아.’
연두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은 것처럼 무릎을 오므렸다. 젖꼭지는 딱딱해지고 입에선 가쁜 숨이 세어 나왔다.
"흐···."
부지불식간에 나온 신음에 나연이 재빨리 입을 틀어 막았다. 다행히 섹스에 몰두하고 있던 두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아, 안 되겠어. 이대로 있다간 들키고 말 거야. 얼른 방으로 돌아가야···.’
격해지는 교성을 뒤로하고 나연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거실 베란다 창틀에 매달린 낯선 사람을 보게 된 것은.
"꺄아아아아악!!! 도, 도둑이야!"
느닷없는 나연의 비명에 열심히 박음질을 해대던 도훈과 연두 모두 얼음장처럼 굳었다.
한편 도훈의 위치를 추적해 나연의 원룸 베란다까지 가스관을 타고 기어오른 한지연은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놀라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아앗!"
쿵-!
2층에서 떨어지는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밑에 조경수가 충격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어디 하나 부러졌을 높이였다.
‘제, 젠장! 불 꺼진 거실에 어째서 사람이 있는 거야? 그것도 이 새벽에!’
겨우 몸을 추스른 지연은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재빠르게 도망쳤다. 대 삼현 그룹 비서실 소속 직원이 야밤에 도둑질을 시도했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큰일이었다.
‘크흑. 오늘 진짜 되는 일 하나 없네.’
지연이 빠르게 도망치는 사이 대충 옷을 걸친 도훈이 거실로 뛰어나왔다.
"나연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저기 베란다 쪽에 도, 도둑이···."
거실 한가운데 주저앉은 나연은 충격에 제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도훈은 일단 그녀를 안심시키고 베란다로 급히 뛰어갔다. 2층 창문 아래로 밖을 내려다보는데 멀리 골목 어귀 쪽으로 누군가 절뚝거리며 도망치는 모습이 들어왔다.
"야! 너 이 새끼! 거기서! 잡히면 뒤진다!"
< 186. 하수 탈출-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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