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5화 (175/2,000)

< 177. 하수 탈출-1- >

***

모텔에서 도훈이 유미에게 참교육을 시전 할 무렵.

인근 호프집에선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곳은 3개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으로 상권이 발달하여, 국성대 학생들도 즐겨 찾는 번화가였다.

"자자, 연두랑 나연이도 왔으니 모두 건배!"

성수가 맥주잔을 들고 두 사람을 환영했지만, 뒤늦게 회식자리에 참가한 연두와 나연은 어던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남자들끼리 회식이 있다고 하여 한걸음에 달려왔건만, 정작 자신들이 바라던 이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던 것이다.

"···아직 다 안 오셨나 봐요?"

연두가 눈치를 살피며 묻자 2학년 과대 정우선이 답했다.

"응? 이게 단데?"

"네?"

"아, 사정 있는 사람들은 못 왔어."

"혹시 도훈 오빠도?"

"응, 형 친구 만난다고 경기 끝나자마자 가버리던데?"

"아···."

결국, 헛물만 켠 셈이 된 두 단짝은 후회막급이었다. 도훈도 없는 마당에 체육과 남학생들 술자리에 참여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너희들이 1학년 여자 후배 중 제일 의리 있네. 경기 응원도 오고 이렇게 뒤풀이까지 참석하다니."

"역시 예쁜 애들이 개념도 좋다니까?"

주변 선배들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지만, 연두와 나연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애초 도훈이 없는 줄 알았더라면 이런 자리 참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잔뜩 모여있는 자리에서 바로 박차고 나가기엔 새내기로서 눈치가 보였다.

모임의 가장 연장자인 성수가 말했다.

"참, 연두 너도 배구 분과지?"

"전 여자핸드볼요."

"맞다. 같은 교수님이라 깜빡했네. 나연이는?"

아까부터 조용히 술잔을 홀짝거리던 나연이 조용히 대답했다.

"전 체조분과요."

"무용 배웠다고 했던가?"

"리듬체조요."

"형 몰라요? 나연이 쟤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 수상했잖아요."

"오, 진짜로? 완전 엘리트네."

"형도 역도로 받지 않았어요?"

"형은 유도 인마. 그리고 난 체전 아니고 지역대회였어."

"그랬었나?"

나연의 수상 얘기로 주제가 넘어가자 체육교육과 학생들은 각자 어떤 대회에서 몇 등을 했었느니 하고 경쟁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전 초등학교 때 양궁 배웠는데 소년체전 8강까지 갔어요."

"나도 소년체전 나갔었어. 배구로. 근데 우리 학굔 16강 탈락."

"하하. 그래서 니가 대표팀 선발이 안 된 거구나."

"아니야. 내 키가 5cm만 더 컸어도···."

"근데 도훈 오빠도 배구 전문적으로 배우신 거에요?"

배구 얘기가 나오자 연두가 물었다. 모인 멤버 가운데 도훈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성수가 대신 답했다.

"도훈이? 도훈이는 배구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고, 그냥 취미 삼아 했을 거야."

"헐? 진짜요? 엄청 잘하시던데요?"

그날 연습 경기에서 단연 돋보인 사람은 도훈이었다.

상대팀 킬러 마유미를 원천 봉쇄하고, 능수능란한 공격으로 수비진을 멘붕에 빠뜨렸던 장본인.

그런 그가 정식으로 배구를 배운 적도 없었다니.

성수는 마치 자기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도훈이 고놈이 물건은 물건이야. 신입생 때부터 운동을 곧잘 했거든. 원래 우리과 온 애들은 둘 중 하나야. 자기 분야에서 탑 급이거나, 아니면 여러 운동을 조금씩 잘하는 만능 스포츠맨 타입. 근데 도훈이는 신기하게 전 종목을 다 잘하는 축이었지."

"달리기도 엄청 빠르시던데요?"

"저번에 스키 캠프 때 보니 보드도 잘 타더라."

"배구는 뭐 당장 남자 대표팀 뽑혀도 될 정도던데···."

다들 도훈에 대해 한마디씩 늘어놓자 성수 본인이 더 흥분해 떠들었다.

"신기한 건 원래도 잘하긴 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었거든? 근데 군대 갔다 오더니 더 잘해져 온 거야. 나도 100M 기록 듣고 깜짝 놀랐어."

"진짜요?"

"어. 내가 도훈이랑 같은 학번이잖아. 옛날에 우리 학번 남자애들끼리 체육대회 계주 선수 뽑는다고 같이 달려본 적 있었거든. 그땐 도훈이가 1등 못했어. 지금 군대가 있는 황일이라고 있는데, 걔가 더 빨랐지."

"이열, 군대 가서 운동 엄청 열심히 하셨나 보네요."

"운동만 열심히 한 게 아니던데?"

"그럼요?"

"책도 엄청 읽었더라고. 지난번엔 무슨 주식 얘기 한다고 전문용어를 막 쓰는데,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다니까? 걔가 원래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거든."

"우아, 나도 군대 가서 도훈이 형처럼 자기 계발하고 와야지."

"넌 제발 좀 가라 자슥아, 여자 친구 고무신 거꾸로 신을까 봐서 군대 못 가고 있는 놈은 우리학교에 너밖에 없을 거다."

"아, 형! 여자 애들도 있는데 그런 말을!"

"하하하!"

체육과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테이블 건너편에선 한 여자가 귀를 쫑긋 세운 체 대화 내용을 경청 중이었다.

‘호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녀의 정체는 삼현 그룹 비서실 소속, 한지연.

그녀는 도훈의 염탐을 마치고 직원들끼리 치맥 한 잔 하러 술집에 들렀다. 원래 대리와 둘이 마시기로 했는데, 갑작스러운 호출로 대리가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처량하게 혼술을 하고 있던 차. 우연히 옆자리에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자리하면서 의외의 정보를 습득한 것이었다.

‘군대 갔다 오고 사람이 달라졌다고?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지연은 그 뒤로 계속 도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체육과 학생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 주제들은 시답잖은 신변잡기 대한 내용뿐이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느니, 어떤 교수 수업은 너무 지루해 잠이 온다느니 하는.

‘쳇. 놈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한데···.’

그때 술이 들어간 누군가 갑자기 19금 토크를 시작했다.

"참, 우리 과에 그렇게 대물이 있다던데?"

"대물?"

"그게 뭐에요?"

"야! 여자애들도 있는데 무슨 그런 얘기를 해!"

"뭐 어때요. 애들도 성인인데. 연두 너 대물 뭔지 알지?"

"알죠."

"알아?"

"진짜로?"

"저희 아버지가 낚시 자주 가시는데 가끔 대물 낚아 오시거든요. 생선 말씀하시는 거 맞죠?"

"푸하하! 그런 대물 말고."

"네? 그럼 다른 대물도 있어요?"

순진한 연두와 달리 눈치가 빠른 나연은 이미 침을 꼴깍 삼키고 잠자코 듣기만 했다.

"실은 나도 1학년 태영이한테 전해 들은 얘긴데, 지난번 새터 때 남자들끼리 사우나를 갔다더라고. 맞다, 우선이 너도 갔다며?"

"나?"

"그래! 너랑 또 누구였지? 암튼 남자 넷이서 사우나를 갔는데 진짜 이따시 만한···."

19금 썰을 풀던 남학생이 갑자기 팔뚝을 들이밀며 주먹 감자를 날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수가 뒤통수를 후렸다.

빡-

"아야! 형 갑자기 왜 때려요?"

"인마, 취하면 곱게 취할 것이지 여자애들 앞에서 뭔 추태야?"

"아니 전 그냥 전해 들은 얘기를···."

"적당히 해. 너 요새 학내 성추행에 얼마나 예민한지 몰라? 남자들끼리만 하는 얘기도 아니고···. 연두랑 나연이 기분 나빴을 수 있으니까 사과해."

"미, 미안해. 난 그냥 웃기려고 한 얘기였는데···."

"괜찮아요. 선배."

"맞아요. 저희가 무슨 고딩인가요? 저희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연두와 나연이 서로 괜찮다고 하자 오히려 역정 낸 성수만 뻘쭘해졌다. 성수는 뒤통수를 때린 게 미안했는지 후배를 데리고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성수가 나가자 눈치를 살피던 다른 학생이 우선에게 물었다.

"우선이 너도 봤냐, 그럼?"

"뭘?"

"대물 말이야. 너도 거기 있었다며."

"흠! 그런 프라이버시에 대해선 묻는 거 아냐."

"크크. 넌 아니구나?"

"뭐라고?"

우선의 얼굴이 빨개졌다. 여자 후배들도 같이 있는 마당에 작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크다고 말하기도 이상한 처지가 된 것이다.

"야, 나도···. 아니다. 아무튼 태영이 이 자식 입 싼 건 알아줘야겠네."

"그때 누구누구 갔는데? 태영이랑 너랑. 혹시 성수 형?"

"부회장님도 가긴 갔지."

"그리고?"

‘이걸 말해도 되나? 하긴 뭐 뒷담화 하는 것도 아닌데.’

"도훈이형."

"엇. 그럼 네 사람 중에 진짜 대물이 있다는 소리네?"

"야, 적당히 좀 해. 우리끼리 있을 때나 할 얘기를 굳이 왜 지금 하는 거야?"

우선은 민망했던지 술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순진한 척 앉아있던 연두와 나연은 우선의 대답을 듣지 못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태영인 자기가 본 거라고 했으니 아닐 거고, 눈치 보니 우선 오빠도 아니네. 그럼 부회장님이랑 도훈 오빠 둘 중 하나가 대물이란 소린가?’

나연은 나름의 추리를 하며 범위를 좁혀나갔다. 대물 얘기가 나오자마자 발끈한 성수일 수도 있지만, 나연의 마음은 이미 도훈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분명 도훈 오빨 거야.’

나연은 아까 팔뚝을 들이밀던 남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도훈의 그곳을 상상했다. 사람 팔뚝만 한 게 거기 달려있다니···.

‘내가 감당할 순 있을까?’

어느새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연을 향해 연두가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화장실에 가자는 사인이었다.

"저희 잠시만."

꼭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은 화장실도 늘 함께였다. 연두와 나연은 술집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마치고 나왔다. 세면대 앞에선 연두가 화장을 고치며 나연에게 물었다.

"나연아, 오빠들이 말한 그게···. 그거 맞지?"

"응. 맞아. 니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윽, 망측해."

"망측하긴. 난 재밌던데?"

"거기가 크면 그렇게 좋은가?"

"글쎄? 작은 것보단 낫지 않겠어?"

"참, 너도 경험 없다 그랬지? 풉-."

"뭐 이 기집애야? 요게 언니한테 까불어! 나보다 생일도 느린 게!"

"꺄아아! 그렇다고 가슴을 왜 주물러엉!"

‘아주 쌩쇼를 하고 있네.’

여자 화장실에 숨어있던 한지연은 연두와 나연의 대화를 엿들으며 콧방귀를 꼈다. 혹시나 건질 게 있나 해서 따라 들어왔더니 처녀 둘이 가슴이나 주무르고 놀고 있다니.

그때 다시 칸막이 밖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나 그 대물 누군지 알 거 같아."

"누군데?"

"도훈 오빠."

"정말?"

‘방금 도훈이라고 그랬나?’

또다시 언급된 도훈의 이름에 지연은 칸막이에 귀를 바짝 붙이며 대화를 엿들었다.

"성수 오빠 아닐까? 넷 중에 덩치도 제일 크고 하니까···."

"성부 오빤 절대 아냐."

"니가 어떻게 알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너 진짜 뭘 모르는구나? 남자는 덩치 크다고 거기가 큰 게 아니야."

‘쟤는 뭘 좀 아네.’

대화를 엿듣던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다고 성수 오빠가 대물이 아니란 근거도 없잖아."

"실은 내가 희수한테 들은 게 있어."

"희주?"

"아니, 양희주 말고 박희수."

"난 걔내 이름 비슷해서 맨날 헛갈리더라."

"그래서 다들 양희, 박희로 부르잖아."

"암튼 희수가 왜?"

"지난 번 새터에서 말뚝 박기 했을 때 기억나?"

"응."

"그때 도훈 오빠가 희수한테 올라탄 적이 있었거든."

"근데?"

"희수가 그러더라고. 도훈 오빠가 실수로 자기 엉덩이를 찔렀는데 홍두깨로 찌르는 줄 알았다면서."

"호, 홍두깨?"

"응. 옛날에 막 빨래할 때 쓰던 거 있잖아. 방망이 같은 거."

"헐! 홍두깨라니···."

"나도 그땐 설마 했거든. 근데 오빠들 얘기 들어보니까, 도훈 오빠가 대물이 틀림없는 거 같아."

지연은 도훈이 홍두깨를 달고(?) 있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지, 진짜 대물인가? 그렇게까지 크게 안보였는데?’

지연은 홍두깨의 거무튀튀한 색깔과 묵직한 크기를 떠올리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이도훈. 알면 알수록 비밀이 많은 사내로구나. 너에 대해 낱낱이 파해 치고 말겠어. 이 홍두깨 같은 자식.’

***

다시 같은 시각 모텔.

지연이 상상하던 홍두깨는 마유미를 혼구녕 내고있는 중이었다.

퍽퍽퍽-!

"아흑, 오빠 너무 깊어."

"이래도 까불거야?"

"아니요! 다신 안 덤빌게요. 아흑!"

퍽퍽-!!

"흐윽, 너무 커."

"커서 좋아하잖아? 내가 모를 줄 알고?"

"맞아요. 오빠 꺼 커서 좋아해요."

"맨날 이렇게 박히고 싶지?"

"네, 맨날 박아주세요. 아무 때라도 좋으니까. 학교라도. 흐으윽!"

도훈은 슬슬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유미 역시 속도를 올리는 도훈에 맞춰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흐앙, 너무 좋아. 오빤 진짜 최고야."

"나 싼다."

"아, 안에는 안돼요."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네?’

[위험합니다, 주인님!]

‘몰라. 설마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겠어?’

"으으읏!"

도훈은 끝내 빼지 않고 아넹 가득 분출해 버렸다. 멋대로인 도훈의 행동에 유미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에 빠졌다.

"흑, 오빠 진짜!"

[질 내 사정으로 S도달도가 72%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을지요.]

흥분이 가시자 그제야 살짝 걱정이 든 도훈이 유미에게 물었다.

"너, 위험한 날이었어?"

"···몰라요. 진짜 너무해요!"

유미는 휴지를 꺼내 정액을 닦아내며 도훈을 째려보았다.

"날짜 계산해보면 대충 알잖아."

"날짜 달라졌어요. 전지훈련 일정 때문에 피임약 먹어서."

"피임약? 에이, 그럼 괜찮겠네."

"그래도 사람 일은 혹시 모르잖아요."

유미는 제멋대로인 도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자신이 그런 도훈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이상해. 날 맘대로 휘두르는데도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어.’

유미는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원했던 건, 굴종하고 순종적인 남자가 아니라 야생마 같은 자신을 휘어잡아줄 강한 남자가 아니었을까 하고.

< 177. 하수 탈출-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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