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6화 (176/2,000)

< 178. 하수 탈출-2- >

***

섹스가 끝나자 허탈감이 밀려왔다.

더 높이 오를수록 더 가혹한 중력의 심판을 받는것처럼, 서로를 지배하고자 했던 전쟁같은 섹스의 끝은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진한 허무였다. 갑작스런 감정의 진폭은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정도. 나는 한시라도 빨리 모텔에서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미의 부드러운 살결이 몸을 스치는데도 조금의 반응도 오지않는다. 오히려 모든게 귀찮고 번잡스럽기만 할 뿐이다.

특히 섹스를 마친 후 눈에 띠게 고분고분 해진 유미의 모습은, 그녀가 가진 야생마같은 매력을 감소시켰다. 오히려 미친년처럼 날 뛸적에는 정복욕이라도 들더니, 지금처럼 사랑스런 눈빛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오빠 좋았어요?"

어째서인지 내가 할 법한 질문을 그녀가  선수쳤다. 섹스 후 여자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알 것도 같다. 질문의 의도가 뻔하니 대답도 뻔할 수 밖에.

"응. 좋았어."

"얼마나요?"

하. 이런 것까진 따라하지 말라고.

"안에 잔뜩 싸버릴 만큼?"

짖궂은 농을 던지자 유미가 젖은 몸을 닦던 수건으로 나를 채찍질 했다.

촥-!

등짝이 좀 따갑긴 하지만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이제 좀 유미답달까?

"진짜, 오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데요?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피임약 먹었다면서. 그럼 된거지."

"제가 그 말 하기도 전에 이미 싸고 있었잖아요."

"몰라. 그땐 그냥 끝까지 가고 싶더라구. 뒷일같은 거 생각않고."

"하여간, 오빠도 은근 무대뽀라니까?"

그나저나 나도 내가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유미가 너무 사랑스러워? 설마.

것보단 그녀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지배력를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임신이 되든 말든 난 책임 질 생각은 없지만 나 하고 싶은데로 하겠다.

피임은 니가 걱정할 일이다, 뭐 그런?

그러고보니 나도 참으로 무책임한 인간이군.

뻘쭘해진 내가 화제를 돌렸다.

"전지 훈련 힘들었겠다."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운동은 언제까지 하려고? 이제 슬슬 3학년인데 임용 준비도 해야 하지 않아?"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꼰대같은 소릴 지껄여 본다.

유미가 애늙은이처럼 말하는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우리 아빠랑 똑같은 얘기하네. 올해까지만요. 작년까진 후보였는데 올핸 주전 잡았으니까 여기서 그만두긴 억울해서요. 선배들 보다 좋은 결과도 내고 싶고."

작년 여자배구팀은 대학2부리그 8강에 올랐다 했다. 그보다 높은 성적이면 목표는 우승이려나? 승부욕의 화신인 그녀라면 가능할지도.

"책임이 무겁겠네. 학회장에, 배구팀 주전 공격수까지."

유미는 타고난 여장부다.

큼직한 타이틀을 몇개나 쥐고 있는데도, 힘든 내색없이 씩씩하게 해쳐나가고 있다. 남자를 지배하고 싶어하는 이상 성욕만 아니었어도,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래도 학과 일은 성수 오빠가 많이 도와주세요."

"성수 형, 참 사람 괜찮지?"

"네. 듬직하고, 리더쉽도 있고. 솔직히 저보다 성수 오빠가 학회장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근데 집행부 투표 때 성수 오빠가 학회장은 절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감투 욕심이 없어서 그러나?"

"뭐 그런것도 있고.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서포트 하는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이어지는 대화의 주제는 무척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쌓인 성욕이 모두 해소되서 그랬을까? 한동안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대실 시간이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빤 이제 집에 가시는 거에요?"

"가야지."

작별을 선언하는 나의 말에 유미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간 되면 우리 종종 봐요. 여자친구 생기기 전까지라도."

흠. 이건 섹파 제안인가?

슬쩍 그녀를 떠보았다.

"여자친구 생기면 다신 안볼 거야?"

"오빠가 다른 여자랑 잔다고 생각하면 그 여잘 잡아서 패고 싶을거 같거든요. 질투같은거 영 체질에 안맞아서."

"너도 남자친구 사귀면 되잖아?"

유미가 눈을 흘긴다.

"오빠 순진하게 봤더니 되게 불순하네? 지금 그거 바람피자는 소리에요?"

"아니 뭐.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 만나자는 거지."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오빠 혹시 나 말고 다른 여자도 있는 거 아녜요?"

유미의 눈빛이 예리하게 반짝였다. 뭔가 눈치를 챈 것일까?

나는 거짓을 말할지 솔직히 밝힐지 망설였다.

화통한 성격의 그녀라면 나의 처지를 관대하게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한명이라도 속편히 만날 사람이 생긴다면  한결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을텐데.

그 잠깐의 머뭇거림이 유미에게 어떤 확신을 준 모양이다.

"헐! 있네, 있네. 설마 우리과?"

허를 찔린 나는 하나마나한 대답을 해버렸다.

"노코맨트."

"우리과 맞구나? 그쵸?"

"이거 겁나서 말 하겠냐. 알면 해꼬지 하겠다는데?"

"참나. 누군데요? 설마 한 명이 아닌건가?"

알면 깜짝놀랄걸? 새내기 셋에, 4학년 선배하나, 그리고 조교선생님까지.

이제껏 한번이라도 관계했던 여자들을 모두 꼽으면 문어다리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네다리 쯤 되려나?

대강의 상황을 짐작한 유미가 토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상관하는 것도 오지랖이긴 한데 과에 풍파는 일으키지 마요."

"그건 걱정마.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까."

"근데 왜 하필 우리과에요? 여자가 우리과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난 우리과라고 특정한 적 없는데?"

"그럼 다른과도 있다는 거에요? 이 오빠 정말 못 쓰겠네! 여자가 대체 몇명이야?"

"많으면 정떨어질거 같아?"

"좋을리가 있어요? 비밀 애인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난봉꾼인 걸 누군들 바랄까."

"흐흐. 그렇다고 앞으로 안 볼거야?"

난 노골적으로 물었다.

설사 그렇다 한들 네가 날 거부할 수 있느냐며.

유미는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아직 속옷을 입지않아 노출된 대물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오빠 진짜 나쁜 남자네."

"야, 그렇다고 거긴 왜 잡아?"

"혼 좀 내주게요. 이 못된 녀석이 얼마나 많은 여자를 후리고 다녔을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회복된 나의 물건은 또다시 유미의 손길에 반응하고 있었다.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대물에 씩 웃던 유미가 갑작스레 입을 가져가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쭈압-쭈압-

"으억, 너 뭐하는거야?"

잔뜩 침을 묻히던 유미가 숨 돌릴 겸 말했다.

"얘는 혼 좀 나야돼요. 구멍만 보면 꽂으려고 드니. 못 써, 못 써."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물만 보면 벌렁거리는 사람이 누군데 그래?

쩝쩝-

어느세 천장을 찌를듯 솟구친 대물은 핏줄이 불거질만큼 단단하게 발기되었다.

아씨, 이럼 또 물빼고 싶어 지는데.

"우리 대실 5분도 안남았어."

"상관없어요. 전화오면 연장하면 되죠."

어쩐지 한 번가지곤 만족 못 할거 같더라.

그렇다고 돈 아깝게 연장하고 싶진 않았다.

"얼른 끝내자. 바로 올라와."

잦이를 빠는 도중 흠뻑 젖어버린 유미가 곧바로 가랑이를 벌리며 내 위에 앉았다. 물건을 손으로 붙잡아 스스로 구멍에 맞추는 모습은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흡!"

대번에 뿌리 끝까지 집어넣은 유미가 빠르게 요분질을 시작했다. 스쿼트를 하듯 다리를 넓게 M자로 벌린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자 특유의 찰진 소리가 방안에 가득 울렸다.

촵촵촵촵!

유미의 튼실한 엉덩이와 나의 단단한 치골이 맞부딪히자 침대가 수직의 파동을 일으킨다. 좆끝이 자궁을 때릴 때마다 유미는 짜릿한 교성을 내질렀다.

"흐아앙, 그래 이맛이야."

"이게 그렇게 좋니?"

"좋죠 그럼. 오빠랑 하고 나서부턴 혼자선 만족이 안된다구요."

"자위 얼마나 하는데?"

"샤워할 때마다?"

"그럼 매일 한다는 소리잖아?"

"네. 어렸을 때 물줄기 세게 틀고 거길 쏘는데 그때 느껴버린거에요. 그뒤부턴 쭉."

남자들이야 매일 자위를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가 매일한다는 얘긴 처음 들었다.

허구헌날 물을 빼줘야 하는 여자라니. 확실히 성욕하나만큼은 이례적이다.

"혹시 전지 훈련가서도 했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운동끝나면 매일 씻으니까."

"개인 룸이었어?"

"4인 1실인데 샤워는 혼자 하잖아요."

"오래 걸리면 들키지 않아?"

"그래서 다들 끝나고 맨 마지막에 했어요. 그리고 들키면 어때요. 여자가 자위 좀 할 수 있지. 지들도 맨날 남친한테 박힐텐데."

"야. 무슨 말을."

한참 신나게 박음질을 이어가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얼른 나가라는 소리 같은데?"

"이건 모텔 전화소리 아니에요."

"엉?"

그러고보니 벨소리가 달랐다.

자세히 보니 협탁에 올려놓았던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받아봐요. 섹파나 되나보지 뭐. 누군지 목소리나 들어봐야지."

유미가 볼맨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진짜 누구지? 전화할 사람이라곤 없을텐데.

팔을 뻗어 발신자를 확인하니 의외의 인물이었다.

"부회장님인데?"

"성수 오빠요?"

"왠일로 전화했을까?"

"일단 받아요."

"이 상태로?"

"소리 안내고 조용히 있을게요."

흠. 못 믿겠는데?

하긴 자기도 체면이 있는데 허튼짓을 하진 않겠지.

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성수형 왜요?"

-도훈이 친구 다 만났어?

나는 스텔스 모드로 앉은 방아를 찧고 있는 유미를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

"대충은요."

-그래? 잘 됐다. 시간될 것 같으면 여기로 바로 오라고. 1학년 후배들이 너 찾는다야. 한 번만 연락이나 해보라고 한시간 전부터 성화야.

후배? 오늘 경기 뛴 애들중에 1학년이 있었나?

"오빠가 뭐라는데?"

소리없이 허릴 돌리던 유미가 조용하게 물었다.

난 수화기를 한 손으로 막고선 대답했다.

"누가 나 찾는다네?"

"누가?"

"글쎄 누군지는."

-일단 여기로 와. 올 때까지 기다린단다. 여기가 어디냐면 신내방 사거리 퓨전포찬데···.

나는 성수와 통화를 끊고 말했다.

"이 근처에서 술먹고 있나봐."

"지금 오래?"

"응."

"가지마. 나랑 놀아."

유미가 허리를 젖히며 간청했다. 한 손은 뒤로 뻗어 무릎을 붙잡은 그녀의 자세는 마장마술을 연상시킬정도로 현란한 동작이었다. 대체 이런 스킬은 어디서 연마한걸까?

"흐읏 좋아."

유미와의 섹스가 싫은건 아니었지만, 성수의 청을 거절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

"배구 끝나고 뒷풀이가자는걸 억지로 뿌리치구 왔거든. 근데 두번이나 거절하려니 미안해서."

"치. 나야 성수 오빠야? 선택해."

애는 무슨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한담?

"당연히 너지."

"정말?"

"형이랑 할 순 없잖아. 난 남자취향은 아니라서."

"뭐어?"

유미는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갑작스레 젖꼭지를 비틀었다.

이게 또 시작이네?

"어쭈, 해보자고?"

나역시 유미처럼 손을 뻗어 덜렁거리는 젖꼭지를 붙잡아 꼬집었다. 유미의 단단해진 젖꼭지를 잡아 비틀자 유미가 곧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흐앙. 오빠 잘못했어. 너무 세게 잡지마."

"너는 맨날 말로만 잘못했다고 그러지. 더 혼 좀 나봐야 해."

꼭지를 붙잡힌 유미가 점점 앞으로 기울자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껴안아 내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다른 한손은 밑으로 내려 그녀의 꼬리뼈 부근을 강하게 눌렀다. 그 결과 유미는 얼굴을 베개에 처박힌 채 옴짝달싹 할 수 없게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올려치기!

퍽퍽퍽퍽!!!

자궁을 뚫어버릴 것처럼 휘몰아치는 올려박기에 베개에 처박힌 유미에게서 격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흐아아아아아아앙! 너무 쌔 오빠!"

당연히 쌔지. 빨리 쌀려고 하는건데.

두번째 섹스는 처음보다 오래가기 마련.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시간만 지체될 것이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속박시킨 상태로 기계처럼 박아댔다.

어차피 피임 했다는 것도 알았겠다, 아주 가득가득 채워줘야지.

***

"어디래요?"

"도훈 오빠 온데요?"

"한명만 좀 말해라. 정신 사나워 죽겠네. 금방 올 거래."

"오오. 부회장님 최고!"

"역시 카리스마 철철 넘치신다니까?"

술에 취해 발그래진 연두와 나연이 성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사실 도훈을 늦은 시각에 부른 1학년 후배는 다름아닌 연두와 나연이었다.

한창 술이 된 두 후배는 마음씨 약한 성수를 붙들고 도훈을 불러달라며 때를 썼고, 보다 못한 성수가 그럼 전화만 한 번 해본다면서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나참. 괜히 전화했나? 친구 만나고 피곤할텐데.'

성수는 선배의 권위를 앞세워 후배를 아무떄나 불러내는 행위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도훈이 단박에 거절하면 그걸 핑계삼아 둘러댈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도훈은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대답했던 것이다.

'애들 취해서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남은 사람은 이제 겨우 여섯. 그중에 멀쩡한 사람은 자신과 2학년 과대 우선이 뿐이었다.

"형, 저 도저히 안되겠어요. 집에 계속 오라고 해서."

"저도 명훈이랑 같은 방향인데 같이 택시 타고 갈게요."

"야. 도훈이도 온다는 데 벌써가면 어떻게 해."

"저 지금 안가면 아빠한테 맞아 죽어요."

"전 택시비가 모자라서 갈 때 같이 가려구요."

"이것들 진짜 의리없게."

성수가 나무라기도 전에 남은 두명의 남학생 마저 집으로 도망쳤다.

이제 남은 사람은 겨우 넷.

성수는 한참 취해있는 여학생들을 향해 물었다.

"너흰 집에서 안찾니?"

"헤헤. 전 나연이네 자취집에서 자고 간다고 했지롱요."

"꺄아, 부회장님도 주무시고 가실레요?"

'이거 영 상태 안좋네. 도훈이 오는데로 하나씩 보내버려야 겠다.'

성수는 선배로서의 책임감에 취한 여자후배들을 챙기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체육과 일행을 몰래 훔쳐보던 한지연의 테이블에도 어느덧 소주병이 3병이 넘게 쌓여 있었다.

'꺼억-. 혼술을 너무 많이 헀나. 도훈이 이 자식 온다니까 일단 기다려야지.'

모두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도훈이 가게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 178. 하수 탈출-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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